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20화 (22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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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아니 이 썅년이 진짜 뒤지고 싶나. 지금 이게 선물이라고 준거냐? 나를 엿먹이려고 했던건 아니고?"

"그러니까 말했잖아. 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혼돈의 주인 야미도엔이라고. 내 행위에 어떤 규칙성이나 당위성을 찾으려고 했다면 그만두는게 좋아. 그래도 미안하니까 조금은 제대로 된걸로 갖다줄게."

야미도엔이 거울속을 뒤적이더니 딱 보기에도 균형잡힌 바스타드 소드 하나를 꺼내 내게 던져주었다. 한손에 착 감기는게 세계수의 잔목을 깍아 만들었다는 물푸레나무 곤봉처럼 대놓고 말도안돼는 무기는 아닌듯 싶었으나 이내 검을 쥔 손등위로 시커먼 털이 자라나 팔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No.92 풀루토늄 소드]

-엘더 드루이드를 금속에 녹여내 만들었다는 괴이한 양손검.

-사용자에게 무한한 변이에너지를 주입해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적의 병장기와 맞붙었을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망가트린다.

-??? VP

"아오 이 빌어먹을 털같으니라고!"

"꺄하하하하하하하!!!"

풀루토늄 소드라는 이름의 괴검을 집어던지는게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한 마리의 유인원이 되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보란듯이 쳐웃고 있는 저 발칙한년을 향한 분노가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초월인터페이스고 나발이고 저걸 확!

"미안, 미안. 그쪽 오빠의 리액션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보통 반신타락자 후보들은 인외마경의 존재들이 많아서 오빠처럼 생생한 반응을 안보여주거든. 이해해줄거지?"

"닥치고 이 빌어먹을 계륵같은 무기들이 아직 더 남아있으면 빨리 던져. 네 시덥잖은 장난에 어울려주는것도 슬슬 한계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게 마지막 무기야. 이건 활용하기에 따라 쓸만할지도?"

야미도엔이 C팬티로 중요부분만을 가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몽환경을 뒤지더니 이번에는 일본도의 느낌이 나는 얇상한 검을 던져왔다. 조금의 기대도 하지않고 붕대로 감싼 손잡이를 들어올리니 역시나 보통의 인간이 사용할 경우 과다출혈로 죽기 딱좋은 녀석이였다.

물론 재생력이 월등한 나니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아예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럴바에야 그냥 포카튼해머 랑페이에게 쓸만한 장검을 주문제작하는게 나아보였다. 내가 검을 쓸곳이라고 해바야 라스트템플러 에녹에게 몸의 제어권을 넘겨줄때뿐인데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앞선 3개의 괴검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었다.

[No.90 블러디 카타나]

-오리지널 뱀파이어를 금속에 녹여내 만들었다는 괴이한 한손검.

-사용자의 피를 무한히 빨아들여 유혈검기를 발산한다.

-피를 주입받지 못했을때는 급속도로 녹슬어 병장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못한다.

-??? VP

"그래서 장난은 다끝났냐? 웃을건 다 웃었고? 도대체 나를 반신타락자로 영입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물론 나는 오빠를 영입할 생각으로 가득차있지. 한번 생각해봐. 지금까지 맛보았던 보지와는 격이 다른 보지들이 천상계에서 뛰놀고 있다고. 반신타락자에 들어오면 그 지체높은 암컷들이 전부 오빠꺼란 말이지."

"그러면 여신이 됐던 선녀가 됐던 샘플로 하나만 가져와바. 한번 따먹고 결정해야지 네말만 듣고 어떻게 덮석 입단하냐?"

"그건 조금 곤란할지도..."

"곤란하다고? 아니 우리 전지전능하신 초월인터페이스께서도 불가능한 일이 있나보지? 내 꿈에 무단침입한것처럼 천상계라는 곳도 슝하고 들어가서 대충 아무 여신이나 납치해오면 되는거 아니야?"

"천상계에는 초월자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으니까 나정도 되는 존재가 잠입하려들면 들킬 수 밖에 없는걸."

"잠깐 그렇다면 설마 여신이나 선녀를 따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다 개뻥이였다는거냐?"

