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13화 (21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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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사리카야의 격분한 감정에 반응했는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리카야의 바로 앞에 있었던 긴고의 신체 또한 그 영향을 받아 간신히 재생해낸 피부가 다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긴고가 잿더미가 되는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정체불명의 육각형 방어막이 나타나 사리카야의 불꽃을 원청봉쇄했다. 일전에 사리카야가 말했던 같은 킹과 퀸이 서로를 죽일 수 없게 만드는 제약이란건 저걸 지칭하는것이였던가.

시험삼아 아크네메시스의 삼지족으로 긴고를 톡하고 찔러보니 육각형 방어막을 그대로 통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친김에 디파일러 킹 긴고의 붉은 눈동자 두 개를 삼지족으로 파내 수중에 넣었다. 당연히 긴고는 우주가 떠나갈 듯 비명을 내질렀고 불같이 화를 내던 사리카야는 당황한듯 불꽃을 거두었다.

"고해성사라는걸 들어주자고 했던건 옥사건 너였잖아. 갑자기 왜 눈알을 빼고 지랄이야? 내 불꽃때문에 그런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주인님, 주인님 지금 당장 그 눈알을 드셔야 효력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저 눈알모양의 젤리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게 되버립니다.'

"고해성사를 하는데 눈은 필요없으니까. 대기권을 뚫고 올라오느라 고생했는데 이정도의 특식은 있어야지."

꿀꺽. 나는 벨리알의 세번째 눈, 요슈아가 가려진 안대속에서 흥분해 날뛰는걸 느끼며 긴고의 두 눈알을 톡하고 입에 털어넣었다. 분명 눈알을 넘긴건 식도였는데 피가 몰리는건 요슈아가 자리하고 있는 안대쪽이였다.

안대를 중심으로 혈관이 도드라질정도로 튀어나와 안그래도 고통스러운데 이매망량들까지 날뛰기 시작해 나는 극심한 멀미를 느꼈다. 이전에도 영력이 한랭크 상승할때마다 진통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그 고통의 정도가 격이 달랐다.

괜시리 화가나서 안대 속의 요슈아를 움켜쥐었지만 새된 비명과 함께 '제 탓이 결코 아니옵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뿐이였다. 사리카야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내게 소리쳤지만 골이 웅웅거리기만 할뿐 뭐라고 하는지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결국 끝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이매망량의 제어권을 놓아버린 순간 이 잡것들이 주인인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룡 아크네미시스폼 상태인 내게 이매망량따위가 흠집 하나 낼 수 있을리가 없었고 그건 이매망량 백인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매망량들의 반역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고통도 잊고 통제를 벗어난 망령들을 찢어죽이기 시작했다.

"야 옥사건 지금 허공에다가 뭐하는 짓거리야! 여기 긴고를 죽이라고, 긴고를!"

"이것들이 감히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내게 반역을 해? 이 하찮은 미물놈들 전부 다 진토로 되돌려주마!"

"누, 눈이 재생되질 않아. 사리카야의 얼굴을 볼 수 가 없어..."

"아 이것들이 쌍으로 지랄이야! 진짜 돌아버리겠네. 옥사건 우주로 나오더니 무슨 공황장애라도 쳐 걸린거냐? 뭘 자꾸 시부렁거리면서 엉뚱한데다가 화풀이를 하고 있는거냐고. 한대 쳐맞아야지 정신을 차릴거야? 그리고 긴고 너 이새끼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겠다. 그 고백에 대한 답을 지금 들려줄테니까 저승길 가는동안 가슴속에 잘 새겨둬라.

일단 너처럼 왕같지도 않은 녀석은 싫어. 내 타입도 아니고 나보다 한참 약하지. 무엇보다 좋아한답시고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따라쟁이 짓이나 하는 찌질이는 사양이라고!!!"

"역시 거절 당하는구나. 그래도... 사리카야 네가 나를 미워해도, 인간까지 동원해서 나를 죽이려고 해도 나는 네가 좋다. 너무 좋아, 좋아. 같이 죽고싶을 정도로."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시부리..."

디파일러 킹 더 스텔라 비타 제 3성기 자아붕괴(Self Determination)

내가 꼭지가 돌아 내 손으로 직접 이매망량 천인대를 모두 진토로 되돌려보내고 있을때 사리카야가 있는쪽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집결이 느껴졌다. 500명에 가까운 이매망량들을 모조리 잡아 족치자 반란도 어느정도 진압되었기에 숨돌릴 틈이 생긴 나는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오르고 있는 긴고를 뒤늦게 발견했다.

