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09화 (20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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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그렇게 적진 한가운데서 속편하게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의 전리품 화면이나 보고 있으려니 디파일러들의 시체가 산만큼 쌓여 아투쿰바를 넘어설듯 했다. 지금까지 묵묵히 기간틱 레이스의 펀치를 얻어맞기만 하던 아투쿰바의 보석눈이 번쩍이기 시작한것은 그때였다.

디파일러 그랜드 룩 사자의행진(Walking Dead) 종속마력기관 발동

생명력이 빨려 죽은 디파일러 병력들이 폰, 나이트, 룩 할것없이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일전에 디파일러 비숍들이 사용한 종속마력기관의 능력과 동일했지만 그 범위가 무척이나 광대해 죽은 연대급 디파일러 병력이 고스란히 연대급 언데드 병력으로 전환되었다.

"아니 이것들은 학습능력이라는게 전혀없나. 아메바도 이런 짓은 안하겠다, 병신들아!"

일전에 분명 내가 인스턴트식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병력들을 고스란히 내 휘하로 가져오는걸 목격했음에도 그런 짓을 반복하다니 기가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혹시 긴고가 그 사실을 따로 언질해주지 않았다던가? 만약 그랬다면 긴고에게는 우주 역사상 최악의 우두머리란 칭호를 건네줘도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니 내게는 불행히도 긴고가 그렇게까지 무능한 리더는 아니였던 모양이다. 영력망을 펼쳐 디파일러 좀비들의 제어권을 가져오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디파일러 좀비들의 머리에 나무줄기같은것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이 언데드 회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것으로 보였다.

어쩐지 그랜드 룩 아투쿰바의 직접적인 전투능력이 너무 형편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신 이렇게 유용한 종속마력기관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스고우가 괜히 긴고보다도 아투쿰바를 견제한것이 아니였다.

얼티밋 언데드 폼 제 2형 괴력난신(怪力亂神) 아크토두스(Arctodus)

어쩔 수 없이 아크토두스폼을 발동한 나는 언데드로 재탄생한 디파일러 병력들을 손수 때려잡기 시작했다. 누시아가 왕의 저주를 걸것도 없이 아크토두스의 손에 걸리면 마치 과자처럼 디파일러 좀비들이 터져나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 디파일러 킹 긴고나 로열나이트 낑깡정도 되니까 아크토두스의 솥뚜껑 후려치기 앞에서도 멀쩡했던 것이지 일반적인 적들은 이렇게 와장창!거리는게 정상이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아크토두스의 영혼석에게 몸의 제어권을 넘기지 않고 직접 디파일러 좀비들을 후드려패고 있노라니 그렇게 신명날 수 가 없었다.

이대로 좀 더 손맛을 즐기고 싶었지만 기간틱 레이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대가로 아투쿰바의 전신에는 거미줄처럼 실금이 퍼져 있었고 그 수명이 얼마남지 않아보였다. 이제 고작 연대급 디파일러 병력을 섬멸해가는 중이긴 했지만 아투쿰바만 쓰러트리면 사단급 디파일러 병력은 헥타베로스의 유성우 앞에서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리라.

물론 그걸 눈뜨고 구경만하고 있을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설사 내가 유성우에 휩쓸리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상위계급의 다피일러 위주로 제거하며 VP(Vaccine Point)를 차곡차곡 쌓아야 했다. 디파일러 킹 긴고를 죽이고 얻을 3200만 VP중 반은 얄짤없이 토해내야하는 상황이였으니까 이런걸로라도 벌충해야하지 않겠는가?

"주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자신의 근거지가 이렇게 송두리채 뿌리뽑히고 있는데 우두머리란 작자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게요."

"물론 이상한 일이지.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아투쿰바만 제거하면 이곳에서 발을 뗄거야. 함정이고 나발이고 나머지는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가 알아서 하겠지."

"역시 사리카야가 네놈과 손을 잡은 이유는 나를 죽이기 위함이더냐? 대답해라 인간."

누시아의 의문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핵앤 슬래쉬류의 액션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마음 편히 디파일러 좀비들을 사냥하고 있는데 등뒤에서 반갑지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내 머리를 강타하려든 킹콩 좀비의 주먹을 유리구슬마냥 박살내고 뒤를 돌아보니 금발홍안의 미남자 긴고가 대놓고 저기압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사리카야가 너라는 인간을 탐냈던것은 강령술사란 존재에 대한 호기심때문이 아니라 내 목숨을 끝장내기 위함이였냐고 이 왕이 묻고있다!"