"그건 아니야. 오빠정도라면 충분히 초월자들의 눈을 피해서 천상계에 잠입할 수 있지. 물론 내가 문까지는 열어줄 수 있어도 여신이나 선녀를 제압하는건 오빠의 몫이지만. 혹시나 싶어서 경고하는데 여자라고 해서 얕봤다가는 큰일날걸? 여신중에서도 투신급으로 강한 개체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니까 요는 이쁜언니들이 있는 룸번호를 알려줄테니 부킹에서부터 2차까지는 알아서 해라. 하지만 팁은 두둑하게 챙겨받겠다라는 생양아치 짓거리를 하겠다는거 아니야!"

아니 이 초월인터페이스 자매는 서로 분위기는 달라도 날로먹는 마인드는 어찌 이리 닮았는지. 엔도미야 그년도 귀혼강신법이 진시황릉의 99층에 있다는 사실만 알려주고 공략법에 관해선 단 한줄도 코멘트를 남기지 않지 않았던가? 게다가 여신칼날대는 1000만 VP의 연봉이라도 있었지 반신타락자는 써먹지도 못할 괴검 3종 세트나 던져주고, 아오!

"꺄하하하하! 어머 오빠 정말 신박한 비유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나는 엔도미야 언니처럼 규칙에 얽메이지 않는 혼돈의 주인이라고. 내가 직접 여신이나 선녀를 잡아다 줄 수는 없지만 정말로 신박한 걸 줄게."

"밑장을 3장이나 뺐으면 그게 무슨 카든지 빨리 공개하지 그래? 솔직히 이제와서는 기대조차 안된다만."

"디파일러의 미들네임을 줄게."

"미들네임? 귀족들이 이름 중간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겉멋든 단어들을 말하는거냐? 아이구야 퍽도 신박한 보상이다."

"디파일러의 미들네임이 있으면 스텔라 비타를 사용할 수 있는데도?"

"스텔라 비타? 설마 긴고 녀석처럼 분신을 1000명까지 늘릴 수 도 있는거냐?"

"그건 오빠의 심상세계에 달린 문제야. 긴고는 외로움이 많은 아이였던지라 분신이라는 방식으로 마음의 빈틈을 채우려고 했던거거든."

"미들네임에 그런 기능이 있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빨리 줘봐."

"보채지마, 오빠. 디파일러의 미들네임을 부여한다는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야미도엔이 몽환경 위에서 내려와 우아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천상계까지 갈 필요없이 눈앞의 초월인터페이스야 말로 내가 찾던 이상향에 가까운 암컷이였다. C형 팬티덕분에 훤하게 드러난 골반 라인과 가죽 코르셋 사이로 노골적으로 매력발산중인 가슴골은 정말이지 일종의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야미도엔이 내 이마에 무엇인가를 그려넣을 동안 나는 그 절경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구경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야미도엔이 내 이마를 지나쳐 목덜미에 보라빛 매니큐어를 긁기 시작했을때, 나는 그것이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이라면 필연적으로 거치게되는 영혼의 표식의 일종이라는걸 깨닫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동작그만! 밑장빼기는 3장이면 충분하지 않았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자유도 소중한줄 알아야지. 어디서 목줄을 채우려 들어?"

"어머 오빠 영매계열의 능력자였어? 그것도 상당한 경지의... 뭐 긴고를 때려잡았으니까 그건 당연한 일인가. 정말 유감이야. 그냥 내가 주는 개껌이나 받아들고 찌그러져 있었으면 천상계의 여신들을 품안에 안을 수 있었을텐데. 목줄이 없는 개새끼는 나도 죄금 불안해서 Bye, Bye."

야모도엔이 내게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속으로 쏟아지는 정보의 물결이 내 뇌속에서 홍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방대한 정보의 기원은 디파일러들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동일한 매커니즘으로 탄생한 디파일러 들이였지만 혼돈의 주인을 자청한 야미도엔은 특유의 변덕을 발휘해 디파일러 킹과 퀸들에게 개성을 부여했으니, 그것이 팔각의 침식자들이 각자 고유한 성격과 능력을 가지게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였다.

