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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악에 바쳐서 어린세랑이 소리를 지를때 나는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누구는 도올탄, 궁기수란, 혼돈자령 그리고 심장을 미끼로 사흉신교의 부교주인 도올능약까지 쳐잡았는데 제대로된 활약도 없이 쳐발린 천주랑을 걱정하고 자빠져!? 이래서 남자든 여자든 잘생기고 봐야 하는가보다. 인정하긴 싫지만 천주랑이 나보다 미남인건 사실이였던 것.
"그래서 어쩌라고. 팔륜학관이 폐교직전까지 몰린걸 구해놨더니 이제는 니 서방까지 찾아줘야 하냐?"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초인들끼리의 싸움을 너무 넋놓고 지켜보다가 천주랑이 납치된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저 자신이 너무 미워서 해본 말입니다."
"아아 그랬어? 하긴 내가 너한테 공치사나 들을려고 여기까지 온것도 아닌데 그냥 여기서 바이바이하자. 아참 그리고 마린세가에 연락해서 쓸만한 구축함 하나만 준비해놔. 팔륜성에 침입한 사흉신교놈들을 모조리 척살한 공적을 생각하면 그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여, 옥사건님. 물론 지금까지의 공적만해도 구축함이 아니라 순양함을 갖다드려도 모자랄정도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큰 그림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무슨 핑계를 또 갖다붙여서 천주랑을 구하게 만들려고?"
"물론 그런 의도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일단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주세요. 절대 옥사건님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닐겁니다."
"할려면 빨리 해라.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으로 향할 구축함이 준비될때까지 직녀루에서 질펀하게 놀아재낄 생각이니까."
"옥사건님은 이번 사흉신교 침공건에서 명실공히 최고 공적자이십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사흉신교와 내통한 청룡문의 배신자의 행방에 대해선 오리무중입니다. 사실상 사흉신교 세력이 전멸한 지금 시간을 들이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자의 체포를 다른 여덟 무가에게 넘긴다면 사건님의 공적이 빛이 바래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여기서 확실히 매듭을 짓는다면 사건님은 99%의 공적치로 여덟 무가에게 당당히 전함을 요구할 수 있겠죠."
"전함이라..."
뒤도 돌아보지않고 자리를 뜨려고 했던 나는 전함이라는 두 음절의 단어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체가 있는 지구에서 도시형 전함을 구입할 예정이긴 했지만 그건 장거리 여행용으로 적합한 선체도 아니였고 아바타가 있는 이곳으로 갖고올 수 도 없는 녀석이였다.
당연히 팔륜성에서 죽치고만 있을게 아니라면 여행용 함선 하나가 필요한건 사실이였고 같은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함선이 전함이라면 더할나위 없을터였다. 하지만 전함이라는게 한두푼하는 물건도 아니고 2800만 VP의 자산가인 나로서도 선뜻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웠다. 그걸 공짜로 하나 받는다면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것도 괜찮을지도.
"그건 100% 확실한 이야기겠지?"
"물론입니다. 이만한 공적을 세우고도 그저 말뿐인 공치사로 끝낸다면 가뜩이나 사흉신교의 침입을 허락한 여덟 무가의 위신은 땅으로 떨어질겁니다. 혹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른 일곱 무가에서 입을 싹 닦는다면 용린검가의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전함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만약 일곱 무가에서 그렇게 뻔뻔하게 나온다면 그때는 내 손으로 이 팔륜성을 멸망시킬거니까. 아 맞다. 혹시나 구르고 구른 중고라던가 어딘가 결함이 있는 싸구려 모델의 전함을 주려는건 아니겠지?"
"절대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사실 이건 기밀에 속하는 안건입니다만 여덟 무가의 수뇌부들끼리 차세대 우주경계선으로 낙점 지은 황룡선. 그것의 프로토타입이 옥사건님의 소유가 될 수 있도록 제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겠습니다."
"좋아좋아. 이 아크리퍼 옥사건님이 급안맞게 다른놈들과 같은 보급형 전함을 타고 다닐 수 야 없지. 그럼 지금부터 납치된 천주랑을 추적해나가면 되는건가?"
"아뇨. 일단 검치성 관주님의 용태부터 살펴야할것 같습니다. 그분이 살아계셔야 옥사건님의 공적을 다른 일곱 무가에게 증명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어린세랑은 검을 쥔채로 쓰러진 검치성 관주에게 다가가 겉으로 드러난 외상에 금창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 다음 품안에서 미니어쳐 사이즈의 호리병을 꺼내 검치성 관주의 입안으로 흘려넣었다. 아마 천주랑을 위시한 구룡대가 팔륜학관의 학생들을 구하지 않았다면 저 구급약은 학생들에게 돌아갔겠지.
