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2 / 0316 ----------------------------------------------
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휘르 행수와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나는 용린은리 사저의 호출을 받고 일어나 허겁지겁 옷가지를 차려입었다. 마린세가의 가주가 직접 은리사저를 모셔가기 위해 전함을 끌고왔으니 분가사람이라고 깔보지말고 퍼뜩와서 인사를 드리란다.
마음이 급해 휘르 행수와 작별인사도 없이 응접실을 나갈뻔 했던 나는 뒤늦게 침대로 돌아와 은회색 머리카락이 수놓아진 이불을 잡아당겼다. 어젯밤의 폭풍같은 정사속에서 한척의 조각배나 다름없었던 휘르 행수의 온몸 곳곳에는 키스마크나 이빨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그런 휘르 행수가 너무 사랑스러워 으스러질세라 그녀를 껴안은 다음 진한 굿모닝 키스를 선물했다. 그제서야 정신이든 휘르 행수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딱 보아하니 이 짐승새끼가 어젯밤 그렇게 싸질렀으면서 아직도 성욕이 치미는건가?라고 생각하는 표정이였다.
"하암~ 아침부터 뭐하는겁니까, 옥사건 준위?"
"사실은 용린검가에서 전함 용린선이 도착해서요. 작별인사겸 다른 엄한놈이 건들지 못하게 도장 좀 찍는거죠. 휘르 행수는 싸움밖에 모른던 제게 축복이자, 메마른 땅에 내린 단비고, 곡식이 무르익은 땅을 내리쬐는 태양이니까요."
"쿡쿡."
"왜 웃어요? 제 딴에는 휘르 행수를 향한 제 사랑을 시적으로 표현해본건데."
"그거 제가 처녀적에 퍼시벨이 프로포즈를 할때 사용했던 문구에요. 뭐 그때는 한창 성욕이 치밀 나이때였고 보름달도 가까웠었던지라 프로포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퍼시벨을 강제로 덮쳐버렸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덩치 큰 양반이 그렇게 닭살 돋는 멘트를 써내려갔다는게 우스운거죠."
"후우... 사실 정말로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는건 은랑철권 퍼시벨쪽이죠. 같은 은빛늑대 일족이기도 하니 휘르 행수에게 더 어울리는 짝은 퍼시벨일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어젯밤에 휘르 행수를 보고 사랑한다고 수십번은 넘게 외쳤던거 기억하죠? 근데 그 사랑은 제 심장이 아니라 제 좆대가리가 하는 사랑이에요. 제 사랑은 한마디로 뒤틀린 욕망을 숨기기 위한 가면에 불과하단 말입니다."
"뜬금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옥사건 준위? 이제와서 저를 퍼시벨에게 양보하고 싶어지신건가요?"
"큭큭큭. 설마요.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 안에는 뒤틀린 욕망이 꿈틀거린다고. 절대 양보따윈 하지 않을겁니다. 요즘 퍼시벨 그 양반이 수련이다 뭐다하면서 땀좀 빼는것 같은데 그런 방식으로는 백날 용써도 절 못이깁니다. 순수 무투계열의 한계랄까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휘르 행수를 독점한채로 존나게 따먹을겁니다. 방금의 이야기를 꺼낸건 어젯밤 휘르 행수랑 몇번이고 몸을 섞은 남자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억!"
휘르 행수가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를 무서운 악력으로 끌어당기더니 침대에 깔아눕혔다. 그리고 아침 버프를 받아 단단하게 솟아오른 내 자지를 자신의 보지로 흡입해버렸다. 어젯밤 그렇게나 쑤컹쑤컹했는데도 여전히 휼륭한 조임때문에 질주름이 선명하게 느껴져온다. 역시 휘르 행수는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명기... 크흑!
"그렇게 따지면 저 또한 미친년이네요. 순수혈통의 은빛늑대일족인 제가 퍼시벨과 무슨 플라토닉 러브라도 나눴을것 같나요? 물론 제 앞에만 서면 숫기가 엎어지는 퍼시벨이 귀엽게 느껴진적도 있었지만 그 양반과 데이트를 할때마다 최종적으로 제 머리속에 남은건 빨리 자지를 내 아랫입으로 물고싶다라는 생각뿐이였어요.
저는 한번도 그런 욕구가 이상하다거나 수치스럽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답니다. 그러니까 옥사건 준위를 새 남편으로 맞이했을때 제가 걱정했던건 당신의 이상성욕이 아니라 혹시나 당신이 저와의 결혼을 빌미로 비스트코인 상단의 자금을 요구하지 않을까하는거였어요. 하지만 옥사건 준위는 지금까지 단 1VP도 제게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제 몸만을 탐했지요.
