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34화 (23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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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저 독공수업 담당 독고수란 선생님 계신가요?"

"제가 독고수란입니다만 무슨 볼일이시죠?"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새롭게 강령술 수업을 맡게된 옥사건이라고 합니다. 그 수업 도중에 독을 사용할려면 독고수란 선생님께 검수를 받아야한다고 해서요."

푸스카에게 모든 수업을 떠맡기고 직녀루에서 주지육림의 판을 열려고 했던 내 계획은 얼마가지않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팔륜성 최고의 교육기관인 팔륜학관의 학칙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까지 엄격하게 적용되어 수업시간내에 농땡이를 치는 일따윈 불가능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게 된 나는 이번엔 수업중 독과같은 위험물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분야의 전문가에게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이렇게 다른 교사의 자리를 찾아온 것이였는데... 이 신입 여교사 눈물점이 진짜 매력적인데?

"정확히 어떤 독을 어떻게 사용하려고 하시는거죠?"

"뭐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고 그냥 언데드 하수인들에게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모의전투를 할 예정입니다. 물론 언데드 하수인들이 일방적으로 독이 발린 암기를 얻어맞게 되겠지만요."

"흠. 그렇다면 청색반시뱀의 독을 천분의 일로 희석한 걸 사용하면 되겠군요. 설사 중독된다고 해도 가벼운 발진이나 오한이 들뿐이겠지만 혹시 모르니 이 항혈청을 가지고 가세요."

"감사합니다."

"아, 그렇지. 옥선생님은 여기서 항혈청을 맞고 가시겠어요? 혹여나 교사가 독에 중독된다면 학생들한테 비웃음을 사게 될테니까요."

"아니 저는 괜찮습..."

"흐으응. 그러지 마시고 맞고 가세요. 아프지 않게 놔드릴게요."

그 어떠한 형태의 독도 통하지 않는 얼티밋 언데드 폼을 소유한 내게 항혈청따위는 무의미한 조치였지만, 독고수란 선생이 옆가슴을 들이밀며 내 한쪽 팔을 걷어부치자 나는 저항할 수 가 없었다. 눈물점도 눈물점이지만 이 여교사의 빨통은 최소 D컵 이상이라 마치 쿠션위에 팔을 기댄 느낌이였다.

그렇게 청색반시뱀의 독을 천분의 일로 희석한 교재용 독과 항혈청을 받아든 나는 헤실헤실 웃으며 독고수란 선생과 작별을 고한뒤 내 자리로 돌아갔다. 비교적 젊은 교사들이 나를 독사같은 눈초리로 노려보았지만 내가 그깟 위협에 굴할 위인이던가? 앞으로도 억지로 수업중에 독을 사용해서 독고수란 선생의 주사를 맞아야겠군.

*    *    *    *

"에 그러니까 학생들은 차례대로 나와서 이 독이 발린 암기를 눈앞의 소머리를 한 언데드에게 던지세요."

"이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그건 언데드한테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글이 아닌 실전으로 익히기 위함이죠."

"앞으로의 수업도 이런식으로 진행되는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모의전투를 통해 언데드의 특성을 하나하나 익혀나갈겁니다. 오늘은 일방적으로 언데드에게 암기를 날리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겠지만 앞으로는 실전을 방불케하는 대련이 있을 예정이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아뇨. 저희가 실망한건 그부분이 아니라 강령술 수업을 들으면 못해도 죽은 개정도는 하수인으로 부릴 수 있을줄 알았거든요."

"어렸을때부터 내공심법으로 단전을 키워온 여러분들은 강령술을 익히실 수 없습니다. 설사 익힌다고 해도 급격하게 육체가 약화되어 지금까지 익힌 무예가 무용지물이 될 수 도 있으니 꿈도 꾸지마세요."

계절학기 첫주에 실시된 첫수업은 그야말로 맛보기 같은것인지라 만약 학생이 해당 수업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않는다면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었다. 내 강령술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대게 실전 대련보다는 미약하나마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하수인을 갖길 원했던 모양인지 하나둘씩 자리를 뜨고 있었다.

