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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내게 용린 성씨를 주지 못해 미안했던 탓인지 아니면 원래 용린검가의 손님 대접이 원래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용린루에서도 제법 좋은 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거기에 제법 똘똘하게 생긴 어린세가의 아해를 시동으로 받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팔륜성 탐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왕성은 때묻지않은 자연경관을 갖고 있어 한때 전 우주에서 TOP10안에 드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적도 있었지만, 문명의 발달정도가 아직 미약하다보니 카지노나 기루같은 유흥시설이 존재하지않아 심심한감이 없잖아 있었다.
물론 그런 시설이 있었다고 해도 은리 사저가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있는 와중에 카지노는 그렇다치고 기루를 들락날락 거릴 수 는 없었겠지만, 지금 은리 사저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팔륜이존에 한명인 천빙검후 여사태를 만나러 도심밖 만년설산으로 향한 상태.
즉 한동안은 내 Party Time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간간히 본체가 익힐 무공도 찾아보겠지만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찌 24시간 수련만 반복할 수 있겠는가? 과연 이게 몽환경을 사용해 꿈속으로 침입해 들어온 야미도엔에게 호되게 당하고 와신상담을 결심한 남자가 할법한 생각인가 싶지만 뼈솟까지 깃든 쾌락주의가 나를 홍등가로 떠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린세가의 훈이라고 합니다. 용린검가의 귀한 손님이니 불편함없이 잘 모시라는 특명을 세랑 가주님으로부터 전해들은바 무엇이든 원하시는게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훈아. 이 팔륜성에서 제일 괜찮은 기루 3가지만 읊어보아라."
"가격적인 부분을 제한다면 백학루, 청송루, 직녀루가 제일 괜찮은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어, 어 그래? 바로 즉답이 나올줄은 몰랐구나. 아직 약관도 안되 보이는데 그런건 어찌 그리 잘아느냐?"
"저라고 나이때문에 근처도 못가는 기루를 좋아서 빠삭하게 알고 있겠습니까? 외부 행성에서 용린검가를 찾아온 손님들이 자꾸 꼬치꼬치 캐물으니 어쩔 수 없이 기녀들 출근명단까지 꿰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호 그게 정말이더냐? 내게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왔구나. 자 훈아 그럼 어디 한번 그 세 기루에 대해서 차례대로 설명해보거라."
"흠흠. 조금 남사스러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니 지금부터는 소리를 좀 낮추겠습니다. 백학루는 청등가로 몸을 파는 기녀들은 없습니다만 전체적인 외모 수준이 높고 하나같이 각종 서화가무에 능할뿐만 아니라 교양수준도 상당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기녀들이 백학루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고하기 짝이없어 술김에 허벅지라도 더듬는 날에는 사단이 난다라는 거겠죠.
보통 높으신 대감집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회동을..."
"통.과!"
나는 이를 악문 상태에서 강한 어조로 백학루에 관한 나머지 설명을 생략할 것을 어린훈에게 요청했다. 청등가? 서화가무? 대감집 어르신? 개좆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거기가 잘 서지도 않는 늙은 생강들이 돈지랄이나 하러 가는 곳을 내가 왜 가야한단 말인가?
"예, 다음으로 청송루는 남성분들 보다는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기루입니다."
"잠깐, 잠깐. 아니 무슨 기루길래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거야? 설마 그렇고 그런 계열의 업소는 아니겠지?"
"그 설마가 맞습니다. 청송루는 남자가 예쁘게 치장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기녀 아니 꽃돌이들의 외모수질이 청정 1급 수준이라 한때 팔륜성의 관광명소 TOP10에 오른적도 있지요. 용린검가를 위시한 여덟가문의 만장일치로 얼마안가 그 이름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알만한 여자들은 다 압니다. 팔륜성에서 돈을 쓸곳은 팔륜백화점이 아니라 청송루라는 것을."
"훈아."
"예. 하명하십쇼, 옥공자님."
"훈이 네가 첫인상도 똘똘해 보이고 말하는것도 야무져서 잠자코 지켜보려고 했다만 갈 수 록 가관이구나. 내가 기녀들이 흐느적거리는 꼬라지나 보려고 비싼 돈 들여서 기루를 방문할 사람으로 보여? 내 똘똘이는 지금 한참 팔팔할때라고! 하물며 시커먼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기루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솔직히 말해봐. 너 나 엿먹이려고 그러는거지?"
