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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232화 (23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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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면접날 당일 어린세랑이 예약해준 무인택시를 타고 팔륜학관으로 향하게 된 나는 수공을 직접 가르쳐준다는 어린세랑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고 있었다. 수공이라면 역시 물속에서 익혀야하니까 어린세랑의 비키니 차람이라던가 물에 흠뻑젖어 속이 비치는 와이셔츠 차림을 볼 수 있는건가?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다. 분명 잠수부들이 입는 전신수영복을 입고 나오겠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았다. 이미 우주에 다시없을 망나니로 찍힌 마당에 누구 보기 좋으라고 비키니같은걸 입고 나오겠는가.

팔륜학관에 거의 다달았다고 네비게이션이 알려오기에 주위를 살펴보니 비교적 한적한 산골마을이라는 느낌이였다. 물론 팔륜학관이 팔륜성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꼭 거쳐야하는 등용문 같은 곳인지라 토속적 건물들뿐이라 해도 사람들은 바글바글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을 보러온 학무모들이나, 학식이 질려 잠깐 외식을 하러 나온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주머니로부터 돈을 쓸어담고 있는 각종 상인들. 학생들이 하나같이 여덟고리가 새겨진 정갈한 무복을 착용하고 있었기에 그 세 무리를 구분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런데 시대가 어느때인데 제복을 입혀놓냐. 학교 시스템 자체는 대학교의 학점제를 따르고 있으면서 말이지. 그 제복이 이쁘면 또 몰라 디자인은 더럽게 밋밋하면서 쓸데없이 옷감만 새하얘가지고 때타면 엄청 티나겠네. 뭐 최소한 두발 규제는 안하는것 같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는건가.'

그냥 제복만 딱 봐도 도사님처럼 산에 틀어박혀서 무공수련이나 하라는 팔륜학관의 꼰대 마인드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이러니 백호문의 소문주인 양해청이 외박을 받자마자 뛰쳐나와 홍실이를 다급하게 찾았던거겠지.

뭐 그렇다고 이제와서 양해청의 무례한 짓거리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줄건 아니였지만, 최소한 그의 행동의 저변에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보상금을 1%정도는 할인해줬을텐데.

무려 80,000VP, 천급기녀와 80번이나 씹질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할인해줄 생각을 하다니 나는 역시 자비로운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인파를 헤치고 팔륜학관의 정문으로 드러서니 이런 절경이 따로없었다.

내가 팔륜성에 도착했을때 상상했었던 으리으리한 장원에 배산임수의 자연경관이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VVIP만을 상대하는 팔륜성 최고의 홍등가인 직녀루 보다도 웅장하기 그지 없는 건물들과 일필휘지로 멋들어지게 써내려진 건물 현판들. 다만 한가지 직녀루에 비해 부족한게 있다면 술과 여자가 없다는거겠지.

"어떤 목적으로 팔륜학관에 오셨습니까? 지금은 아직 정규학기중이라 학생과 교사가 아니면 입장이 불가합니다. 팔륜학관을 관광차 둘러보고 싶으신거라면 곧 있을 계절학기때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그 뭐시냐 인급 교사 면접 보러왔습니다. 서류전형이 통과됬다는 연락이 와서 말이죠."

"아하 인급 교사 후보셨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팔륜학생들의 착용하는 제복에 노란 완장을 착용한이가 제 집드나들듯이 정문의 경비실에 들어갔다나오더니 내 목에 출입증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아니 명색이 팔륜성 최고의 교육기관인데 경비원 하나 고용할 돈이 없어서 학생한테 떠넘긴건가? 나는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의 길안내를 경청했다.

"중간중간 인급 교사 후보분들을 위한 임시 이정표가 있으니 중간에 다른데로 새지만 않으시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겁니다. 다만 그 출입증을 항시 패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면접시간까지 제법 여유가 있으니 대기실에 준비된 차라도 마시면서 천급 교사님들의 호출을 기다리시면 될겁니다."

"아, 예. 그런데 제가 잠깐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화장실은 어딘가요?"

"그거라면 저쪽에 해우소라는 현판이 달려있는 건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희들의 선생님이 되실지도 모르는분인데 말은 놓으셔도 괜찮습니다."

