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07화 (20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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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동해용궁의 접객실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나는 쿠자르로부터 마애혈불 긴고 토벌 작전회의의 참가를 부탁받았다. 긴고 한명을 족치는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가 쿰바 숲에 몸을 숨기고 있다면 최소 사단급 병력에서 많게는 군단급 병력을 상대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쪽도 전술적 준비가 필요한 까닭이였다.

마지막으로 긴고의 주둔지인 쿰바숲을 정찰했을때 그곳에 머무르고 있던 디파일러 병력은 1만가량정도였지만 디파일러킹이 마음먹으면 그 수가 4만으로 늘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란다. 만약 디파일러 폰의 생산에만 치중할 경우 병력이 10만까지 늘어날 수 도 있었지만 그 경우 병력의 질이 극히 떨어지는 관계로 이쪽에서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사실 문제는 저쪽의 병력숫자가 아니라 사라카야군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였다. 육로로 우르르 몰려가봐야 시간도 오래걸리고 금새 들켜버리기 때문에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를 통해서 기습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수십개의 주둥아리로 옮길 수 있는 병력은 보기보다 많지않았다.

심지어 덩치가 큰 일반 룩은 들고가지도 못하니까 요새화된 쿰바숲을 공략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사리카야는 그냥 자기 혼자서 쓸어버리겠다고 주장했고 사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스고우가 예의 섬짓한 미소를 지으며 '전쟁을 얕보지마.'라고 핀잔을 준 탓에 그 독고다이 작전은 물건너갔다.

"이런 상황인지라 옥사건씨의 참전을 부탁하는바입니다만 괜찮으실련지?"

"하아? 그건 내가 싫어. 그래선 마치 내가 힘이 부족해서 인간 강령술사의 힘을 빌리는듯한 모양새가 되잖아."

"사리카야짱 아까부터 억지 부리기나 하고. 일개 단체의 수장이라면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할줄 알아야지. 어제까지만 해도 옥사건씨를 상대로 연대급 병력과 로열나이트는 물론 아크비숍까지 잃어버린 긴고군을 바보 천치라고 욕한 사람이 누구더라?"

"아 정말이지 내 주먹한방이면 쿰바숲의 목조요새따윈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데. 에이씨 스고우 네 맘대로해."

"그 주먹은 긴고군을 위해 아껴둬야지. 뭐라고하든 그도 일단 왕이니까. 본론으로 돌아와서 옥사건씨가 만약 참전한다면 디파일러 그랜드 룩 아투쿰바를 전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싫다면 구경만 하셔도 좋습니다. 플랜B는 언제라도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아니 나도 놀고만 있기에는 심심하니까..."

-디파일러 폰(10VP) * 2000

-디파일러 나이트(200VP) * 200

-디파일러 룩(4000VP) * 20

-디파일러 비숍(80000VP) * 12

-디파일러 로열나이트(1600000VP) * 1

-2700000VP

나는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에 떠오론 전리품 리스트를 힐끔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비단 디파일러 킹을 죽였을때가 아니더라도 제법 쏠쏠한 VP 소독을 올릴 수 있는 사냥감이 바로 로열나이트, 그랜드 룩, 아크비숍이였다.

뿐만 아니라 티끝모아 태산이라고 하위계급의 디파일러들도 대량학살을 하면 적지않은 VP를 모을 수 있었으니 전투에 참전해달라고 부탁해야할건 사리카야쪽이 아닌 바로 내쪽이였다. 스고우의 유들유들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그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있는듯 했다.

애시당초 VOT 단말기를 소유한 자가 디파일러를 사냥하면 VP를 얻는다는 정보를 사리카야에게 제공한 장본인이 스고우였으니까 여기서는 괜시리 팅기지 말고 전선에서 한자리 차지하는게 맞으리라.

"그러면 옥사건씨도 참전하는것으로 알고 그랜드 룩 아투쿰바의 정보에 관해서 브리핑하겠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아투쿰바는 쿰바 숲과 일체화된 나무 원숭이입니다. 즉 쿰바 숲의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요새와도 동기화되어 있어 탁월한 수성능력을 지닌것은 물론 디파일러를 회복시키거나 죽은 디파일러를 언데드로 부활시키는 능력도 갖추고 있죠.