"글쎄. 나는 답정너같은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설마하니 캠프파이어나 하자고 헥타베로스까지 끌고와서 아투쿰바를 쪼개고 있겠어? 눈과 귀가 있으면 너 스스로 추리해 보지 그래.

누시아 지금 이야!"

챈트 호수의 여신(Maiden of the Lake) 제 2장 왕의 저주(Curse of Kings)

나는 긴고와 대화를 하는척 하면서 누시아에게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어떻게든 긴고가 전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에 아투쿰바를 마무리짓기 위해서였다. 기간틱 레이스가 양손을 다 합쳐 백번가까이 주먹을 꽂아넣었음에도 나무원숭이 아투쿰바는 실금만 늘어날뿐 끝내 쪼개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과연 괜히 디파일러 그랜드 룩의 지위에 자리한것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저런 골렘과같은 무생물체의 경우 인간처럼 급소가 많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없는 경우는 없었다. 나무원숭이를 살아있는것처럼 움직이게 해주는 구동기관의 핵이 필연적으로 존재했고, 그 실루엣이 방금 보석눈이 부서지면서 내 시야에 잡혔다.

누시아의 감속형 너프기술을 통해 긴고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아투쿰바의 몸으로 뛰쳐올라간 나는 네발걸음으로 껑충껑충 뛰어올라 단숨에 머리부분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한쪽 주먹에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덧쒸우고 있는 힘껏 아투쿰바의 뇌속을 헤집어 놨다.

뇌수가 흘러나오는 대신 보석눈의 재질과 비슷한것으로 보이는 구동핵의 잔재가 꽃가루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미션 클리어! 이제 사리카야에게 긴고녀석을 떠넘기면 나는 골치아픈 일에서 완전히 해방이였다. 그러나 내가 완전히 마음을 놓은 그때 아투쿰바의 멀쩡한 보석눈쪽이 이제까지 보여준적 없었던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디파일러 그랜드 룩 유성우(Meteor Shower) 종속마력기관 발동

디파일러 그랜드 룩 뿌리깊은 덫(Deep-Rooted Trap) 종속마력기관 발동디파일러 그랜드 룩 아투쿰바의 최후를 인지한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헥타베로스의 입들이 불을 뿜으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기 시작했다. 그 불꽃놀이를 정신놓고 구경하고 있다간 바싹 익은 통구이가 되기 십상이리라. 아니 이 녀석들이 최소한 몸을 피할 시간은 줘야 될거 아니야?

툴툴거리며 몸을 피할 곳을 찾으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죽은 아투쿰바의 몸에서 쉴새없이 나무줄기가 뻗어나오더니 반경 100m 주변을 감싸는 새장을 형성했기 때문이였다. 툼바숲 전역이 유성우를 얻어맞고 불바다가 되는 와중에도 이 새장은 일체의 불똥도 진입을 허용치 않았다.

이걸 누구한테 고맙다고 해야하는건가 고민하던 나는 유성우가 잠잠해지고 쿠자르가 지휘하는 정예 디파일러 나이트들이 쿰바숲으로 진입하자 새장밖으로 나서려했다. 그러나 이 새장은 밖이 보일정도로 띄엄띄엄 엮여 있으면서도 터무니없이 견고해 아크토두스의 괴력으로도 나무줄기를 뜯는것이 불가능했다.

이매망량의 손아귀까지 동원해 나무줄기 사이를 벌려보려 했지만 꿈적도 하지않아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만 늘어날뿐이다. 누시아가 뒤늦게 달려와 힘을 보탰지만 그녀의 완력은 일반인 수준이라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였다.

"그 나무줄기는 사리카야가 온다고 해도 해체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이 쿰바숲에서 짐을 위해 죽은 모든 디파일러들의 사념이 깃들어 있으니까."

"뭐, 뭐라고?"

"어이 옥사건 아투쿰바만 독점했으면 됬지 긴고녀석까지 네녀석이 가지고 놀겠다는거냐? 그 녀석은 내 몫이라고 했잖아 이 욕심쟁이 새끼야!"

"아니 이봐 이건 내가 펼친 술식이 아니라고."

뒤늦게 도착한 사리카야가 새장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무줄기를 벌리려 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긴고 녀석이 했던 말을 단서삼아 사령안에 마력을 주입해 살펴보니 확실히 나무줄기 겉표면에 좁쌀같은 망령들이 마치 쇠사슬처럼 얽혀 있었다.