그것이야말로 제 기준에선 순수하기 그지없는 사랑이랍니다. 아흥, 아앙!"
"윽 용린은리 사저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빨리 쌀게요. 씨발 존나 사랑한다, 휘르 이 엉큼한 늑대년아!"
"저도 옥사건 준위를 존나게 사랑해요. 정확히는 옥사건 준위의 그 튼실한 자지를."
나와 휘르 행수의 몸이 마치 하나인것처럼 겹쳐지고 새벽녘쯤에 다시 차오른 욕망의 파도가 암컷 늑대의 동굴을 덮쳐들어갔다. 표푯, 표표푯, 꿀럭꿀럭. 휘르 행수의 딸기모찌같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쾌감의 여운을 즐기는것도 잠시 두번째로 도착한 용린은리 사저의 메시지때문에 나는 이번에야말로 휘르 행수와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었다.
* * * *
"오호 이분이 용린혁 가주님의 새롭게 제자로 받아들이신 옥사건님이시군요. 이 촌로 마린운이 인사드리겠습니다."
"예, 예? 아 예. 안녕하세요."
"운이 할아범 이 딴 녀석한테 그렇게 예의를 갖출 필요없다니까."
"허나 용린혁 가주님의 제자시라면 배분상 현 가주대리인 용린순 어르신과 맞먹는 자리인데 제가 어찌 소흘히 대할 수 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제자는 제자인데 명목상의 제자일뿐이랄까... 아, 설명하기 어렵네!"
"이 촌로의 귀가 어두워 은리 아가씨의 귀한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아니 내 어휘력이 부족한것뿐이니까. 아무튼 인어족들을 태우는거나 도와줘, 운 할아범."
"호오 다른 행성에서 오신 손님분들이십니까?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마린훈이란 나이든 남자는 일개전함의 함장인데다가 분가라고는 하나 한 세가의 가주임에도 저자세를 취하는것이 몸에 베어 있어보였다. 뭐 그렇다고해서 지팡이까지 쥔 꼬부랑 할아버지에게 하대를 했다간 어떤 취급을 당할지 알 수 없어 나는 비교적 정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순양함급인 실버스케일과 달리 전함급인 용린선은 공간적 여유가 제법 있었던 탓인지 나는 다시 개인선실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바로 개인선실로 뛰어들어갈 수 는 없었으니, 인어족들 중에서 낯선 땅에 대한 공포로 다리 힘이 풀리거나 바닷물로 씻지 못해 피나도록 긁어버린 이들을 이매망량으로 후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나야 우주 한복판에 던져 놔도 It's OK였지만 일반인이 다른 지역도 아니고 다른 별로 이동한다는 것은 많은 부적응 문제를 동반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나마 팔륜성에는 수왕성만큼이나 자연환경이 보존된 장소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 걸어봐야겠지.
거동이 불편한 모든 인어족들을 이매망량을 통해 배정된 선실까지 옮긴 나는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은리 사저의 '수, 수고했어.'를 듣고나서야 마침내 개인선실내의 침대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전함 용린선이 팔륜성에 도착할때까지 한숨 잠이라도 잘까하다가 문득 괄목상대의 수법으로 익힌 무공이 떠오른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전함인데 밑에층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오지는 않겠지."
아바타는 내공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 용린소심공으로 소주천을 하거나 용린연환각 정(丁) 초식 초승달가르기에서 검기가 발산되지는 않겠지만 용린삼재보로 개인선실내를 활보하며 초승달가르기의 형만을 구사하자 제법 숙련된 무인의 태가 났다.
너무나도 분한 사실이지만 지난 반년동안 틈틈히 익힌 용린정권과 용린연환각의 3초식보다 별의 생명력을 흡수해 대성시킨 용린삼재보와 초승달가르기의 움직임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마치 10년동안 그 두 초식만 익힌 사람처럼 연계조차 부드러워 검기를 쏘아내지않고 그냥 실전격투용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이렇게되면 용린정권과 용린연환각의 3초식도 풍수지를 제물로 바쳐 스킬포인트를 투자할 수 밖에 없을 듯했다. 죽음의 장기중 뇌를 섭취하여 암속성 친화력 스텟을 얻은것은 백년을 수련한다한들 일깨울 수 없는 감각을 손에 넣은셈이지만 스텔라 비타 괄목상대의 경우 부지런히 수련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까지의 길을 단축시킬뿐.
