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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상당히 거친말로 표현해오는 물의 수호령 오르시나. 이렇게 보니 계약자와 수호령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로 닮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처음 만났을때만 해도 차가운 오피스레이디느낌이였던 오르시나가 이렇게 변하다니 긍정적이라고 해야할지 부정적이라고 해야할지.
"빨리 줘봐. 바로 명경지수의 권능을 발동해 줄테니까."
"어이 오랜만에 주인님을 뵈었는데 반가움의 펠라치오는 못할망정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제촉하는거야? 너 설마 다른 남자 만나고 다니는거 아니지? 나는 네가 나한테 욕지거리를 하던 삿대질을 하던 신경안쓰는데 딴 놈이랑 놀아나는 정황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영멸시킨다."
"어이구 무서워 죽겠네. 너같은 악질 변태 계약자랑 인연을 끊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엔도미야님이 정해주신 율법때문에 그러고 싶어도 못하거든."
"그러면 뭐가 그렇게 급한건데?"
"길을 잃은 인어족들에게 물길을 인도해주고 있었으니까."
"길은 잃은 인어족이라면 설마 북해용궁의 난민들을 말하는건가? 아니 그렇게 많은 난민들을 수용했는데 아직도 더 남았단 말이야?"
"일개 왕궁이 완전히 멸망해버렸는데 그정도는 당연한거 아니야? 시덥잖은 소리는 그만하고 빨리 감정할 아티팩트나 내놔."
"여기 있다. 그런데 내일 아침 여섯시쯤 출발할 북해용궁 탈환 작전에 너도 데려갈 생각이였다만 그냥 여기서 동해용궁이나 지키고 있을래?"
"그러니까 나는 너랑 떨어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니까. 내가 이렇게 서둘러서 난민들에게 물길을 인도해주는것도 너랑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서야. 그런줄 알고 지금부터 명경지수의 권능 발동시킬테니까 바닷물이나 잘 지켜보고 있어. 괜히 나중에 다시 보여달라고 하지말고."
물의 수호령 오르시나가 바닷가의 일부분을 거울삼아 아뮤트의 목걸이이가 지닌 내력을 비추기 시작했다. 일전에 륭 사부가 봉인되어 있었던 항아리에 명경지수의 권능 사용했을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3인칭 시점에서 정체불명의 미라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단언컨대 그건 절대 머미메이지 무슈는 아니였다. 왜냐하면 관아래에 잠들어 있는 미라의 키가 2.5m는 되보였기 때문이였다. 무려 륭 사부 보다 키가 큰 미라는 각종 부장품들에 뒤덮혀 꼼짝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그러나 잠시 뒤 도굴꾼으로 보이는 사내가 관뚜껑을 열자 장신의 미라가 눈을 번쩍였다.
그러나 도굴꾼들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제대로 건수를 잡았다며 희희낙락거렸다. 부장품들 중에서 일단 황금빛을 내는것부터 챙기기 시작한 도굴꾼들. 그러나 장신의 미라는 값진 물건들이 모조리 쓸려나갈때까지 여전히 요지부동이였다. 방금전 보았던 섬뜩한 눈빛이 내 착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러나 도굴꾼중 한명이 보따리를 금은보화로 가득채우고도 욕심을 부렸을때 참극이 일어났다. 'Demonic Grimoire'라고 쓰여진 낡아빠진 서적을 다른 동료들 모르게 집어들어 소매안쪽에 숨기려는 순간 장신의 미라가 손을 뻗어 도굴꾼의 팔을 뽑아버린것이다. 장난감 인형처럼 한쪽팔이 탈착된 도굴꾼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끄아아아아악! 시, 시체가 살아있다.'
'무슨 개소리야 저녀석은.'
'가서 살펴보자고 보나마나 시체를 파먹고 사는 쥐새끼한테라도 물린거겠지.'
인간의 사지를 하나 뜯어내고도 태연하게 손가락을 벌려 데모닉 그리모어를 회수한 장신의 미라는 남은 부장품들을 더듬거리다 호리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호리병의 뚜껑을 열어 손등위로 그 내용물을 뿌리자 백골가루가 소복이 쌓인다.
