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15화 (215/599)

0215 / 0316 ----------------------------------------------

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비스트코인 상단의 투기장 관리원 출신인 라챠카의 도움을 받아 하늘정원 커뮤니티에 주문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게된 나는 미리 건조된 전함의 커스터마이징에 걸리는 일주일동안 동해용궁 주변의 망령들을 수집하고 다녔다.

이솔다 공주에게는 잔혹한 일이지만 그 망령들은 대부분 사리카야의 습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인어족들이였다. 아무리 천하의 개새끼인 나라고 해도 가슴 한켠이 살포시 아려왔지만 근위병 수준으로 발전한 이매망량들이 십만대군을 이루어 내 앞에 정렬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콧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약육강식의 프레임이라는건 나 혼자 나서서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였다. 봄이 오면 꽃이피고 겨울이오면 눈이 오는것과 같이 당연한 규칙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강자로 올라서는것이 가장 깔끔한 해결방법이였다.

그렇게 십만 이매망량군을 장난감 병정처럼 가지고 놀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 도시형 전함이 동해용궁 앞마당으로 워프되었다. 미래적인 느낌의 전함보다는 하늘을 떠다니는 고성같은 디자인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리얼하기 짝이없는 개석상이 성벽 곳곳에 장식된걸 보니 이건 정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이였다.

"아무리 대책없이 투신도시 계획을 수립했어도 도시형 전함의 이름정도는 정해뒀겠지?"

"도그파이트, 도그파이트로 할거야."

"흐음. 그닥 멋들어진 이름은 아니지만 직관적이여서 좋군.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건물은 역시 직관적인게 최고지. 그럼 지금부터 갈색늑대 일족의 라챠카씨에게 함장의 권한을 이양하겠어. 여차하면 이 사람이 전함을 훔쳐서 나를 수 도 있는데 괜찮겠어?"

"상관없어. 그 경우 내가 쫓아가서 전함채로 박살내버릴거니까."

"하하. 사리카야짱 그러면 기껏 손에넣은 도시형 전함을 못쓰게 되버리잖아. 하늘정원 커뮤니티가 아무리 에프터 서비스가 좋아도 두쪽난 전함을 수리안해줄걸? 라챠카씨의 경우 내가 독뱀을 심어놨으니까 걱정하지마."

"독뱀을 심어놨다고? 스고우 이 약아빠진 녀석. 나 몰래 그딴 짓이나 벌이고. 뭐 그건그렇고 옥사건 미안하다만 도시형 전함도 도착했겠다 슬슬 실버스케일이랑 동해용궁의 인어들을 이 수왕성에서 쫓아내고 싶다만. 네 얼굴을 봐서라도 난폭한 방법은 쓰지않겠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투신도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글쎄. 내가 떠나야한다고 사정을 설명한다고 해서 바로 통할것 같지도 않고 사리카야 네가 함께 가서 무력시위라도 하면 바로 수왕성을 떠나지 않을까?"

"무력시위가 뭔데?"

"그냥 가서 육안으로 보이는 산을 아무거나 박살내거나 바다를 반으로 갈라버리는거지."

"에엥? 왜 내가 그런 귀찮을 짓거리를 하지않으면 안되는건데."

"그렇게라도 해서 디파일러 퀸의 위험성을 보여주지않으면 한평생 살아온 고향별을 버리지 않을테니까. 그렇죠, 옥사건씨?"

스고우가 예의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게 확답을 구했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통해 도그파이트 전함의 함장권한을 라챠카씨에게 이전했다.

함장권한 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장문의 경고문을 스킵하고 3차례나 반복해서 나의 결정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버튼을 눌러 넘기고 나서야 모든 과정이 완료되었다. 이걸로 긴고토벌작전의 전리품 분배는 모두 끝났다.

내가 사리카야에게 해줄것도 없었고 사리카야도 내게 요구할것도 없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건 역시 간신히 아이스 바운드 마을에 정착한 동해용궁의 인어족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성격 급한 사리카야가 헥타베로스에 올라타는 것을 뒤쫓았다. 뭐 어차피 해야하는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는게 낫겠지.

