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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부하를 소환해놓고 그 부하와 말다툼이나 하고 있으니 도철능약은 물론 어린세랑까지 벙찐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Ex등급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을 소환할라치면 항상 이런식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렇다고 푸스카녀석을 꺼내놓자니 엄한 부하 한명을 사지로 내모는 꼴인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를 소환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푸스카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든가 해야지 충성도 제로의 여포를 휘하에 우르르 두고 있는 기분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앞도 안보이시고 나이까지 많은 분을 핍박하고 싶진 않지만 자네가 순서를 중히 여기니 내 우버리퍼란 분을 고통없이 저승길로 보내드리겠네."
도철무흔도 제 1초식 건곤일척(乾坤一擲) 파천흉검기 폭자결 발(拔)
일전에 이매망량 천기를 한꺼번에 진토로 돌려보낸 그 초식이 도철능약의 배후에 자리잡은 흉신의 아우라로 인해 한층 더 강화되어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의 휑한 뒤통수를 내려찍었다. 장님인 우버리퍼였기에 딱히 비겁하다고 할 수 도 없는 공격이였다.
내가 우버리퍼를 소환한 직후 사라진 사령안 한짝의 행방을 놓고 아웅다웅할때 기다려준것만 해도 도철능약은 무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셈이였다. 눈도 없으면서 나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던 우버리퍼도 뒤통수가 서늘해지는걸 느꼈는지 급히 몸을 틀어 칠방삭으로 맞대응했다.
칠방삭, 사신의 영력을 형상화한 소울웨폰으로 다른 사신의 낫과 달리 우버리퍼 본인과 일체화되어 그를 죽인다고 해서 빼앗을 수 없는 성질의 무기였다. 주인과 같은날 같은시에 함께 태어나고 또 함께 영멸할 운명을 타고난 소울웨폰이 도철능약의 묵빛 도를 막아섰을때 상처를 입은건 다른 누구도 아닌 도철능약쪽이였다. 촤아아아악!
"커허억! 무슨 바보 같은!"
"고작 이런 녀석때문에 나를 부르다니 아크리퍼 네녀석도 많이 약해진 모양이구나. 내 칠방삭이 네녀석의 피로 물들날이 머지 않아도다!"
"그 반대다 이 빌어먹을 노친네야. 약해진게 아니라 이제 막 본래의 힘을 되찾아서 Ex등급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을 하나씩 소환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것 뿐이라고. 느슨해진 목줄을 다시 억!소리나게 조이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아직 싸움끝난거 아니니까 집중좀 하지?"
"아까부터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참는것도 한계가 있는데 말이죠. 무슨 잔재주를 부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끝입니다!"
도철무흔도 제 3초식 만화방창(萬化方暢) 파천흉검기 추자결 발(拔)
도철능약은 확실히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였다. 칠방삭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 발동조건이 검이 맞닿았을때라고 유추하고 원거리에서 검기다발을 쏘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우버리퍼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신을 추적해오는 검기세례에도 아랑곳 않고 무심히 칠방삭을 허공에 휘둘렀다.
칠방삭은 우버리퍼의 손가락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 움직임은 언뜻 보면 손사례를 치는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거절의 의사가 흉포하기 그지없는 암흑검기세례에도 통했는지 정체불명의 힘에 의해 차례대로 상쇄되기 시작했다.
칠방삭의 고유능력, 그것은 타격점에 타격력에 해당하는 벡터를 우버리퍼가 임의의 방향으로 7번 재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조건부 싸이코키네시스였다. 처음 칠방삭과 묵빛 도가 격돌했을때 도철능약이 상처를 입은것도 우버리퍼가 타격지점에서 타격력의 벡터뱡향을 뒤집은채로 7번이나 연속해서 재생산했기 때문이였다.
그건 사장급 사신의 영력이 형상화된 사신의 낫으로 도철능약을 7번이나 연거푸 찌른 꼴이였기에 아무리 견고한 호신강기를 갖추고 있는 사흉신교의 2인자라고해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칠방삭으로 허공을 찔러 타격점을 만들고 마찬가지로 반대방향의 타격력 벡터를 발생시켜 검기세례를 상쇄시켰던 것이다.
