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89화 (18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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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지구의 본체로 복귀하자마자 테스트를 위해 기야스함에 거주중인 륭사부에게 찾아간 나는 환수갑옷 그레이트 쟈칼의 방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전력을 다한 일격은 아니라지만 륭 사부의 딱밤을 나보다 먼저 눈치채고 전신갑옷을 전개해 깔끔하게 막아냈던 것.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디자인이였는데 흉부와 양 어깨에 달린 들개 얼굴상이 마치 옛날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전대물 슈트같은 느낌을 줘서 부끄러웠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어진 방호력 테스트에서 들개 얼굴상 3개의 기능을 깨달은 나는 감히 그 디자인을 경시할 수 없게 되었다.

들개 얼굴상 3개는 단순히 폼으로 달려 있는게 아니라 각각의 역할이 있었다. 흉부의 들개 얼굴상은 아마도 심장이라고 하는 인간의 급소를 이중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내 가슴을 가격하는 륭 사부의 손가락을 무는것을 보고 단박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물론 곧바로 이어진 마샬아츠 더 비타의 정수가 담긴 앞차기에 깨갱!하고 륭 사부의 손가락을 놓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적의 공격을 한차례 저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양 어깨의 들개 얼굴 상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또 다른 급소인 머리를 이중보호하는 용도임을 확인하는것으로 나는 테스트를 종료했다.

"꽤 재미있는 갑주를 준비했구나, 연자여."

"이전에 그 깡통로봇과의 싸움에서 간담이 서늘해질정도로 목숨에 위협을 받았거든요. 지금 당장 제가 마샬아츠 더 비타를 수련한다고 해서 비약적인 전력상승을 꾀하긴 어려우니까 투자를 좀 했죠."

"흐음. 언제 그런 정체불명의 적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야 그런 무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겠지. 그러나 적으로 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은 바로 피땀어린 노력으로 일신의 힘을 단련하는거라는걸 잊지말게."

"안그래도 지금 일신의 힘을 키우러 갈 예정이였답니다. 일전에 제가 수하로 받아들인 인간들중에 왕루옌이라는 여자가 있었죠? 그 여자가 지닌 지식중에 강신술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그걸 기반으로 오늘 제 몸에 신내림을 하는 대법을 펼칠겁니다."

"신내림? 인간의 몸으로 어찌 신을 감당한다는건지 본녀는 잘모르겠구나. 혹시나 연자가 위험해지는건 아닐까 염려되는군."

"안그래도 그래서 륭 사부를 호위로 데려갈 생각입니다. 혹시나 왕루옌 그년이 개수작을 부리면 망설임없이 대가리를 박살내주세요."

"연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들에게는 말하지않아도 그리할것이야."

건스미스 율리시안은 죽이고 매드독스 왕루옌을 살려준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바로 강신술이였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인들중에서 왕루옌을 유독 독보적으로 만들어주었던 그 비술을 내 몸에 펼친다니 생각만해도 짜릿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왕루옌이 익힌 강신술은 진법이라고 하는 술식원진과는 전혀 다른 음양오행의 섭리를 쫓는 비술로 북두십성에서 3대 술사로 통했던 나조차 이해불가한 영역에 놓여있었다. 즉 내가 진법을 걸음마 단계부터 새로 배워 강신술을 펼친다는건 내가 생명공학과에서 기계공학과로 전과한 뒤 마징가를 만들겠다는거나 다름없는 일이였다.

어쩔 수 없이 왕루옌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그랬던것처럼 내게도 십이지신의 문신을 새길것을 종용했고, 그 준비가 진즉에 끝나 내가 말만하면 호랑이의 문신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허나 아직 부하가된지 얼마 안된, 그것도 본래 내게 원한이 있었던 왕루옌을 내가 어찌 순순히 믿을 수 있을까.

하여 생체 인챈트에 정통한 나는 이미 왕루옌을 포함한 쿤메이, 샤오밍의 몸에 부패의 표식을 새겨둔 상태였다. 이것은 영혼의 표식처럼 행동을 강제할 수 는 없지만 내 명령을 어기면 몸이 썩어버리기 때문에 왕루옌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안되 륭 사부를 데려가는거지만.

