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51화 (25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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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그런가. 내가 알기로도 그 마력이라는 힘이 지구에 없기때문에 천외천들이 제 힘을 1%밖에 발휘할 수 없다고 들었네. 만약 아크데빌이라는 북두십성 유저가 그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마력을 손에 넣는다면 사태는 더더욱 심각해지겠군."

"마왕소환이라... 뭐랄까 동화속 이야기같은 느낌입니다만 엔지씨는 마왕과 싸워본적이 있나요? 물론 VOT 온라인내의 이야기입니다."

"나같은 경우 레이드보다는 모험위주로 플레이 했기때문에 마왕급의 보스몬스터를 레이드한 경험은 없어. 골수 전투광인 우리 키메라 워리어씨라면 모를까?"

"개체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손발을 맞춘 천외천 유저 10명 정도면 마왕 레이드가 가능하지. 실제로 사냥해본 경험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VOT 온라인내에서의 이야기겠지? 실제로 이 땅에 마왕이 강림한다면 과연 우리가 동화속의 용사없이 지구의 군사력만으로 마왕을 격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군. 사건군은 어떻게 생각하나? 북두십성 유저로서 지구에서 마왕을 단신으로 상대가능할지에 대한 소견도 듣고싶네만."

"글쎄요. VOT 온라인안에서라면 마왕이 한꺼번에 10명씩 달려들어도 제압할 자신이 있습니다만 지구에서는 1명도 상대하기 벅차겠지요. 뭐 그렇다고 해도 마왕이 무적의 존재는 아니니까 핵미사일같은걸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죽을겁니다. 물론 마왕이 순순히 핵미사일을 맞아주지는 않을거라는 것. 민간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외진장소에서 싸워주지도 않을거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마왕소환이 곧 세계멸망은 아니라는거죠."

나는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키메라 워리어의 말대로 마왕도 마왕 나름인지라 서열 꼴찌의 마왕은 핵 항공모함(Nuclear Aircraft Carrier) 선에서 정리될 수 있었지만 고위서열의 마왕중에는 물리적인 공격을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을 지닌 자들도 적지 않았다.

변이계통의 술식을 사용하지만 물리적 타격이 주를 이루는 키메라 워리어는 그런 물리 이뮨타입의 마왕을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지 내 말에 별다른 이견없이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그런 마왕이 튀어나온다 한들 곤란을 겪는건 현재 지구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미합중국이였지 달기지까지 마련한 내가 아니였다.

그리고 내가 마왕의 위험성을 축소시켜 말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였으니 팔륜성을 여덟 무가가 틀어쥐고 있었던 것처럼 현재 지구라는 행성의 질서를 쥐락펴락하는 선진국들의 몰락은 천외천 유저들을 위시한 새질서를 여는 선결조건이였다.

그리고 그 몰락은 굳이 내 손을 더럽힐 것 없이 다른 이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베스트. 독룡 팔타로스를 이 땅에 강림시키려 했던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의 경우 내 본체가 아직 드래곤을 감당할만한 수준이 아니였기에 삭초제근을 해야했지만 아크데빌과 계약한 마왕이 누구든간에 지금은 격퇴할 자신이 있다는 말씀.

'그 마왕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핵 항공모함과 함께 심해속으로 수장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렇게 형편좋게 일이 진행될리는 없겠지. 그저 천외천이 지닌 힘이 기존의 군사적 질서를 뒤엎을 수 있다는 대외적인 경고만 해주면 충분해.'

"듣던중 다행인 소리군. SSS가 이제서야 중대규모의 사이킥 요원을 양성한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적을 상대로 덧없이 병력소모를 하고싶진 않았거든."

"그것보다 SSS측에서 신병을 확보했다는 그 북두십성 유저의 이명은 무엇이죠? 납치할땐 납치하더라도 그게 누구인지는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흠흠. 너무 대놓고 납치한다는 말은 삼가해주게, 사건군. 혹시나 이 방 어딘가에 숨겨진 도청기로 정보가 누설되기라도 하는날엔 나까지 국가안보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까 말일세."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가스킬 대령님의 입장을 생각않고 너무 곧이곧대로 말했군요. 그럼 납치가 아닌 병문안으로 정정하죠. 제가 병문안을 가야할 북두십성 유저의 이명은 무엇입니까?"

"그녀의 이름은 스칼라 마드리드. 그 유명한 여배우 바이올라 마드리드의 친동생일세. 그리고 그녀의 천외천 이명은 엘리멘탈 로드. 자네와 마찬가지로 VOT 온라인의 3대 술사로 불리우는 유저일세. 그러고보니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난 바이올라 마드리드의 묘연하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건... 이런 잠시만 기다려주겠나."

