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9 / 0316 ----------------------------------------------
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연자여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색향천월관에 두고온 제 노예들이랑 다음에는 어떤 기발한 체위를 시험해볼까 하는 생각?"
"연자여 본녀가 무념무상의 경지를 이뤄야만 잉여 생명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수십번이나 말하지 않았던가?"
"륭 사부, 죄송한데 저희 지금 수십톤의 물이 쏟아지는 대청댐 아래에 있거든요. 따신 이불속에서도 이루기 힘든 무념무상의 경지를 어떻게 여기서 이룬다는겁니까?"
"이불속에서 이루는 무념무상은 진짜 무념무상이 아니라 그저 태만에 불과하지. 그리고 이런 혹독한 환경에서 수련을 하는건 연자의 육체가 무예의 경지에 비해 지나칠정도로 강해진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네. 아무튼 다시한번 눈을 감고 마음속의 정념을 비워낸 다음 연자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게."
"남자는 불알의 정액을 비워내면 정념도 같이 사라지는데."
"그래서 지금 본녀보고 연자의 욕구를 해소시켜달라는건가? 불알을 박살내버리기 전에 어서 무념무상의 경지를 이루는 시늉이라도 해보게."
"할게요, 할게요. 그러니까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륭 사부가 박살낸다고 하면 진짜 박살낼거 같아서 무섭단말입니다."
시범운영에 들어간 색향천월관에서 그야말로 의자왕 부럽지않은 성생활을 영유하던 나는 최근 마샬아츠 더 비타의 수련이 미진하다는 륭 사부의 불평때문에 지구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월영공 듀리스가 새롭게 본체가 있는 지구로 합류하면서 아야사의 24시간 경호를 자청한 덕분에 륭 사부와 시스트린은 졸지에 백조가 되고 말았던 것.
시스트린이야 원래 하고 있던 부띠끄가 날이갈 수 록 성황을 이뤄 그 자유시간을 반겼지만 륭 사부의 경우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무공에만 재미가 들려 왕루옌을 수시로 호출하니 륭 사부 입장에서는 화가날만도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매망량을 발판삼아 대청댐의 방류지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게 되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수압때문에 껌딱지가 되고도 남을 극한의 환경이였지만 그간 별의별 생체시술과 영약복용을 마친 내 육체에게는 마치 등목을 하는 기분일뿐이였다.
진짜 문제는 눈을 감기만 하면 여자들의 뽀얀 살색과, 핑크빛 보지와 유두가 떠오른다는 것이였다. 륭 사부가 도끼눈을 하고 나를 노려보고 있던지라 일단 감긴 감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이올라의 금색 보지털이 아른거린다. 륭 사부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2발 정도 뽑고 오려는 순간 무엇인가가 내 등을 간질인다. 서, 설마 이게 잉여 생명력...?
"야 변태 계약자.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뭐야 오르시나 너였어? 나는 또 마샬아츠 더 비타의 힘을 각성한줄 알았네. 륭 사부님 잠시만요. 저와 계약한 물의 정령이 너무 외로우니까 좀 안아달라네요. 혹시나 고독사 하면 안되니까 잠시 자리좀 비우겠습니다."
"헛소리하지마! 지금 여기서 해도 상관없는 이야기거든. 그리고 너 같은 변태 계약자 보다 100배는 더 좋은 친구가 생겼으니까 고독사할 일따윈 없다고."
"친구? 설마 그 친구가 남자놈은 아니겠지."
"아니거든. 정말이지 어떻게 너같은 계약자를 엔도미야님께서 여신칼날단에 영입한건지 영문을 알 수 가 없다. 진짜."
"옛 선인께서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지. 수련은 잠깐 멈춰도 상관없으니 얼마든지 물의 정령과 이야기를 나누고오게. 어차피 오늘안에 연자가 잉여 생명력의 힘을 깨우치는건 불가능할것 같으니까."
나는 륭 사부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오르시나와 함께 대청댐의 하류로 이동했다. 어린세랑에게 배운 수공을 대성한 덕분인지 제법 물만난 물고기같은 움직임으로 헤엄칠 수 있었지만 물만난 물의 정령보다 잽쌀 수 는 없는 노릇이였던지라 뒤늦게 오르시나가 자리한 둑으로 올라섰다.