"일련의 과정이 불쾌하셨다면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옥공자님의 취향과 자금사정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이였던지라 일단 각 계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기루를 나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청송루는 뺐어야지, 청송루는!"
"그게... 간혹 남성 손님분들 중에 청송루의 꽃돌이가 치장 수준을 넘어서서 치마를 입고 가발을 쓴채로 접대하는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어서 말입니다. 순수외모로 따지면 여장을 한 청송루의 꽃돌이들이 백학루의 기녀들 보다 아름다워서 그렇다는데, 솔직히 이런 취향은 저로서도 이해하기 힘든부분이긴 합니다."
나는 3초정도 정신이 멍해졌다가 가까스로 현실감을 되찾았다. 뭐 우주는 넓었고 그렇고 그런 취향의 남성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건 없었다. 그리고 다른 이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임자가 있는 여자인 카멜리아나 휘르 행수를 좋아하는 내 취향도 기괴하긴 마찬가지일터. 여기서는 우주 스케일에 걸맞는 관용을 발휘해 그냥 넘어가는게 맞겠지.
"이제 옥사건님의 취향을 얼추 알았으니 자금사정을 고려해서 천천히 한계단씩 내려가면 될 듯합니다."
"총알이라면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은리 사저 아니 누님 옆에서 디파일러를 얼마나 많이 때려잡았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나면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릅니다. 직녀루는 흔히 알고계시는 홍등가로 옥공자님이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운우지정을 나눌 기녀들이 있는 곳입니다. 전체적인 외모수준도 백학루에 크게 밀리지않고 화대를 많이받는 상위등급 기녀의 경우 백학루의 기녀들을 추녀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랍니다."
"그래, 그래. 보통 기루라고 하면 그런 곳을 떠올리는게 보통이잖아. 계속해봐."
"다만 앞서 옥공자님에게 경고드렸듯이 문제는 비싼 화대입니다. 일반적인 홍등가 기녀들과 다르게 직녀루의 기녀들은 시간별로 손님을 받는게 아니라 하룻밤을 모실 손님을 받다보니 통상의 화대보다 열배는 더 받아먹습니다. 게다가 백학루와 달리 술과 안주값의 일부가 기녀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라 기녀에게 잘못 홀려 이것저것 시키다보면 화대보다 술안주값이 더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답니다."
"아 거참 화대값은 걱정하지말라니까. 그냥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 내게 잊지못할 밤을 선사할 기녀를 골라달라고."
"그렇다면 천급 기녀와 만나보시겠습니까?"
"천급? 그게 뭐야? 아까 말했던 상위등급의 기녀를 지칭하는건가?"
"그렇습니다. 직녀루의 기녀는 천, 지, 인 이 세등급으로 나뉘는데 천급 기녀와 하룻밤을 지새기 위해선 기본화대만 1000VP가 듭니다. 물론 그만큼 천급 기녀의 미모, 몸매 그리고 밤기술은 보장되어 있습니다만 부디 조심해주십쇼. 이름 난 부호가 천급 기녀와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는 소문이 심심치않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VP의 가치를 원화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였지만 굳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면 1000VP는 천만원 정도의 화폐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일개 기녀와 하룻밤을 불태운 대가치고는 제법 비쌌지만, 디파일러 킹 긴고의 목숨값과 우르사티에게 받은 메탈하트의 보증금을 합해 2천만 VP를 보유하고 있는 내게는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했다.
"뭐 괜찮지 않겠어? 나는 용린검가의 식객이니까 모든 돈을 탕진해도 최소한 먹고 잘곳은 있을테니 말이야. 남자는 말이야 여자를 위해 자기가 지닌 모든것을 불태워야할 때도 있는법이라고."
"그,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더 이상 옥공자님의 행사에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같은 천급 기녀라고 해도 지명도나 유명세에서 격차가 없진 않을것 같다만 훈이 너는 누구를 추천하고 싶으냐?"
