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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239화 (23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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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잠깐 기다려 어린세랑. 무슨 소리가 들린다."

"휼륭하군. 과연 봉두검귀 검치성이 팔륜오객중 제일이란 소문은 사실이였던 모양이야. 1년만 더 늦게 이 팔륜성을 침입했어도 나는 팔륜오객이 아닌 팔륜이존을 상대했어야 했겠어."

"쿨럭쿨럭. 남자가 싸움 도중에 쓸데없이 공치사같은걸 하는게 아니야. 닥치고 어서 도를 뽑아라."

"나도 그러고 싶었네만 밖에 손님이 온것같아서 말이야. 일단 마중을 나가는게 예의 일것 같군."

파죽지세로 교단을 가로질러 팔륜학관의 교장실에 이르렀을때 익숙한 쇳소리가 들려 어린세랑을 멈춰세운 나는 면접장에서 면식이 있었던 팔륜학관의 관주 검치성이 피칠갑을 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앞에는 얼굴이 상처자국 투성이인 검치성과 달리 매끈한 얼굴의 미중년이 뒷짐을 진채 여유롭게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의 분위기가 너무나 상반되어 마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CG로 이어붙인것 같은 느낌이였다.

나와 어린세랑의 기척을 느꼈는지 예의 미중년이 검을 지팡이 삼아 필사적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검치성 관주를 뒤로하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뒷짐을 진것도 모자라서 한껏 멋을 부린 팔자걸음이였기에 방심하고 있던 내 앞으로 시커먼 검기가 덮쳐온다.

도철무흔도 제 1초식 건곤일척(乾坤一擲) 파천흉검기 폭자결 발(拔)

도를 뽑는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앗차하는 사이 무려 천마리의 이매망량이 증발해 버렸다. 물론 레레의 지휘아래 이매망량군이 단단히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던게 아니라 내 주위를 양파처럼 겹겹히 둘러싸고 있었던것뿐이였던지라 피해가 확산된 것일지도 모른다.

뭐 다떠나서 저 미중년이 백호문의 장문인인 백호권왕 양주청의 모든걸 담은 일격에 준하는 검격을 마치 숨쉬듯이 휘두를 수 있다는것을 두눈으로 확인했기에 나는 사령안을 전력으로 개안했다.

상대가 교내서열 7위 독혈여제 궁기수란보다 서열이 높다는건 말할것도 없는 일. 하지만 그의 영혼에서는 단순히 숫자놀이로 헤아릴 수 없는 격이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 여전히 평온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저 곱상한 얼굴뒤에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거지?

"호오 내 검격을 털끝하나 다치지않고 막아내다니 이로서 자네가 그저 근처를 지나가던 불운한 엑스트라는 아니였다는게 밝혀졌군. 그건 곧 내 존함을 듣고 이 무대에서 최후를 맞이할 영광을 얻게 됬다는 소리지. 나는 사흉신교의 부교주이자 교내서열 2위의 도철능약이라고 한다네. 자네의 이름은?"

"내 이름? 크크킄. 너같은 잡졸이 그걸 알필요가 있나? 어차피 얼마안가서 쳐 뒤질텐데."

"이런이런 내쪽에서 먼저 이름을 밝혔는데 예의가 없는 친구로군. 아무래도 무명소졸이라 이름을 밝히기가 부끄러운 모양인데 그런식으로 나오면 강제로라도 자네의 별볼일 없는 이름석자가 듣고싶어지지 않는가!"

"어린세랑 선생! 내가 시간을 끌고 있을때 어서 도망쳐서 여덟 무가의 핫라인을 통해 긴급상황을 선포하게!"

스스로를 사흉신교의 부교주라고 밝힌 도철능약이 당장이라도 내 정수리를 쪼갤기세로 달려든 순간 전투불능상태인줄 알았던 검치성 관주가 우리사이로 뒤어들었다. 검을 들고 서 있는것 자체가 신기해 보일정도로 그의 부상은 심각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도철능약을 잡아먹고도 남을정도로 흉흉했다.

"하, 하지만 지금 여덞무가의 전투조는 팔륜성 각지에 나타난 역천혈강시들때문에 움직일 수 가..."

"잠시 검을 맞대본것 뿐이지만 이 녀석은 여덞무가의 정예 전투조가 총출동 한다고해서 어찌할 수 있는 자가 아니야. 내가 말한 긴급상황은 팔륜일황 황룡거사님을 호출하라는 뜻일세. 물론 여덞 무가라고 해서 황룡거사님과 연락할 수단이 있는건 아니겠지만 모든 미디어 매체와 연락용 폭죽을 총동원해서 이 위기를 알리란 말일세. 팔륜성도 사신성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는 없지 않겠... 쿨럭쿨럭."