장신의 미라는 마치 마약을 흡입하듯 백골가루를 코로 빨아들였고 철수준비를 하던 도굴꾼들이 무덤으로 돌아온것도 그때였다. 그제서야 비명을 지른 동료의 말이 사실이였음을 깨달은 도굴꾼들이 하나같이 병장기를 꺼내들어 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시체가 살아 움직이다니 무덤을 뒤져 부장품을 팔아치우는것을 업으로 삼아온 도굴꾼들에게도 난생처음인 일일터였다. 그러나 이쪽은 열댓명이였고 상대는 키만 컷다뿐이지 말라비틀어진 미라에 불과했으니 싸워볼만하다는 생각을 한걸지도 모른다.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가는 도굴꾼들. 불법적인 일을 밥먹듯이 하는 직업적 특징상 때문인지 그 기세는 제법 흉흉했다. 그러나 장신의 미라는 마치 교과서를 복습하듯 데모닉 그리모어의 책장을 넘기며 정자세로 앉아 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도굴꾼 한명이 그의 정수리에 곡괭이를 내려꽂는 것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케론타 하운즈 모르티스'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 개새끼들이 튀어나오... 크허어어억!'
'씨발 모두 도망쳐!'
'이런 제기랄! 우린 저주받은 무덤을 건드린거야.'
장신의 미라의 손짓 한번에 도굴꾼들의 수적우위는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개털 대신 암운을 뿌리는 흑견들이 떼로 나타나 닥치는대로 도굴꾼들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희생가 된것은 데모닉 그리모어를 넘봤다가 외팔이가된 도굴꾼으로 흑견에게 물릴때마다 살점이 말라비틀어져 금새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되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된 도굴꾼들이 금은보화도 내던지고 전력질주로 도망쳤지만 흑견들은 유령과 같은 움직임으로 끝까지 적을 추적했다.
그렇게 단 한명의 도굴꾼도 무덤이 있던 템플을 벗어나지 못했고 임무를 끝낸 흑견들은 어느샌가 검은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장신의 미라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다시 관뚜껑을 끌어당겨 영면에 들었다. 마치 한밤중에 잠이 깬 사람이 이불을 다시 끌어당기는듯한 모양새였다.
그걸 명경지수의 권능은 끝이났고 밤의 바닷가는 다시 달빛아래에서 무심히 철썩였다. 아뮤트의 목걸이를 사용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안심했다. 뇌라는 장기가 보관되어 있다고해서 엘더 스프리건의 뇌를 버려야할 때가 왔나싶었는데 그건 다소 상징적인 의미였던 모양이다.
"이제 볼일 다 끝난거지?"
"그래 이제 돌아가도 좋아. 정 아쉬우면 주인님 자지에 키스라도 한방하고 가던가."
"뭐래 저 병신이."
"사랑한다, 오르시나. 이번 임무만 끝나면 내가 그 사랑을 듬뿍 나눠줄게."
오르시나가 가운데 손가락을 쳐들어 보인뒤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오르시나가 계속해서 나를 거부할 수 록 그녀의 치맛자락을 자꾸 들추고 싶은건 일종의 정신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지금까지 내가 만난 여자들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나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거나 둘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재봉사 시스트린이나 라라펠 실버코인의 경우 나를 끌어당기는 쪽이였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암컷들임에도 이상하게 손이 가질않았다. 차라리 그녀들 보다 매력은 떨어져도 나를 보기만 하면 학을 떼는 전 십이지천 소속 샤오밍의 보지에 자지를 쑤셔넣고 싶어서 참을 수 없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솝우화의 여우가 자신이 먹지 못하는 포도가 실것이라고 지례짐작 하는것처럼 나는 내가 따먹지 못한 보지가 더 맛있지않을까하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만약 지구의 정신과의사에게 정신감정을 받는다면 그 의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봐도 나란 놈은 천하에 다시 없을 변태놈인데 말이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뮤트의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목걸이 끝에 달린 호리병 뚜껑을 따 장신의 미라가 그랬던것처럼 손등위에 내용물을 뿌렸다. 소복이 쌓인 백골가루가 바닷바람에 날라가지 못하게 다른 손으로 감싼 나는 그 상태로 코를 들이밀어 조심스럽게 흡입했다.
"이거 좀 묘한 기분이... 어어어어어어어억!"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360도로 회전하는 청룡열차에 탑승한 기분이였다. 결코 유쾌한 기분은 아니였으나 청룡열차의 원심력에 세상을 포장하고 있던 비닐껍데기 하나가 벗겨지면서 시야가 탁 트였다.
