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59화 (25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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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여기서부터는 풍운 길드의 최정예 파티가 던전 공략을 진행중이다. 추락 함정을 통해서 그들을 지나쳐 간다거나 하는 운을 기대해서는 안되겠지. 모두 PK는 좀 해봤나?"

"여부가 있겠습니까. 강한 천외천이 있다는 소문이 조금이라도 돌기만하면 쫓아가서 도장깨기를 했던 저인데요. 매드독스란 이명도 그때문에 생겼을 확률이 크고요. 물론 사건님과의 싸움에서 그 도장깨기도 시들해지고 말았습니다만... 아 그리고 쿤메이와 샤오밍도 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PK를 할줄 압니다. 누가 뭐라해도 고렙 사냥터에서는 몬스터보다 사람이 무서운법이니까요."

"나는 투기장에서 정식으로 1:1을 해본적은 꽤 있지만 필드에서 PK를 해본적도 당해본적도 없어. 율리시안이... 일부러 안전한 지역만 골라서 사냥했거든."

"엘리멘탈 로드는 어때? 뭐 묻지않아도 아미고 플레이어가 PK같은걸 즐길리는 없겠지만."

"저, 전에 요정족 NPC들의 터전을 던전의 베이스캠프로 삼으려고 했던 길드랑 전면전을 벌였던 적은 있어요."

"호오 단신으로 길드와 전면전을? 그런건 내 전매특허인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래서 이겼어?"

"예... 전부 정령왕들이 알아서 해준거지만서도요. 저는 그들이 현계에서 형상을 유지시키기 위한 마력만 공급했을뿐 솔직히 어떤식으로 전투가 흘러가는지 보지도 않았어요."

"원래 소환계열의 술사라는게 그렇지 뭐. 아무튼 다들 완전히 PK 초짜는 아닌것 같으니까 딱 두가지 요점만 집어주겠어. 첫째는 소위 점사 우선순위라는건데. 무조건 힐러가 1순위고 그 다음이 원거리 딜러나 술사야.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둘째는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다라는 사실을 잊지말라는거야. 무슨말인고 하니 적 파티가 몬스터와 교전중일때 뒤를 덮치면 상대는 샌드위치 전략에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다는거지. 이 두 가지만 명심해도 우리 전력이면 압승이니까 풍운 길드의 파티원 수가 많아도 쫄지 말라고."

매드독스가 강한 유저를 상대로 1:1 도장깨기를 고집했다면 나는 개인이든, 파티든, 대형길드든 내 비위를 거스르는 놈들이라면 닥치는데로 들쑤시고 다녔다. 그런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파티원들에게 행동강령 2가지를 전달한 나는 샤오밍을 앞세워 70층으로 진입했다.

왕루옌이나 쿤메이에 비하면 탱킹능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은신능력은 뛰어난 샤오밍을 통해 풍운 길드의 최정예 파티를 선발견할 생각이였다. 비단 PK를 떠나서 어떤 싸움이든 선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었고, 예의 샌드위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파티의 존재가 먼저 발각되어서는 아니됬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내 계획은 사뭇 공기가 달라진 70층의 던전 바닥을 밟자마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일반 병마용과 비교했을때 무장은 물론 아우라까지 남다른 병마용장이 진흙말 위에서 단번에 샤오밍의 위치를 간파했던 것이다. 3m에 이르는 장창이 샤오밍의 귓가를 스치며 머리카락 몇가닥을 솎아냈다.

딱봐도 은신 수치와 인지력간의 내성굴림없이 무조건 은신 유닛을 꿰뚫어보는 고유능력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무차별로 덤벼왔던 병마용들을 지휘하는 능력까지. 왜 풍운 길드같은 대형길드가 70층 라인에서 고전하고 있는가를 대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광경이였다.

"병마용장은 제가 맡겠습니다. 엘리멘탈 로드님은 그녀석의 주변에서 일반 병마용들을 밀어내주십시오."

"에어리스, 부탁할게!"

병마용장이 단순히 병마용들을 지휘하는 것을 넘어서서서 특유의 아우라로 능력치를 대폭 강화시킨다는걸 눈치챈 왕루옌이 빠르게 지휘에 나섰다. 과연 북두십성의 지위에 어울리는 판단력과 행동력이였다. 여전히 엘리멘탈 로드의 목에 매달린 채인 연녹빛 소녀의 손짓에 또 한번 폭풍이 들이닥친다.