"요즘 내가 다니는 물길로 낯선 존재가 돌아다니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니 니가 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모든 물에 전세를 낸것도 아니고 뭐 그런걸 가지고 찡찡거리고 그래. 산란철의 연어들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라도 했나보지."
"내가 말하는 물길이 그런 물길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잖아. 신비 문명의 레벨이 제로에 가까운 이 지구에서 내가 사용하는 수어지교의 물길을 쓰는 존재가 있다는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흐음. 하지만 엔도미야는 아무런 경고도 보내오지 않았는걸. 디파일러나 반신타락자가 침입하기에는 이 지구가 너무 우주의 외딴 곳에 있다는 얘기도 했었고. 뭐 어쨌든 내가 따로 알아볼테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지금까지의 계약자중에서 인성은 최악일지 몰라도 전투력만큼은 최강아니겠냐?"
"헛소리 하지마! 초대 계약자인 브루고뉴님께서 너따위한테 질리가..."
위잉위잉우잉. 나만의 아기 고양이 아야사한테서 전화왔어여~ 위잉위잉우잉. 나만의 아기 고양이... 딸깍. 오르시나의 성난 외침이 남사스러운 벨소리때문에 묻히고 말았다. 아야사와 상시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 도시형 전함 색향천월관을 중계기로 하는 위성 전화기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전화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여보세요? 김사건님이십니까?
"응, 나야. 우리 아기 고양이가 무슨 일로 전화를 한걸까?"
-아, 한창 수련중이실텐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실은 SSS에서 또 가스킬 국장이 직접 찾아와서 사건님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제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닌것 같아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흐음. 그 양반 VOT 온라인때문에 요즘 완전히 TV스타가 다 됐더만 무슨 고민이 있어서 날 찾아온거지... 설마 동반출연같은걸 제안하러 온건 아니겠지?"
-아, 아뇨, 그런 종류의 용무는 아닌것 같습니다. 지난번 제 조부와 관련된 사건으로 찾아왔을때보다 표정이 더 심각해보이더군요. 그리고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번에 가스킬 대령이 밀러와 엔지씨말고도 새롭게 SSS에 합류한 흑인용병을 대동했는데 그의 천외천 이명이 키메라 워리어라는겁니다.
"호오 그래? 뭐 직접 대면하면 어느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건지 바로 드러나겠지. 곧 아야사 네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갈테니까 가스킬 대령한테는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 해."
나는 능글맞은 말투로 뻔한 거짓말을 했다. 내가 VOT 온라인과 관련하여 처음 아야사와 1:1로 대면했을때 북두십성 유저의 일인인 아크리퍼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한 거짓 이명이 바로 키메라 워리어였다.
내 전투 스타일을 고려했을때 아주 틀린 칭호는 아닌 하위호환쯤되는 이명이였는데 그 이명을 실제로 사용중인 천외천 유저가 있었던 것. 한술 더 떠서 그 유저가 SSS에 영입되었다고 하니 가스킬 대령 또한 내 정체가 키메라 워리어가 아니라는걸 눈치 챘겠지. 나는 서둘러 륭 사부에게 돌아간 다음 사정을 설명했다.
"아야사 그 아이가 부른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마샬아츠 더 비타의 수련은 다음으로 미루는걸로?"
"다음이라 과연 그 다음이 언제가 될런지. 이대로라면 다음 새해의 태양이 떠올라도 연자가 기초단계를 넘어서기는 어려울것 같군. 아무튼 아야사는 잠깐동안 어울려본 결과 보기드믄 좋은 여자다. 부디 그 아이가 눈물 짓는 일이 없도록 하게.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말일세."
"제가 우리 아야사를 얼마나 끔찍이도 생각하는데 륭 사부도 참."
아닌게 아니라 직접 전담 호위를 붙여준것만 봐도 내가 아야사를 다른 암컷 노예들과는 다른 특별 취급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단 아야사의 외교적인 능력을 높이 사서가 아니라 본체와 처음 배꼽을 맞춘 그녀였기에 나름 떡정(?)이 숙성됬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는 떡정에 이끌려 서둘러 기야스함에 올라타 화랑대근처의 신라호텔로 향했다.
* * * *
"오랜만일세, 키메라 워리어 사건군. 아니 이제는 그 이명으로 부르는건 그만둬야 하려나?"
