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03화 (203/599)

0203 / 0316 ----------------------------------------------

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멋대로 재생하게 나둘까 보냐!'

나는 낑캉의 등허리를 누르고 있던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펼친다음 그 손가락 중 하나를 낑캉의 상처에 우겨넣었다. 그리고 기간틱 레이스의 공격을 멈추게 한 뒤 아크토두스로 하여금 낑캉의 몸을 양쪽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기라고 명령했다.

영혼의 표식을 통한 훈계가 제법 통했는지 아크토두스는 군말없이 내 말에 복종했다. 아니면 잠깐이지만 자신의 먹이사슬 위로 올라서려했던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낑캉의 존재를 한시라도 빨리 지우고 싶어서 그랬던 걸지도.

물론 종속마력기관을 발동하기 이전에도 아크토두스와 동등한 싸움을 펼쳤던 낑캉이였기에 단숨에 찢겨나가는 일은 없었다. 악착같이 아크토두스의 손길을 걷어내며 이매망량의 손가락이 박힌 등허리를 제외한 모든 부위의 상처를 원상복구시켰다.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의 재생력이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 못지 않다는 방증이였다. 그러나 등허리가 꿰뚫린채로 제대로 힘을 낼 수 있을리가 없었기에 아크토두스는 점차 낑캉의 저항을 제압해 나가고 있었다. 낑캉이 종속마력기관을 발동해 증폭된 완력으로 아크토두스를 압박했던 이전의 상황과 정반대가 된것이다.

"도대체 상처에 박힌 이 무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 보이지도 않고 냄새를 맡을 수 도 없냔 말이다. 겉으로는 순수한 짐승인척하다니 이런 얄팍한 수를... 용서할 수 없다!"

"쿠와아아아아앙!"

'어딜보면 아크토두스가 순수한 짐승으로 보인다는건지 이 녀석의 미적감각은 이해할 수 가 없군.'

등허리에 난 상처를 중심으로 낑캉의 몸이 서서리 갈라지기 시작했다. 찢어진 단면의 세포가 부글부글거리며 어떻게든 재생해내려 했지만 아크토두스의 괴력을 당해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솔로몬이 어느 두 모자와 한 아이에게 내렸던 판결이 실제로 집행되었다.

그러나 얼티밋 언데드 폼을 통해 재생력의 지독함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던 나였기에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두쪽난 몸덩어리를 멀찍이 치워놓고 아크토두스의 괴력을 이용해 목, 팔, 다리를 차례대로 찢어버렸다. 낑캉을 도합해서 8조각으로 만들고 난 후에야 괴력난신모드를 해제한 나는 한술 더 떠 글래셜투스를 꺼내들었다.

획득한것은 본체였지만 소울웨폰의 특성덕분에 아바타도 사용이 가능했다. 영력을 주입하자 매서운 서리바람을 토해내는 글래셜투스로 상처단면을 일일이 얼린다음 싸움내내 구경만 하던 누시아를 호출했다.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는 단면이 넓어진것은 물론 낑캉이 본인의 이지를 잃어버린 상황이였기에 뒤틀린 성역의 효율이 수십배는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였다. 그뿐만 아니라 성역의 범위를 축소시켜 그 위력을 밀집시킨다면 제 아무리 디파일러 로열나이트라고 해도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으리라.

챈트 호수의 여신(Maiden of the Lake)

제 1장 비틀린 성역(Twisted Sanctuary) 디미누엔도

"정말이지 적을 끝장내는 방식이 지독한건 여전하시네요. 이렇게 하셔야 했나요?"

"넌 아직 디파일러 놈들의 재생력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몰라서 그래. 로열나이트정도면 조금 과장을 보태서 얼티밋 언데드 폼과 동등하거나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야. 이 녀석의 종속마력기관이 그 재생력을 대가로 발동하는 종류였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였으면 이 전투가 이렇게 쉽게 끝나지도 않았어."

"그러고보니 주군의 기세가 예전같지않군요. 진작 말씀하셨으면 축복이라고 쓰고 저주라고 읽는 제 챈트를 사용했으면 한결 쉬웠을 것을."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무슨 도촬범마냥 우리를 기분나쁘게 쳐다보고 있는 놈이 있어서 말이야. 어이 네 동료도 죽었으니까 이제는 좀 튀어나오지? 왜, 쫄아서 다리가 움직이질 않나보지?"