그 바이올라 마드리드의 진짜 납치범이 코앞에서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훔쳐낼때 가스킬 대령이 품안에서 정체불명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조금 과장 보태서 종잇장만큼 얇은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에 아령으로도 쓸 수 있을법한 둔탁한 통신기의 끝자락이 붉은 빛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뭐!? 스칼라양이 입원한 병원이 정체불명의 사이비 교도들에게 점령당했다고? 아니 도대체 정보국놈들은 일처리를 어떻게 하길래 민간인들한테 당했단 말인가! 보통 민간인이 아닌것 같다고? 그러니까 처음부터 VOT와 관련된 일은 SSS에 맡기라고 하지 않았... 이 빌어먹을 놈들이!! 아주 그냥 지들이 아쉬울때만 SSS에 일을 떠넘기는 꼬라지하고는. 밀러군 지금 당장 한국에 주둔중인 미군부대에 미국행 수송기를 지원요청하게."

"알겠습니다, 국장님. 사건씨 아야사에게는 안부를 전해주시겠습니까?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인사 한마디 없이 돌아가서 미안하다고 말이죠."

"싫은데? 밀런지 밀댄지 너는 앞으로 내 앞에서 아야사의 아자도 꺼내지 마라.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전에."

"이런이런 미스터 킴은 아야사양 얘기만 나오면 까칠해지는구만. 뭐 나같아도 여자친구의 동창중에 이렇게 잘생긴 비밀요원이 있다면 애간장이 좀 탈거야."

"아니 저는 그런 의도로 안부를 전하려던게..."

"사건군 사태가 촌각을 다투고 있어 길게 이야기는 못할것 같네만 아무래도 우리측에서 데리고 있던 엘리멘탈 로드를 넘겨주지 못할 수 도 있을것 같군."

"괜찮습니다. 가스킬 대령님은 엘리멘탈 로드가 어느 병원에 묶고 있는지만 말해주시죠.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런 약속이지 않았습니까?"

"사건군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가스킬 대령이 이번에는 벽돌같은 무전기가 아닌 보통의 스마트폰으로 엘리멘탈 로드, 스칼라 마드리드가 입원중인 병원의 위치를 내게 전송해주었다. 나는 그 위치 데이터를 받자마자 말도없이 가스킬 대령 일행과 떨어져 밖으로 향했다.

가스킬 대령 또한 한시라도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 지휘권을 잡아야하는 상황이였던지라 암묵적으로 작별인사는 생략했던 것이다.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에 탑승하기만 한다면 미국까지 15분도 채 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난 한층 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재봉사 시스트린을 긴급호출했다.

월영공 듀리스가 아야사의 24시간 호위를 자청했기 때문에 륭 사부와 시스트린을 둘 다 대동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일이 가능했던 것. 진짜 마왕이 소환된것도 아니건만 내가 이렇게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SSS측에서 데리고 있던 북두십성 유저가 생각보다 거물이였기 때문이였다.

3대 술사로 불리우는 아크리퍼, 아크데빌, 엘리멘탈 로드.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본다면 기상천외한 술식도 술식이지만 일반 천외천 유저를 씹어먹을만큼 강력한 하수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좀비 드래곤, 마왕, 정령왕 이처럼 괴랄한 힘을 소유한 하수인은 술사가 술식을 시전할 시간을 벌어주거나 때로는 그 존재 자체로 상대를 압도한다.

'즉 정령술사 한명을 영입했더니 4대 정령왕이 덤으로 딸려왔어요같은 느낌이랄까.'

"어머, 저도 거미줄 위에서 한두번 교미해본게 아니긴 하지만 이런 마천루 꼭대기가 주인님의 취향일줄은 몰랐네요. 평범한 침대위는 질리신건가요?"

"너하고 떡치려고 부른거 아니야. 아크데빌하고 전쟁하러 가는거야. 물론 일방적인 압살이 되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격식은 갖춰야겠지."

"아크데빌이면 가상세계에서 만났던 그 싸이코 말씀하시는거에요? 아 나 걔 정말 싫은데."

"그래서 주인님 고생하면서 싸울때 뜨개질이나 하고 있을려고?"

"아이참 주인님도 누가 요즘 뜨개질로 옷을 만들어요. 다 재봉틀 쓰지. 그리고 월영공 듀리스님까지 지구에 합류한 마당에 제가 굳이 싸울 필요가 있나요? 재봉사라는 이명에 걸맞게 제가 직접만든 야한 속옷을 입고 개선문을 통과해 돌아온 주인님을 위로해 드리면 되는거지."

