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30화 (23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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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우리 해청이가 직녀루에서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들었네. 아무리 술김에 저지른 일이라지만 천급 기녀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가 훼방을 놓다니 나라도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갔을테지. 부모로서 제대로 아들을 간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니 그 아이를 대신해서 내가 머리 숙여 사과함세."

"흐음. 순순히 사과를 하는건가? 나는 단순히 주먹만 날린게 아니라 댁 아들의 사지를 노골적으로 부러뜨렸다고."

"알고있네. 만약 자네가 해청이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실력이여서 난투극 벌이다 그런 부상을 입었던거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서대주에게 들어보니 손도 못쓰고 당했다고 하더군. 확실히 손속이 과한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시초가 해청이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네. 그리고 운좋게 삼황보랍단을 구하게 되어 해청이의 몸상태도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니 좋은 경험을 시킨셈치고 훌훌 털어버리려 하네.

뭐 예상치못한 지출이였던지라 총관의 잔소리를 좀 들어야 했네만."

"미안하지만 그 예상치못한 지출 아직 남아 있어. 800만 VP와 백호문의 1대 제자들이 익히는 상승무공을 내 정신적 피해보상으로 정식요청하는 바야."

어찌어찌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는듯 했던 응접실에 나는 찬물을 아니 똥물을 끼얹었다. 비단 양주청, 양해청 부자뿐만 아니라 어린세랑 행정관도 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8만 VP정도를 보상으로 요구했다면 '이 친구 돈독이 올랐구만.'이라고 생각하며 눈쌀을 찌푸렸겠지만 공을 2개나 더 붙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물론 말뿐인 사과과 아니라 천급기녀의 화대와 술값도 두배로 쳐서 보상할 생각이였네만 800만 VP라니? 자네가 단전의 그릇을 넓혀준다는 전설의 명주 오보화밀주라도 마시고 있었단 말인가? 자네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터무니없는 금액을 보상액으로 제시한건지 모르겠군."

"나도 멋대로 보상안 결정해버린 댁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운걸. 나는 피해자고 당신은 사과를 하는 쪽이지. 아 물론 잘못을 저질른건 댁의 망나니 아들쪽이지만. 어찌 됐든 용서를 하고 말고의 결정권은 피해자쪽에 있는거라고. 왜 댁이 멋대로 이 정도 받아먹었으니 적당히 합의를 보자는 태도를 취하는거지?"

"...그런 생각으로 보상안을 제시한건 아니였네만 자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 사과함세. 그런데 만약 내가 자네가 제시한 보상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백호문의 상승무공은 둘째치더라도 800만 VP라는 돈은 장문인인 나조차 함부로 융툥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네."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되? 백호문은 멸문하는거지."

"저, 저자가 저런 놈입니다, 아버지. 아무렇지않게 멸문이라는 말을 꺼내... 커허어업!"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양해청!"

퐈아아아악! 양주청 장문인이 살짝 몸을 비틀어 허공에 일권을 내질렀다. 그러자 직접 주먹이 닿은것도 아닌데 양해청의 배에서 북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쓰러지지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주르륵 선혈을 흘린다. 아니 삼황보랍단인가로 기껏 치료해놓고 저게 뭔지랄이야. 물론 나도 저 새끼 명치를 존나 세게 때리고 싶은걸 참고 있는 중이였다만.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거네만 그 멸문전에는 용린검가도 참여하는건가?"

"아니. 그런 억측은 입밖에 꺼내지도 말라고. 어린세랑 행정관 애떨어질라. 내가 용린검가에 식객으로 얹어살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말그대로 식객일뿐 그 어떤 연결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주청 당신이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면 용린검가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물론 당신이 10분내로 800만 VP와 백호문의 상승무공을 내놓지 않으면 저기 유리창을 뚫고 백호문으로 달려갈 생각이니까 동맹협정을 맺을려면 서두르는게 좋을걸?"

"잠깐만요, 옥사건님. 백호문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 그게 1:1 구도로 끝날것 같습니까? 굳이 동맹협정따위 맺지않아도 나머지 일곱 무가가 모두나서서 당신을 저지하려 할겁니다. 사람을 한명이라도 죽인 순간 당신은 무법자가 되는거니까요."

