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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발두인 함장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대놓고 내게 꽂혔다. 확실히 지금까지의 대 디파일러 전투가 방어전뿐이였다면 이번에는 침략전을 펼쳐야할 가능성이 있었다. 병력의 규모를 떠나서 그 둘의 차이는 극명했으니 아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던가, 지형적 이점은 커녕 불이익을 안고 싸워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은 통상적인 군대에게만 통하는 이야기로 일인군단인 내게는 적용되지않는 사항이였다. 내가 언제 아군의 도움을 요청한적이 있던가? 아니면 빙린장성을 방패삼아 싸운적이 있었던가? 언제나 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언데드 군단을 토해내 난전의 최강자로서 군림했던 내게 방어전이나 침략전이나 오십보백보였다.
물론 디파일러 로열나이트 쿠자르같은 자가 있다면 조금 성가실 수 있겠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비교하기 민망할정도로 큰 전력차가 있는것도 사실. 즉 이번 북해용궁 탈환작전은 내게 있어 레벨업 보다는 게임머니를 얻기 위해서 몬스터들을 반복적으로 사냥하는 행위인 앵벌이나 다름없는 일이란 뜻이였다.
"이번 휴가도 제법 길었으니까 마실 나가는셈치고 제가 쉬엄쉬엄 갖다오죠.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은신술에는 아무런 조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스와레 공주님의 양친을 구하는 과정에서 들켜버린다고 해도..."
"그 경우 옥사건 준위 본인의 안위를 중시해도 좋습니다. 스와레 공주님에게는 연거푸 죄송한 일이 되겠습니디만 이런 일로 옥사건 준위를 잃는다면 실버스케일의 인적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테니까요."
"아뇨. 그게 아니라 만약의 경우 제 자력으로 북해용궁을 점거한 디파일러 세력을 섬멸해도 되는지를 여쭤보고 싶었던 겁니다."
"옥사건 준위 혼자서요? 하지만 왕궁을 점령할 정도라면 사단급 디파일러 병력이 주둔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무리 옥사건 준위가 강하다고 해도 그건 무리가 아닐런지..."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북해용궁에서 디파일러들을 몰아내 주신다면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저 스와레의 이름을 걸고 결초보은할테니 부디 제발... 흐윽, 흐극, 흐으윽."
발두인 함장이 매몰차게 몰아붙였을 때에도 오돌오돌 떨기는 했지만 울지는 않았던 스와레 공주가 갑자기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본래부터 보호욕구를 자극하는 외모의 소유자였던만큼 스와레 공주의 눈물은 엄청난 무기가 되어 주변인들을 강타했다.
미친개 라라펠과 혈린검 용린은리 사저조차 숙연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고 발두인 함장은 차마 스와레 공주의 그렁그렁한 눈동자를 쳐다보지 못한채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솔다 공주만이 의연한 태도로 스와레 공주의 어깨를 감싸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으니 마치 동화속 한장면을 보는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일을 다투는 사안인만큼 내일 아침 여섯시 출정을 산정하고 지금부터 출격준비를 서둘러야겠군요. 실버스케일에서는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않을 생각이니 옥사건 준위도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옥사건, 발두인 함장의 말을 흘려듣지 말고 챙길 수 있는건 다 챙기도록해. 이전에 있었던 사흉신교 납치사건이나 로열나이트 쿠자르와 조우했던 때와는 달리 본함의 지원을 전혀받을 수 없으니까."
"옥토끼, 내 빔샤벨 빌려줄까? 한동안 수왕성에 눌러앉을거 같아서 여분을 챙겨왔는데."
"글쌔요. 은신술도 그렇지만 저는 검술에도 전혀 조예가... 아 맞다. 혹시 그 빔샤벨이라는 에너지 웨폰은 검신의 길이같은걸 좀 더 짧게만들 수 도 있습니까?"
"당연히 가능하지. 검신의 길이를 늘리면 에너지 셀 소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다지만 짧게하는거야 에너지 셀 소모도 줄이고 빔샤벨 전원부의 과부하도 줄일 수 있으니까 완전 일석이조지. 물론 공격 리치도 같이 줄어드니까 실전에서는 마땅히 쓸일이 없지만서도."
"그러면 퀴짓서틴이랑 대 디파일러용 탄환도 포함해서 한꺼번에 챙겨주세요."