수업을 받을 학생이 적으면 적을 수 록 수업은 물론 성적관리도 편해지기에 나는 겉으로는 슬픈척하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재미삼아 독이 발린 암기를 던지러온 학생들마저 떠나자 남은 학생들은 열명도 채 되지 않았다. 바구니 한가득 준비해논 암기와 항혈청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였다.

그렇게 남은 학생들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그 어떤 불상사도 없이 스무스하게 암기투척이 끝났다. 애시당초 팔륜학관에 입학했다는것 자체가 어느정도 수준높은 무공훈련을 받았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실수로라도 자신이 던진 암기에 중독되는 얼뜨기도 없었거니와 혹여나 있을지 모를 오투를 대비해 이매망량을 전역에 깔아둔 덕분이였다.

다음주가 되면 저중에서 또 몇명이 이 수업을 철회할까?같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나는 수업보조 요청을 받은 지옥수련회 수업장으로 향했다. 독공 담당의 독고수란 교사가 내게 수업중 독사용을 요청받은것처럼 나 또한 계절수업의 일종인 지옥수련회 수업내에 사용될 언데드 하수인을 요청받은 것이였다.

"어린세랑 행정관도 여기 있었네. 지옥수련회 수업은 처음이라 그런데 그냥 여기서 이렇게 대기하고 있으면 됩니까?"

"팔륜학관내에서는 선생님이란 칭호를 사용해주세요, 옥선생님."

"아 그러니까 친한척하지 말라 이거죠? 세랑 선생님."

"알아들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지옥수련회를 담당하는 천급 교사님이 곧 오실테니 그 분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언데드 하수인을 지옥수련회에 도입한건 처음이니 가급적 학생중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물론 팔다리 하나정도 부러지는건 상관없습니다. 애시당초 그 정도 부상에 앓는 소리를 낼 학생이라면 이 지옥수련회에 참가하지도 않았을테니까."

"그것참 살벌하네요."

지옥수련회. 그건 지구의 고등학생이라면 한번쯤 가봤을 수련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팔륜학관의 기숙사생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팔륜학관의 뒷동산에서 취침을 해야했고 평소 학내 분위기와는 다른 빡센 기합을 받아야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어느정도 무인의 티를 내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단련시키는 만큼 고함만 고래고래 지른다고 해서 조교에게 칭찬을 받을 순 없다는 것이였다. 그야말로 살아남느냐 살아남지 못하느냐가 중점이 되어 매일매일 수료생이 줄어나가는 서바이벌 형태의 수업방식.

단기적으로 빠른 성취를 보일 수 있다는 점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학생들한테는 어떨련지? 천급 교사의 인도 아래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듯한 얼굴로 줄을 선 학생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이 지옥수련회는 정말로 지옥 그 자체인듯했다.

"이 지옥수련회의 목적은 여러분들이 험난한 우주에 나아가기 앞서 실전능력을 배양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흘린 피와 땀이 나중에 여러분들의 목숨을 구할 수 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라며 향후 일정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독공 담당의 독고수란 선생님의 주도아래 화생방 훈련이 있겠습니다. 실제로 인체에 치명적인 독은 아니지만 그렇게 가정하고 내공을 통해 독기를 몰아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진법 담당의 어린세랑 선생님과 강령술 담당의 옥사건 선생님의 합..."

방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옥수련회를 주관하는 천급 교사의 이어지는 설명은 학생들이 어린세랑이 펼친 진법 속에서 내 언데드와 대난투를 벌인다는 내용이였다. 급소를 찔려도 죽지 않고 지구력이란 개념이 없는 언데드를 상대로 주변환경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인것 같은데 지옥수련회 첫날부터 다 나가떨어지는거 아니야?

그런 내 걱정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화되었다. 측각살무사의 독을 천분의 일로 희석해서 만들었다는 독무가 퍼지자 학생들이 하나같이 자지러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원래는 독무를 흡입하자 마자 가부좌 자세를 취해서 운기조식을 해야했는데 너무나 고통스럽다 보니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였다.

지옥수련회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이미 항혈청을 주사받은 상태였던지라 묵묵히 그 관경을 지켜볼 뿐이였다. 비교적 정신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어찌어찌 가부좌 자세를 취하는데 성공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맥을 못추고 있었다.