"기야스, 포로신분으로 등록된 자들중 왕루옌이란 이름을 가진 인간의 통신기기로 내 자취방으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함장령 수리했습니다. 안전 프로토콜은 포로신분의 생명체는 함내에 신병을 구속하는걸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현상유지를 하시겠습니까?

"그렇다고 그 신삥들한테 선원 등급을 줄 수 도 없잖아? 일단 두고보자고."

-별다른 명령이 없을때까지 함장님의 임의지시를 안전 프로토콜 행동령보다 우선시합니다. 메시지 전송완료.

*    *    *    *

한국 각지의 군소조직부터 어디서 이름 좀 날렸다하는 대형조직까지 강제로 통합하는건 사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러나 과거 십이지천회의 두목이였었던 왕루옌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인듯, 햄버거 가게를 점령한 푸드파이터처럼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의 뒷골목을 점령해버렸다.

이 몸에 강신술을 때가 되어 왕루옌을 불러들인김에 경과보고를 받은 나는 한달남짓한 사이에 왕루옌이 이루어낸 성과에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나보고 하라고 해도 이런 결과는 내놓치 못했을 것이다. 내가 뭐 때려눕힐지나 알지 조직의 생리에 대해서 아는게 뭐가 있겠는가?

"굉장하군. 서울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의 조직이 내 밑으로 들어왔다는 거잖아. 물론 명목상 두목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네가 맡게 되겠지만."

"마음먹으면 서울쪽 조직들도 전부 삼킬지 못할바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수도권쪽은 정계와의 연줄이 없으면 먹고 체하는 경우가 많아서. 백월교라는 한국의 천외천 단체의 직접적 활동영역이라는 것도 거슬리는 부분입니다만."

"그거야 그렇지. 뭐 백월교의 경우 가까운 시일내에 내가 담판을 지을거니까 걱정말고. 정계와의 연줄같은 경우 내가 아야사를 소개시켜줄테니까 그쪽을 통해서 라인을 타봐. 아 참고로 서열상 아야사가 위다. 안주인을 모신다고 생각하고 깍듯하게 대해. 괜히 엄한 생각했다가는 초주검으로 만들어버린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조직확장에 대해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진말고 네 말대로 체할 수 도 있으니까. 갑자기 외간년이 나타나서 자기 머리 꼭대기 위에 앉으려고 하는데 얼마나 아니꼽겠어? 그러니까 쳐낼놈은 사정없이 쳐내고 내실있는 조직으로 만들도록. 뭐 그거야 나보다 네가 더 알겠지만 나한테 잘보이려다가 일을 그르치진 말란 말이야."

"존명! 그런데 조직의 이름은 어떻게 하면될까요? 슬슬 구색이 갖춰줘 가는데 이름이 없어서 솔직히 곤란한 일이 많습니다. 정체불명의 조직이라고 소개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십이지천의 이름을 다시쓰는건 더더욱 안될것 같아서..."

"이름? 그냥 대충 흑월파라고 해. 그럼 이걸로 보고는 끝난거지? 어서 네가 말했던 풍수지로 출발하지. 괜히 날이 어두워지면 찾기 귀찮아지니까."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왕루옌의 뒷덜미를 잡고 자취방을 나서 기야스함에 올랐다. 처음 기야스함을 본 왕루옌의 표정은 정말이지 기묘했다. 사실 본인이 무협영화에서나 나오는 무공을 펼치는 펼치는 입장에서 SF영화에서 나오는 우주선을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욕할 자격은 없지만 왜 내 상대가 이런걸 끌고다니는지가 원망스러웠던거겠지.

왕루옌이 난징성 대재난으로 한순간에 유령신분이 되버린 지금 일반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했다면 목적지까지 몇날며칠이 걸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야스는 마치 가까운 편의점에 들리듯이 중국 운남성 매리설산에 우리를 내려줬다.

산세가 험하기 그지없는 절벽에 가까운 지반에 내려선 나와 왕루옌이였지만 그 누구도 불평없이 걸음을 이어간다. 왕루옌이 말하길 헬기도 뜰 수 없는 지역에 기야스가 강하시켜줬기 때문에 풍수지까지는 십분도채 걸리지 않을거란다.

그렇게 묘기에 가까운 산행끝에 안개로 가득한 산중심처에 도착했지만 딱히 마력입자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때 왕루옌이 군데군데 널부러져 있는 바위들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자 아무것도 없었던 화강암벽에 동굴이 생겨났다. 놀랄틈도 없이 왕루옌을 쫓아 풍수지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으로 달려가니 소설속의 무릉도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거 놀랍군. 지구에 이런 장소가 있었을줄이야."