"그런 흔해빠진 공용화기는 내 알바 아니고 이거 가져가. 스폰나인이라고 해서 완전 잘나가는 사제무기야."
"그 퀴짓서틴이 흔한건 그만큼 디파일러를 상대로 충분한 가격대비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애시당초 몇십만 VP짜리 무기로 일개대대를 무장시킬려면 얼마나 많은 자본과 유지비가 드는지 누님은 알고계십니까?"
"뉘예뉘예. 자린고비 동생님께서는 평생 그 장난감총이나 빵야빵야 하세요. 수인족 특유의 완력과 반사신경은 조금도 활용할 수 없겠지만."
라라펠은 공용화기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지 다소 비꼬는듯한 어투로 발두인 함장을 놀려먹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충분히 화를 낼 수 있을만한 상황이였지만 친남매간이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사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라라펠이 짐짓 과장스런 몸짓으로 총을 쏘는 제스쳐를 취한 덕분에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브리핑룸의 분위기가 누구러진 느낌이였다. 때마침 라라펠이 여유분의 빔샤벨을 챙겨서 간부회의에 참가했기때문에 스폰나인을 건네받을 수 있었지만 쿼짓서틴으로 무장한채 간부회의에 참가하는 중대장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 간부회의는 거기까지였다.
나머지 장비는 내가 개인적으로 함선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지급받기로 했다. 보통 쿼짓서틴과 대 디파일러용 탄환의 관리는 연단철 대위와 키샤 대위가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연단철 대위에게 따라붙었다. 아마 식물성 미인이라고 칭할 수 있는 키샤 대위가 있었지만 접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연단철 대위와 함께 실버스케일의 무기고에 도착한 나는 담당병사가 한쪽어깨에 퀴짓서틴을 맨채로 낑낑거리며 탄환상자를 들고오는걸 냉큼 낚아채고 다름 목적지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당장 내일 아침 여섯시에 출격이였기에 연단철 대위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불가피하게 스텔리온까지 대동해 내가 향한 그 곳은 다름 아닌 우르사티의 연구실이였다.
"기갑교룡 골리앗이 당했어."
"그래? 그건 유감이네."
"혹시 슈퍼로이드에 대해서 알고있나?"
"알다마다. 나도 하나 갖고잊는걸."
"뭐, 뭐라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중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나와 우르사티가 협동해서 만든 크로스오버 테크놀로지의 결정체, 메카 언데드의 프로토타입중 하나가 파괴됐다는 소식에도 우르사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자신의 연구에 몰두했다.
그런데 여전히 사교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안경녀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툭 던진 질문에 예상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슈퍼로이드라는건 엔도미야같은 초월인터페이스만이 만들 수 있는 유니크한 존재한 아니였단 말인가?
"그 슈퍼로이드에 당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같다붙여도 보통의 로봇은 슈퍼로이드를 뛰어넘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네 행성의 과학수준으로는 슈퍼로이드를 제작하는것은 무리일텐데 혹시 우주 밖에서 침입해온건가?"
"그런 셈이지. 그건 그렇고 네가 슈퍼로이드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만."
"물어본적도 없잖아. 그리고 12살짜리 꼬맹이 하나만 밑고 이런 외지행성에 뛰어들만큼 나는 내 목숨을 경시하고 있지않아."
"지금 너 발두인 함장보고 꼬맹이라고 그랬지, 그랬지? 아니 뭐 나도 동감하지만. 그래서 그 슈퍼로이드는 어디 있는거지? 아니 그전에 슈퍼로이드라는건 도대체 뭐야?"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순차적 알고리즘이 아닌 뉴런 네트워크을 기반으로 기동하는 로봇을 슈퍼로이드라고 하지. 네 행성에도 일단 개념적으로나마 그 이론이 성립된걸로 알고있는데. 아니야?"
"설마 생명체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로봇에게 적용시키는 이론을 말하는건가? 뉴런의 개수가 몇백개에 불과한 선형벌레의 뉴런구조를 로봇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있는것 같군."
"참고로 내 슈퍼로이드 어스웜의 뉴런 개수는 1조개야. 인간의 뇌가 지닌 뉴런 개수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결국 12살짜리 아이의 지능수준밖에 끌어올리지 못했지."
"방금전까지만 해도 12살짜리 꼬맹이는 믿을 수 없다고 하지않았나?"