*    *    *    *

"즉 사리카야씨는 옥사건 준위가 긴고라는 디파일러 킹의 함정에 빠진것을 구출한 다음 그의 힘을 빌려서 그 디파일러 킹 경쟁자를 제거하셨다는겁니까? 그리고 그 경쟁자가 사라진 지금 수왕성의 소유는 사리카야씨로 확정됐으니 저희는 나가달라는 말씀이시죠?"

"사리카야씨? 내가 얌전히 제발로 함선에 기어들어오니까 만만하게 보이냐, 이 꼬맹이 새끼야? 아까 내가 산을 부시고 바다를 가르는거 봤지? 나는 지금 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온 적장이라고."

"아, 아뇨. 결코 디파일러 퀸씨에게 친한척을 하려고 이름을 부른것이 아니라..."

"존칭을 부치지 말라는 소리다, 이 꼬맹아! 정말이지 왜 이런 어린놈이 함장직같은걸 맡고 있는거야. 이야기가 안통하네. 어찌됐든 잠깐 나갔다가 30분후에 돌아올테니까 수왕성을 떠나던가 내게 맞서든가 둘중 하나는 선택해놓으라고."

사리카야가 데스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간 뒤 브리핑 룸에는 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처음 내 생환을 확인한 실버스케일의 간부들은 하나같이 기쁨과 반가움을 표출했지만 내가 핵폭탄급 혹덩어리를 달고 왔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은것이다.

"이건 제 함장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무방하겠군요.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에요."

"죄송합니다. 제가 초대받지않은 손님을 데려오는 바람에."

"아뇨, 사과하지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이 사태가 옥사건 준위의 탓이 아니라는걸 판단할 수 있을정도의 분별력은 남아 있으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전부 제가 거짓말을 한 탓이에요. 디파일러 킹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얘기를 진즉에 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되지도 않았을텐데."

"으음. 스와레 공주님의 잘못 또한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는 없겠습니다만, 지금 중요한건 현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이니까요. 일단 DF등급 소유자인 용린은리 소령과 옥사건 준위에게 차례대로 의견을 묻고 싶군요. 혹시나 싶어서 묻는거지만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씨를 상대로 승산은 있는겁니까?"

"분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분하지만 없어.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라면 일전에 내 모행성인 사신성을 침략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 전력에 관해서는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어. 청룡문, 주작문, 백호문, 현무문, 용린검가, 귀갑권가, 기린도가, 봉황창가의 내로라하는 당대 가주와 장문인 8명이 모여 팔륜검진을 펼쳤음에도 패배하고 말았다는군.

그리고 그 당시 목숨을 잃은 용린검가의 가주가 옥사건 너도 익히 알고 있는 용린혁 영감탱이."

"정말입니까? 그건 처음듣는 이야기로군요."

"전대 가주가 협공까지 펼쳤음에도 디파일러 퀸에게 패배했다는 이야기가 무슨 자랑이라고 떠벌릴리가 없잖아. 아무튼 사리카야를 어떻게 여덟조각 내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숨통을 끊는데는 실패했다고해. 다시 재생했을때는 오히려 처음보다 쌩쌩한 상태였다고. 대우주시대에 접어들면서 무공은 발전하고 영약을 구하기 쉬워졌기에 나는 당대 가주들보다 강해졌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팔인의 합격을 받아낼 정도는 아니야. 뭐 그런 이야기지."

용린은리 사저 성격이라면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에게 일기토를 신청하고도 남을정도인지라 마음을 졸이고 있던 나는 은리 사저가 의외로 깔끔하게 물러서는 모습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여기서 내가 몇마디만 더 거들기만 하면 발두인 함장은 얄짤없이 퇴선명령을 내리겠지.

"옥사건 준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가 싸우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만큼 많은것을 느끼셨을것 같습니다만."

"뭐 싸울려고 하면 싸울 수 는 있겠습니다만... 아까 아이스 바운드에 입성하기 전에 그녀가 선보인 무력시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버스케일 함선조차 일권에 박살낼 수 있는 존재인지라 이겨도 이긴게 아니게 되겠지요. 다른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결코 아니라는겁니다.