"듀리스는 지금 아야사의 호위를 맡고 있어서 안되."

"흥! 그 놈의 인간계집은 정말 끔찍이도 챙기시네."

오랜만에 만난 시스트린은 평소보다 더 수다스러워진 느낌이였다. 뿐만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의 의상을 보고 있자니 지구인 다 됬네라는 느낌? 물론 아라크네족의 감각은 아직 녹슬지 않았는지 몇번의 거미줄 발사만으로 신라호텔의 꼭대기까지 도달해내보였다.

단순 전투력으로 따지자면 B랭크에 해당하는 시스트린이였지만 거미족 특유의 감각만큼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도시림에서 A랭크 이상의 효력을 발휘하곤 했다. 내가 괜히 부띠끄에서 놀고먹는 시스트린이 아니꼬와서 강제로 전투에 동참시킨게 아니였다.

이번 전투의 주목적은 적의 섬멸이 아니라 엘리멘탈 로드를 무사히 탈환하는 것이였기에 더더욱 시스트린의 힘이 필요해지리라. 나는 시스트린을 안아들고 기야스에 오르자마자 륭 사부에게 대략의 사정을 설명한 다음 바로 격납고로 달려갔다. 미국 샌프라시스코에 있는 모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15분.

그 시간안에 취할 수 있는 전투태세란 전투태세는 전부 할 생각이였다. 일단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와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기갑교룡 아쳐가 제대로 기동하는가를 5분동안 짧게 점검한 나는 다음으로 마찬가지로 퀼레뮤츠와의 전투에서도 소실되지 않은 전생유적의 기연 폰 글라디우스를 휘둘러보았다.

'마정석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화이트 탈론을 조립할 시간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내기를 주입해서 사용할 수 도 있으니까 일단 들고가봐야겠군.'

물론 주먹에 검기를 실는것은 물론 발산할 수 도 있게 된 마당에 굳이 아티팩트의 힘에 의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였지만. 마지막으로 나는 백신마켓에서 퀼레뮤츠전에서 완파된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스텔스 모듈까지 더해서 무려 3벌이나 추가로 주문했다.

륭 사부나 시스트린이나 어디가서 얻어맞고 다닐 인사들은 아니였지만 이번 작전은 엘리멘탈 로드를 쥐도새도 모르게 납치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였기때문에 50만 VP라는 거금을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였다.

이로서 나는 2중, 3중도 아닌 5중 방호 시스템을 갖추어 얼티밋 언데드 폼의 빈자리를 매꾸었으니 총알이 코앞으로 날아왔다가 지레 질려 도망갈 수준이였다. 뭐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팠기때문에 언젠가 얼티밋 언데드 폼을 본체에 재현하는 그날까지 7중, 8중, 9중의 방호 시스템을 갖출 용의가 있었지만 일단 지금은 여기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이어서 륭 사부와 시스트린에게 FAS(Fabric Archane Suit)의 사용법을 가르치고 나자마자 기야스는 귀신같이 미국 샌프라시스코 모 병원의 상공에 도달해 있었다. 완전무장한 스왓 특수기동대가 보란듯이 한 건물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그것만으론 모자랐는지 정체불명의 내장덩어리에 의해 병동이 침식되어 있는 상황이였다.

'이거야 원 엘리멘탈 로드가 있는 곳을 찾기 쉽게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작전지역으로 뛰어들기 전에 간단하게 다시 한번 브리핑 하겠습니다. 저희들의 목표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엘리멘탈 로드의 이명을 지닌 한 소녀를 납치하는 것입니다. 소아조로증이란 휘귀질병을 앓고 있다고 하니까 아마 다른 사람이랑 착각할 가능성은 없을겁니다. 작전 도중 만난 적들은 심문할것도 없이 섬멸을 기본으로 하며 엘리멘탈 로드를 확보하고 나면 바로 작전지역에서 이탈합니다. 혹시 질문 있습니까?"

"연자여 혹시나 싶어서 하는 말이지만 그 소녀를 납치해서 나쁜 일을 하려는건 아니겠지?"

"어엉? 아니 주인님께서 나쁜짓을 하시던 착한짓을 하시던 그분의 부하라면 절대복종해야 되는거 아닌가?"

"잠깐! 작전수행 직전 동료끼리의 불화는 용납치않는다. 륭 사부. 저는 그 소녀를 납치해서 철저하게 부려먹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녀의 불치병을 고쳐줄 생각이죠. 이 정도면 꽤 정당한 등가교환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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