사리카야가 긴고를 자신의 몸에서 떼내기 위해 태양처럼 타오르는 불꽃을 일으켰지만 같은 킹과 퀸을 죽일 수 없다는 제약때문에 모든 공격이 무효화되고 있었다. 상황이 심상치않다는걸 깨달은 나는 반란이 무위로 돌아갈것 같자 바짝 쫄아있는 500명의 이매망량들을 내버려두고 긴고에게 질주했다.

일흔 여덟 갈림길 걷고 걸어

저승 호안성 도착했으나 아직 갈길이 멀어

육로 삼천리 해로 삼천리 또 걷고 걸어서

마침내 저승 연천문 두드렸노라

조왕할망따라 행기못가 이르렀으니

저승꽃 사뿐이 즈려밟고 가겠나이다.

네크로노미콘 강령술식 78번 저승문 개전(開戰)

두번다시 쓰지않겠다고 결심한 저승문 개전이였지만 상황이 상황이였던지라 나는 허겁지겁 7절 주문을 제창했다. 이매망량들의 반란이야 괘씸하기 그지없는 일이였지만 확실히 그 반란이 영력향상의 징후였던건 분명했는지 대궐집 대문같은 저승문이 턱하니 내앞에 나타났다.

이 크기라면 터무니없이 그 부피를 확장한 긴고녀석도 가뿐히 집어넣을 수 있을것 같았다. 육각형의 방어막은 내 공격에는 발동하지 않았기에 나는 긴고녀석의 모가지를 풍선의 꼭다리처럼 움켜쥐고 저승문안으로 쑤셔넣었다.

간신히 자폭을 감행한 긴고를 저지한 나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쳤다. 물론 문지방 너머로 콰광!하는 폭발음이 들려오는 일따윈 없었다. 이 우주와 저승은 아예 다른 차원의 공간이였니까.

남은 이매망량들을 마저 벌하기 위해 저승문을 등진 그때 나를 덮쳐오는 신형이 있었다. 깜짝놀라 삼지족을 휘두르려고 했던 나는 그 상대가 사리카야라는 것을 깨닫고 한시름 놓았다. 아니지 설마 이년이 긴고를 죽이고 나니까 딴마음을 먹은건?

"죽는줄알고 무서웠잖아! 이 옥사건 바보같은놈아. 그러니까 내가 죽이라고 할때 왜 안죽이고 딴청을 부려서... 흐으으응, 흐윽, 흐으응"

"아니 잠깐만 사리카야 네 실력이라면 그 자폭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거 아니냐?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안위가 걱정되서 긴고를 격리시켰다만."

"물론 죽지않을 자신은 있었어. 하지만 빈사상태가 되는걸 막지는 못했겠지. 그런데 여기는 흡성대법을 사용할 수 없는 우주잖아. 나는 우주미아가 될뻔했다고! 정말이지 이게 다 너때문이야. 아아아아아앙!"

"그러니까 쿰바숲을 벗어난 다음 한 상공 1000m 쯤에서 죽이던가 하지. 괜히 오버해서 우주밖까지 나와서 그렇게 된거 아니야."

"몰라아아잉. 빨리 지상으로 내려갈래."

"아니 이게 어디서 앙탈이야. 먼저 내려가 있어. 나는 이곳에서 긴고의 죽음을 확인해야하니까."

용린은리사저과인줄 알았던 사리카야가 스완레 공주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나를 껴안으니 묘한 반전 매력이 느껴졌다. 은근슬쩍 사리카야를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가슴과 엉덩이의 볼륨감을 체크해보니 여간 꼴릿한게 아니다.

그러나 여차하면 내 주니어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여자에게 찝쩍되는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여차하면 내 주니어를 회칼로 저미듯 손질할 수 있는 은리 사저를 내가 건들지 않는것과 같은 맥락으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거나 내가 바람을 펴도 이해해줄 수 있는 관용적인 여자만 상대할 생각이였다.

"혹시나 싶어서 말하지만 긴고를 죽여서 받은 VP를 먹고 튀면 실버스케일 함선의 선원들과 동해용궁의 인어족들 전원 참살해버릴거야."

"앙탈부릴때는 언제고 갑자기 협박이냐? 알았으니까 쿰바숲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얼마 안걸릴테니까."

사리카야가 활활 타오르는듯한 눈빛으로 확인도장을 찍는것처럼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불의 날개를 펄럭이며 수왕성쪽으로 하강해 사라졌다. 이제 방해물도 사라졌겠다 반역자 무리를 깨끗하게 쓸어내고 새로운 이마망량들을 받아들일 차례였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그러나 내가 남은 500명의 이애망량들과 3명의 백인장들이 있던곳을 쳐다봤을때 그곳에는 마상용 투창을 어깨에 지고있는 정체불명의 장수만이 있을뿐 다른 망령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매망량 군단장 레가투스 레기오니스 주군께 인사드립니다.'