"스쿠하라는 5페이즈의 최종보스인 나를 돋보이게 해줄 조연이다. 그러니까 직접적인 싸움에는 참가하지 않아. 그건그렇고 감탄했다, 옥사건. 사리카야가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한가락하는 인간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했지만 여기까지 해낼 줄이야. 지금까지 번거롭게 만든게 미안해질 정도야. 그냥 바로 내게 도전해도 괜찮은 수준이였는데 말이야."

야자수에 매달려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디파일러 아크비숍 스쿠하라를 겨냥해서 이야기 했건만 대답은 엉뚱한쪽에서 돌아왔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꺾었다. 그 어떤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디파일러 킹 긴고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반쯤 부러진 야자수 나무에 기대 서있었다.

"로열나이트가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아무렇지도 않긴 낑캉의 죽음은 나로서도 아주 서글픈 일이야. 그랜드 룩이나 아크비숍도 마찬가지지만 로열나이트는 내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든. 수백, 수천의 디파일러 나이트들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져갈때 한명 나올까 말까? 그래서 마음속으로 애도를 했지. 한 3초정도였던것 같아. 마애혈불이란 이명을 갖고 있는 내게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지.

그러나 낑캉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았어. 그는 주어진 사명을 휼륭하게 수행해 냈기에 나는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지."

"내가 지닌 기술들을 분석하려고 했던건가?"

"역시 술사 나부랭이 놈들은 머리 하나는 잘굴러가는군. 그러나 아쉽게도 반만 맞았어. 단순히 분석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복사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로 했던거지. 스쿠하라 쓸만한 것은 건졌나?"

"며, 면목없습니다. 일부기술의 선행조건을 제가 만족하고 있지 못한터라 흉내낼 수 있었던건 이것 뿐이였습니다."

스쿠하라가 야자수 나무 사이를 건너뛰어 마애혈불 긴고의 옆에 착지한 뒤 민둥머리를 들이밀었다. 긴고는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 짓거리를 하려는지는 몰라도 개수작임에는 분명했기에 나는 기간틱 레이스와 양동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목표는 당연히 아크비숍인 스쿠하라로 내가 글래셜투스로 긴고와 스쿠하라의 움직임을 잠깐동안이나마 얼려두면 기간틱 레이스가 긴팔을 내려친다는 아주 심플한 계획이였다. 그러나 갑자기 내 앞길을 가로막은 긴고의 분신때문에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디파일러 로열나이트였던 낑캉이 아무리 육체능력에 특화된 전사라고 해도 디파일러 킹의 육체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디파일러들의 계급은 체스와는 달라서 계급간에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무한히 많은 폰을 전진시켜도 킹과 퀸은 잡을 수 없다. 그것이 대붕공자 카트랏슈의 힘을 목격한 내 사견이기도 했고 VOT 학계 커뮤니티의 정설이기도 했다.

그리고 저 분신이 그 디파일러 킹 긴고에 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걸 나는 일찍이 몸으로 학습하지 않았던가? 기간틱 레이스쪽도 긴고의 분신 한기가 마크하고 있었기에 나는 적들이 하는양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만 섭취하시겠습니까?"

"이건 쓸만한정도가 아니잖아. 저 약골을 낑캉과 동등한 전사로 만들어주다니 대박이군. 바로 왕의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해라."

"왕의 명을 받듭니다. 그동안 곁에서 긴고님을 보필할 수 있어서 영광이였습니다."

디파일러 아크비숍 흉내쟁이(Mimicry) 종속마력기관 발동

아크비숍 스쿠하라의 종속마력기관이 다시 맥동하기 시작했다. 또 한번 예의 파도가 밀어닥치는가 싶어 긴장하고 있던 나는 디파일러 킹 긴고가 스쿠하라의 종속마력기관을 산채로 뜯어내는걸 보고 충격에 휩싸여 입을 다물 수 가 없었다.

디파일러 킹 더 스텔라 비타 제 2성기 폭식(Overeat)

그렇게 산채로 뜯어낸 종속마력기관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것처럼 우적우적 씹어먹기 시작한 긴고. 귀걸이와 목의 문신때문에 양아치스러워 보였던 그의 외모가 시뻘건 피때문에 사이비 교주처럼 보이기 시작한 순간이였다.