"무려 25톤급 무게에 12m 길이를 자랑하는 우량아니까 의지가 되는거지. 워낙에 땅파는걸 좋아하는 아이라 지금은 수왕성의 지질학적 정보분석을 명목으로 아이스바운드를 떠났지만 내가 부르면 10분내로 돌아올거야."퀼레뮤츠나 세비앙을 목격한 이후 슈퍼로이드는 인간형 로봇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나는 그 생각을 전면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우르사티가 이렇게나 슈퍼로이드에 대해서 잘 알고있을 줄이야. 어쩌면 권묘결 연축을 얻어맞고도 멀쩡했던 심장모양의 기계장치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나는 기야스가 녹화해두었던 대 퀼레뮤츠전 동영상을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로 재생시킨 뒤 우르사티에게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관심없다는듯 힐끗거리던 그녀는 본격적으로 퀼레뮤츠가 나타나 전투를 벌이자 하던일도 밀어두고 이쪽으로 돌아앉았다.
"이건 메탈하트로군."
"메탈하트? 그게 도대체 뭐지?"
"혹시 이 메탈하트의 샘플을 아직 갖고있어?"
"내 질문에 대답하는게 먼저야, 우르사티."
"후우. 내 슈퍼로이드 어스웜이 유별나게 덩치가 큰게 아니라 대게의 슈퍼로이드는 구축함급의 덩치를 가지고 있어. 그 이유는 단순히 전투력때문이 아니라 뉴런 네트워크의 학습패턴을 저장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저장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야. 즉 이 동영상에 나오는 인간크기의 슈퍼로이드를 만드는건 사실상 불가능해. 하지만 그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게 바로 메탈하트지.
나도 풍문으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연구해본적은 없지만 메탈하트야말로 네가 부르짖던 크로스오버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야. 아마 우심방 우심실은 동력을 생성하는 발전기가 있는 이공간과 연결되어 있고, 좌심방 좌심실에는 저장장치로 빼곡한 이공간과 연결되어 있겠지. 그런 전이술식의 공간압축을 통해 비약적으로 슈퍼로이드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전설의 아티팩트를 로봇공학자들 사이에선 메탈하트라고 부르고있어."
"내가 생각보다 귀한 물건을 주운 모양이군."
"내가 그걸 연구할 수 있게 해줘! 너 섹스 매니아라고 했지?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벗을 수 도 있어."
우르사티는 정말로 자신의 연구실에서 알몸이 될 기세로 점퍼의 조끼를 잡아당겼다. 나는 갑작스런 우르사티의 공세에 당황해서 그녀의 맨 상방신이 드러나는걸 넋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햇빛한점 받지않고 연구실에만 틀여박혀 살아서인지 우유처럼 새하얀 피부에 티한점 없었다. 다만 안타까운점이 있다면 지독할정도의 빈유라는 부분일까?
"혹시 우르사티 너 아직 성장기라던가?"
"그건 아니야. 충분히 밸런스있는 영양캡슐을 섭취했음에도 유방이 성장하지 못한건 여성호르몬이 조금 부족했던 탓이 아닌가 싶어."
"조금 부족했던게 아닌것 같은데 브래지어 자체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잖아!"
"필요 없으니까. 여자의 가슴이 클수록 남자의 성교시 만족감이 커진다는건 알고 있지만 어찌됐든 보지라고 하는 여자의 생식기가 있다면 성교자체가 성립하는데 문제는 없는걸로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런 부족한 몸이지만 어떻게 안될까? 메탈하트를 연구하는건 로봇공학자로서 내 오랜 꿈이였어. 연구성과가 나온다면 모두 너와 공유할테니 제발..."
"나는 단순한 섹스 매니아가 아니라 완전 초 변태야. 치욕스러운 자세를 요구할 수 있는데 괜찮겠어?"
"신체적 상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모두 OK."
"나도 그런쪽으론 취미가 없어. 그리고 참고로 말하는데 메탈하트를 소유하고 있는건 본체쪽이기 때문에 그걸 수왕성쪽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이번에 내가 북해용궁쪽으로 작전을 나가기때문에 메탈하트가 네 손에 쥐어지는건 그 후가 될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뭣하면 섹스시점을 그때로 미뤄도 되고."
"아니 나는 옥사건 너를 믿어. 따먹고 나몰라라할 타입은 아닌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백신마켓에서 우르사티 너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줄 의상부터 골라볼까? 솔직히 말해서 네가 입고 있는 평상복은 별로 안꼴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