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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나는 사리카야의 말로부터 다음의 사실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같은 디파일러 퀸이나 킹이라고 해도 극심한 전력차가 날 수 있다는것과 디파일러의 창조주인 또 하나의 초월인터페이스 야미도엔이 디파일러들끼리 상잔하는 일이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해놨다는 것이다.
"너희 인간들은 디파일러를 죽이면 그 계급에 따라 VP라는 화폐를 차등지급받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정도면 괜찮은 거래 아닌가?"
"그렇군. 그런데 결국 내 도움이 없으면 긴고를 죽이지 못한다는건 마찬가지 아닌가? 디파일러 킹 정도되면 빈사상태에서 숨통을 끊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 흡성대법인가 뭐시기로 다시 회복할 수단도 있는것 같고.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그냥 아무 인간이나 데려다가 막타를 치게했겠지.
그러니까 그쪽에서 뭔가 플러스 알파를 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뭐? 이 녀석이 오냐오냐하니까 머리꼭대기까지 기어오르려 하는군. 네가 감히 다비금강 사리카야와 협상을 하겠다는거냐! 꼴에 디파일러 킹이랍시고 나대는 긴고녀석과 꽁냥꽁냥하다보니까 주제파악이 안되는 모양이지?"
"진정해, 사리카야짱.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것도 아니고 우리에게는 그가 긴고군의 목숨값으로 받을 VP로 사야할 물건이 있잖아? 좋게좋게 가야지."
"아 몰라 시발. 협상같은건 내 체질에 안맞으니까 스고우 네가 알아서 처리해."
"잠깐 디파일러 킹을 죽였을때 받는 VP를 내가 독식하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강짜를 부린건가? 뒈지고 싶냐 이 개좆같은년아! 차라리 그냥 여기서 네년 목도 따주고 긴고놈도 조져서 모든 VP를 가질련다."
"아니 진짜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사리카야가 긴고를 빈사상태를 만든 뒤 내가 마무리를 한다. 솔직히 말해 내가 손해볼것 없는 장사였다. 모르긴 몰라도 디파일러 킹을 죽일 경우 최소 천만단위의 VP(Vaccine Point)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한번 튕겨본건데 예상치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리카아야게는 내가 VOT(Vaccine Of Things)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VP로 구매대행할 물건이 있다라는 것.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히 구석구석 읽지않으면 뒤통수 맞는건가 싶었다.
물론 사리카야는 같은 디파일러 우두머리인 긴고조차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을 지닌 계약상 갑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즉 을에 해당하는 내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는건 어쩌면 숙명이라고 볼 수 도 있었다. 그러나 나 옥사건 슈퍼갑에 해당하는 엔도미야를 상대로도 배짱을 부려 귀혼강신법의 위치를 알아낸적이 있지 않던가?
물론 단순히 배짱만으로 갑과을의 숙명을 극복할 수 있는건 아니였다. 엔도미야때는 지구라는 행성자체를 담보로 걸었고 이번에는 에보니 메이든이라는 폭탄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여차하면 월영공 듀리스, 좀비드래곤 새도우스틸, 좀비괴수 베히모스, 우버리퍼 더 블라인드를 동해용궁 한가운데에 풀어버리리라.
"보자보자 하니까 뭐. 꼬우면 입만 나불거리지 말고 덤벼!"
"덤비라고 하면 못덤빌줄 알아? 이 천치같은 인간놈이 누가 강짜를 부리는지도 분간못하고 목소리를 높이고있어!"
"정말이지 둘다 조금은 머리를 식히는게 어때?"
결국 사리카야와 내가 격분을 참지못하고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들이민 그 순간 둘 사이를 갈라놓는 한 손길이 있었다. 나는 마치 한방울만으로 성인남성 1000명을 죽일 수 있다는 독사가 팔위를 기어다니는 느낌에 소름이 돋아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은 그 어떤 독에도 면역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지만 머리에 각인된 뱀의 공포는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결과적으로 냉철함을 되찾은 나는 스고우라는 이름의 안경남을 다시 한번 자세히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사리카야에게도 통한 사령안 기본형 트루스피커가 그 어떤 응답도 보내오지 않고 있었다.
'사리카야의 경우 생각하는 것과 내뱉는 말이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일치해서 사령안이 무의미한건 마찬가지였지만.'