왜 이런 훈련이 필요한가를 명약관화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였다. 막말로 독고수란 선생이 여기 있는 수십명의 학생들을 몰살시키려고 마음먹었다면 진즉에 게임 셋이였을 것이다. 학생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을때 독고수란 선생이 독무만 뿌리고 놀고만 있지는 않았을테니까.

"이번 기수는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지옥수련회 수료생들중에 최악이군요. 독고수란 선생 아직도 독기를 배출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항혈청을 주사해주신 다음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해주십쇼."

"예, 그렇게하죠."

"우욱, 아닙니다! 아직 할 수 있습니다."

"몇몇 학생들때문에 지옥수련회 일정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건 알고 하는 소리입니까!? 앞으로 3박 4일은 더 고생해야하는데 첫날부터 이렇게 요령을 부리면 본 교관이 같이 끌고 갈 수 가 없습니다!"

"지, 집에 가는것만은 제발! 아버지한테 맞아죽습니다."

"10분. 마지막으로 10분 드립니다. 이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때까지 독기를 배출하지 못한 학생은 정말 집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교관이 농담하는거 아닙니다."

"으으으으윽!!"

본래 계절학기는 본학기보다 널널한것이 보통이건만 이 불쌍한 아해들은 방학동안 놀지도 못하고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지. 쯧쯧. 그런 생각을 하며 이미 독기 배출을 마친 학생들을 둘러보는데 그중에서 유독 눈에 독기가 가득찬 학생이 한명 있었다.

바로 직녀루에서 천급 기녀 홍실이를 두고 나와 시비가 붙었던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이였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도 이 지옥수련회에 참가한다고 했지. 그때의 일로 모종의 각성을 했는지 군말없이 제일 열심히 지옥수련회의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었다.

생판남이였던 그때와 달리 나와 양해청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사제관계에 놓였기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서 격려의 말이라도 전해줄까 싶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겠지. 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제 아비의 자존심을 구기고 돈까지 앗아간 나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크크킄.

마침내 지옥수련회를 담당하는 천급 교사의 모래시계가 모두 바닥났을때 아직 독기를 배출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미 혼절한 상태였다. 독고수란 선생에게 항혈청을 주사받고 들것에 실려나간 그들. 지옥수련회의 남은 프로그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되었으니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면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바로 극한환경속에서 강시와 비슷한 존재인 언데드를 상대하는 실전훈련을 갖겠습니다. 학생들은 준비된 벽곡단과 생수를 통해 허기를 채우도록 하세요."

이렇게 갖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는데 먹을건 고작 저 콩 한쪼가리라고? 나같으면 진작에 때려치고 직녀루로 달려가서 천급 기녀를 옆에 끼고 산해진미를 먹어치웠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독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기력을 소모한 탓인지 누가 뺏어갈세라 허겁지겁 벽곡단을 먹어치웠다.

저래뵈도 제법 고열량 식품이라고 하니까 다음 훈련 프로그램에서 배가고파 쓰러지는 학생들은 없겠지. 쉬는 시간조차 모래시계로 정확히 두번 뒤집어 20분을 잰 천급 교사가 사자후를 사용해 다음 훈련의 개시를 알려왔다.

학생들이 미리 진법을 그려둔 공터로 이동한 뒤 나는 천급 교사의 요청을 받아 푸스카를 포함한 미노타우르스 좀비 일개소대를 소환해 일렬종대로 배치했다. 언데드 하수인들이 내 제어를 벗어나 학생들을 해칠일은 없을거라는 나름의 의사표현이였다. 그리고 어린세랑과 천급 교사가 눈짓을 주고 받은 순간 너른 공터였던 주변 환경이 급변했다.

금방이라도 악령이 뛰쳐나올것 같은 공포스런 분위기의 늪지. 환상술식으로 따져도 칠십번대는 되야 가능한 환경조성이였기에 나는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세랑의 진법 수준이 이정도였을줄이야. 역시 괜히 팔륜학관의 지급 교사가 된게 아닌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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