"다른 지, 인 등급도 마찬가지겠지만 천급 기녀의 경우 직녀루에서 특히나 엄격하게 수질관리를 하기 때문에 어떤 기녀를 지명해도 후회없는 밤을 보내실겁니다. 사실 천급 기녀의 숫자가 열명조차 채 되지 않기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쉽진 않겠습니다만 지명도는 몰라도 유명세는 청실, 홍실 자매가 가장 높을겁니다. 일단 친자매가 같은 기루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드문일이고 천급 기녀들 중에서 가장 어린 막내들인탓에 직녀루의 주인이 얼굴마담으로 밀고있다는 소문을 얼핏 들은것 같습니다.
청실은 대놓고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여우과이고 홍실은 수줍어하는듯 하면서도 할건 다하는 토끼과라고 합니다만 어느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청실, 홍실 둘 다 다른 놈이 채가기전에 지금 당장 예약해."
"예? 그러면 화대가 2배로... 앗차! 화대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었죠.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직녀루에 연락을 취해놓겠습니다. 그리고 무인택시도 대기시켜 놓을테니 언제든지 편하실때 외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역시 첫인상이 끝인상이라고 훈이 네가 일처리 하나는 똑부러지는구나. 내가 직녀루에서 진짜 끝내주는 밤을 보내고 오면 네 주머니도 섭섭치않게 챙겨주마."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삼가주십쇼. 제가 손님에게 1VP라도 받았다는 사실이 세랑 가주에게 들어갔다간 그 날로 제 손가락이 날갈겁니다."
내가 어찌하여 청송루같은 곳을 추천하고 있냐며 성을 낼때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았던 훈이가 마치 호환마마라도 만난듯 겁에 질려 내게 손사례를 쳤다. 어린세랑이 그렇게 무서운건가? 하긴 본가사람에다 배분까지 높은 은리 사저조차 꼼짝못할 정도로 호통을 쳤던 여자가 아랫사람이라고 너그럽게 대할리가 없었다.
나는 VP를 건네주는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어린훈의 더벅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준 다음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용린루는 고층으로 갈 수 록 방의 개수가 적어지는 만큼 그 방의 평수가 올라갔는데, 당연히 내가 머무는 방도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엔 제법 부담스러운 높이에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평소엔 총알처럼 빠르던 그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거북이처럼 느려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어쩌어찌 북적이는 용린검가의 제자들틈에 끼어 1층 로비에 도달한 나는 '건물 내에선 경공 사용 금지.'라는 푯말을 준수하여 이매망량의 물결을 타고 무인택시 승강장으로 향했다.
미리 대기중인 무인택시의 손잡이에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인증하고 습관처럼 '아저씨 최대한 빨리요!'라고 외쳐보았지만 운전석에는 아무도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무인택시는 주변 차량운행정보를 분석해 최단시간내에 직녀루에 도착할 수 있는 루트를 따라가리라.
* * * *
"마천루 천지인줄 알았더니 이런 대궐집이 도심 한복판에 있었구만."
"그거야 네모네모하기만한 빌딩만 있으면 너무 삭막하잖아. 그러니까 동글동글한 기와집같은것도 하나정도는 있어야지."
"그래 청실이 네 말이 맞다."
"저, 저도 기와지붕의 곡선에는 고층 빌딩의 웅장함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 홍실이 네 말도 맞다."
무인택시를 타고 직녀루에 도착한 나는 어찌 알았는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공간낭비의 극치를 달리는 장원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그 건물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벗기는 맛이 있을것 같은 색동옷을 착용한 묘령의 여인 둘. 바로 천급 기녀 청실과 홍실이였다.
둘의 얼굴은 화류계 특유의 짙은 화장빨이 아닌 자연스러운 민낯에 연지곤지로 입술에 포인트를 준 정도로 일단 외모로만 따지면 합격점을 주고도 남았다. 게다가 누가 자매아니랄까봐 쏙 닮은 외모에도 불과하고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저 둘을 홀딱 벗긴 다음 양팔에 안아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근데 오라버니 나랑 홍실이 아직 저녁을 안먹었어."
"아니 직녀루가 미치지 않고서야 귀한 천급 기녀들을 굶긴단 말이냐?"
"일부러 굶은거야. 오라버니가 나랑 홍실이를 동시에 예약한걸 보고 비싼거 사달라고 조르면 다 사줄것 같아서. 홍실이 너도 얌전떨지 말고 이리와서 달라붙어. 네가 좋아하는 대하구이를 잔뜩 먹고 싶으면."
"저, 저는 오라버니가 주시는대로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