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25화 (22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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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뜬금없는 내 시차적응 드립때문에 장내의 분위기가 다른 의미로 무거워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깨를 피지 못하고 있었던 용린환마저 나를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는것 같아 나는 자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클라이맥스에 치달은 이 3D 파노라마가 끝나기 전까지 시간을 끌 제대로된 변명거리를 생각해낼 여유가 없었다.

황룡이라 함은 옛부터 사방신의 중심으로 그 속성은 방관자에 가까웠지만 지닌 힘은 으뜸이라 사방신끼리의 충돌을 막고 무력을 사용하지않고도 상대를 굴복시키는 현묘한 신수였다. 당연히 날개도 다리도 없는 한낱 미물에 불과한 뱀이 형상뿐이라고 하지만 황룡을 이겨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선입견일뿐이였으니 황룡의 기운 아래에서 소멸했어야할 뱀이 둘로 갈라져 오히려 그 수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괴이한 조화때문에 처음에는 9마리에 불과했던 뱀이 수십마리로 늘어난 것은 정말이지 눈깜짝할만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였다. 죽은 뱀을 방패 삼아 새롭게 태어난 뱀들이 독액이 줄줄 흐르는 독아를 황금빛 동체에 박아넣는다.

그에따라 처음에는 9마리의 뱀이 내뿜는 독기를 압도했엇던 황룡의 기운은 점차 쇠약해졌고 끝내 황룡거사가 내력을 거두고 후퇴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사리카야가 주위의 모든 생명력을 끌어다 쓴 시점이였기에 그 순간이야말로 최후의 일격을 가할 유일한 타이밍이였지만 황룡거사는 음양사 차림을 한 기묘한 남자의 술법에 방해를 받아 그러지 못했다라는건가.

'이래서 사리카야를 한번 패퇴시켰지만 그녀의 목숨을 끊지도 사신성의 멸망을 막지도 못했다는것인가? 하지만 팔륜성의 주민들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거지?'

그 답은 다음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청룡포가 피로 범벅이 되어 적룡포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여덟 가문의 마지막 가주가 얼빠진 표정으로 하늘 위의 하늘들이 싸우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또한 평범한 인간들의 범주에서는 초인이라 칭송받았던 무림고수였을진데 천외천들의 싸움 앞에선 그저 개미만도 못한 존재가 되고 말았으니, 청룡포를 입은 사내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정신줄을 놓아버린 그 개미를 구한것이 바로 뱀을 부리는 음양사에게 밀려 후퇴를 결정한 황룡거사였다.

음양사 차림을 한 정체불명의 남자도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를 지키는 것이 주목적이였던 모양인지 전장을 이탈하는 황룡거사를 굳이 쫓지 않았다. 뭐 쫓기로 마음먹었다 한들 허공위를 마치 구름을 거닐듯이 뛰어다니는 신묘한 신법을 소유한 황룡거사를 추적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3D 파노라마는 보여줄건 다 보여줬다는 듯이 점차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야미도엔의 수작질에 과부화된 뇌세포가 중간에 손상된 탓인지 끝내 뱀을 부리는 음양사의 이목구비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뒷통수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자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스고우, 내 등줄기를 썸찟하게 만들었던 진토술 뱀의 형상편의 창시자.

"어이 옥사건 진즉에 5분 지났는데 시차적응은 잘 끝냈냐?"

"예, 덕분에."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한 농담치고는 더럽게 썰렁했다는거 너도 알고 있지?"

"아니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였는데... 뭐 그건 그렇고 어린세랑씨가 저한테 뭐 할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예. 그전에 몇가지 질문을 좀 하겠습니다. 옥사건씨는 행성이 아닌 어떤 초월적 존재가 임의로 만든 이공간에서 용린혁 어르신을 만난게 맞습니까?"

"흐음.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때 용린혁 어르신께서 어떤 무기를 들고계셨습니까?"

"어떤 무기요? 허허 지금 저한테 유도심문을 하시는겁니까? 진천용린검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들고 계셨죠. 저한테는 고작 보급형 용린검을 주셨으면서 말입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현재 용린혁 어르신과 연락이 닿지않는 상태인지라. 그럼 두번째 질문입니다. 당신을 그 이공간에서 탈출시켜주는 대신 용린검가에 힘을 보태기로 용린혁 어르신과 약속한게 맞습니까?"