"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똑같은 이명을 갖고 있는 흑인 용병이 한명 들어왔다고. 그런데 직접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는것도 아닌데 어느쪽이 가짜인지 너무 섣불리 결정하신것 아닙니까?"
"확실히 VOT 온라인은 무슨 수를 써도 타인의 계정에 접속하는게 불가능하지. 하지만 VOT 온라인이 지닌 이적의 힘이 매스컴에 공표된 이후 우리들도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어떤 종류의 힘을 사용하는 유저든 현실에서는 그 힘의 1%도 발휘하기 벅차다는 결과가 나왔네. 그런데 자네는 그 1%로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회장의 야망을 박살내 버렸지."
"그러고보니 그런 일도 있었죠.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버리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힘을 지닌 자들은 북두십성 유저들밖에 없다는 것이 조사원들의 결론이였고, 신상이 공개된 북두십성 유저들을 제하고 자네의 성향과 정반대인 자들까지 제하니 딱 두명이 남더군. 십만망령군세의 주인인 아크리퍼와 천여개의 스킬을 마스터했다고 전해지는 올라운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 발뺌을 할 생각인가?"
나는 190cm의 장신인 가스킬 대령을 웃도는 키를 지닌 흑인남성을 힐끔거리며 적당히 둘러댈 말을 모색했다. 가스킬 대령이 이지선다의 최종정착지까지 이르렀음에도 내가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 SSS(Special Security Service)는 아직 믿을만한 단체가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그저 단 한번 SSS의 적과 아야사의 적이 같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협력했을뿐, 나는 단 한번도 SSS가 아군이라고 생각한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 어떤 정보도 내 입으로 토해낼 생각은 없었으니 SSS는 매듭짓지 못한 마지막 문제때문에 계속해서 심력을 소모해야 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호텔 응접실의 침묵을깨고 흑인용병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이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는 딱 두가지지. 그 이름을 지닌자의 위세를 빌려 자신의 초라함을 숨기려고 하는 경우와 그 이름을 지닌자의 등뒤에 숨어 자신의 진짜 힘을 숨기려든가. 크로스데일사의 회장과 관련된 사건파일을 살펴본 결과 당신은 후자인것 같더군. 그리고 3대 술사중 한명인 강령술사 아크리퍼가 변이술식에 관련된 힘을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어본적이 있다. 물론 천여개의 스킬을 마스터한 올라운더 또한 변이술식을 사용할줄 알지만 그건 키메라 워리어를 자청할 정도는 아니야. 왜냐면 올라운더의 경우 내가 직접 그의 전투 스타일을 목격한적이 있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러면 제 정체는 올라운더인걸로 해두죠."
"후우, 그만하지. 애시당초 자네의 정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려고 찾아온것도 아니니 말일세. 사실 우리 SSS는 어느 대량 납치사건과 관련하여 비밀리에 수사를 하고 있다네."
"호오 그건 흥미롭군요."
나는 애써 표정관리에 힘쓰며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았다. 설마하니 내가 팅커벨의 막내 연희, 그라비아 아이돌 치요코 그리고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바이올라를 납치한 사건이 들킨건가? 아니 그럴리는 없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 안면인식장애의 환상술식이 걸린 목각안경을 착용하고 알리바이 증명까지 완벽을 기하기 위해 기야스를 타고 비슷한 시간대에 세 여성을 동시에 납치하지 않았던가? 드디어 한국의 20대 청년 김사건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버릴때가 온건가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가스킬 대령의 입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희생자는 대부분 사회적 울타리에서 벗어난 노숙자나 난민들로 마치 어느날 갑자기 땅으로 꺼진것 마냥 그 종적이 묘연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네. 사실 고정된 직업이나 연고지가 없는 이들이라 실종사실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걸네만 그 실종숫자가 드러난것만 해도 만명을 넘어섰지.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납치사건까지 합한다면 그 희생자가 얼마나 될지 점치기 어려울 정도야.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횡횡하고 있는 납치사건이거든. 사건군 솔직하게 말하겠네. 나는 이미 사건군의 정체를 북두십성의 일인인 아크리퍼라고 낙점지은 상태야.
그리고 이번 대량 납치사건의 범인도 사건군이 아닐까하고 예상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