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31화 (231/599)

0231 / 0316 ----------------------------------------------

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수명과 재산을 한순간에 털려버린 백호권왕 양주청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나도 인간이였던 지라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1g정도 생겨났지만 이내 800만 VP라는 거금과 백호문의 상승무공을 얻었다는 희열 99g이 퍼부어져 양심의 가책따위는 씻은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불로소득으로 빵빵해진 잔고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을때 어린세랑이 응접실로 복귀했다. 가면때문에 정확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보지 않아도 나의 터무니없는 행동때문에 기가찬 얼굴을 하고 있을터였다.

"기여코 800만 VP를 받아내신겁니까?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나오는군요. 제가 요 몇년간 용린검가의 살림살이를 아끼고 또 아껴서 절약한 돈이 200만 VP였습니다만 그 4배에 달하는 돈을 참 쉽게도 버셨습니다."

"어린세랑 행정관, 지금 비꼬는거야? 억울하면 내가 세랑 행정관도 단숨에 800만 VP를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저는 옥사건님처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약자를 핍박해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뒷골목 양아치들이나 할법한 짓거리니까요."

"그 핍박을 누가 먼저 했는데!!! 빌어먹을 양해청 그 자식이 백호문이란 뒷배를 믿고 천급 기녀랑 만리장성을 쌓기 직전에 훼방을 논것도 모자라서 내가 예약한 기녀를 빼앗아가려 했단 말이다. 그래그래. 대단하신 백호문의 소문주님이 보기에는 내가 같잖아 보였겠지. 제대로된 근육조차 없이 비쩍 말라가지고는 키도 작았으니까. 그렇다고 옥씨가 무슨 대단한 가문출신인것도 아니였으니 백호문의 위세를 앞세우면 내가 금새 꼬리를 말거라고 생각했을거야.

나한테는 보인단 말이다. 그런 개좆같은 인간군상들의 잡스러운 생각들이. 그러니까 나는 실력행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거야. 쥐좆만도 못한것들이 쥐구멍을 뒷배랍시고 으스대는 꼬라지를 그대로 지켜볼 순 없잖아. 안그래? 안그렇냐고!! 이런이런 미안. 여자를 핍박하는건 뒷골목 양아치들도 안하는 짓인데 It's my mistake. 아 맞다. 800만 VP를 버는 방법말인데 어린세랑 행정관이 나만의 기녀가 되면 800만 VP정도는 지불할 수 있을것 같아. 팔륜일미의 프리미엄이랄까."

"도대체 당신같은 종류의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군요."

"그럼 그냥 식객이고 나발이고간에 그냥 쫓아내! 용린성씨도 안줄거면서 뭐하러 나를 붙둘고 있는거지?"

나는 여자를 핍박하는건 양아치만도 못한 짓이라고 한지 5초도 되지 않아서 다시 어린세랑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내가 원래 미친놈이긴 했지만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를 통해 급격한 영력 상승을 이루면서 살짝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이였다.

특히 디파일러 킹 긴고의 눈을 섭취해 Ex등급의 영력을 달성한 그 시점부터 눈에 띄게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졌다. 그럼에도 내가 그걸 내색하지 않은 이유는 원래 독한 술에 더 독한 술을 섞어봤자 크게 티가 안나는 것처럼 나 자신이 그런 싸이코패스같은 정신상태를 정상의 범주라고 여기고 있기때문이였다.

사실 내색한다고 한들 이런 종류의 증상을 상담해줄 수 있는 존재도 없었다. 지구의 정신과 의사에게 말해봤자 당장 나를 정신병원으로 끌고가려 할테고 다른 행성의 정신병원이라고 해서 딱히 다를건 없을 없을터였다. 아무튼 요는 내가 평소보다 한층 더 레벨 업된 또라이 모드라는 사실이였다.

"저도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같은 당신을 용린루에 두고싶진 않습니다만, 이미 당신에게 용린성씨를 내리라는 용린혁 어르신의 명을 어긴 마당에 손님 자격까지 박탈한다면 더 이상 그분을 뵐 낯이 없을테니까요."

"거참 대단한 충성심이로군. 어린세랑 행정관의 나이를 생각하면 용린혁 어르신을 만난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텐데 말이야."

