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44화 (24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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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더 이상 나를 욕보이지 말고 빨리 죽여라."

"아니 아까 그렇게 기세등등한 양반은 어디가셨데? 누가 누구보고 입만 살은 놈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말이지. 나도 나이가 들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단 말이지. 그냥 기분 탓인가?"

"그러니까 내 완전한 패배를 인정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정말이지 너처럼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녀석은 반고 이후로 처음 본다. 팔륜성을 집어삼킬 요량으로 시작된 계획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됬는지 통탄스럽기 그지없군."

"반고? 그건 또 무슨 상처에 붙여줘야만 할것 같은 이름이냐? 나보다 잘난 놈이야?"

"흐흐흐. 너보다 잘난 놈이냐고? 만년전 이 땅을 거닐었던 고대의 제왕들중 가장 드높은 이름을 지녔던 거인신이다. 디파일러 퀸과 킹이 사신성을 침입했을때 나와 형제들이 함부로 본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것도 반고가 우리의 기운을 느끼고 찾아올까봐였었지. 아무리 네놈이 강하다고 해도 그 녀석과 만나면 뼈도 못추릴걸? 꼬리를 내주자마자 바로 잡아 뜯어버릴 신력의 소유자와 어떻게 자웅을 겨룬단 말이냐?"

"말로는 뭔들 못할까. 그래서 그 잘난놈이 지금은 왜 자취를 감춘건데?"

"반고가 태산조차 들어올릴 신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수호하는 선신이였기 때문이다. 날이갈 수 록 인간들의 심성이 악에 물들어 살인, 강도 그리고 협잡집을 일삼는 자들이 늘어나니 숭배 에너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선신의 힘들은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구름까지 닿았던 반고의 덩치가 종국에는 평범한 인간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작아졌으니 말 다했지. 그리하여 반고는 소멸의 위협을 느끼고 인간계와의 링크를 끊고 천상계에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흐으음."

야미도엔이 처음 나를 포섭하기 위해 미끼로 던진것도 바로 천상계에 존재한다는 지고한 여신들이였다. 도철이 같은편도 아닌 반고를 평가할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 그는 분명 상상을 초월한 다음 또 한번 초월한 힘을 지닌 투신이겠지.

다만 그런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선신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인간계에서의 활동에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보였다. 사흉신인 도철은 이렇게 버젓이 이 땅을 활보하고 있는데 말이다. 역시 착하게 살아봐야 다 소용없다니까.

그렇게 지난날의 악행을 재차 합리화시킨 나는 추가로 혼돈자령이 사흉신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캐물었다. 알고보니 혼돈자령은 독립된 개체가 아닌 사흉신의 한명이자 사흉신교의 교주인 혼돈의 분신이란다. 그래서 서열 10위, 11위씩이나 하는 애들을 칼같이 뇌옥에 쳐박은거구나.

아무리 지닌 힘의 1000분의 1을 담은 분신이라고 해도 그것을 잃어버린다는건 곧 본신의 힘이 0.1% 약해진다는걸 의미했으니 곱게 넘어갈리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사흉신교의 본단이 있는 행성의 위치를 물었지만 그것만큼은 말할 수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하여튼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다하고 다니는 놈들이 이럴때 의리를 지켜요.

"그런데 혹시 너 내 부하할 생각있냐?"

"거절한다!! 네놈의 밑에 들어가면 그 식욕에 미친 개새끼와 같은 그릇된 존재로 개조할것이 뻔한데 어찌 내가 목숨을 연명하겠다고 그런 선택을 하겠느냐!"

"그래? 흐으음. 옛날같았으면 억지로 영혼의 표식을 새겨서라도 부하로 삼았을텐데 말안듣는 놈들을 부리는 것도 이제는 솔직히 지쳐서 말이지. 베히모스 깨어있는거 아니까 어서 이 녀석을 먹어치워라. 단 앞으로도 내 말을 잘들으면 이런 포상이 있을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먹은걸 다 토해낼때까지 이어지는 매질만이 있을뿐이라는걸 기억하도록."

"베, 베히모스 주인님 말 잘듣는다. 잘먹겠습니다!!!"

"옥사건 이 개자식아! 약속이 틀리지 않더냐. 원하는 정보를 불면 곱게 죽여준다고 약속했으면서 이게 뭐하는 짓... 크아아아아악!!!!"

"같은 나쁜놈들끼리 아마추어처럼 굴지 맙시다. 우리들이 언제부터 신뢰같은걸 따지는 족속들이였다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주랑을 안아든 어린세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버리퍼는 진즉에 청룡신검 노태막을 제압한 뒤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어린세랑을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자빠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걷고 있노라니 우버리퍼가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고 미니어쳐 사이즈의 호리병을 내밀었다.