"그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죠. 다만 어떤 실질적인 효력이 있는 계약서를 쓴것도 아니고 단순한 구두계약...조차 아닌 그저 부탁을 받았을뿐입니다. 용린검가와 손녀를 잘 부탁한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저의 어디를 믿고 무작정 이공간에서 탈출시켜줬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용린혁 가주는 정말로 그 어떤 제약도 걸지 않은채 나를 수왕성으로 보냈다. 만약 그때 내가 용린혁 가주의 부탁을 나몰라라하고 내 살길을 찾아 떠났으면 어쩔려고 그랬던걸까? NPC역할에 집중하느라 아크리퍼의 비매너 플레이에 관한 소문을 듣지못했거나 아니면 동대륙 서버에는 아직 내 악명이 퍼지지 않았던 걸지도.

"원래 그런분이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믿지말아야할 머리 검은 짐승을 그렇게... 아니 이야기가 잠시 딴대로 샛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 구두계약 아니 부탁하는 과정에서 용린혁 어르신의 두번째 제자가 된것이 사실입니까?"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조금 얼렁뚱땅 진행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것도 사실입니다. 구배지례를 올린건 아니였지만 제게도 용린무형검을 전수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물론 강령술사인 제가 그런 최상승 무공을 덜컥 던져준다고 해서 바로 익힐 수 있을리가 없죠. 하지만 용린혁 어르신께서 그런 부분을 염두에두고 제게 용린무형검이란 미끼를 던지실분이 아니라는건 그쪽에서 더 잘알겠지요.

용린혁 어르신은 정말 순수한 의도로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신겁니다. 그 건에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본래 용린검가를 포함한 사령가는 성씨가 다른 외부인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데릴사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성씨를 개명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번 건과는 그 성질이 다른 문제인것 같군요. 성씨를 개명한다고 쳐도 옥사건님과 같이 사신성은 커녕 팔륜성 출신도 아닌 철저한 외부인이 최고 배분을 지닌 어르신의 직전제자로 들어가는 경우는 용린검가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즉 굴어들어온 돌이 너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것 같다. 그 말입니까?"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용린이라고 하는 성씨가 지닌 무게감은 옥사건님이 생각하는것만큼 그리 가볍지가 않습니다. 일전에 VOT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공지가 올라왔을때는 옥사건님의 존재가 마치 유령처럼 모호했기 때문에 어물쩡 넘어갔지만, 만약 옥사건님이 용린사건이 되어 이 용린루를 활보한다면 어린, 마린, 사린의 3분가는 물론 1, 2, 3대 제자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 반대시위를 펼칠겁니다.

제게는 그 반대여론을 잠재울 힘이 없습니다. 아마 그건 용린검가의 가장 큰 어르신이신 용린악 장로님과 용린충 장로님에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나는 어린세랑의 냉정한 어조에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언젠가 용린의 성씨를 받게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도 아니고 성씨따위는 내게 있어서 그저 식별기호에 불과했다. 게다가 툭까놓고 말해 내가 애정을 느끼고 있는 쪽은 거리싸움꾼2에서 내가 최고로 아끼고 사랑하는 캐릭터인 옥단예의 성씨이기도한 옥이였다.

야미도엔이 부여한 미들네임 '디파일러'처럼 성씨에 힘이 깃드는것도 아닌 마당에 내가 용린 성씨를 받지 못해 섭섭해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는지 용린춘 장로는 침울한 표정을 금치 못했고 은리 사저는 분노 게이지가 상승중일 때 보여주는 특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깐만 혁 할아버지가 정한 문제를 이제와서 뒤집는다는게 말이돼? 그리고 옥사건 이 녀석이 수왕성에서 해낸 공적들을 알면 세랑이 너도 그렇게 간단히 안됀다고 말하진 못..."

