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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예상했었다라. 나는 가스킬 대령의 어조가 과거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나를 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건가? 사실 나를 의심한다고 한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SSS가 나를 억류를 명분도 무력도 없는 상황. 내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절 잡아넣으실려고 저 흑인 용병까지 데려오신겁니까? 그런데 엔지 민슨씨가 새롭게 천외천의 지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력이 많이 부족한것 같은데요."
"미스터 킴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구만. 뭐 천외천 유저가 2명이라고 한들 북두십성 유저에 비하면 보름달 앞에 반딧불 2마리가 날라다니는거나 마찬가지니까."
"엔지씨, 레벨 1인 저는 처음부터 전력외인겁니까? 최근 사이킥 능력이 부쩍 향상됬는데 말이죠."
"밀러 너도 억울하면 천외천 유저 하던가. 막상 천외천 유저가 되도 연봉 계약서가 조금 개선되는 것 말고는 변하는게 없지만 말이야."
"밀러 자네가 경솔하게 천외천이 됬다는 사실을 매스컴에 공표하지만 않았어도 그것보다 훨씬 괜찮은 조건으로 SSS와 재계약할 수 있었을걸세. 아무리 VOT 온라인에 존재하는 이적의 힘을 일반 국민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SSS가 잠깐 수면위로 올라왔다지만 그래도 우리가 비밀조직이란 점을 잊으면 곤란하지. 아무튼 이번 한국행에 키메라 위리어를 동반한건 사건군때문이 아니라 사건군의 어머니인 김여령 박사때문이니 오해하진 말게."
"어머니때문이라고요!? ...설마 저 분이 재혼 상대로 결정됬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죠? 요즘 부쩍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하시던데."
"어떤 상상을 하면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는건지 모르겠네만 키메라 위리어가 김여령 박사를 찾아 뵙는 이유는 최근 그에게 시술한 유전자 조작이 과잉면역반응을 일으켜서 그런것 뿐일세. 김여령 박사가 이끄는 GFT와 SSS는 난징성 대자앙 이후 긴밀한 기술협약을 체결했거든. VOT 온라인때문에 극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숙한 힘을 지닌 초인병사를 탄생시킨다는 명목하에 양국의 수뇌부가 결정한 사안이지."
엄마가 한국의 특수부대인 GFT(Genetic Force Trooper)뿐만 아니라 미국의 특수부대인 SSS(Special Sequrity Service)의 유전자 조작까지 도맡아 하고 있을 줄이야. 유전학계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우는 김여령 여사니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VOT 온라인과 코딱지만한 접점도 없는 엄마가 이정도까지 해냈다는게 놀라울따름이다.
강령술식과 변이술식에 관련된 지식을 제하고 순수 생명공학계열의 지식으로만 평가했을 경우 보름달 앞에 반딧불이가 되는건 바로 나라는 거겠지. 만약 아크엔젤 하희빈이 백월교로 대한민국의 천외천들을 모조리 독점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자신의 학술적 영역을 어디까지 확장해 나갔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런 기밀사항을 술술 말해주셔도 되는겁니까?"
"김여령 박사의 아들인 자네라면 구체적인 사항까지는 몰라도 대강의 그림은 알고있을줄 알았네만... 이거야 원 연봉이 삭감되야 하는건 엔지가 아니라 나였던 모양이군."
"저희 둘은 그렇게 사이좋은 모자가 아니라서요. 키메라 워리어씨도 조심하는게 좋을겁니다. 어머니는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속으로는 당신을 실험용 흰쥐와 같은 취급을 하고 있을테니까."
"닥터 킴은 유전자 조작을 시행할시 발생할 수 있는 수백개의 부작용을 가감없이 약관에 기재했고 그걸 한줄 서명으로 동의한건 바로 내 의지였지. 인간을 초월한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어느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해야하지 않겠나? 게다가 나는 실험실의 흰쥐가 아닌 야생의 검은쥐니까 사사로운 면역반응따위는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 즉 나는 가스킬 대령의 말처럼 닥터 킴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상적인 신체를 지닌 북두십성 유저를 보러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소리지."
"정상적인 신체?"