"뭐야 지금 전투도 끝났겠다 나랑 한판 해보자는거냐?"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크리퍼 네녀석이 사령안의 진정한 힘을 개안했을때 네 앞의 적들을 도륙했던 칠방삭의 검날이 네놈을 7등분 해버릴 것이다."

"이게 지금 하늘보다 높으신 주인님한테 예고살인을 하는거냐?"

"양날의 검을 쥐는게 두렵다면 나도 저 사흉수라는 존재처럼 폐기해라. 사신이 죽음을 두려워할까보냐."

"나 또한 사신이야. 똘마니따위가 예고살인을 한다고해서 지레 설레발칠 생각은 없다고. 그것보다 뭐야 이 코딱지만한 호리병은?"

"저 뇌전의 검기를 사용하는 무사의 품안에 있었던 전리품이다. 아무래도 상당한 기운을 포함하고 있는 영약인것 같더군."

"호오 그런걸 용캐 빼돌리지 않고 순순히 내게 건네주는군."

"어차피 기운이라고 해봐야 이승의 자연력. 사신인 나나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를 걷는 네녀석에게는 무의미한 영약을 뭣하러 숨긴단 말이냐?"

"뭐 그건 그렇긴해."

[No.88 공청석유]

-한방울만 먹어도 10년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지고의 영약.

-풍수지리학적으로 음양오행의 이치가 맞아떨어지는 동굴에서 10년에 한방울씩 만들어지는 새하얀 이슬을 100년 동안 모아야 한모금 섭취할 수 있는 양이 나온다.

-??? VP

VP로 가격이 측정되지 않는다는건 이 영약이 백신마켓에서 유통되는 물건이 아니라는 뜻. 그만큼 희귀한 영약이다보니 터무니없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이걸 한입에 다 털어넣으면 무려 100년치 내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물론 내공심법의 축적율이나 영약의 수율에 따라 어느정도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용린은리 사저에게 얼핏 들은 기억이 있지만, 최종효율이 60%만 나와도 1갑자의 내공을 얻게된다는 소리였다. 이제 이걸 월영공 듀리스의 초월그림자 도약으로 지구로 보내기만 하면 본체가 절정고수가 되는건 백수가 되는것보다 쉬운 일이 될터였다.

"옥사건님, 천대주의 상태가 이상해요..."

"아 진짜 좀 작작해라 어린세랑 이 개같은년아. 사흉신교놈들도 다 척살해주고 그들과 내통한 청룡문의 태상장문인인 노태막의 신병까지 구속해놨더니 아직도 천주랑 타령이냐!?"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천주랑이 의식은 있는데 말은 제대로 못하는 백치같은 상태가..."

"끌끌끌. 역천탈혼대법의 부작용인것 같군. 그러게 왜 대법을 중간에 끊어 이 사단을 낸것이냐? 그대로 두었다면 멀쩡한 천주랑을 안아볼 수 있었을 것을. 용린검가를 집어삼키기 위해서라도 혈린검 용린은리와의 결혼은 불가피했지만, 팔륜제일미정도면 이 몸의 첩실로 삼아줄 수 도 있었을텐데 말이지. 크흐하하... 커허억!!"

"똑바로 말해 이 새끼야! 부작용이 뭐 어째고 저째?"

우버리퍼가 누군가를 제압했다는건 단순히 밧줄로 팔다리를 묶어놓는 수준이 아니라 전신의 힘줄은 물론 아킬레스건까지 칠방삭으로 끊어버렸다는 소리였다. 덕분에 내게 멱살을 잡힌 노태막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들어올려졌다.

"끌끌끌. 인간의 정기신 그 조화라는건 생각보다 오묘해서 말이지. 평범한 상태로는 육체에서 혼백을 때어낼 수 없기에 그 연결고리를 녹슬게 만들 필요가 있거든. 그 과정에서 천주랑의 의식이 심연속으로 가라앉은게야. 그 심연속에서 솟구쳐 오를 정도로 아주 강력한 정신적 자극을 주지않으면 평생 저렇게 백치 아다다로 살아야하겠지. 그의 젊음을 시기해온 나로서는 정말이지 꼬신일이 아닐 수 없... 어어어어."

"정말 곱게 늙지 못한 늙은이의 쉰소리는 정말 짜증나네."

"오, 옥사건님 아무리 노태막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다고 해도 VOT 단말기 소유자를 그렇게 간단히 죽여버리시면 무법자가 되버리..."