"나는 너같은 부하 둔적 없는데? 혹시... 남은 이매망량들끼리 합체를 했다거나 하는 레파토리는 아니겠지?."

'정답입니다. 역시 주군의 혜안은 속일 수 가 없군요.'

"자살해라. 나는 반란자 무리끼리 뭉쳐서 만들어진 존재를 부하로 쓸 생각이 없어."

'저는 주군의 명이라면 정말로 스스로의 존재를 영멸시킬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쇼. 이매망량이라고 하는 것은 본디 일차원적인 존재인지라 주군의 영력이 향상된 시점에서 주체할 수 없는 파워를 얻고 그런 대역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하지만 주군이 그런 이매망량들을 학살해버리는 행동이 남은 이매망량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고,

그 두려움을 근간으로 저희는 고등사고가 가능한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겁니다.'

"흐으으음. 게임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 뭐 당연한 일인가."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서 Ex랭크를 달성한 내 이매망량 군단장은 일반 이매망량보다 조금 더 인공지능이 좋은 수준이였을뿐 설득과 같은 고등사고가 필요한 행동이 가능한 존재는 아니였다. 게임과 현실이 같을 순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였지만 문제는 내가 이 군단장을 정말로 믿어도 되는가였다.

영혼의 표식이라도 박아둘까? 사실 이매망량 군단장 레가투스 레기오니스가 말했듯이 이매망량은 일차원적인 존재라 강대한 영력을 지닌 내게 본능적으로 복종할뿐더러, 주기적으로 진토로 되돌아갔다가 다시 수집되기를 반복해서 영혼의 표식을 박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 이매망량 군단장은 딱봐도 머리만 똑똑한게 아니라 지닌 힘도 범상치않아 목줄을 채워놓지 않으면 불안할듯 했다. 뭐 영멸시키는것 보다는 백배 낫겠지. 나는 한쪽 무릎을 꿇은채로 미동도하지 하는 이매망량 군단장에게 다가가 그의 목덜미에 영혼의 표식을 새겨넣었다. 이걸로 두번 다시 반란은 꿈꾸지 못하겠지.

'주군의 하수인으로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쭐해하지마라. 단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목줄을 채워둔것 뿐이니까. 그러면 첫임무를 내려볼까? 저승으로 따라와서 쓸만한 망령들을 선별해라. 뭐 어차피 거기서 거기겠지만."

'명을 받듭니다, 죽음의 주인이시여.'

"아 그렇지. 영혼의 표식까지 새겼는데 이름이 없는건 문제가 있군. 레가투스 레기오니스는 일종의 직위를 뜻하는거니까 앞으로는 너를 레레라고 부르도록 하지."

'이매망량 군단장 레레입니까? 좋은 이름을 하사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버하지말고 따라오기나해."

나는 내집 안방을 드나들듯 당당히 저승문으로 입장했다. 일전의 저승행에서 다소 악연을 쌓아둔 탓에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저승문은 붉은 사막 어딘가에 랜덤으로 만들어질터 쓸데없이 쫄 필요는 없을지도. 쓸데없이 기웃거리는 일없이 이매망량을 수집하는김에 긴고의 최후정도만 체크하고 빠져나오면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    *    *    *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결코 제로는 아니였다라는걸까? 나는 눈앞의 광경에 혀를 차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운석이 떨어졌다고 해도 믿을만큼 거대한 크레이터. 거기까지는 긴고가 자폭을 했으니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였지만 문제는 그 크레이터의 중심에 영의정이나 입을법한 예복을 입고있는 사내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는 것이였다.

"레레 이매망량들을 닥치는대로 수집해라. 아무래도 좋은 망령군의 제목을 고를 여유따위는 없을것 같으니까 말이야."

'명을 받듭니다, 죽음의 주인이시여."

"쿨럭쿨럭. 네, 네석 내 글래셜투스를 사용했다는 이승의 인간과 인상착의가 똑같구나. 빌어먹을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느슨해진것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달려온것이 도리어 독이 됬구나. 이런 폭발함정을 안배해두다니 영악한 술사같으니라구. 쿨럭쿨럭."

"내 글래셜투스라고? 설마 그쪽이 송제시왕인지 송제사장인지 하는 영감탱이요?"

"그, 그렇다마다 예의를 갖추는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어서 내 글래셜투스를 내... 쿨럭쿨럭, 크어어어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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