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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이건 어떠냐 이 건방진 년아! 이 두손으로 독혈여제의 힘을 증명해보였단 말이다."
"그럭저럭 신선했어. 하지만 말이야 내 입으로 5분안에 끝낸다고 했으니 더 이상 꼬맹이 재롱을 지켜봐줄 순 없을것 같아."
분명 피분수를 뿌리며 사지가 터져나갔던 듀리스였지만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되감기 하듯 모든 장기가 다시 재자리를 찾아가더니 종국에는 드레스차림의 귀족적인 자태를 되찾았다. 오리지널 뱀파이어의 재생력은 트롤왕 리쿤다룬의 그것보다 한 수 위. 고작 사지가 찢겨나간 정도로 듀리스가 넉다운될리가 없었다.
디파일러 퀸도 아니고 상대가 빈사 상태에서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생환할줄은 몰랐는지 독혈여제 궁기수란은 물론 어린세랑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진짜 놀랄일은 다음 순간 펼쳐졌다. 듀리스가 눈을 감자 안그래도 독안개때문에 흐릿했던 주변환경이 아예 어두컴컴해져 버린 것이다.
심상세계(心像世界) 5번째 달이 지는 밤(Fifth Moondown) 개(開)
대낮에 태양이 지고 달이 떠오르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으니 바위조차 한줌 잿물로 녹여낼 수 있는 독공의 고수인 궁기수란이라도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놀라는 것도 잠시 이내 짱돌을 맞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린 궁기수란은 비명소리조차 토해낼 수 없게 되었다.
월영공 듀리스의 심삼세계 5번째 달이지는 밤의 능력은 바로 달의 그림자가 지는 장소의 인력과 척력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그야말로 달의 주인에 어울리는 힘이였던 것이다. 듀리스가 이 힘을 VOT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면 포이즌 스토커 길드따위에게 겁박당하는 일따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엔도미야가 듀리스의 리스폰 지역을 네크로폴리스 성채내부로 한정지었기때문에 낮도 밤으로 바꿀 수 있는 심상세계 동화율을 지닌 그녀가 달그림자가 지지않는다는 이유로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력과 척력은 단순히 적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적용되어 듀리스의 신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퍽!!!!! 안그래도 괴물같았던 완력에 달그림자의 척력이 더해지자 그야말로 손짓 한번이 일격필살의 내려찍기가 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궁기수란이란 개구리를 내장채 박살내버렸다. 동시에 혼돈결계가 풀리고 혼돈자령이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려 했으나 대기중이던 이매망량군에의해 포박되었다.
"주, 죽여줘..."
"음 뭐지? 분명 방금의 일격으로 머리를 터트렸는데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거지?"
"배쪽 부분을 살펴봐. 거기서 순수한 영혼이 포착되었으니까."
"어디어디. 꺄아아아악! 아, 아니 인간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징그러운 짓거리를 한걸까? 꿈에 나올까봐 무서워 죽겠네."
"제, 제발 나를 죽여줘 부탁이야..."
듀리스가 독혈여제 궁기수란의 배부분에 이식된 신원불명의 여자얼굴을 보고 기겁해서 뒤로 물러났다. 저게 순수한 영혼의 정체였던건가? 왜 저런 짓을 했는가는 사실 뻔했다. 무법자 체어맨이 VOT 단말기를 사용하기 위해 함비라는 꼽추를 왼팔에 달고 있었던것처럼 궁기수란 또한 VOT 단말기를 사용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납치했던 것이다.
팔륜학관의 선생님으로 잠입하기 위해서라도 VOT 단말기는 꼭 필요했을테지. 그런데 무인이였던 궁기수란은 그 시민에게 투명화 술식을 가르칠만한 여건이 안됬는지 끔찍한 인체연성을 통해 그녀를 복부에 달고다닌 모양이였다. 사흉신교놈들이 전부 이런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라면 체어맨의 해적단은 그야말로 신사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좋을정도.
스스로 대악당을 자처하는 나조차 이런 형태의 인체연성은 거부감이 앞섰다. 하지만 이 인체연성의 희생자를 위해서라도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에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그녀를 고통없이 보내주었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크크킄. 아니 내가 이런 추도문을 외우게 될 줄이야 오래살고 볼일이군.