그냥 처음 그 생체병기를 설계했던대로 두었다면 무참히 주위 행성을 먹어치우면서 전우주를 공포로 몰아넣었겠지만, 야미도엔이 부여한 그 개성때문에 대붕공자 카트랏슈는 인간들과 소통하기를 원했고, 다비금강 사리카야는 투신도시를 만들길 원했으며, 마애혈불 긴고는 무려 같은 디파일러 퀸을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미도엔은 세상을 혼돈으로 밀어넣고자 하는 악의 축치고는 너무 버그 투성이였던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모종의 바이러스로 인해 엔도미야로부터 갈라져 나온 변종인터페이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일련의 사태는 그녀다운 짓거리라고 말할 수 있겠지.

"뇌속이 새하얘지다 못해 홀랑 타버리는 기분이지? 초월인터페이스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1제타바이트의 인과율계산정보를 오빠의 머리속에 강제로 밀어넣었거든. 그러니까 상대를 봐가면서 깝죽거렸어야지. 디파일러 킹이고 퀸이고 자시고간에 전부 내 체스말에 불과한것을 체크메이트를 외치고 싶었던거라면 최소한 내 본체가 있는 카오스 플래닛 앞에서 하라고.

물론 근처에 오기도전에 가루가 되버리겠지만, 후후훗. 이런이런 나도 뇌가 가루가 되버린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디파일러들의 탄생과 그로 인해 변하기 시작한 우주의 모든 인과관계를 내 뇌세포에 담아낸다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이건 두뇌가 명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뇌용적량의 한계치를 농락하는 잔인한 실험이였다. 그렇게 처음의 색정적인 표정이 아닌 악귀처럼 잔인한 얼굴로 변한 야미도엔을 일견하는것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은 심연 깊이 가라앉았다.

*    *    *    *

"커커커컼, 커커커커컼!"

"괘, 괜찮으십니까, 옥사건 준위님? 의무병을 불러드릴까요?"

'에녹 나쁜꿈을 꾼것뿐이라고 적당히 둘러댄 다음 밖으로 나가라.'

"괜찮습니다. 악몽을 꾼탓에 잠꼬대를 한것뿐이니 잠깐 바람이라도 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면 나아지겠죠."

뇌가 홀라당 녹아버린 탓에 몸의 제어권을 이양받은 에녹이 내 명에 따라 불침번 담당병사를 진정시키고 내무반 밖으로 향했다. 제대로된 수면을 취한건 단 한시간도 채 되지 않은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동이 터오르기 직전이였다.

질서를 수호하는 초월인터페이스 엔도미야와 달리 혼돈 그 자체인 야미도엔이 내 꿈에 침입해 깽판을 쳤던건 절대 꿈이 아니였다. 과부하를 견디다 못해 완전히 가루가 되버린 뇌와 인벤토리에 자리를 꿰찬 빌어먹을 3대 괴검 그리고 아바타 이름마저 뒤바뀐 상태창이 그 명백한 증거였다.

[옥사건 더 디파일러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해 신체를 재생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블랙탈론을 통해 격투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음에너지의 파워가 4.9배 증폭됩니다.

-죽음의 장기중 뇌를 계승해 친화력[暗] 스텟을 얻었습니다.

-옥사건 더 스텔라 비타 제 1성기 괄목상대(刮目相對)를 사용할 수 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Ex(64/???)

친화력[暗]: C(0/128)

스텟포인트: 0

'이 빌어먹을 야미도엔년같으니라고. 엔도미야 이상의 또라이였잖아!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지, 진정하십쇼, 주군. 주군의 살의에 반응해서 주위의 망령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할 수 도..."'

'레레 뭐하고 있어! 저 잡것들 제어안하고!'

'며, 면목없습니다. 결국 이매망량군의 주인은 대사신님이시기에 제 의지가 그 살의를 뛰어넘을 수 가 없습니다.'

'으으으으으으! 이놈이고 저놈이고!"

나는 실버스케일 함선의 복도 구석에 쭈구려앉아 뇌가 재생될때까지 화를 삭였다. 동이 터오르고 어느새 기상시간이 가까워지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사리카야의 엄포때문인지 발두인 함장은 서둘러 마지막 인원점검을 마치고 수왕성을 뜰 생각인것 같았다. 뭐 그런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던 나는 그저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할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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