"저도 처음 이 장소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VOT 온라인의 내력축적 속도보다 10배의 효율을 보이는건 말할것도 없고 휴양지로서도 적격인 장소지요.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않아 진법으로 입구를 숨겨놨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그래서 분한가?"

"아뇨. 이런 기연을 얻고도 아크리퍼님을 이기지 못한 제가 못난것을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 말대로다. 너는 못난년이고 나는 잘난놈이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엄한 생각하지 말고 내게 복종하도록."

"존명!"

"어디보자 저기 있는게 그 강신술을 펼치는 진법인가?"

"그렇습니다."

왕루옌의 풍수지에는 작은 연못과 인위적으로 만든 정자가 있었는데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정자에는 나비들 뛰놀아 운치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땅을 자세히 살펴보니 정자말고도 인위적으로 보이는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양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니 눈대중으로 잡아도 족히 직경이 100m는 될법했다. 술식원진으로 따지면 메테오 스트라이크 정도의 술식을 펼칠 수 있는 정도였다. 나는 이 진법의 규모자체보다 이런 복잡한 진법을 왕루옌이 일일히 수작업으로 그려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전형적인 무투파인줄 알았는데. 너 의외로 학구파였구나?"

"굳이 따지자면 노력파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이 진법의 묘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VOT 온라인에 있는걸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재현하기 위해 사흘밤낮을 쉬지않고 강행군을 했으니까요. 그러면 저 진법의 중심에 앉아보시겠습니까?"

"그런데 말이야 내가 처음에 원했던게 쥐문신의 능력인 축지법이였다는걸 너도 알고있지?"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미 샤오밍에게 쥐문신이 새겨져 있기때문에 아크리퍼님에게 쥐문신을 각인시키려면 샤오밍의 목숨을 빼았을 수 밖에 없는지라. 이제 얼마나 남지않은 십이지천의 형제 아니 자매들을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히 말씀드리건데 견소룡이 사용했었던 호랑이문신의 능력인 육체강화는 단순한듯 하지만 그 효과가 커 아크리퍼님을 실망시키지 않을것입니다.

견소룡이 괜히 십이지천의 2인자였던것이 아니니까요."

"아무튼 내가 양보를 한것은 사실이니 너희들도 성의를 보여야지. 강신술 대법을 끝내고 돌아가면 너를 포함해서 쿤메이, 샤오밍 모두 야한 속옷을 입고 내 잠자리 시중을 들 준비를 해놔라. 아주 극진한 봉사를 준비해놓는게 좋을것이야."

"조, 존명!"

십이신장의 문신들은 각각 특수한 능력들을 한가지씩 지니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돼지의 문신은 몸을 무겁게 만들었고, 말의 문신은 반대로 몸을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륭타우가 호텔 바닥을 무너트리며 탈출을 꾀한 일이나 쉬찌엔 두발이 잘린채로 도망친것도 단순히 내력이 아닌 문신의 힘을 빌렸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내가 처음 왕루옌으로 부터 십이신장의 문신들이 지닌 능력 리스트를 받았을때 확 눈에 들어왔던건 다름 아닌 쥐문신의 축지법이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가 아니라 천리길을 한걸음만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

쿤메이의 토끼문신이 각력강화를 통해서 순간적인 돌진력을 높여준다면 동생인 샤오밍의 쥐문신은 어마어마한 장거리 이동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하루에 2번 밖에 쓸 수 없다는 제약은 있었지만 적을 추적하거나 도망치는데 이만한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앞서 왕루옌이 말했듯이 한 인간에게 깃들 수 있는 신은 단 하나. 샤오밍이 죽기전에 내가 쥐문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는 없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팔자에없는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샤오밍을 죽였다간 쿤메이나 왕루옌이나 실의에 빠져 자살할 기세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강신술 대법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전에 한가지 주의점을 말씀드릴텐데 부디 호랑이의 십이신장과 마주하셨을때 그를 겸허히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본래 금수출신이였다고는 하나 엄연히 신은 신. 싸워서 득될것이 전혀 없습니다."

"알았으니까 빨리 시작하기나해. 나도 고개를 숙일땐 숙일줄 아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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