이라고 생각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비록 3대 제자들이나 배우는 하급무공이라고 해도 대성할 경우 그 위력이 만만치 않았으니, 10개 아니 지금은 9개밖에 남지않은 3등급 풍수지를 모두 바쳐서라도 각종 하급무공을 섭렵할 가치가 있었다. 팔륜성에 도착하면 개인적으로 용린검가 외의 다른 가문의 무공도 살펴볼 계획이였다.
"백호문의 권법은 패도적이고 현무문의 권법은 빈틈없이 단단하며 귀갑권가의 권법은 그 묘리가 오묘하여 종잡을 수 없다지."
무공 커뮤니티의 한줄 코멘트들을 종합해본 결과 팔륜성에서 권법으로 유명한 가문은 위의 3가문으로 사실 용린검가는 권법과는 인연이 없는 가문이였다. 단지 용린춘 장로가 권법에 조예가 깊어 초심자용 무공을 내게 전수해준것일뿐, 다양한 계통의 무공을 연구하는 사신문과 달리 사령가는 본디 한가지 계통의 무공만을 계승하는것이 전통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귀갑권가의 권법이 특히나 난해하여 배우는것도 상대하는것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것이다. 물론 같은 성씨의 사람들에게만 무공을 전수하는 사령가의 특성상 귀갑권가의 권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건 아니였으나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이 만연한 세상에서 모든걸 감출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3대 제자에게 가르치는 하급무공의 경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부인에게 공개된 상태였으니 내가 노리는것도 바로 그 무공이였다. 혹자는 용린검가의 가주의 직속제자씩이나 되면서 왜 권법매니아 행세를 하는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 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병장기의 부재가 곧 전력의 반감으로 이어지는 검술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의 문제도 있었고, 수족을 다루는 무공인만큼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은 물론 검기상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기간도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천생 학자타입인 내게 크게 다가왔던것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VOT 온라인에서 용린혁 가주를 찾아간건 구십번대 무공인 용린무형검을 배우기 위해서였지."
그러나 구십번대 무공인 용린무형검을 배울 수 있다한들 행성을 아무리 삼켜도 걸음마 단계조차 뛰어넘지 못하는 바, 가성비를 생각하면 역시 권법을 연마하는 쪽이 나아보였다. 물론 유틸성을 생각해서 신법이나 지법같은것들을 배워두는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스텔라 비타 괄목상대덕분에 더 이상 무공은 내게 어려운 숙제가 아닌 일용할 양식이 되었으니 나는 팔륜성 도착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수왕성과 달리 팔륜성은 워프게이트 직통라인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아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 땅을 밟아볼 수 있을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묘한 진동과 함께 미식거림이 찾아온 순간 용린은리 사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워프게이트를 통과한 덕분에 팔륜성이 이제 코앞이니까 별 구경이나 할겸 지휘실로 찾아오라는 내용이였다.
팔륜성에 착륙하면 다시 거동이 불편한 인어족들을 후송해야 했으니 이래저래 지휘실에서 대기하는 편이 낫겠지. 개인선실 밖으로 나가니 이 함선에서도 옵티컬로이드 모델로 우르사티가 만든 스텔리온을 채택했는지 익숙한 동글동글한 모양의 기체가 맞아주었다. 그녀석의 안내를 받아 지휘실에 도착하니 수왕성 못지않은 푸른별이 화면을 꽉채우고 있었다.
"아름다운 별이네요."
"사신성의 과학문명 레벨은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그 후예들도 자연친화적 개발방식을 선호한 덕분이지."
"그런데 용린선 말고도 다른 전함이 팔륜성 주위를 맴돌고 있네요?"
"팔륜성의 주력가문인 청룡문, 백호문, 주작문, 현무문, 용린검가, 귀갑권가, 기린도가, 봉황창가의 재원으로 만들어진 팔륜함대 소속 8개 전함이 분기단위로 돌아가면서 경비를 서고 있답니다. 지금은 청룡문의 청룡선이 감시를 맡고 있으니 용린선의 차례는 1년 뒤에나 돌아오겠지요. 해적질을 일삼는 무법자들이나 디파일러들이 언제 침공해올지 모르는 일이니 우주경계도 소흘히하지 않는겁니다."
"운 할아범의 말대로야. 팔륜성의 내륙에서 맞서싸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우주에서 요격할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니까. 수왕성처럼 막 VOT 시스템을 각성한 행성이 아니라면 이게 보통이야. 아무리 많은 예산이 소모되도 우주경계는 게을리 하는법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