아무리 병마용장의 아우라 덕분에 능력치가 강화된 병마용들이였지만 바람의 정령왕의 격이 다른 권능 앞에 힘없이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병마용장으로 부터 거리가 멀어질 수 록 그 현상은 가속화 되었다.

정작 폭풍의 중심에 있었던 병마용장은 진흙말의 굳센 네 발을 지지대 삼아 꼼짝도 않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폭풍을 뚫고 내리치는 벼락처럼 돌진해온 왕루옌의 주먹 앞에 병마용장도 바람 앞에 등불과도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십이신장류 진(辰)시의 청천벽력(靑天霹靂) 연계기 발(拔)

질풍광마권(疾風狂魔拳) 제 1초식 철괴 으깨기

지금까지는 내공을 아끼기 위해 쿤메이와 함께 레슬링 계열의 외공을 사용해온 왕루옌이였지만, 속전속결로 끝내야할 몬스터가 등장하자 강신술과 내공을 아낌없이 사용해 통한의 일격을 명중시켰다. 그 결과 벽돌을 쌓아 만든것 같은 두터운 갑주가 종잇장처럼 찟겨나가며 병마용장의 명치가 뻥 뚫리고 말았다.

아무리 무생물 계열의 몬스터라고 해도 몸통의 반절이 날아갔으니 다시 회생할 순 없을터. 주인을 잃은 진흙말만이 구슬프게 울며 복수를 꾀하려 했지만 비비앙의 정밀사격으로 인해 한쪽 다리가 박살나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게 병마용장이 제거되자 나머지 일반 병마용들을 처리하는 것은 일사천리였다. 아마 왕루옌이 병마용장을 저격하지 않았다면 우리 파티는 훨씬 더 고된 전투를 치뤄야 했으리라. 나는 왕루옌의 기지를 가볍게 치하한 다음 재차 샤오밍을 전방에 배치해 70층의 탐색을 속행했다.

은신을 꿰뚫어 보는 고유능력이 모든 병마용장의 공통된 능력임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우연히 70층의 초입에 있던 우두머리 몬스터가 심안계통의 고유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거라면 샤오밍을 정찰병삼아 몬스터가 없는 길로만 다닐 생각이였다.

"저 병마용장은 제가 일정거리 내로 들어가도 아무 낌새도 느끼지 못하는것 같아요. 병마용들을 강화하는 아우라는 여전하지만서도요"

"그렇다면 역시 모든 병마용장들이 심안계통의 능력을 갖고 있는건 아니라는 거겠지. 지휘계통의 능력을 고정으로 하나 갖고 나머지 한개는 랜덤으로 붙는거라면 굳이 다 잡으면서 갈 필요는 없을것 같군. 몬스터들이 없는 쪽으로 우리를 안내해라, 쥐문신 소녀."

"저, 저기 저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기는 한데요. 왜 하필이면 그런 괴상한 호칭으로 저를 부르는거죠?"

"그거야 네가 아직 내 세례를 받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무슨 세례요? 당신 종교같은거 없잖아요. 그야말로 자기가 신인것처럼 굴면서..."

"바로 그거야. 나라고 하는 신을 따르는 신도들은 내 정액세례를 받기전에는 제대로된 세례명으로 불릴 권리가 없다. 그러니까 쥐문신 꼬마라고 불리는게 싫다면 이번 던전 공략이 끝난 다음 내 침대로 찾아오도록.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저, 정찰 다녀올게요."

내 말을 다 듣기도전에 샤오밍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제 친언니인 쿤메이는 물론 전 두목인 왕루옌까지 나와 배꼽을 맞춘 마당에 자식 부끄러워하기는. 유난히 발걸음을 서둘렀던 샤오밍덕분에 우리는 얼마안가 다름층으로 향하는 안전한 루트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중간 중간 리젠된 몬스터를 거르고 지나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였다. 실수로 한 무리의 병마용에게 기척을 들키는 날에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다른 무리의 병마용들까지 전장에 참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어디까지나 우리 파티가 병마용장의 다중 에드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만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런 지름길을 이용한것으로, 80층서부터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마인드로 나아갈 생각이였다.

만약 또 심안계열의 고유능력을 지니고 있는 병마용장을 조우했을 경우 큰 사단이 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같은 던전행이 이어지길 한시간여. 우리는 마침내 진시황릉을 공략중인 최정예파티의 그림자를 밟을 수 있었다.

"숫자는 총 12명이에요."