"무법자들이 VOT 단말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엄한 사람들을 납치한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은적이 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쫄리면 이만 여기서 물러나지? 앞으로 더 어떤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나처럼 태생이 악당같은 놈들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지만 어린세랑 행정관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걸?"
"팔륜학관의 학생들이야 말로 앞으로 이 팔륜성을 꾸려나갈 미래입니다. 저 하나의 트라우마때문에 팔륜성의 미래와 닿아있는 징검다리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용린검가의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볼꼴 못볼꼴 많이 본 여자입니다. 어염집 규수처럼 취급하시면 곤란합니다."
"뭐 좋을대로 하라고. 그리고 누차말하지만 내가 여차했을때 몸바쳐서 어린세랑 행정관을 지킬거라고 생각하지마. 듀리스 더 싸울 수 있겠어?"
"기분나빠서 더 이상 못싸우겠어. 인간들의 추악한 상상력에는 정말이지 두손, 두발 다들었다고. 에보니 메이든으로 돌아갈테니까 다음에야 말로 반드시 따듯한 얼그레이 홍차랑 치즈케이크를 준비해 놓도록 해."
"예,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나는 듀리스를 내 그림자가 아닌 에보니 메이든으로 완전히 돌려보내고 어린세랑과 같이 팔륜학관내로 발을 내딛였다. 팔륜학관의 복도는 그야말로 유령의 집같은 고요함의 연속이였다. 아군도 적군도 보이지 않는 소강상태가 계속되어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때 어디선가 병장기 휘두르는 소리가 들려와 나와 어린세랑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구룡대는 진형을 갖춰서 학생들을 보호하라!"
"존명!"
"이 징글징글한 강시놈들 보니까 옛날에 만났던 그 재수없는 강령술사가 부리는 소머리괴물이 생각나네."
"초패랑 한눈팔지 말고 진형을 유지하는데 집중해! 만만히 볼 상대들이 아니다!"
"뭐야 초패랑 저녀석은 아직도 구룡대의 구멍이냐?"
"아니 감히 어떤놈이 낙성검 초패랑을 보고 구멍이라고... 히이익!!!"
소란스러움을 느껴 찾아간 그곳에는 반갑다면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뇌신검 천주랑을 위시한 구룡대원들이 중독된 학생들을 중앙에 둔채로 원형검진을 펼쳐 역천혈강시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발견하고 자세를 무너트린 초패랑때문에 그 견고했던 원형검진에 빈틈이 생기고 말았다.
핏벛검기를 휘두르던 역천혈강시중 한명이 동귀어진의 기세로 그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 역천혈강시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걸 확인한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녀석을 집어들어 저 멀리 집어 던져버렸다. 일종의 폭죽이 되버린 역천혈강시가 하늘을 핏빛 물감으로 물들였다. 저 칠칠맞은 녀석은 강시에게 자폭기능이 있다는걸 몰랐던건가?
"낙성검 초패랑씨, 전투 끝나고 봅시다."
"죄, 죄송합니다!!!"
"어째서 천주랑이 여기에..."
지금은 용린은리 사저랑 정략약혼을 한 상태긴 하지만 과거 학창시절때만 해도 미래를 약속했던 낭군님이 뜬금없이 등장하자 어린세랑도 못내 당황한 모양이였다. 나 또한 그가 한참 백토성에서 사상누각 커뮤니티의 엔츄라 여왕을 보좌하고 있을거라 생각했기때문에 그의 등장이 의외인건 마찬가지였다.
상대에게 자폭기능이 있다는걸 두 눈으로 확인한 천주랑은 열명남짓 남은 역천혈강시를 한층 더 신중하게 베어넘기며 학생들의 보호에 만전을 기했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역천혈강시를 특유의 뇌전검기로 한줌 재로 만들었을때 천주랑은 초패랑을 꾸짖는것도 잊어버린채 가면을 쓴 어린세랑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오, 오랜만입니다. 세랑 낭자.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글쎄요. 지금은 안부나 묻고 있을 때가 아닌것 같습니다만, 백토성에 있어야할 천대주께서 어찌하여 팔륜학관에 계신건지 궁금하긴 하군요."