"확실히 저는 용린혁 어르신의 얼굴을 사진으로만 기억할뿐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죽어서 정체불명의 이공간에 소환된 순간까지 용린검가를 생각하신분입니다. 용린검가가 구호선을 얻어타서 멸망직전의 사신성을 탈출했을 당시 저희는 동해용궁의 인어족들 보다도 어려운 상황에 쳐해있었습니다. 그때 적지않은 VP를 매달 송금해 저희가 드넓은 우주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것이 바로 용린혁 전 가주 아니 저희들에게는 영원한 가주로 기억될 그분입니다."

"VP를 보내줬다고?"

나는 용린혁 가주가 용린검가측에 VP를 송금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라이 기질은 잠시 접어두고 탐정이 되어 추리를 해보니 마치 여신마켓의 셀러들이 1억 VP를 모으면 다시 부활할 수 있는것처럼 VOT 온라인의 주민들도 NPC 역할을 통해 월급을 받고 그걸 1억 VP까지 모으면 부활할 수 있었던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디파일러가 존재하지 않는 VOT 온라인의 주민인 용린혁 가주가 VP를 모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즉 용린혁 가주는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용린검가를 위해 모든 월급을 송금했다라는건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희생 플레이였지만 그 지원금 덕분에 지금의 용린검가가 이렇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것이리라.

'인어족들을 위한 컨테이너 하우스만 50만 VP, 팔륜이존의 일인인 천빙검후 여사태의 1년치 수업료로 500만 VP. 합해서 550만 VP를 아무렇지않게 지불한걸 보면 용린검가의 1년치 예산은 백호문보다 많다는 뜻이겠지.'

"그런 용린혁 가주님이 어찌하여 당신같은 천방지축 망나니를 제자로 받아드리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하해와 같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귀한 손님대접을 받아야 할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귀한손님으로 대접하고 싶으면 일단 그 말본새부터 고치지 그래? 내가 망나니인건 사실이지만 진짜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면 화가 나는것처럼 진짜 망나니한테 망나니라고 하면 나도 무척이나 열받는다고."

"됐고 이거나 받으십쇼. 백호문의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게된 옥사건님에게는 더 이상 필요없는 물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뭔데 이게 어린세랑 행정관의 노예서약서 같은건가?"

내 성드립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 어린세랑때문에 김이 새버린 나는 묵묵히 그녀가 건네준 서류를 정독했다. 그건 일종의 이력서로 아무래도 어린세랑은 나를 팔륜학관의 학생도 아닌 선생으로 취업시킬 작정인 모양이였다. 내가 용린루에서도 가장 전망이 끝내주는 방에서 백수처럼 놀고 먹는게 그렇게나 아니꼬았단 말인가?

"왜 그딴걸 나한테 주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로군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용린춘 장로에게 들었습니다. 옥사건님은 비단 상승무공이 아니여도 익히기 쉬운 신변잡기적 무공들을 익히길 원한다고요. 저희의 내부사정때문에 용린검가의 무공을 내어드릴 수 없게되었습니다만, 팔륜학관의 인급 선생님이 되신다면 팔륜대장경이라는 군소문파의 실전된 무공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실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야 팔륜학관의 선생님들도 등급을 천지인으로 나누나?"

"직녀루의 기녀들의 등급을 나누는 방식과 같은건 단순한 우연입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십쇼."

"아니 그게아니라 여기보면 지급 선생님의 추천이 있어야만 인급 선생님 선발에 등록할 수 있다는데? 다른건 대충 지어내면 그만이지만 이건 그럴 수 없을것 같은데."

"이력서에 거짓말같은거 기재하는거 아닙니다. 더욱이 타의 모범이 되어야할 팔륜학관의 선생님으로 지원하는거라면 말이죠. 도대체 옥사건님은 청개구리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 정상인과는 다른 행동을... 후우 제가 말을 말죠. 참고로 그 지급 교사의 추천날인은 제가 찍을겁니다."

"응? 뭐야 어린세랑 행정관 당신 팔륜학관의 교사일도 하고 있었어?"

"예. 제가 고강한 무공을 지닌것은 아니지만 진법에 조예가 조금 있어 겸직을 하고 있는겁니다. 가급적이면 본업인 행정관직에 지장이 있는 일은 하고 싶지않았습니다만 팔륜학관의 지급 선생님이 될 경우 팔륜학관의 주변 상권의 노른자 부위를 내주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라도 매학기마다 진법강의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러면 내가 인급선생님이 되도 뭔가 콩고물이 떨어지는건가?"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가 나오긴 할겁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할것인가는 옥사건님에게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과연 면접시험 합격이 가능할지가 의문입니다만."