"변신했을때의 손톱은 여의창으로 대신하면 되겠군. 이렇게 부족한 재료가 메워지다니 절묘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야."

미친놈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마애혈불 긴고의 피부가 부글부글 거리기 시작했다. 긴고의 분신이 여전히 나와 기간틱 레이스를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본체만이 덩치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3m에 달하는 장신과 솥뚜껑만한 손 그리고 쇠사슬처럼 억센 털이 내 눈동자를 하염없이 커지게 만들었다. 긴고가 내 고유술식인 괴력난신 모드를 카피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리 없었다.

물론 아크토두스의 뼈대를 이루는 언옥타늄이나 그이 영혼이 담긴 갈색 영혼석까지는 복제하지 못한 모양이였지만 문제는 디파일러 킹의 기본적인 육체능력이 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였다.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있다면 하드웨어가 좋은쪽이 성능이 뛰어나다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였다.

생각지도 못한 긴고의 능력에 패닉상태에 빠진 나였지만 금새 이를 악물었다. 어짜피 아크토두스로 변신하지 않았다면 디파일러 킹 긴고는 커녕 로열나이트 낑캉도 당해내지 못한바 이제와서 후회해도 무의미한 일이였다. 지금 내가 해야할건 어떻게 해서든 긴고의 능력을 파훼해서 약점을 찾는 일이였다.

'내 고유술식은 이 우주를 통틀어서 내가 제일 잘안다. 약점을 찾지 못할바가 아니야.'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야 이 용솟음치는 힘은. 시험해보고 싶어서 견딜 수 가 없잖아. 어디보자 이제 함정으로서의 가치도 무대로서의 가치도 없어진 북해용궁이나 날려볼까나."

"적을 앞에두고 어디서 샌드백을 찾고 지랄이야. 꼴깞떨지 말고 어서 덤벼!"

"옥사건이라고 했나? 고마워, 고마워, 정말 고마뭐. 그게 이런 힘을 내게 제공해줬으니까 말이야."

디파일러 킹 긴고의 괴력난신 모드는 곰의 형상을 하고 있는것은 똑같았으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그 가면 너머로 번뜩이는 광기어린 눈을 보아하니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고있지않아는듯 했다.

긴고가 자신의 손에서 작살처럼 생긴 손톱을 쭉 뽑아내었다. 아무래도 언옥타늄 대신 여의창을 녹여낸 모양이였다. 삽시간에 10m 길이로 늘어난 작살손톱을 북해용궁이 있는 방향을 향해 있는힘껏 휘두르자 상상도 못할 풍압이 뿜어져 나와 나를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저 멀리서 어슴프레 보이던 북해용궁의 웅중한 성벽이 일자로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물리법칙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공격이라 긴고가 북해용궁이 그려진 도화지를 베어버린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이거라면 사리카야에게 다시 도전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그녀에게 인정받으면 더이상 미움받지 않을 수 있겠지."

"옛날에도 너처럼 힘만 쌔면 여자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있었지 이름이 아마 도철광이였던가. 너무 오래되서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하네. 아무튼 진짜 중요한 사실은 외면한채 무식하게 힘만 기르니까 여자한테 미움받는거야 이 새끼야."

"뭐? 내가 사리카야한테 미움받는 이유는 자기보다 약해서가 아니였나?"

"당연하지. 네가 미움받는 진짜 이유는 못 생겨서다. 그것도 그냥 못생긴게 아니라 아주 더럽게 못생겨서지. 겸상을 하면 토가나올정도로 말이야."

"갑자기 외모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상당히 더럽군. 유용한 술식을 제공해준 대가로 고통없이 죽여줄라고 했더니만 곤란하게 되었어."

"디파일러들의 미적 기준이 형편없기도 하거니와 네가 최고로 높은 놈이다 보니까 외모지적을 해줄 녀석이 없었던거지. 그렇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다보니 자기가 얼마나 혐오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여성한테 들이대니까 단박에 차이는거다. 이 모질이 새끼야."

"새롭게 얻은 힘때문에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워졌던 머리가 네놈때문에 차갑게 식는구나. 나를 도발할 목적으로 그런 폭언을 퍼부은거라면 미안하지만 제대로 역효과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