"소문주가 경험을 쌓는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밖으로만 나도는것도 좋지않다면서 장문인께서 팔륜성으로 다시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착하자마자 이런 괴사가 일어나다니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군요. 물론 손이 모자랐던 팔륜학관에 저희 구룡대가 힘이 될 수 있게된 점은 다행인 부분입니다만... 세랑 낭자는 어찌하여 옥사건 준위와 함께 행동하고 계시는지요?"
"옥사건 준위라... 천대주와 옥선생님이 구면이였을줄은 몰랐군요. 저희가 함께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알고계시다시피 저는 팔륜학관의 지급 교사고 옥선생님은 이번에 새롭게 인급 교사가 되셨지요. 그리고 사흉신교의 습격이 지옥수련회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에 이루어졌기에 수업지원을 나섰던 저희 둘이 휘말릴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두분의 목적도 위험에 처한 학생들을 구하는거겠군요. 하지만 사흉신교가 만든 강시들의 무위가 제법 거셉니다. 여기서는 저희와 합류해서 학생들을 구하는편이..."
"멋대로 내 목적을 지례짐작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나는 학생들의 안위따위는 관심도 없고 사흉신교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생각도 없어. 그냥 놈들로부터 한 여자의 행방만 알아내면 내 볼일은 끝이다. 역천혈강시는 내게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놈들뿐이고."
"확실히 옥사건 준위의 무력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면 세랑 낭자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 목적도 천대주와 같습니다.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구하는건 당연한 의무니까요. 누구누구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지만... 즉 천대주와 합류하는 편이 제 목적을 달성하는데 용이하겠지만 문제는 천대주 당신이 청룡문소속이라는겁니다."
어린세랑이 과거 낭군님이였던 사내에게 하는 말투치고는 다소 차갑게 거절의사를 내비쳤다. 그러고보니 현재 청룡문은 우주경계를 담당하고 있어 사흉신교와 내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였다.
나야 천주랑이 그런 모략을 꾸밀만한 인사가 아니라는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오랜시간동안 떨어져 있었던 어린세랑 입장에서는 경계할만도 했다. 천주랑은 마치 온 세상에게 버림받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끝내 발걸음을 돌아섰다.
"현재 우주경계를 서고 있는 가문이 청룡문인탓에 다른 가문에게 의심을 사고 있다는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팔륜성 각지에서 출몰한 사흉신교의 강시들을 처리하느라 바빠 말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아마 대대적으로 감사팀을 꾸려 청룡선의 나사볼트 하나까지 조사하려 들겠지요. 그럼 따로 행동하는것으로 하되 제가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옥사건 준위에게서 떨어지지 마세요. 그의 곁이 지금 팔륜학관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일테니까."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살펴가시길."
"자 구룡대는 계속해서 학생들의 수색을 이어간다. 초패랑은 또 다시 진형이 흩으러지는 일이 없게 주의하도록."
"예, 옙!"
"그냥 천주랑이랑 같이 가지 그랬어. 목숨 걸고 어린세랑 행정관을 지켜줄텐데."
"저는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기 위해 팔륜학관내에 머무르고 있는게 아닙니다. 게다가 천대주가 말했듯이 타이밍이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사흉신교의 침공과 거의 동일한 때에 천대주를 불러들이는것은 물론 팔륜학관에 파견까지 시키다니. 미리 짜맞추지 않고서는 좀처럼 설명이 되지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린세랑 행정관은 저 순둥이 천대주가 뭔가 꾸미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뇨. 저도 천대주가 계략같은것을 꾸밀만한 인사가 아니라는것쯤은 알고 있지만, 만약 그가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가 설계한 장기판의 말이 된것이라면 곁에서 지켜보기 보다는 장가판 밖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으니까요."
"거참 되게 복잡하네. 어떤 놈이 이런 사태를 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그 장기판을 뒤집어 엎어서 턱주가리를 날려버리겠어."
장기말을 적절한 위치에 놓아 장군, 멍군해야만 승리를 거뭐쥘 수 있는건 게임에서일뿐. 실전에서는 그냥 장기판을 뒤엎은 다음에 상대가 항복을 외칠때까지 뒤지게 패버리면 그만이다. 다소 질색해야하는 표정의 어린세랑을 뒤꽁무늬에 달고 나는 그렇게 팔륜학관의 심처로 한발 더 다가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