지금은 모든 학생들이 근교에 있는 의원으로 이송된 상황이였기에 어린세랑은 아낌없이 모든 외내상약을 검치성 관주에게 퍼부었다. 그 덕분인지 검치성 관주가 검은 핏물을 토해내더니 몸을 움직일 순 없어도 간단한 대화정도는 가능한 수준까지 의식을 되찾았다.
"어, 어린세랑 선생. 사, 사흉신교의 부교주 도철능약은 어떻게 됬나?"
"여기계신 옥사건님께서 격퇴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팔륜성에 선생님으로 위장잠입한 교내서열 7위 독혈여제 궁기수란과 일개중대의 역천혈강시와 강시술사를 이끌었던 교내서열 10 도올탄도 격살하셨으니 이제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흐흐흐. 내가 그 술사양반 면접볼 때부터 범상치않은 인간이라건 알아봤지만 완전히 혼자서 미쳐 날뛰었... 쿨럭쿨럭."
"응급처치를 하긴 했지만 아직 몸상태가 성치 않으시니 너무 많은 말씀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학생들을 근교에 있는 의원으로 이송한 구룡대가 돌아오면 더 나은 장소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검치성 관주님. 저희에게는 아직 풀지못한 숙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옥사건 준위와 그의 수하분이 도철능약과 싸우는 도중에 천주랑 대주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사흉신교와 내통한 청룡문의 배신자가 이 일에 연루된것으로 추정됩니다만 혹시 짐작가는 곳이 있으신지요?"
"나 또한 기절한 상태였기에 천대주가 누구에 납치되었는지는 모르겠네. 하지만 한가지 의심가는 구석이 있긴 하군."
"그것이 무엇입니까?"
"사실 이건 여덟 무가의 수뇌부들도 모르는 일이네만 사실 이 팔륜학관의 부지는 팔륜일황 황룡거사님께서 정해주신거라네. 그건 팔륜성의 대지의 배꼽 팔륜환선굴의 위치를 틀키지 않기 위함이였지. 대지의 배꼽을 디파일러놈들에게 내주게 되면 팔륜성 또한 삽시간에 사신성과 같은 죽음의 별이 될테니까 말일세. 무법자들에게도 그 대지의 배꼽이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알 순 없지만 도철능약이 다른곳도 아닌 교장실을 다짜고짜 찾아온걸 보면 거기에 숨겨진 팔륜환선굴의 존재를 알고있었음이 분명하네."
검치성 관주는 이어서 팔륜환선굴의 입구가 숨겨진 구체적인 위치를 가르쳐준 다음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마 도철능약의 파천흉검기때문에 육체의 생명력이 쇠약해져 있는게 분명하리라. 아마 완전히 회복할려면 적지않은 시간동안 요양을 해야겠지.
그나마 검치성 관주정도 되니까 요양선에서 끝나는거지 보통의 무사였다면 아마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연금술의 극의가 담긴 엘릭서(Elixir)의 힘을 빌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일한 단서를 손에 넣은 나는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를 다시 에보니 메이든으로 불러들이고 어린세랑과 함께 교장실내로 진입했다.
검치성 관주의 전언에 따르자면 책장속에 숨겨진 여러가지 기관을 만지작 거린 다음 책상밑의 양탄자를 걷어내야 했지만 관주실은 이미 난장판인 상태였고 팔륜환선굴의 입구도 이미 열린 상태였다. 누군가 이미 팔륜환선굴에 진입했음을 시사하는 관경이였다. 허겁지겁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니 번쩍번쩍이는 크리스탈 자연동굴이 우리를 맞이했다.
팔륜학관의 지하에 이런 동굴이 있다는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관광이나 하고 있을때가 아니였기에 눈을 사로잡는 형형색색의 크리스탈들을 애써 무시하고 외길통로를 따라 달리길 일각여정도. 마침내 거대한 공터가 나타났으니 그 곳에는 이형의 글자로 가득찬 진법과 왠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 당신은...!"
"이런이런 이것은 또 웬 기구한 운명인가. 주랑이의 옛 약혼자 세랑 소저가 주랑이가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하디니 말일세."