공성전에 탁월한 헥타베로스와는 상극이라고도 볼 수 있어 이번 긴고토벌작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녀석을 나한테 떠넘긴거냐!"

"그러면 그만두실건가요?"

"아, 아니 그냥 내가 하지. 최소한 밥값은 한다는게 내 신조니까."

"그랜드 룩 아투쿰바와 동기화된 나무는 놀라울정도의 화염저항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에 헥타베로스의 유성우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옥사건씨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적의 한복판에 난입해야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제일 크고요. 다시 한번 묻습니다만 이 역할을 수행할 각오가 되있으십니까? 뭣하면 쿠자르군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

"낑캉이나 스쿠하라같은 녀석들은 또 없는거지?"

"그건 확실합니다. 로열나이트나 아크비숍은 별의 생명력을 아무리 많이 흡수해도 자의로 만들 수 없는 조개속의 진주같은 자들이니까요. 특히 쿠자르군의 경우 그 진주중에서도 유난히 알이 굵은 친구지요. 사리카야짱은 아직 그 진주의 가치를 잘 모르는것 같지만요."

"흠흠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나옵니다, 스고우님."

"흥 그깟 나무 원숭이 눈깜빡할사이에 해치워주지. 일주일 후에 보자고."

나는 동해용궁의 알현실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다. 외부인인 내가 작전회의에 열의를 올리는 동안 책생위에 발을 올린채로 졸고있었던 사리카야가 문이 닫히는 소리에 뒤늦게 깨어나 횡성수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저 디파일러 퀸이 디파일러 킹 긴고를 한손만으로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의 소유자인지가 의심스러운 순간이였지만, 사령안 기본형 트루스피커는 진실을 보여주지 않을때는 있어도 거짓말을 한적은 없었다.

다비금강 사리카야의 영혼의 속삼인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어서 도저히 허장성세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결국 지금 내가 신경써야할건 사리카야가 긴고를 제압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기간틱 레이스와 진토술 뱀의 형상편의 숙련도를 단기간에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였다.

VOT 온라인을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질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1% 피어 올랐으니 그 1%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일주일동안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않으리라. 접객실에 도착하니 누시아가 질리지도 않고 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뭐 누시아가 데스메탈계열도 아니고 잔잔한 클래식계열이였기에 나는 귀를 닫고 책에 집중하기로 했다.

*    *    *    *

"누시아 혹시 네가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거나 하는 효과가 있는거야?"

"그걸 이제야 눈치채셨어요? 제가 미친년도 아니고 주군의 공부를 돕는 목적이 아니고서야 밤낮으로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를리가 없잖아요.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성챈트의 경우 제가 밴쉬가 되고나서 그 효과가 전부 반전되었지만 순수챈트의 경우 여전히 듣는이에게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답니다.

일주일 내내 잠도 안자고 책만 들여다보시던데 어떻게 성취가 있으셨나요?"

"뭐 그럭저럭이지. 이론공부랑 실전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래도 이번 일만 잘 마무리하고 공방에 쳐박혀서 실험만 진득하게 해볼 수 있다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것 같긴해."

지난 일주일간 내가 무서운 집중력으로 이론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건 누시아의 챈트덕분이기도 했지만 진토술 뱀의 형상편이 너무나 흥미로웠던 까닭이 제일 컸다. 연구일지가 포함된 마도서는 '무덤은 무(無)의 입구이자 유(有)의 입구이니 죽음의 장기를 계승하리라.'와 같은 뜬구름잡는 글귀로 시작하는 마도서랑 비교할바가 아니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리적 명제의 전개가 있다면 그 어떤 난해한 이론도 수렵할 자신이 있는 내게 진토술 뱀의 형상편은 마치 지식이라는 꿀이 한가득 담긴 벌집과 같았다.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가로막혀 멈출 필요없이 지식의 연결고리를 쫓아 마라톤을 하다보면 어느새 아득한 경지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그런 이유로 본의아니게 기간틱 레이스보다는 진토술 뱀의 형상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나는 긴고와의 싸움에서 손에 넣은 여의창을 뱀으로 변이시키는데 성공했다. 여의창의 특성을 그대로 계승해 지멋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뱀이 내 전신을 휘감고 있는 기분은 묘하기 짝이없었지만 달리 변환시킬 무기도 없었다.