"황룡거사라... 그리운 이름이군. 그런데 사신성의 멸망 이후 몇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노친네가 팔륜일황이라니 팔륜학관의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나, 검치성 관주? 우리 사흉신교에서는 말이지 애들을 10일 정도 굶긴다음에 빵 한쪼가리를 던져주거든. 그러면 진짜 제대로된 독기로 무장한 놈들이 걸러져서 폭풍성장을 할 수 있지. 그런데 여기 학생들을 아까 잠깐 살펴봤는데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더군.

고작 강시따위를 보고 오줌을 지리질 않나 독안개 좀 마셨다고 퍼지질 않나 모든게 풍요가 불러온 패악이지. 가끔씩은 적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게 어떤가?"

"인륜을 저버린 사흉신교의 행태야말로 진정한 패악. 같잖은 논리로 우리를 설득하려하지 마십쇼."

"이거이거 꽤나 당찬 아가씨로군. 잠깐만 그러고보니 팔륜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팔륜제일미의 이름도 어린세랑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가면을 쓰고 있으니 원 알 수 가 있나. 어디 한번 벗겨..."

"이야하아아앗!"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검치성 관주가 마침내 검기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도철능약에게 돌진했다. 그 검기는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 검치성 관주와는 반대로 너무나 찬란해서 혹여 회광반조의 일격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도철능약도 그 매서운 검격을 괄시할 수 없었는지 묵빛 도를 뽑아들어 맞섰다. 찬란했던 검치성 관주의 검기가 사악하기 그지없는 암흑검기와 접촉하자 마치 물을 끼얹은것처럼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검치성 관주의 검술 경지를 떠나서 검기의 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였다. 무수히 많은 얼굴의 상처자국에 또 하나의 검상을 추가한 도철능약은 예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쓰러진 검치성을 사뿐히 즈려밟고 어린세랑에게 접근했다.

"그러면 어디 한번 그 가면을 벗어주시ㄹ..."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섬천낙뢰(剡薦落雷)

도철능약이 어린세랑에게 내민 손을 향해 익숙하다면 익숙한 뇌전의 검기가 쇄도했다. 팔륜오객에 그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청룡문의 소문주직에 자력으로 올라섬으로서 자신의 무위를 증명한 천주랑이 단신으로 교장실을 찾아온 것이였다. 그의 배후에 뇌전검기의 아우라가 번뜩이는걸 보고있자니 잊고있었던 뇌신검의 별호가 절로 떠오른다.

"천대주, 학생들은?"

"얼추 구조가 끝난것 같아 구룡대에게 근교에 있는 의원까지 수송을 맡겼습니다. 여기는 제가 맡을테니 세랑 낭자는 어서 용린루로 대피해 용린검수들과 합류하십쇼."

"이놈이고 저놈이고 어째서 나 도철능약의 앞을 잠시나마 가로막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지 모르겠군. 설사 시간을 번다고 한들 내 경공술로 따라잡을 수 없는 거리까지 도망칠 수 도 없을터인데. 이것도 풍요가 불러온 패악인가?"

"검치성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크으으으윽. 옛날 제자 앞에서 이게 무슨 꼴사나운 모습인지 모르겠군. 쿨럭쿨럭. 도망치라고 해서 도망칠 녀석도 아니니 하, 한가지만 조언해주마. 너무 오래 검을 맞대고 있지 마ㄹ..."

끝끝내 정신을 잃은 검치성 관주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런 주제에 검은 놓치않는 집념에는 정말이지 박수를 쳐주고 싶을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검치성 관주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도철능약은 조금도 지친 기색없이 오히려 이전보다 흉폭한 기세를 내뿜기 시작했다.

도철무흔도 비기(祕技) 흉신강림(凶神降臨) 파천흉검기 연자결 발(拔)

도철능약의 묵빛 도를 휘감은 암흑검기가 그의 손목을 타고올라와 어깨까지 휘감더니 산양의 뿔이 달린 호랑이의 형상을 띄기시작했다. 천주랑의 뇌신강림(雷神降臨)이 왜소하게 느껴지는건 기분 탓일까? 아니 기분탓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기파자체가 비교할 엄두가 나지 않을정도였다.

"검치성 관주도 무의미한 조언을 해줬군. 어차피 검이 맞닿을 새도 없이 일격에 끝날 텐데 말이야."

"얕보지마라!"

"얕보는게 아니라 고수가 하수의 실력을 정확하게 꿰뚫어본거다 이 애송아!"