'그야말로 공격과 방어 어느 한쪽도 빠지지않는 전천후 능력이란 소리지. 사흉신교의 부교주고 나발이고 칠방삭의 고유능력을 파악하기 전까진 고생 꽤나 할거다. 나도 거진 물량공세로 때려잡은 양반이였으니까.'
"노부의 잔재주는 아직 한참이나 더 남았다만 네녀석은 호기롭게 소리친 주제에 이걸로 끝이라고 하진않겠지?"
"이, 이이이익! 이것들이 사정 봐가면서 싸워주니까 하늘 높은줄도 모르고 까불어대기는!!"
무투계 사신인 우버리퍼는 성난 도철능약의 빈틈을 노리고 무서운 속도로 그의 품안으로 파고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흥분하면 실수를 한다. 내가 경박한 세치혀로 전초전을 펼치는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으니, 도철능약은 생각지도 못한 장님 노인의 순발력에 칠방삭이 옷깃을 스치는걸 허용하고 말았다.
보통의 전투였다면 상대의 기습을 아주 잘 피해냈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칠방삭을 상대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저 옷깃만 스쳤을뿐인데 도철능약의 옆구리에 선명한 자상이 3개나 새겨지고 말았다. 칠방삭이 재상산한 4개의 벡터가 호신강기를 찢어버리고 그 사이로 남은 3개의 낫질이 생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 기습을 기점으로 우버리퍼는 더 이상 거리를 벌려주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난전을 유도했다. 개싸움이야 말로 칠방삭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였던 것이다. 너무나 깔끔하게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계속해서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나자 도철능약은 결국 흉신강림 모드를 해제했다.
아마도 호신강기에 더 많은 내력을 투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패도적인 파천흉검기의 힘을 포기한 모양이였다. 그렇게 도철능약이 수비적인 태세로 전환하면서 몸을 수놓는 혈선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전황이 유리해질리가 없었다.
"쥐새끼처럼 도망만 치는것이 마치 아크리퍼를 연상캐 하는구나! 헌데 그놈에게는 언데드 군단이 있어 끝내 나를 제압했지만 네놈은 혼자서 어떻게할 요량이냐?"
도철능약이 부교주라는 지위에 있는만큼 만약 여기가 사흉신교였다면 어마어마한 신도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팔륜성이였다. 역천혈강시라는 소모품에 가까운 부하들을 끌고 오긴했지만 팔륜성 전역에 혼란을 일으키느라 분산된 상태.
거기에 월영공 듀리스가 도올탄이 이끄는 일개중대의 역천혈강시들을 한줌의 먼지로 만들어 버렸으니 아군이 있을래야 있을 수 가 없었다. 저승의 존재인만큼 인간의 수명을 아득하게 초월한 시간동안 무예를 수련해온 우버리퍼는 꿀먹은 병아리처럼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도철능약을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사신들 또한 술사계열과 무투계열로 나뉘였으니 송제시왕의 글래셜투스는 굳이 따지자면 술사계열의 소울웨폰이였다. 즉 송제 사장 또한 술사계열일 확률이 높았으니 그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한들 도철능약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는 못했으리라.
우버리퍼는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였고 그렇기에 각종 악질 PK유저가 몰려드는 VOT 온라인의 명계를 통치할 수 있었던 거겠지. 결국 내 손에 제압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사령안 두짝을 갖고 있는 우버리퍼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악의 보스중 한명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도철능약이 전략을 바꿨는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도철무흔도 제 2초식 임전무퇴(臨戰無退) 파천흉검기 단자결 발(拔)
"장님을 상대로 이런 짓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말이지."
도철무흔보 제 1초식 답설무흔(踏雪無痕)
도철능약이 칠방삭의 맹공을 임전무퇴의 초식으로 한차례 막아낸 뒤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도철능약정도의 고수라면 사실상 은신술도 최소 절정에 달했다고 봐야 했으니 아무래도 내력의 흐름을 억제해 스스로의 존재감을 지워낸 모양이였다.
만약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가 사령안을 뺐기기 이전의 우버리퍼였다면 얄짤없이 은신한 도철능약을 쫓아가서 척살했겠지만 장님이 된 그는 망부석처럼 멈춰 서 있을뿐이였다. 눈이 있는 나도 도철능약의 흔적을 놓쳐버렸는데 우버리퍼라고 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령안을 발동해 영혼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려는 순간,
도철무흔보 극의(至極) 축지성촌(縮地成寸)
양파처럼 겹겹이 나를 둘러싼 이매망량의 방벽을 뚫고 도철능약이 내 배후를 점했다. 그의 속셈을 눈치챘지만 내가 어떤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 보다 도철능약의 모든 힘이 집약된 묵빛 도가 내 심장을 꿰뚫는 것이 먼저였다.