"어, 어. 그래 고맙다."

말쑥한 얼국에 깔끔한 매너까지 여학우들에게 인기좀 있을것 같은 놈이로군. 나는 친절한 안내까지 받아놓고 적개심을 불태우며 해우소로 향했다. 외관은 전통적인 기와집이였지만 내관은 센서로 작동하는 소변기와 전 좌석 비데에 빛나는 최첨단 화장실이였다.

사실 소피를 보기 위해서 화장실에 방문한게 아니였기 때문에 시설따윈 아무래도 좋은것이였지만, 잠시 동안 이곳에 머물러야 했기에 벌레가 꼬이는 일없이 좋은 향기가 나오도록 설계된 공기정화기는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화장실에 들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몸의 제어권을 라스트 템플러 에녹에게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내가 성질을 죽이려고 해봤자 면접관인 천급 교사들이 압박면접이라도 하는 날에는 타고난 망나니 마인드가 만천하에 공개될거란건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만큼 지금의 나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태였던지라, 그럴바에는 타고난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에녹으로 하여금 대신 면접을 보게 하는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나왔던 것이다. 뇌손상을 입었을때만 발동되는 긴급솔루션 에녹이였지만 그걸 설계한 장본인이 나였기에 의식적으로 그걸 발동시키는건 일도 아니였다.

"라스트 템플러 에녹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오냐. 이번에는 네가 전투가 아닌 다른 종류의 일을 하나 해줘야겠다. 뭐 그냥 네가 평소 하던대로 행동하면 되는거니까 어려울건 없을거야."

"그런데 전의 다중분신을 쓰는 자와의 전투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꽤나 전세가 불리한 상태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당연히 내가 개쳐발랐지, 짜샤! 다른건 몰라도 이 우주에서 나를 쪽수로 밑어붙여 이길 수 있는 놈이 있을것 같냐? 나야 나, 일인군단 아크리퍼!'

"그랬군요. 잠시나마 주인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저를 용서하십쇼. 그런데 말입니다. 절대 재촉하는건 아닙니다만 일전에 말씀하신 제대로된 검은 언제 준비될 수 있을런지요. 혹여나 다시 전과 같은 전투상황이 벌어졌을때 검이 부러져 주인님의 옥체를 지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거라면 잠깐 인벤토리좀 열어봐. 거기 아마 못보던 무기가 3개정도 있을텐데 차례대로 하나씩 뽑아서 에녹 너한테 맞는걸 찾아봐.'

일전에 야미도엔이 몽환경을 사용해 내 꿈을 침식했을때 예기치 못한 소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물푸레나무 곤봉, 플루토늄 소드 그리고 블러디 카타나였다. 사실 구십번대의 무기답지 않게 계륵이나 다름없는 놈들이였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의 강인함을 생각하면 아예 활용할 방도가 없는건 아니였다.

'진토술 뱀의 형상편을 마스터한뒤 이 3대 괴검에게 시전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하수인이 탄생하겠지만 어느 세월에 이걸 다 공부할 수 있을까.'

"주, 주인님 이 둔기계열로 보이는 무기는 완력이 부족해서 인벤토리에서 꺼낼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만..."

'아 물레나무 곤봉을 말하는거지? 그거라면 이매망량이 만기 정도 달라붙어야 들 수 있을까 말까 할걸. 그건 그냥 스킵해.'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 녹색 아우라를 풍기는 바스타드 소드를... 히이익! 주인님 이 검을 잡은 손에서 털이 자라났다가 빠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변이 에너지를 주입해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플루토늄 소드. 사실상 이건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할 3대 괴검중에서도 최악의 무기였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부작용을 감수할 수 있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은 단순히 트롤의 골수세포 이식을 통해 혈소판의 상처봉합작용을 가속화하는걸 넘어서서, 혈관전체에 원본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변이술식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플루토늄이 발산하는 변이에너지에 어느정도 저항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얼티밋 언데드 폼 입장에서는 그 변이 즉 털이 난다거나 하는 부작용 자체가 일종의 원본을 손상시키는 행위로 취급되서 지속적으로 회복을 위한 마력이 빠져나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플루토늄 소드의 변이 아우라때문에 정체모를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 보다는 백배천배 나은 패널티였다.