"거래라고 하는건 말이지. 단순히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고집하는게 아니라 서로의 needs를 적절히 조율해서 둘 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스페셜한 도구라고. 둘 다 그 도구의 사용법을 전혀 모르는것 같으니가 내가 중간에서 도와주도록하지."
"아니 내가 긴고녀석을 빈사상태로 만들면 저 새끼는 최후의 일격만 날리면 되는데 거기서 욕심을 부리는게 이상한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최후의 일격이라는걸 날릴 수 있는 인간이 많지않으니까 우리가 그동안 고생했던거잖아. 게다가 도시형 전함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고. 긴고군의 목숨값이 3200만 VP라고 가정했을때 그 반은 써야할지도 몰라. 우리가 고압적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사리카야짱."
"잠깐 그 도시형 전함이라는게 뭔데 1600만 VP나 가격이 나가는거지? 디파일러가 그걸 구입하려는 이유는 또 뭐고?"
"좋은 질문이야. 서로의 needs를 정확하게 이해하는것이야 말로 거래의 첫걸음이니까. 도시형 전함은 말그대로 기존의 전함에 거주지로서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녀석이지. 뭐 하늘을 떠다니는 도시정도로 생각하면 될거야. 사리카야짱은 그 도시형 전함을 기반으로 수왕성를 관광특구로 만들 생각이거든.
이른바 투신도시 건립 대작전! 주볼거리는 격투경기가 될거고 수왕성의 자연경관은 덤이랄까."
나는 벙찐 표정으로 사리카야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뭐? 수왕성을 관광특구로 만들어?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란 말인가. 디파일러들은 전 우주의 인류를 몰살시키기 위해 탄생한 야미도엔의 생체병기가 아니였던가? 그래서 별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행성 하나 말아먹기 딱좋은 능력도 가지고 있었던거고.
"디파일러가 그딴걸 계획하고 있었다고?"
"그, 그게 뭐 어때서? 너희 인간들도 싸움이라면 환장하잖아."
"글쎄.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디파일러가 운영하는 파이트클럽에 참가하는 일따윈 하지 않을걸."
"맞는말입니다. 그래서 거기서는 사리카야짱을 대신해 바지사장을 앉힐 생각이랍니다. 말그대로 바지사장일뿐인지라 그 쪽의 강령술사씨처럼 디파일러 킹의 끝장낼 수 있는 무력은 필요없겠지요."
"수왕성의 본래 주민들인 인어족은 어떻게하고?"
"모두 다른 행성으로 쫓아내야겠죠. 물론 강령술사씨가 소속되어 있는 실버 스케일 커뮤니티도 같이 말입니다. 아, 부탁인데 여기서 잔인하다느니 피도 눈물도 없다느니 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힘이 있는자가 약자의 것을 취한다. 그건 만고불면의 진리가 아니겠습니까? 대우주시대를 맞이한만큼 그 대상에 행성이 포함되도 이상할건 없지요."
"흥 이제서야 좀 디파일러답군. 오히려 인어족들을 죽이지 않고 쫓아낸다는 점에서 상냥하드는 생각이 들정도인걸? 뭐 그런 전후사정따위야 내 알바아니고 중요한건 긴고를 죽이고 그 보상으로 도시형 전함을 사주면 그쪽에서 내게 뭘 해줄 수 있는가겠지."
다소 싸기지없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니 그냥 싸가지없는거지만 나는 내 몫의 빵조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이솔다 공주의 고향별을 지키기 위해서 사리카야와 맞서고 싶지는 않았다.
몇번을 몸바쳐서 도와줬는데 단 한번을 안대주는 공주님을 미련하게도 계속해서 도와주는 용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으니까. 지극히도 이기적인 내 발언에 스고우는 놀란표정을 하며 안경을 한번 고쳐쓰더니 예의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나오시면 이야기가 빠르죠. 이런건 어떻습니까? 투신도시 프로젝트가 성공해서 사리카야짱이 어마어마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면 이자까지 쳐서 도시형 전함의 값을 치루는걸로."
"미안하지만 나는 무조건 선불주의다. 후불이라는 개념자체가 내 머리에는 없어."
"흐으음. 이해합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건 둘째치고 아직 시작도 안한 사업의 수입금을 기약없이 기다린다든건 어려운 일이죠. 사실 이 의견은 사리카야짱의 생각으로 저와는 무관하다는걸 짚고넘어가고 싶네요. 예의상 제안은 해봤지만 제가 생각해도 역시 터무니없네요. 사리카야짱의 뇌가 순수해서 그런거니 이해해 주시길."