우버리퍼가 검치성과 천주랑을 넉다운 시킨 도철능약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자 안심하고 있던 어린세랑이 그 관경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녹색피가 묵빛 도를 타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가운데 나는 고개를 돌려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도철능약을 마주볼 수 있었다.
"미안하네. 하지만 간혹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라스트보스 보다 까다로운 중간보스같은게 있어서 그냥 건너뛴 다음 엔딩을 보는 일 말이야."
"쿨럭쿨럭. 무, 무인이 공간을 접고 뛰어넘을 수 있는줄은 몰랐군. 과연 만류귀종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야. 크흐윽!"
"그건 이쪽에서 하고 싶은 말일세, 옥사건군. 저렇게 강대한 소환수를 부리는 소환술사가 심장이 꿰뚫리고도 말을 할 수 있는 정신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니 반칙아닌가? 조금 구차한 변명이지만 그래서 나도 반칙을 범할 수 밖에 없었다네. 사실 축지성촌은 무공이라고 보다는 도술에 가까운 개념이거든."
"쿨럭쿨럭. 싸움에 반칙은 무슨. 그것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것이 있다. 사흉신교 교내서열 77위의 궁기련이라는 여자의 정확한 행방을 알고있나? 도올탄의 말로는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에서 연락책을 맞고 있다던데."
"뜬금없이 그런건 왜 묻는건지 모르겠군. 궁기련이라면 혼돈자령을 잃어버린 죄로 뇌옥에 갇힌 도올명과 도철광의 팀이였었지 아마? 모두 자기 둘의 잘못이니까 그 아이만큼은 벌하지 말라고 끈질기게 사정을 하는통에 기억하고 있지. 저승길에 미련이 남으면 곤란하니 내 특별히 알려줌세. 그녀는 주사위의 속사정이라는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면서 뫼비우스 정거장을 지나는 교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아 충분하고 말고. 우버리퍼 끝내버려."
참으로 공교롭게도 도올명이 내게 당했을때와 동일한 함정에 도철능약도 빠지고 말았다. 내 피를 한껏 머금은 묵빛 도는 도철능약의 손아귀와 함께 슈퍼 젤라틴화되어 주인을 속박하는 쇠창살이 되고 말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도철능약이 어떻게든 몸을 빼보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뒤에서는 우버리퍼의 칠방삭이 쇄도하고 있었다.
칠방삭이 다른 부위도 아니고 심장이 있는 부위와 접촉했다는건 적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일이였다. 칠방삭이 직접적으로 심장을 꿰뚫지 않았다고 해도 재생산된 7개의 벡터가 호신강기를 뚫고 도철능약의 심장을 난도질 해버렸다. 우버리퍼는 한번에 끝내지 않고 연이어서 칠방삭을 심장이 있는 왼쪽가슴에 찔러넣었다.
그렇게 7번, 14번, 21번의 낫질이 연거푸 도철능약의 가슴을 헤집어놓자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초인중의 초인이였던 도철능약도 붉은 피를 토해내며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사흉신교는 보통 도철, 도올, 궁기, 혼돈술사 이렇게 4명이 한팀으로 움직였기에 이걸로 팔륜성을 침입한 무법자들의 위험은 종식된거나 다름없었다.
남은 문제는 사흉신교와 내통했을 가능성이 높은 청룡문의 배신자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였지만 그것까지 내가 손을 벌릴 필요는 없었다. 사전에 말했듯이 나는 궁기련의 행방만 알아내면 손을 땔 생각이였기에 그 배신자를 찾아내는 일은 어디까지나 다른 일곱 무가에게 달린 일이였다.
"언제까지 그렇게 멍하니 있을 작정이지, 어린세랑? 백호문을 팔륜성에서 지워버리네 마네 할정도면 이 정도 실력을 갖고 있는게 보통 아니겠어?"
"처, 천주랑이 없어졌어요."
"뭐라고?"
"부상을 당한 검치성 관주님은 남겨두고 누군가가 기절한 천주랑만 납치해 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