'어차피 내 몸뚱어리니까 걱정붙들어 매고 그 검으로 저기 있는 휴지를 베어봐.'

"알겠습니다. 흠 검자체는 아발란체의 원형 못지않은 명검인것 같습니다만... 히이익!"

전생에 마왕을 베어넘겨 마왕격살자라는 칭호를 얻었던 에녹에게는 너무나 초라한 목표였던 휴지밑단. 그러나 그걸 깔끔하게 베어넘긴 에녹의 입에서는 마왕과 싸울때도 나오지않았던 새된 비명이 튀어나왔다.

플루토늄 소드의 변이 아우라의 영향을 받은 두루마리 휴지가 마치 달팽이처럼 변해 바닥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른 이가 보면 괜히 의심을 살까 두려웠던 나는 급히 이매망량을 이용해 그 거대 달팽이를 변기에 쑤셔넣고 물을 내려버렸다.

다행히도 수압이 굉장했던 까닭에 본래 두루마리 휴지였던 달팽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에녹은 알아서 플루토늄 소드를 인벤토리안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블러디 카타나가 특유의 핏빛 칼날을 번뜩이며 에녹을 유혹하고 있었다.

"음 검신의 길이나 형태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전의 것들에 비하면 제가 사용하던 검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무기인것 같습니다. 후우. 또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크윽!"

에녹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그가 블러디 카타나를 뽑았을때 일어날 일들을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다. 내 몸에서 녹색피가 1.5L 가까이 뽑아져 나오더니 무서운 기세로 블러디 카타나의 검날에 흡수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사막에서 굶주렸던 야수가 오아시스를 들이키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피손실은 얼티밋 언데드 폼에게 그렇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였다. 물론 피를 빨린 당사자인 에녹은 아주 가벼운 빈혈기를 느낀듯 했지만 이내 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블러디 카타나의 핏빛검신은 플루토늄 소드마냥 녹색검기로 코팅되었다. 저게 사용자의 피를 흡수해 유지한다는 유혈검기라는건가?

"이건... 굉장하군요. 보통 신성력을 부여받은 성기사는 오러소드를 사용할 수 없기때문에 저도 정확한건 알 수 없습니디만 이 정도면 기사단장급은 되야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오러소드입니다. 게다가 이 오러소드 제 의지에 반응해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것 같군요. 단순히 무기를 사용하는것 만으로 오러 유저가 될 수 있다니 정말 터무니없는 마검 아니 괴검입니다. 다만 주인님의 피를 제물로 바쳐야한다는게 좀 꺼림칙합니다만..."

'어차피 에녹 너는 내 뇌가 조각모음을 끝낼때까지 살아남기만 하면되는거잖아? 네 말대로 그렇게 대단한 괴검이라면 그정도 패널티는 감수해야지. 자 그럼 무기선정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면접준비를 해볼까? 에녹 너 면접같은거 본적 있냐?'

"성기사단장으로 추임될때 추기경분들과 대면해 면접 비슷한걸 진행한적이 있었습니다만 제 신앙의 독실함을 재확인하는 다소 형식적인 자리였던지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맞아. 면접은 원래 그런거야. 존나게 형식적인거라고. 그냥 면접관이 뭐라고 하든 예, 예라고 대답한 다음 가끔씩 면접관님의 식견에 감탄했습니다라고 추임새를 넣으면 완벽하지. 혹시 강령술사에 관련된 질문을 건넨다면 내가 말하는대로 하면 되. 어차피 저 새끼들도 평생 칼질만 하던 놈들이라 강령술식은 커녕 술식에 대해서도 좆도 모르겠지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자.'

나는 인급 교사 후보들을 위한 이정표를 발견할때까지만 잠시 에녹의 네비게이션이 되어 길을 인도한 다음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 이 뒤는 에녹이 알아서 잘할것이라고 믿어 의심않기 때문이였다. 면접 하나 보는데 무슨 이런 소란을 피워야 하나 싶지만, 팔륜학관의 교사는 지덕체 뭐 하나 빠지는게 있으면 안된다고 하니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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