"그러면 여덟 무가 전부 아니 팔륜성 전체를 멸망시키면 되겠네. 일찍이 이곳의 주민들이 사신성에 살고 있었을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가 그랬던것처럼 말이야."

"완전히 미쳤군요. 팔륜함대의 여덟 전함과 팔륜일황을 위시한 여덟 초고수까지 전부 상대하겠다는겁니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그런건 불가능해요!"

"역시 그래보여? 지금까지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느라 어찌나 힘들었는지. 그런데 말이야 어린세랑 행정관. 만약 내가 디파일러처럼 무차별적으로 행성을 멸망시키려드는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백호문만을 노리고 압도적인 힘을 행사했을때 과연 다른 일곱 무가가 물심양면으로 백호문을 도우려고 할까?

내 경험상 가진게 많은 놈들일 수 록 피흘리기를 꺼려하거든. 물론 그렇다고해서 내가 여덟 무가를 동시에 상대하는걸 꺼려한다는건 아니고. 마치 내가 백호문을 건드리자 마자 모든 팔륜성의 주민이 나서서 백호문을 도울것처럼 예언하는 어린세랑 행정관의 화법이 재미있어서 말이야. 내가 미친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거든.

왜 있잖아 그런거. 천재적인 지능을 갖고 있는 싸이코패스 범죄자. 내 롤모델이 바로 그런거거든."

어린세랑 행정관은 과연 어린나이에 용린검가의 모든 살림을 책임질만큼 똑똑한 여자다. 교묘한 화법으로 백호문과 전쟁을 펼쳤을때 사실상 일어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최악의 케이스를 예시로 들이밀어 내 행동에 제약을 걸려 했던 것이다.

만약 내가 Ex랭크의 영력을 달성하기 이전이였다면 그 말을 듣고 주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거나 하는 행위는 불필요했다. 아크리퍼는 드디어 그저 욕망이 이끄는대로 거침없이 행동할만한 권리를 즉 힘을 갖추었으니까.

"세랑 행정관 그만하면 됬네. 용린검가가 옥공자의 돌발행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것은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돌발행동이라니?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하지. 정말로 돌발행동을 일으킨건 댁의 아들내미고 나는 그로 인해 받은 정신적 피해보상을 정당하게 요구하는것 뿐이니까."

"갈! 말꼬리를 잡는건 거기까지. 자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지. 내 일권을 일장 거리에서 받아내보게. 만약 그 일권을 맞고도 자네가 무사하다면 나는 군말없이 800만 VP와 백호문의 일대제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티 데이타베이스의 접근권한을 주지. 만약 정말로 자네가 팔륜성을 멸망시킬 수 있을정도의 힘을 갖고있다면 내 일권을 받아내는 것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어떻게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좋아. 받아들이지. 단 만약 이렇게까지 나를 수고스럽게 만들고도 보상안이 터무니없네 같은 뒷말이 나온다면 그때는 단순히 멸문으로 끝나지 않아. 멸문보다 더한 지옥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약속을 지키라고."

"남아일언중천금. 내가 어찌 사내로서 그리고 장문인으로서 한입으로 두말을 하겠는가. 일권을 받아낼 준비가 끝나면 말해주게. 그리고 세랑 행정관도 잠시 밖에 나가있어 주겠나? 자칫 초식의 후폭풍에 휘말릴지도 모르니 말일세. 해청이 너도 세랑 행정관과 함께 나가 있어라."

"아버지..."

어린세랑 행정관은 나가면서 물음표 가득한 눈빛을, 소문주 양해청은 증오로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한번씩 일견하고 응접실 밖을 나섰다. 그렇게 나와 단둘이 남은 양주청 장문인은 다리를 어깨보다 살짝 넓게 벌리고 주먹을 양허리쪽으로 당긴 기수식을 취한채로 한참동안 눈을 뜨지않았다.

"가도 되겠나?"

"나는 언제라도 준비 OK니까 당신이나 허리가 삐끗해서 실수했니 어쩌니 하지말고 제대로 준비해서 주먹을 날리라고. 뭐 어차피 그 주먹이 내 몸에 닿을리는 없겠지만."