"신경 꺼! 이 천주랑 덕후야. 내가 무법자가 되든 말든 네 알바 아니잖아?"

나는 여신칼날단의 특권중 하나인 면책권을 1만 VP에 구입해 노태막을 죽인 전과를 지워버렸다. 엔도미야 또한 이 세상에 숨쉬는 것조차 해악인 인간들이 존재한다는걸 알았는지 이런 면책권 시스템을 마련해 한정된 살인을 우회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알길이 없는 어린세랑은 벌건 토끼눈으로 내게서 시선을 때지 못했다.

"용린혁 가주님께서 옥사건님을 선택한 이유를... 이제는 알것같습니다."

"언제는 용린혁 어르신께서 사람 잘못 본 것 같다며 투덜되더니 이제와서 알랑방귀껴도 나는 천주랑 못고쳐준다. 내가 지고한 경지에 이른 강령술사인건 맞지만 그렇다고 심령치료사인건 아니잖아?"

"지옥에는 악인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은 나찰이라는 악귀가 있다고 합니다. 그 기세가 더 없이 살벌해서 살아생전 그 어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인도 그 앞에선 고개를 조아렸다고 하죠. 그런 악인들을 상대하기엔 천주랑은 너무 착하고 여렸으니 옥사건님과 같은 더 독한 악인이 필요했던 겁니다. 오랜 세월동안 무수히 많은 적과 검을 섞은 용린혁 어르신은 그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계셨던걸테고요.

후우... 옥사건님 저를 강간해주세요."

"뭐라고? 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예. 사랑하는 여자가 외간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만큼 큰 정신적 충격은 없을테니까요. 한시라도 빨리 천주랑의 의식을 심연속에서 건저올리지 않으면 그는 평생 백치로 살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럴바에는 이 덧없는 처녀 옥사건님에게 드리지요. 단 가면은 벗기지 않은채로 부탁드립니다."

"팔륜제일미와 꽁씹을 하게 해준다는데 나야 마다할것 없지. 그런데 강간컨셉인데 무슨 가면을 벗기네 마네 지시를 하고 자빠졌어. 이 모지란년아!"

나는 어린세랑의 저항을 가볍게 뿌리치고 그녀의 가면을 집어던졌다. 과연 얼마나 미인이길래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녔... 어라라? 나는 코윗부분의 얼굴이 흉한 화상으로 뒤덮힌 어린세랑의 얼굴을 보고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가면은 벗기시지 말라고..."

"누가 그렇게 만든거냐?"

"...주작문의 장문인의 딸 장서희 소저가 그랬습니다. 그녀의 약혼자가 제게 연심을 품은것을 시기해 주작문의 독문무공으로 제 얼굴을 공격했었죠."

"용린은리 사저 아니 누님이 그걸 보고 가만히 있디?"

"당연히 불같이 아니 용암처럼 화를 내셨죠. 팔륜학관의 학생시절에도 용린은리님의 성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여차하면 용린검가와 주작문의 멸문전까지 불사할 기세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아직 용린은리님이 팔륜오객의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였던지라 가문의 수뇌부들끼리 800만 VP정도의 사업체를 넘기는 걸로 일을 무마시켰습니다. 일전에 제가 백호문의 장문인을 협박해 800만 VP를 뜯어낸 옥사건님을 비난한 일이 있었죠. 사실 저는 그럴 처지가 아니였던겁니다."

"천주랑과 만났던건 그 화상을 입기 전이였나?"

"처음 만났던건 화상을 입기 전이였지만 약혼을 한건 화상을 입은 후였습니다."

"그래서 천주랑, 천주랑 노래를 불렀던 거구만.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라."

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버리퍼와 베히모스를 에보니 메이든으로 되돌려 보낸 후 여신마켓에 접속했다. 그리고 마치 여친과의 첫 섹스를 앞두고 편의점에 콘돔을 사러가는 남친처럼 다급하게 모햄을 제촉해 엘릭서를 구매했다.

엘릭서 한병의 가격은 무려 800만 VP라는 거금이였지만 얼굴의 화상을 지우는데 쓸거니까 10분의 1병만 달라고 할 수 가 없어 통째로 한병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로그아웃을해 팔륜환선굴에 돌아온 나는 다짜고짜 어린세랑의 얼굴에 엘릭서를 일할정도 들이부었다.

모 상처약의 광고처럼 새살이 속속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말끔한 얼굴을 되찾은 어린세랑. 그 얼굴은 그녀가 가면을 쓴채로 10년이 지났음에도 팔륜제일미라는 칭호가 유지되는 이유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야미도엔은 여신을 사냥하러 천상계로 가라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로 지금 내앞에 미의 여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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