"흠흠. 이야기가 너무 삼천포로 빠진것 같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때는 우리 SSS가 자네를 용의선상에 올린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르다네. 왜냐하면 죽음의 주인이라 불리우는 아크리퍼에게는 산사람따위는 그다지 필요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 오히려 사기가 쌓일대로 쌓인 오래된 시체야말로 강령술사의 주 연구재료. 게임상에서는 당연한 지식이지만 현실의 연구원들에게는 낯선 정보였기때문에 잠시 착오가 생긴게야. 뭐 애시당초 언데드를 제작할 생각이였다면 인간의 시체가 아닌 코끼리의 시체를 쓰는편이 뒷탈도 없고 전투력도 우위에 있었겠지만. 혹은 거대 멧돼지를 제물로 한다든가..."
가스킬 국장이 거대 멧돼지라는 단어를 힘주어 발음하며 주위를 면밀하게 살폈다. 혹시 다른 방에서 사이킥 능력인 천리청으로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아야사의 존재를 눈치챈것일까? 정확한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는걸 보니 그냥 블루아주 회장의 사후에도 키메라를 연구하는 크로스데일 한국지부장이 목에 가시처럼 느껴졌을뿐인듯 했다.
"제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난지 오래라면 도대체 가스킬 국장님이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뭡니까? 설마 다 식은 떡밥을 가지고 유도심문을 하러 오신건 아니겠지요?"
"나도 다 식은줄 알았네만 블루아주 회장의 유작인 뉴트리아X때문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지. 한국은 특유의 지리학적 이점과 예비군 시스템덕분에 큰 피해없이 막아냈다고 들었네만 미국은 시골 지역의 경우 아직도 출입제한 명령이 내려진 상태일세. 사실 뉴트리아X는 일반군인들로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는 수준의 변종이지만 VOT 온라인과 관계된 문제라는 이유로 초기대응기간에는 SSS 국장실의 전화기가 울리지 않는 날이 없었지. 그때의 기억때문에 내가 신경이 조금 곤두섰던것 같군."
"그러고보니 처음 뵜을때보다 머리숱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였는데 그간 고생이 많으셨던 모양이군요. 하지만 한국 크로스데일 지부는 엄중한 경비시스템으로 개미새끼 한마리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 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여차해서 거대 멧돼지가 길거리를 활보하게 된다고 해도 어차피 한국 내. 그 놈들이 태평양을 헤엄쳐서 미국으로 건너갈리는 없으니 걱정 붙들어 매시죠."
"요즘 영화들을 보니 고질라가 잠영을 할줄 알더군. 영화같은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는 시기라 노파심에 한마디 했던건데 그게 자네 심기를 거슬렸다면 내 사과하지. 누가 뭐라해도 이 전국단위의 납치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건 자네밖에 없으니 말일세."
"저는 그런 실마리를 쥔 기억이 없습니다만 일단 이야기는 한번 들어보죠."
"우리는 자네를 용의선상에서 제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범인은 북두십성 유저라고 생각하고 있네. 그리고 북두십성 유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건 바로 같은 북두십성 유저지. 왜냐하면 그들이 사용하는 최상급의 던전은 천외천 유저들이라고 해도 초입을 뚫기 어려우니까 조우 가능성이 있는건 같은 수준의 사냥능력을 지닌 최상급 유저들뿐. 툭까놓고 얘기함세. 아무런 이유없이 북두십성 유저가 이런 대대적인 납치사건을 벌일리가 없네. 자네라면 그 이유를 알것도 같네만?"
나는 가스킬 대령의 단순무식하기 그지없는 논리에 한번, 그리고 그 논리가 실제로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에 또 한번. 총합 두번의 실소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연고지가 없는 홈리스라고 해도 단기간에 만명가까의 사람이 실종된건 절대 우연이 아니였다.
그렇다면 그 필연을 불러일으킨건 누구의 의지란 말인가? 가스킬 대령의 말대로 그건 언데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였다. 만명도 넘는 사람들을 납치할 노력으로 코끼리, 곰, 사자, 호랑이, 하마를 잡아다가 언데드를 만들면 애니멀 어벤저스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그래, 이런 짓거리를 할만한 녀석은 그 놈뿐. 그리고 그 목적은 아마도...
"앙그라마이뉴 대법진."
"음? 사건군 지금 뭐라고?"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이요. 답을 말해줘도 못알아들으시니 해설집이라도 덧붙여줘야 하는겁니까?"