블랙탈론은 술식자체가 통하질않았고 소울웨폰 글래셜투스는 숙련도가 부족한 탓인지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이 모든 마력을 소진했음에도 변이에 실패했다. 잇따른 실패로 인해 아예 괴화정령을 손에서 놓을 수 도 없었던지라 이번 긴고토벌전에서 여의뱀과 기간틱 레이스 둘 모두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어이 인간 강령술사랑 꽥꽥거리는 여자 출전준비는 끝났겠지? 이제와서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는둥 짜증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일주일이란 시간이 있었음에도 헛짓거리를 계속했던건 너희들이니까."

"옥사건이라는 이름은 어디다 팔아먹은거냐, 쿠자르. 내가 너보고 불독새끼라고 하면 기분 좋겠냐?"

"흥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신 안볼 상대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나는 한가하지 않다. 사리카야님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헥타베로스의 입에서 기다리고나 있어라."

"그 스고우는?"

"스고우님은 이번 긴고토벌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해놓고 막상 판이 벌려지니까 빠지겠다고? 아니 무슨 그런 양아치가 다 있어."

"스고우님은 사리카야님의 둘도없는 친우. 그런 방식으로 그분을 지칭하는건 그만둬라. 긴고는 사리카야님이 아투쿰바는 네녀석이 그리고 나머지 잡졸들은 나와 정예 디파일러 나이트들이 처리할텐데 스고우님이 나서지않는다고 해서 문제는 생길것 같진 않다만? 혹시 이제와서 아크툼바를 상대하는 것이 겁난다면 나와 역할을 바꿔도 좋다.

솔직히 말해 그런 중책을 인간이 맡는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불만이였거든."

"됐다, 집어치고 어서 헥타베로스에게나 가자고. 네말마따라 여왕님을 기다리게 해서는 곤란하니까 말이야."

나는 쿠자르를 등지고 누시아와 함께 동해용궁의 밖으로 향했다. 스고우가 전투를 하는 장면을 보면 그의 정체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단서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뭐 쿠자르의 말마따라 이번 일만 끝나면 다신 안볼 사이인데 깊게 파고들 필요는 없으려나.

동해용궁의 앞마당에서는 디파일러 나이트와 비숍이 헥타베로스의 입으로 승선하는 작업이 한창이였다. 어떻게든 최대한의 병력을 입으로 쑤셔넣기 위해 애쓰다 보니 헥타베로스의 입은 마치 월동준비를 하는 다람쥐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다.

수십개의 목이 달린 개를 보고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올줄이야.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쿠자르가 지목해준 헥타베로스의 입으로 입장했다. 이 입에 쿠자르와 사리카야가 탑승할 예정인지 텅텅 빈 혓바닥 위에 고급스런 의자 하나가 비치되어 있었다.

나를 위한 의자가 아니라는게 뻔한 상황이였기에 나는 누시아의 허벅지를 베게삼아 잠을 청했다. 제발 부탁이니 사리카야가 출정식같은 허례허식으로 귀찮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군. 얼티밋 언데드 폼이 일주일동안 밤샘 좀 했다고 무리가 갈 육체는 아니였지만 역시 문제는 정신적 피로도였다.

"정신적 안정을 도모하는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누시아 너야말로 일주일 동안 쉬지않고 성대를 혹사시켰는데 안피곤하냐?"

"주인님을 위해 노래하는데 피곤함을 느낄 새가 있나요. 그리고 밴쉬가 된 이후로 사실상 육체적 한계가 사라져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게 아니였다면 진즉에 성대결절로 목을 못쓰게 됬을걸요?"

"전장에 도착하면 또 네 힘을 빌려야할 때가 올거야. 그 때는 잘부탁한다."

"아무렴요. 말씀만하세요. 저는 영원한 당신의 종이랍니다."

"조금 시끄러운 종이라는게 흠이지만 말이야. 그런데 혹시 너 자장가같은것도 부를 수 있냐?"

"물론이지요. 귓가에 속삭여 드릴까요? 그러면 훨씬 더 효과가좋은데."

"조금 낯간지럽지만 나 혼자 쓰는 공간도 아니니까 그렇게 하지."

"천사가 저 하늘에 별 따러 가면~ 고아들 한데모여 소원 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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