"천대주가 다시 태어나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가 환골탈태의 경지에라도 오른다는 말씀이십니까?"
"환골탈태라 어떤 의미에선 그렇게 지칭할 수 도 있겠군. 물론 새로운 몸을 얻게 되는건 주랑이가 아니라 나이지만 말일세."
"그게 무슨?"
"야 어린세랑 니들끼리만 떠들고 있을거야? 저 양반이 누군지 나한테도 설명을 해줘야지."
"저 사람은... 팔륜이존의 일인이자 청룡문의 태상장문인인 청룡신검 노태막 어르신입니다. 과거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와의 일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가주이기도 하지요."
"사리카야와의 일전에서 살아남았다고?"
나는 그제서야 노태막의 얼굴이 낯이 익다는걸 깨달았다. 황룡거사의 황룡과 스고우의 9마리의 뱀이 맞붙었을때 기세에서 밀린 황룡거사가 청룡포를 입은 한 중년인을 들쳐업고 도망치는... 야미도엔이 강제로 주입한 인과율의 파노라마중 한 장면.
세월의 풍파를 겪어 세아리기 힘들만큼 주름이 늘어났지만 기본적인 이목구비는 바뀌지 않았음은 물론 착용한 복장 또한 기억속의 청룡포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역시 청룡문은 사흉신교와 내통하여 팔륜성의 잠입을 도운것인가? 물론 노태막 개인의 일탈인지 청룡문 전체가 다른 일곱 가문을 배신한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천대주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멀리가서 찾을 필요없네. 내 바로 뒤에 있는지라 보이지 않았던것 뿐이니까."
"당신이였습니까? 팔륜성에 들여서는 안되는 것들을 들인 사람이?"
"이제와서 발뺌해도 무의미한 일일터이니 솔직히 말함세. 내가 청룡선의 함장을 사주해서 사흉신교의 팔륜성 진입을 도운 장본인일세. 물론 청룡선의 함장은 불법적인 마약의 밀수정도로 알고 있었겠지만. 청룡문의 자금조달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내가 그를 설득했거든."
"도대체 왜 그러신겁니까? 팔륜성에서 가장 명망높은 검사이자 여덟 무가를 통틀어서 가장 배분이 높은 태상장문인인 당신이 뭐가 부족해서!!"
"젊음. 청춘. 그게 부족했네. 그것도 아주 많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아무리 뛰어난 무공과 산더미같은 재산을 같고 있으면 뭐하는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늘. 아무리 맛있는 산해진미와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을 앞에두고도 그걸 누리지 못하는게 노인의 비애라네. 아직 한창때인 어린세랑 행정관은 이해하기 힘들려나?."
"그건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섭리가 아닙니까?"
"그 하늘의 섭리를 역행할 수 있는 비술이 사흉신교에는 있었다네. 이른바 역천탈혼대법. 두 존재의 영혼을 뒤바꾸는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도달한 대법이지. 진법의 대가인 어린세랑 행정관도 이런식의 대법은 본적이 없겠지? 사실 이론상으로 알고 있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자연력을 필요로 하는지라 이 장소가 아니면 실행이 불가능한 대법이지."
"서, 설마 당신 천주랑과 영혼을 바꿀 생각인겁니까?"
"정답이네. 팔륜성 아니 사신성 역사상 최연소 팔륜이존이 탄생하겠지. 정신적인 깨달음만 있다면 육체의 부족함을 메꾸는건 제법 쉬운 일이거든."
나는 청룡신검 노태막의 태도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나와 어린세랑이 이 팔륜환선굴의 심처에 진입했다는 것. 그건 사흉신교의 부교주인 도철능약이 자신의 맡은바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곧 모든 계획이 수포돌아갔다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노태막은 마치 작전의 성공이 기정사실인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봐 이 나이값 못하는 노친네야. 도대체 뭘믿고 당신의 계획을 그렇게 꼬치꼬치 말해주는거지? 댁이 청룡신검이고 나발이고 나는 방금 사흉신교의 부교주인 도철능약을 쳐바르고 여기까지 온거란 말이다. 내가 당신이 역천탈혼대법인지 뭔지를 끝낼때까지 기다려줄정도로 친절한 사람으로 보이나?"
"그 역천탈혼대법은 본래 사흉신교의 것이였으니 그들이 그걸 사용하지 않았을리가 없지. 누가 뭐라해도 불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비술이니까. 그렇다면 그들이 처음 역천탈혼대법을 사용한때는 언제라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