"은리 아가씨.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만 이게 현실입니다. 용린혁 어르신이 정한거니까 이번에만 예외를 두자라는 이야기가 통할거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용린이라고 하는 그 두굴자의 성씨를 받지 못해 지난바 꿈을 접어야 했던 젊은이들만 수백, 수천명이 있어왔습니다. 모두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닌 무인들이였지만 번번히 혈통의 문제로 이류의 벽을 넘지 못했지요.

구시대의 유물이란건 알고 있지만 이제와서 뒤집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지금 당장 가주의 자리에 올라 그들과 싸울 각오가 되있지않다면 그 이상의 말은 삼가주십쇼."

"그러면 식구말고 식객으로 용린검가에 머무는걸로 합의를 보죠. 은리 사저도 너무 그렇게 풀죽어 있을 필요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용린이라는 성씨보다는 옥이라는 성씨가 사건이라는 제 이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옥사건님은 아직 용린 성씨를 받지 못했을때의 패널티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것 같군요. 용린 성씨를 받지 못한 자들은 3대 제자들이 익히는 기본무공을 제외한 모든 용린검가의 비급에 접근이 제한됩니다. 만약 옥사건님이 수왕성에 있을적에 용린춘 장로님이나 은리 아가씨로부터 상승의 무공을 전수받았다면 지금부터 잊는게 좋을겁니다. 그 경우 원칙 대로라면 옥사건님의 단전을 폐해야만 하니까요."

"그거라면 괜찮을걸세, 세랑양. 수왕성에 있을적에 옥사건 준위가 주로 익힌것은 용린검가의 이름만 빌렸을뿐 내 독문무공에 가까운것들이였고 그 외의 것들이라고 해봐야 용린소심공과 용린삼재보같은 기본무공들뿐이였으니까. 물론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기본무공과 나와 은리 아가씨가 주석을 붙힌 기본무공을 완벽하게 같은 무공이라고 칭할 수 는 없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원칙을 따지고들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거라면 확실히 큰 문제가 될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용린악 장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용린 성씨가 없다면 상승무공을 익힐 수 없다라. 그 패널티는 제법 뼈아프군. 내가 은리 사저조차 그 성취가 3성에서 정체됬다는 용린무형검같은 구십번대의 무공을 익힐건 아니였지만, 2등급 풍수지를 괄목상대의 제물로 바쳐 2대제자들이 익히는 무공중 괜찮은 놈으로다가 하나 정도는 대성할 계획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들이 용린 성씨를 주기 싫다는데 내가 꼭 받아야겠다고 바득바득 우길정도로 2대제자들이 익히는 무공이 간절한건 아니였다. 아무리 2대 제자들이 익히는 무공을 대성한다한들 내 술식에 비할바는 아니였고, 2등급 풍수지를 제물로 다양한 종류의 기본무공을 대성할 수 있다면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였다.

"그 정도라면 확실히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겠지. 애시당초 춘이놈이나 은리 아가씨가 주석을 남긴 기본무공과 일반적인 기본무공의 차이점을 분간할 수 있는 눈썰미를 지닌 녀석은 1대 제자들중에서도 없을거다. 혹시 용린군 그녀석이라면 모르겠다만 자기자신의 수련말고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 놈이니 상관없겠지. 뭐 그렇다고해서 다른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너무 대놓고 용린검가의 기본무공을 보여줘서 호기심을 끌 필요는 없겠다만."

"대충 어떤 사정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식구가 아닌 식객으로 용린루에 머무는걸로 확실히 매듭을 짓죠. 앞으로 은리 사저도 사저가 아닌 누님으로 부르는겠습니다."

"옥사건님이 용린 성씨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용린혁 가주님과 인연이 닿은 귀한 손님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죠. 어린세가에서 따로 사람을 뽑아 예의에 어긋남없이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옥사건, 미안하다. 내가 무능해서..."

"그런 눈으로 보지마시고요, 은리 누님. 술사 나부랭이에 불과한 제가 상승의 무공을 익히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요만큼이라도 절망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쬐에끔 섭섭하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 또한 식객으로 용린루에 머무는 동안은 식구의 도리가 아닌 식객의 도리밖에 다할 수 없다는 점을 말이죠.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그 작은 차이가 나중에 어떤 큰일을 불러올지 모르는것 아니겠습니까? 헤헤헤. 그냥 해본 소리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시진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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