"자네를 쓰러트리는데 실패할 순 있어도 이 초식이 실패할리는 없을걸세. 천번도 넘게 연습했던 비장의 기술이니까."

"고작 천번가지고 어디서..."

나는 양주청 장문인의 다리, 허리, 주먹에 휘몰아치는 용오름을 보고 왜 그가 천번밖에 이 초식을 연마하지 못했는가를 깨달았다. 내력이고 기력이고간에 전부 주먹 하나에 몰아넣는 그야말로 필사의 일격이였기에 여타 초식처럼 아침, 저녁으로 연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였던 것이다.

이미 레레를 통해 십만 이매망량 근위병들로 하여금 방패벽을 세운 참이라 두려울건 없었지만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는 초식은 용린은리 사저나 매드독스 왕루옌조차 발휘한적이 없었기에 나는 주의깊게 양장문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백호패황권 오의(奧義) 회신멸지(灰身滅智) 진원백강기 발(拔)

마침내 정확하게 내 명치를 노리고 뻗어진 일권이 주위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여 공간이 왜곡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차례차례 박살나기 시작한 이매망량의 방벽. 첫 충돌에서는 한자리 수의 이매망량만이 파괴됬지만 양 장문인이 주먹을 비틀자 백호의 형상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이매망량을 추가로 박살냈다.

두자리수, 세자리수, 마침내 천여기의 이매망량들이 한도 이상의 물리력을 견디지 못해 진토로 되돌아 갔을때 백호의 형상은 그 기세가 수그러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천여기의 이매망량을 단숨에 소멸시켰다고? 이거이거 Ex 랭크의 영력을 회복하기 전이였다면 제법 심하게 당했겠는걸.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내 패배일세. 결국 내 주먹이 자네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으니 비웃음 당해도 할말이 없구만."

"아니아니 당신 주먹은 정말 휼륭했어. 내가 웃는건 단지..."

약육강식의 법칙이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불과 몇주전만 하더라도 내가 다룰 수 있는 이매망량의 한계치는 천여기였고 각각의 전력이 지금처럼 근위병 수준이 아니라 정규병에 불과했다. 즉 그때 양 장문인과 만났다면 나는 지금처럼 형편좋게 저런 무시무시한 초식을 막아낼 수 없었다는 소리였다.

여신칼날단의 일원인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전때도 그렇고 내 인생길은 탄탄대로 보다는 외줄타기에 가까워서 한치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상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는 베길 수 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후회는 없지만 과연 내가 그 외줄에서 떨어지는 날은 언제가 될것인가? 그 날이 올까봐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면 얼마나 독한놈일지 상상이 가질않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는 역시 진성 미친놈인걸까.

"800만 VP를 입금했네. 백호문의 일년치 예산을 홀라당 날려먹었으니 총관이 잔소리를 하는걸 넘어서서 나를 죽이려 들겠구만. 그리고 속가제자라는 특수 커뮤니티 계급을 만들어서 자네를 초대했으니 원한다면 언제라도 백호문의 1대제자들이 익히는 상승무공을 열람할 수 있을걸세.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진 말고 혼자 익히게나. 무공유출범죄를 전담하는 척살귀호대에서 알게되면 성가신 일이 될 수 도 있어서 말이야.

물론 자네말고 내가 말일세. 척살귀호대는 장문인이라고 해서 봐주는법이 없거든."

"나도 귀한 상승무공을 남들이랑 공유할만큼 인심이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아무튼 이걸로 저희 사이의 은원은 없던걸로. 아예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처럼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군요."

"그건 나도 바라는 바일세. 팔륜오객의 일원이자 백호문의 장문인이기도 한 백호권왕 양주청이 이립의 나이도 안되는 청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돌면 곤란하니까말이야."

"그런데 당신 잠깐 사이에 많이 늙은것 같습니다. 뭐 당신 입장에서는 아들내미때문에 눈뜨고 코베인격이라 10년은 늙었다해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사실 나는 방금의 일격으로 자네를 죽이려고 했다네. 그걸 위해 3갑자의 내공에 10년치 진원지기까지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였던 모양이군. 모든 진원지기를 쏟아부었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것 같네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 그저 일수를 교환한것에 불과했지만 천외천의 묘리를 절실히 깨닫고가네. 잘 있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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