나 정도 되는 강령술사가 어째서 이걸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아무튼 이런 상황이여서야 나와 사리카야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입구를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였다. 만약 누시아가 뒤틀린 성역이 아닌 정상적인 성역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밴쉬의 존재를 다시 성령으로 환원시키는건 팔익의 치천사 세라푸스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부활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였으니까.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짜증이 확 치솟은 나는 새장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긴고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내가 이 새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걸 확신하는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긴고 이 비겁한 원숭이 새끼야 빨리 나와서 나랑 한판 붙자! 그런 동물우리같은 곳에 숨다니 부끄럽지도 않냐?!"

"걱정하지마. 사리카야. 너를 위한 장난감은 이미 준비해뒀으니까. 그리고 내가 뿌리깊은 덫을 사용한건 숨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인간 강령술사를 가두기 위해서야. 지난번처럼 도망치게 둘 수 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혹시나 싶어 말하지만 헥타베로스의 지하이동은 통하지 않아. 뿌리깊은 덫이란 이름에 걸맞게 땅속도 확실히 지키고 있으니까."

"개쳐발리고 있다가 간신히 회복한 주제에 잘도 내가 도망쳤다고 떠벌리는군. 그 못생긴 얼굴에 뻔뻔함까지 쳐바르니 여자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여전히 입만 살아서 나불되는군. 어디 한번 네녀석의 머리뚜껑을 열어 그 내용물을 털어내도 그렇게 지껄일 수 있는지 보자고!"

긴고 녀석이 내게서 훔친 괴력난신의 술식을 이용해 변신을 시작했다. 180cm의 신장이 3m로 불더니 억센 갈색털이 전신을 휘감는다. 그리고 예의 가면이 얼굴을 감싸 흉포한 포식자의 눈동자를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군용십팔기 제 3초식 초토전술(焦土戰術) 종속마력기관 일당백 발(拔)

디파일러 킹의 우월한 신체에 덧쒸워진 아크토두스폼은 여의창을 뺐겨 손톱을 생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실로 어마무시한것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라면 이미 익숙한 레파토리였기에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가면을 쓴 아크토두스가 10명으로 늘어났다.

아니 새장밖에 있는 아크토두스까지 합치면 무려 100마리에 가까운 괴물곰이 내 숨을 턱하고 막히게 만들었다. 괴력난신 모드인 본체조차 그대로 복사할 수 있었단 말인가? 아니 이게 무슨 컴퓨터 텍스트 파일을 복사, 붙여넣기 하는것도 아니고 그 가공할만한 육체를 이렇게 간단히 증식시키다니 '이건 사기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긴고,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장난감이 고작 이런 곰인형들이라면 실망인걸."

"미안 사리카야. 시간이 부족해서 준비할 수 있었던건 이게 한계였어. 하지만 내가 이 인간 강령술사를 핏덩이로 만들때까지 시간 죽이기로는 괜찮을거야. 조금 있다 싸워보면 알겠지만 이 인간 강령술사의 변신술식 제법 쓸만하거든."

"흥! 그저 평생 남의 흉내나 내면서 사는 네 인생이 딱하기 그지없군. 이 쓸데없이 튼튼한 새장을 만들 시간에 내게 한방이라도 먹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편이 좋았을 것을. 이봐 옥사건 내게 큰소리 쳐놓고 고작 곰인형 10마리때문에 리타이어 당하는 일은 없겠지?"

"사리카야 너야말로 긴고 녀석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줄테니 나보고 최후의 일격만 날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말이야. 네가 시간을 지체하면 그냥 내가 긴고 녀석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그 경우 보상으로 받은 VP 나눠줄 수 없을것 같은데 말이야."

"뭐, 뭐뭐뭣!? 그건 절대 안돼지. 단숨에 쓸어버려야겠군."

대륜회겁륜장 제 1초식 화광충천(火光衝天) 종속마력기관 강체술 발(拔)

다비금강 사리카야가 내지른 일장은 아크토두스로 변신한 긴고 10명을 목전에 두고도 시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을만큼 엄청난 것이였다. 손목을 꺾을때마다 마치 불타는 풍차처럼 화검기가 넘실거리며 아크토두스로 변신한 긴고를 태워버리니, 찢겨진 피부밖으로 내장이 삐져나온 아크토두스가 실밥이 삐져나온 곰인형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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