"내가 VOT 온라인때문에 평생 근처에도 가본적 없는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긴 하네만 그 단어는 들어본적이 없군. 부연설명을 해주겠나?"
"죄송하지만 답지는 공짜여도 해설집은 따로 값을 치루셔야합니다."
"...어쩐지 자네가 순순히 대답해준다 했네. 원하는게 뭔가? 전에 자네에게 넘겼던 사이킥 훈련 프로그램은 그닥 업데이트 된게 없네만."
"아까 저희 어머니와 초인병사 육성을 위한 기술협약을 맺었다고 하셨죠? 그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데이터를 전부 제게 주십시오. 그리고 SSS가 데리고 있는 북두십성 유저의 신병도 넘겨주셨으면 좋겠군요."
"전자는 기술협약 위반이긴 하지만 내 월권으로 어찌어찌 가능은 하겠지. 만에 하나 한국측에 들켰을때에도 자네가 김여령 박사의 아들이라는 사실때문에 정상참작될 부분도 있고. 하지만 후자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로군. 우리쪽에 북두십성 유저가 있었다면 구태여 자네를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까 키메라 워리어가 이렇게 말했었지요. 정상적인 신체를 지닌 북두십성 유저를 보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그말인즉슨 키메라 워리어가 일전에 신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북두십성 유저를 본적이 있다는 소리죠. 그리고 요원에게 관찰된 그것도 몸이 불편한 북두십성 유저를 SSS측에서 가만히 둘리가 없지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밀러때문에 일부러 입이 무거운 친구를 고용한건데 이건 완전히 낭패로군."
뒤늦게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키메라 워리어가 고개를 숙인 가스킬 대령의 옆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을때만 해도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던 그였지만 동그란 눈동자가 드러나자 덩치만 컸다뿐이지 이렇게 순박한 청년이 따로 없다."...그녀의 신병을 내주는건 내 월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네. 대통령께서 직접 그녀의 용태를 보고받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그 북두십성 유저가 있는 위치만 알려주십시오.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차라리 잘 됐네요. 가스킬 국장님의 소관이 아니라면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행망불명되도 가스킬 국장님께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마치 이미 그녀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온것처럼 말하는군. 좋아, 그녀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지. 하지만 세가지 조건이 있네. 첫째는 그녀를 호위중인 특수요원들이 피를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할것. 둘째는 중증의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그녀를 데리고 있을만한 최첨단 의료시설을 준비할 것. 세번째는 전 세계단위로 벌어진 납치사건의 해결에 적극 동참해줄 것. 어떤가? 나도 이 이상은 양보 못하네."
"좋습니다. 만약 제가 알고 있는 그녀석이 날뛰고 있는거라면 저도 가만히 좌시하고 있을순 없는 노릇이였거든요. 그렇다면 일단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죠."
나는 VOT 온라인은 커녕 게임 자체에 친숙하지않은 가스킬 대령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시작했다.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은 흑마술사들이 마왕을 소환할때 필요한 대규모의 마력을 벌충하기 위해 만든 술식원진의 일종으로 산사람을 연료로 순수마력을 정제해내는 금기된 술법이였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마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악마를 소환하는 계기가 되어 적지않은 이들이 아무 준비없이 악마를 소환했다가 역으로 잡아먹히곤 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을 그저 일반인들도 악마를 부릴 수 있게 해주는 야메 술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본래 목적은 일종의 보조배터리같은 개념이였다.
그런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을 지구에서 사용하려는 이유는 뻔했다. 지구가 마력원천 자체가 없는 술사들의 불모지였기 때문에 산사람을 연료로해 모자란 마력을 벌충하는게 아닌 거기서 정제된 마력 그 자체를 사용하려는 것이였다. 그리고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북두십성 유저는 딱 한명.
흑마술사들의 정점에 서 나와 함께 3대 술사로 불리우는 아크데빌(Arcdevil) 그자 밖에 없었다. 물론 또 한명의 북두십성 올라운더(All rounder)가 사냥간의 휴식타임을 줄이기 위해 몬스터 시체를 기반으로 앙그라마이뉴 대법진을 사용하는걸로 알고 있지만 그건 커스텀 스킬일뿐. 네임드 스킬 즉 금기된 술법의 원전을 알고있는건 대악마 한명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