구멍가게라고 해도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땅값은 천차만별이였다. 다시 지구의 기호식품들을 오르시나의 수어지교 권능으로 옮겨와 푸스카로 하여금 팔아재낄 수 도 있을것이고 다른 상인에게 권리금을 주고 그 땅을 빌려줄 수 도 있을것이다.

뭐 사실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끌어모은다고 해도 이미 재산이 3000만 VP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는 그닥 만족스럽지못한 딜이다. 내가 정말로 흥미를 가진것은 팔륜대장경이라는 군소문파의 실전된 무공 데이터베이스였다.

아무리 백호문의 1대 제자들이 익히는 상승무공이 보관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그중 하나를 대성하기 위해서는 못해도 1급 풍수지를 제물로 받쳐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1급 풍수지에서 내력을 쌓아야할 때였기 때문에 새로운 풍수지를 발견하는게 아닌 이상에야 당분간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차라리 3등급 풍수지를 바치면 3개나 대성할 수 있는 하급무공중 지법, 점혈법, 경공술등을 팔륜대장경에서 추려내면, 지구의 본체는 단숨에 강호에서 닳고닳은 무인으로 재탄생되리라. 그건 마치 게임에서 본캐와는 다른 직업의 부캐를 키우는 격이였던지라 내 또라이 기질이 한동안 발전적인 형태로 작용할 수 있을터였다.

"다 적었다. 이제 어린세랑 행정관 아니 어린세랑 선생님의 도장만 있으면 합격이겠군."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서류통과야 제 추천이 있었으니 어찌어찌 되겠지만 천급 교사 3인과의 면접에서 옥사건님의 인성이 1%라도 드러난다면 99%로 불합격 보장입니다."

"팔륜대장격에 접근하고 싶으면 그 순간만이라도 성질을 죽여라 이 말인가?"

"예.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무공들은 대부분 검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판매되는 과정에서 내용의 일부가 와전되거나 손실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불량무공들을 익히다가 괜히 주화입마에 걸리지 마시고 천급 교사들의 엄격한 검수과정을 거친 팔륜대장경의 무공들을 익히세요. 비록 지금은 명맥이 끊긴 군소문파들이지만 사신성 시절때는 그치들 동네에서 만큼은 이름을 날리던 자들이였으니까요.

최소한 어린세가의 무공보다는 낫겠죠."

"어린세가의 무공이 어떤데? 그래도 용린검가의 분가인데 한가락하는 구석이 있을거 아니야."

"본래 용린검가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가문에서 전해지는 무공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겠습니까? 기껏해야 수공정도가 알아주는 편이지만 해녀들이 물질할때나 쓸법한 것들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인어족들이 용린검가의 품안으로 들어왔으니 무쓸모가 되겠군요. 아무리 이 수공을 대성한다한들 그들보다 헤엄을 잘 칠순 없을테니까요."

"그러면 그 수공 내가 익혀도 되나? 혹시 이번에도 어린 성씨가 필요하다던가 하는건 아니겠지?"

나는 딱히 하급무공중에서도 위력이 강한것들을 찾아 익히려는게 아니였다. 어차피 하급무공들끼리는 도토리 키재기고 상승무공앞에서는 보름달 앞에 반딧불이라면, 그 누구도 익히지 않을것 같은 특이한 무공들을 대성해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노릴 생각이였다.

그런 생각으로 어린세가의 독문무공이라는 수공을 익히길 요청했던건데 어린세랑의 표정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변하고 말았다. 내 요청이 어린세가의 수공을 하급무공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에 그런건가? 하지만 자문의 수공을 깍아내린건 어린세랑이 먼저였다.

"일단 세가의 독문무공이기에 어린성씨가 필요하긴 하지만 어린성씨의 무게는 용린성씨만큼 무겁지 않습니다. 일정량의 기부금만 내면 얻을 수 있는게 어린의 성씨죠. 애시당초 3개의 분가가 그런식으로 세력을 불려왔으니까요."

"호오 그럼 나는 이제부터 어린사건이 되는건가? 성을 바꿨을 뿐인데 젊어진 기분이야."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옥사건님이 용린혁 어르신의 귀한 손님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다른 이에게 전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공을 전수해드리죠."

"그냥 내가 어린 성씨를 단채로 사고를 치면 수습하기 귀찮아서 그런건 아니고?"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것보다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어린세가가 행정특화 가문이다보니 수공은 점점 외면 당해 종국에는 가주들에게만 일인전승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현재 인어족들의 적응을 돕고계시니 내키지는 않지만 제가 직접 옥사건님에게 수공을 가르쳐야 할 것 같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