"그런 이야기는 할필요 없잖아, 스고우!"
"아무튼 이게 본안입니다만 옥사건씨가 마침 술사이기도 하니까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술식을 보상으로 건네드리려합니다."
"우주에서 단 하나뿐이라는걸 어떻게 알지? 일일이 찾아가서 비교해본것도 아닐텐데 말이야."
"그거야 제가 직접만든 고유술식이니까요. 일단 한번 보시죠."
나는 스고우가 소매안쪽에서 꺼낸 백과사전같은 책을 건네 받았다. 아니 무슨 술식 하나가 수록된 마도서가 이리 두껍나 싶어 살펴보니 술식의 발상부터 완성까지의 기록이 담겨있는 연구일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무려 10년치에 달하는 일지를 그 자리에서 다 읽을 수 는 없는 노릇이기에 중요부분만 체크해서 살펴보니 변이계열의 술식이였고 제목은 진토술, 뱀의 형상편이였다. 무기를 의지를 지닌 뱀으로 변이시켜 하수인으로 부린다는 다소 특이한 형태의 변이술식이였다.
왜 특이하다고 생각했냐면 보통의 변이술식은 자신의 신체를 전투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시키지 하수인을 만든다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였다. 강령술사나 정령술사도 아니고 변이술사가 하수인을 부린다? 뭐 어쨌든 성능 자체는 1600만 VP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 것으로 보였다.
한시적으로나마 전설의 명검이 전설의 뱀괴수로 바뀔 수 있다면 검에 조예가 없는 술사로서는 이득이다. 물론 전설의 명검을 가지고 있을때의 이야기였지만. 게다가 연구일지까지 포함된 고유술식이란건 사실 돈을 준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였다. 누가 나보고 얼티밋 언데드 폼의 술식을 1억 VP를 줄테니 팔라고 하면 팔겠는가?
'코로 사이다가 들어가도 절대 못팔지.'
"이건..."
"마음에 드셧나요?"
"정확한건 차차 시간을 들여 정독해봐야 알겠지만 1600만 VP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물건인것 같다만."
"알아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뭐 술식이라는게 케이크도 아니고 딱 1600만 VP치만큼 짤라서 드릴 수 있는게 아니지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그러면 거래는 성립하는걸로?"
"그래, 이걸로 합의를 보지.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는데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 사리카야의 아크비숍이라던가?"
"아크비숍이라... 일단 그걸로 해둘가요?"
"일단이라니 뭐야 방금 자신의 정체를 정한것같은 말투로군."
"옥사건씨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죠. 당신에게 제 정체를 밝힐 의무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답니다. 뭣하면 진토술, 뱀의 형상편을 공부하시면서 저라는 존재에 대해 추리해 보시던지요. 모름지기 고유술식이라는건 술사의 아이덴티티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흔적아니겠습니까?"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스고우의 발언에 또 한번 등줄기로 뱀이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디파일러 그랜드 룩 헥타베로스의 입안에서 잠을 청할때만 해도 머리속에는 어떻게 사리카야를 요리할까?뿐이였는데 그녀 보다 곱절로 까다로운 상대가 곁에 버티고 있었다.
아무래도 긴고를 죽이고 받은 VP의 양을 속인다거나 떼먹을 생각은 접어 치워야 할것 같았다. 딱봐도 은리 사저처럼 순수무투파인 사리카야라면 모를까 스고우처럼 철두철미한 책사타입을 속인다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그렇게 사리카야와의 협상이 끝나고 로열나이트 쿠자르의 안내를 받아 동해용궁의 접객실에 도착한 나는 뮤지컬에서나 부를법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누시아를 발견했다. 주군이 진땀을 흘리며 적의 수장과 협상을 벌일동안 저 년은 속편하게 노래나 부르고 있었단 말이지.
뒷골이 땡겨왔지만 지적한다고 알아들을 누시아가 아니였기에 나는 쿠자르에게 손인사를 한뒤 침대로 뛰어들었다. 육체적 피곤함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정신적 피곤함이 긴고와 싸우느라 한번, 스고우와 기 싸움을 하나라 또 한번 쌓여서 버틸 수 가 없었다. 헥타베로스의 입에서 이뤘던 쪽잠이 아닌 질좋은 수면이 필요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