"딱 우리의 2배로군. 물론 그것도 나라는 깍두기를 포함했을때의 이야기지만. 그래서 지금 그들은 뭘 하고 있지?"

"캠핑장비로 안전지역을 구축한 다음에 쉬고 있는것 같아요. 아무래도 위에서 내려올 보급품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은데요?"

"클래스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는데?"

"그것까지는 파악못했어요. 아무래도 시야가 보이는곳까지 근접하면 제가 있는 위치를 들킬것 같아서."

"뭐 보지않아도 대형 길드의 최정예 파티면 힐, 탱, 딜이 아주 균형있게 분포되어 있겠지. 문제는 저 녀석들을 어떻게 안전지역 내에서 끌어내냐는건데. 잠깐 기다려봐. 지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듯 말듯한 느낌이..."

나는 안경잡이 보급 책임자에게 받은 포션 박스를 꺼낸 다음 가장 겉에 있는 회복 포션과 버프 포션을 꺼내 일렬로 세웠다. 나는 연금술사가 아니였기 때문에 새로운 포션을 제조할 수 는 없었지만, 이미 만들어진 포션을 음에너지로 오염시키는건 가능했다.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풍운의 최정예 파티를 엿먹일 계획이였다. 지금은 팔륜성에 있는 아바타의 인공마력기관이 아닌 일반적인 써클(Circle) 마력기관에서 정제된 음에너지가 손끝을 따라 스멀스멀 기어나와 포션들의 속성을 반전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회복 포션을 마시면 피가 깍일것이고 버프 포션을 마시면 디버프가 걸리리라.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포션을 다시 박스에 담은 나는 왕루옌에게 부탁해서 일부러 내 몰골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옷은 내구도가 10%가 남을때까지 찢고 얼굴은 피범벅으로 물들였으니 누가봐도 몬스터에게 습격받아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처럼 보이리라.

철저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위해 일부러 걸음걸이도 절면서 안전지역이 있는 곳으로 혼자 걸어가니 최정예 파티가 순식간에 경계태세를 갖춘다.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했지만 나를 향한 활시위는 떠날줄을 몰랐다. 아무리 길드가 독점하고 있는 던전이라고 해도 왕루옌이 말했듯이 고렙사냥터는 몬스터보다 사람이 무서운 장소였으니까.

"자네말인즉슨 보급품을 빠르게 수송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던전공략을 진행하다가 추락함정에 빠져서 파티가 전멸직전에 몰린탓에 혼자 탈출했다는건가?"

"예... 일단 보급품은 무사히 인벤토리에 넣어왔으니 공대분들 사냥에 지장이 가는 일은 없을겁니다."

"운사 공대장님 보급 책임자한테 귓말해보니까 이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파티원 5명을 이끌고 몇 시간전에 베이스 캠프를 출발했답니다."

"60층 라인에서 공략을 진행중인 풍백 공대에서는 무슨 연락 없나?"

"지금도 계속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올 보급품을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연락해서 70층 쪽으로 내려오라고 할까요? 딱보니까 추락함정때문에 10층 이상의 거리를 건너뛴것 같은데."

"예? 지금 여기가 70층 라인이라고요? 60층 라인이 아니고요?"

"어이 지금 내가 운사 공대장님이랑 대화중이잖아. 포션 셔틀주제에 멋대로 대화에 끼어들지 말라고."

"죄, 죄송합니다."

"너무 뭐라하지는 말게. 그래도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도 보급품을 전달하는 사명을 완수한자가 아닌가? 그런데 베이스캠프로는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지? 우리 공대쪽에서 사람을 빼기가 애매한 상황이라서 말이지."

"그냥 자살한 다음에 파티원들과 합류해서 레벨을 복구할 생각입니다."

"그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 일은 내가 간부들한테 잘 말해서 공적치에 포함될 수 있게 할테니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고 1000레벨을 찍은 다음 다시 베이스캠프에 복귀하게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뒤로 돌아섰다. 이 빌어먹을 길드가 갓 1000레벨을 찍은 유저들의 노동력을 빨아먹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안그래도 콩알만하던 양심이 원자분해되는 느낌이였다.

이제 샤오밍에게 미리 지시한대로 이 층에 있는 모든 병마용장들을 폴링한 다음 저 파티와 충돌시키면 제법 볼만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살아남은 떨거지들을 치우고 음에너지로 오염되지 않은 포션들과 사람들이 바닥에 떨군 아이템을 수거하는거지. 그야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주워먹는 작전의 신호탄이 올라간 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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