뿐만아니라 괜히 불안감만 조정할까봐 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저 사리카야가 타고온 디파일러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에는 정예 디파일러 나이트는 물론 일전에 용린은리 사저와 천주랑 대주가 함께 맞서싸운적이 있는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쿠자르가 대기중입니다. 이래저래 사리카야와 맞서는 선택지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물론 발두인 함장이 명령한다면 맞서싸울 용의는 있습니다. 용린은리 사저와 협심해서 전력으로 맞붙는다면 승률은 반반정도는 나올것 같군요."

"그런 선택을 제가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모두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니 그건 성공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후우. 어쩌면 디파일러 트라이브가 두개나 존재하는 행성을 정착지로 선택한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였던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발두인 함장. 당신 덕분에 저는 동해용궁 커뮤니티를 여기까지 끌고올 수 가 있었으니까요. 저도 각종 커뮤니티를 서핑하면서 알건 다 알고 있습니다. 이곳 수왕성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산자원이 있음에도 대형 커뮤니티에게 외면받은건 디파일러들의 위험성이 너무 높아서라고."

"그렇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어떤 인도주의적 마인드로 동해용궁의 가디언 커뮤니티가 된건 아닙니다. 일종의 블루오션을 노리는 작전이였죠. 당장 백토성의 사상누각 커뮤니티만 해도 계약중인 가디언 커뮤니티만 다섯개가 넘어서는 레드오션 상태였으니까요. 뭐 이런 시시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죠. 지금부터 함장령을 내리겠습니다. 동해용궁과 북해용궁 커뮤니티분들은 모두 실버스케일함에 탑승해주세요."

발두인 함장이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솔다 공주와 스와레 공주에게 부탁했다. 그녀들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진 간부회의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인어족들을 한정된 선실에 배분시키는가를 주제로 펼쳐졌다.

"아무래도 1인실을 쓰고 계시는 간부님들께서 양보를 좀 하셔야할것 같군요. 최근 마음고생이나 몸고생 둘 다 심하셨을 옥사건 준위에게는 특히나 죄송하지만 일반 병사들과 같은 내무반을 쓰셔야할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인어족들은 인어족들끼리 같은 방을 쓰게하는편이 좋을테니까요."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저야 로그아웃한 다음 본체에서 생활한다고치면 관물대에 아바타를 보관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저보다는 용린은리 사저가 문제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자가 병사들과 같은 내무반을 쓰기엔..."

"그건 그렇네요. 그렇다면 이솔다 공주님과 스와레 공주가 용린은리 소령의 집무실에서 머무는걸로 하죠. 각 커뮤니티의 인어족들이 함내생활을 하면서 불편한점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소의 역할도 겸하는겸."

"잠깐! 사람을 뭘로 보는거야. 내가 이런 긴급상황에서조차 침대가 아니면 잠들지 못하는 요조숙녀로 보여? 내가 한참 폐관수련을 할때는 자갈밭을 이불삼고도 쿨쿨 잘만 잤다고. 침낭 하나들고 격납고에서 자리필거니까 내 집무실은 공주님들에게 주던지 말던지 맘대로해."

"저도 욕조하나만 있으면 격납고가 됐든 어디가 됐든 잠들 수 있습니다."

"아, 아뇨. 이솔다 공주님은 인어족들의 통제를 담당하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격식이 있는 장소에서 머무는것이 맞겠죠. 그러면 이걸로 회의는 잠시 중단하고 구체적인 방배정은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여왕님이 기다리고 있는듯 하니까."

발두인 함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사리카야가 자신이 말했던 30분은 커녕 15분도채 지나지않아서 브리핑 룸으로 돌아와 있었다. 팔짱을 낀채로 입구에 서서 아무말도 하지않는걸 보아하니 자기도 약속시간보다 일찍 복귀했다는걸 알긴 아는 모양이군.

저 더럽게 성격 급한년. 도시형 전함 도그파이트가 도착하자마자 헥타베로스에 탑승해 아이스 바운드 마을로 향할때부터 알아봤다.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이 수왕성의 주민들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 나서는 손가락과 발을 계속해서 허공에 두드리며 발두인 함장을 압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