그건 마치 대학교 전공수업에서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기화학적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걸 배웠을때나 교양수업에서 C언어를 구성하고 있는 어셈블리언어의 존재를 맛보기로 견식했을때와 같은 컬쳐쇼크였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우리가 인간의 청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초음파가 있다는걸 알아냈다고해서 들리지않던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아뮤트의 목걸이에 담겨있던 백골가루는 나의 인식체계 자체를 뒤집어서 인지할 수 없던걸 인지할 수 있게 해줬다.
그건 다름 아닌 영력과 마력의 연결고리. 직소퍼즐로 따지자면 서로 조립될리 없다고 생각했던 두 조각이 본래 한짝이였음을 깨달은 기분이였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정령창조를 위한 단서와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정령왕과 같은 존재로 각성한것은 아니고 오로지 인스턴트 음에너지의 정령을 만들 수 있을뿐이였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제 3형 괴화정령(怪火精靈) 레이스(Wraith)
이매망량 제 2형 악령군세가 일시적으로 망령들을 광폭화 시키는 술식이였다면 괴화정령 레이스는 마력을 주입해 또 다른 존재로 진화시키는 꼴이였다. 진화시키는 개체수가 많을 수 록 마력이 급격히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기존의 이매망량처럼 단순히 물리력만을 행사하는게 아니라 음에너지를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형상은 내가 지닌 이미지와 깊은 연관이 있는지 도깨비불처럼 타오르는 레이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도깨비불 안에서 두개골이 눈을 번쩍이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적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어야한다는 내가 바램이 반영된것 같았다.
아직 인신체계가 바껴 영력과 마력의 연결고리를 발견한지 얼마 안되서인지 고작 열댓기를 괴화정령화 시키는게 한계였지만 익숙해지면 이매망량 백인장도 괴화정령화 시킬 수 있을것 같았다. 여기서 악령군세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으나 혹여나 광폭화된 레이스가 인어족 난민들을 해칠까 두려워 그만두었다.
나는 더 강한 힘이 아닌 다른 차원의 힘을 손에 넣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레이스에 주입한 마력을 거두었다. 이걸로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마친셈이였다. 이제와서 새로운 언데드를 만들기에는 재료도 시간도 부족했으니 개인선실로 돌아가서 푹 쉬는게 답이겠지.
* * * *
"옥토끼 거기 있어?"
"라라펠 누님입니까? 제 방에는 웬일이세요?"
"생각해보니까 빔샤벨 스폰나인 모델에 사용되는 에너지셀을 넘겨주는걸 깜빡해서 말이야. 아니 알았다고 해도 보통 간부회의에 그걸 들고가지는 않지만서도. 아무튼 기껏 비싼 사제무기를 빌려줬는데 배터리가 다달아서 못쓰게 되면 내 체면이 안서잖아. 그래서 이렇게 직접 배달왔다는 말씀. 감격스럽지?"
"그거라면 그냥 병사들한테 시켜서 보내시지. 라라펠 누님의 선실은 제 개인선실이랑 가깝지도 않잖아요."
"나는 엄연히 말해서 간부라기 보다는 용병인데 무슨 짬밥으로 병사들을 부려? 시끄럽고 빨리 문이나 열기나 해."
이매망량 한기를 계속해서 괴화정령화 시켰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수련을 하던 나는 갑작스럽 라라펠의 방문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엉덩이를 때고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푸스카에게는 빔샤벨 말고도 우각전이나 전생유적에서 얻은 귀환의 비수가 있었기 때문에 여유분의 에너지셀따위 없어도 그만이였지만 저리 보채는데 별 수 있겠는가?
개인선실의 보안을 해제해 출입문을 여니 손에 한가득 에너지셀을 챙겨든 라라펠이 하얀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지만 막무가내로 내 선실로 밀고들어온 라라펠의 복장을 확인한 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밤중이라 함선내에는 정찰중인 옵티컬로이드 뿐이라지만 상반신은 방탄조끼 하나 하반신은 은색꼬리로만 가린채였던 것이다. 휘르 행수를 닮아 제법 육중한 유방이 방탄조끼 사이로 출렁거렸고 은색꼬리는 마치 C팬티처럼 중요부위만 가린 상태. 만약 상황실에서 불침번을 맡은 병사에게 들키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