도철능약과 천주랑이 격돌하자 대리석 조각들이 휘날리며 작은 돌가루 폭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 탓에 시야가 가려져 결과를 확인할때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보지 않아도 어느쪽이 패자인가는 정해진거나 다름없었다.

천주랑이 그동안 아무리 혹독한 수련을 했다고 한들 팔륜오객의 말석도 아닌 상석에 자리한 봉두검귀 검치성 관주가 당해내지 못한 상대를 쓰러트릴 순 없는 일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돌먼지가 게인 그 곳에는 뇌신강림 상태를 반강제적으로 해제당한 천주랑이 가까스로 흉신강림의 기파에 맞서고 있었다.

그리고 도철능약은 충분히 천주랑을 끝장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도가 아닌 주먹으로 천주랑의 명치를 후려갈겼다. 왜 아까부터 충분히 목숨을 거둘 수 있는 적들을 상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애들을 열흘간 굶긴 후 빵한쪼가리를 던져주는 자들이 베풀 수 있는 자비로 보여지진 않았다.

"ㅅ세랑아, 옥사건 준위곁을 떠나지ㅁ..."

"호오 혹시 이자가 팔륜제일미인 어린세랑의 숨겨진 연인이였던건가? 그렇다면 괜시리 미안해지는군. 그걸 미리 알았다면 한 열수정도는 적당히 봐주면서 어울려줄 수 도 있었는데. 좋아하는 여자앞에서 일수만에 쳐발리는것만큼 쪽팔리는 일도 없지않은가, 무명소졸 옥사건군? 이 곳에 남은 사람이라곤 자네와 어린세랑뿐이니 자네 이름은 옥사건이 틀림없겠지?

이제 나와 맞설 상대는 옥사건 자네뿐인것 같은데 혹시나 너무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느거라면 말해주게. 내가 특별히 자네만큼은 여자앞에서 망신당하지 않도록 3수만에 끝내주도록 하지."

좋아하는 여자의 안전을 위해 외간남자의 곁을 떠나지말라고 소리치는 천주랑의 그 마음이야 말로 사랑인것일까? 천주랑이 쓰러지기 직전 숨이넘어걸듯한 목소리로 토해낸 마지막 외침이 내 마음에 가벼운 파문을 일게 만들었다. 마치 철저한 독신주의자가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보고 일말의 부러움을 느낀 기분이랄까? 아아 옥사건 무르구나, 물러.

"라스트보스의 이름을 알았다고해서 바로 라스트보스와 싸울 수 있는건 아니지. 내 부하를 쓰러트린 다음에나 그 새치혀를 놀렸으면 좋겠군. 당장 그 혓바닥을 뽑아버리기 전에 말이야."

"도대체 어디에 자네의 부하가 있는건지 모르겠군. 설마하니 내 기감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은신술의 소유자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건 아니겠지?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네. 이 팔륜학관내에 있는것이라면 나는 개미새끼 한마리까지 세아릴 수 있다고."

"글쎄. 그건 어떨까나?"

흑단관구(黑檀棺柩)에 잠들었던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Blind)

묘지기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현현(顯現)하라

과거 VOT 온라인의 명계의 우두머리로서 죽은 플레이어들에겐 천외천 유저, 일반유저 관계없이 공포의 대상이였던 우버리퍼가 이 땅에 재림했다. 내게 사령안을 빼앗기는 바람에 장님이된 그는 대머리에 이마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옷도 후줄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였다.

그야말로 거리에 나가서 구걸하기 딱좋은 외양의 소유자,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 그나마 값이 나가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그가 오른팔에 손가락 대신 달고 있는 쇠붙이 7조각뿐이였으니 그것도 엿바꿔먹어봐야 두세개는 받을 수 있을가싶은 녹슨무기였다.

"아크리퍼... 네 이놈! 도대체 내 사령안에 무슨짓을 한것이냐!! 어째서 사령안이 한짝밖에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냐!!!"

"장님 주제에 그런걸 잘도 눈치챘군. 그런데 이 양반아 사령안은 내 눈깔이니까 내가 마음대로 한것뿐이야. 그러니까 신경끄고 저기 뒷짐지고 서있는 양반이나 쓰러트려. 비오는 날에 먼지나도록 얻어터지기 싫으면."

"아크리퍼 네놈은 사령안의 진정한 가치도 모르면서 어찌 그리 태평할 수 있는것이냐! 당장 다른 사령안 한쪽이 어디 있는지 불어라!!"

"뉘예뉘예. 진정한 가치를 몰라서 제가 간식대신으로 그냥 홀랑 먹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단념하시고 빨리 가서 저새끼 혀좀 칠방삭으로 저며버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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