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86화 (18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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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엔도미야는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을 넘어서 VOT 시스템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자. 말만한다면 슈퍼맨으로 만들어주는 알약같은걸 줄지도 모른다. 허나 그 경우 나라고 하는 이레귤러의 위험성이 커져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들까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아주 정의심이 넘쳐나는 인간이라 올바른 곳에만 힘을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구의 인류전체를 인질로 삼겠다고 선언한 지금 히어로 행세따위는 씨알도 안먹힐것이다. 나 또한 위장이 뒤틀려서 그런건 하고 싶지도 않았고. 결국 엔도미야의 말마따라 적정 수준의 보상으로 타협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그건 불가능합니다."

"내게 주기엔 너무 위험성이 크다라는것도 아니고 불가능하다고? 아니 내가 무슨 우주의 저편 어딘가엔 숨겨진 정체불명의 보물을 요구한것도 아니고 분명 귀혼강신법은 VOT 온라인에 있는 물건인데 이러면 좀 곤란하지."

"마이셀프 룰. 초월 인터페이스인 제가 스스로 정한 룰에 의하면 VOT 온라인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들은 그 가치에 걸맞는 리스크를 감수해야만 얻을 수 있게 되있습니다. 저는 하다못해 VOT 온라인내에 존재하는 열매 하나 못가져다드립니다. 그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유저가 그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는 행위 하나뿐입니다."

"그것도 질서의 엔토로피라는 수치때문에 정한 룰인가?"

"그렇습니다. 저라고 해서 이 삼라만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예측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혹여나 질서 엔트로피의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일들은 미연에 막아둔거죠. 가장 최근에 정한 마이셀프 룰을 예로 들자면 아크리퍼 당신과 같은 이레귤러가 다시 나타나는 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VOT 온라인의 세계와 바깥세계를 완벽하게 단절 시켰죠."

엔도미야와 퀼레뮤츠의 지구침공 사건을 마무리하고 난 뒤, 그때의 일이 유야무야될 쯤이면 오르시나의 수어지교나 월영공 듀리스의 초월 그림자도약을 이용해 VOT 온라인의 아이템을 빼먹을 생각이였던 나는 침음성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엔도미야는 100% 완벽한 존재는 아니였지만 단언컨대 이 우주에서 가장 신에 가까운 존재였다. 나와 퀼레뮤츠간의 전투데이터를 한번 본것만으로 [신성]과 [무인]의 속성을 동시에 지닌 몽크를 히트맨 후보로 삼은것도 그렇고 진즉에 VOT 온라인과 바깥세상간의 물질적 교류를 차단한걸 보면 두번째 실수 는 절대 용납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뭘 어쩌자는거지? 귀혼강신법도 줄 수 없을뿐더라 VOT 온라인의 그 어떤 아이템도 넘겨줄 수 없으니 그냥 포기하라 이건가?"

"귀혼강신법을 줄 수 는 없지만 그 위치를 가르켜줄 수 는 있죠. 소비성 아이템이나 장비와는 달리 마도서는 VOT 온라인 내에서 얻는것만으로 그 내용을 익힐 수 있으니 아크리퍼 당신에게도 손해는 아닐겁니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점을 노리고 귀혼강신법을 노린거겠지만."

"잠깐 고작 위치를 가르쳐주는것 뿐이라면 다른 구십번대 장비의 위치도..."

"거기까지. 아크리퍼 옥사건씨. 저는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같은게 아닙니다. 퀼레뮤츠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그 과실과 과련된 보상안을 제시하는것일 뿐. 즉 제가 허용하는 욕심보의 크기는 거기까지란 말입니다. 그 이상은 터질 수 도 있다는걸 명심하세요. 지구와 함께 말이죠.

애시당초 당신정도 수준의 유저라면 던전의 위치만 알려주면 됐지 그 공략방법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예전 아바타라면 그렇겠지. 그러니까 강령술사 좀 상향좀 시켜달라고! 음에너지를 쌓을때마다 육체가 약해지니까 보스만 만나면 한방에 푹찍...은 네가 초월 인터페이스임과 동시에 VOT 온라인의 운영자라는 중의적인 사실을 이용한 농담이였는데 아무래도 별로 재미없었나보군. 그래서 귀혼강신법의 위치는?"

"진시황릉의 지하 99층에 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겠죠? 참고로 현재 유저들의 최고돌파 층수는 71층입니다. 다른 유저들에게 빼았기고 싶지 않다면 서두르는 편이 좋겠군요."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불행하게도 귀혼강신법은 이미 VOT 온라인의 유저들에 의해 위치가 파악된 던전이였다. 다행인 이유는 지랄맞게 은밀한 곳에 숨겨진 던전의 입구를 찾아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였고, 불행인 이유는 이미 진시황릉을 탐색중인 지랄맞은 유저들과 충돌이 있을 수 도 있다는 점이였다.

에보니 메이든, 아이언 메이든 그리고 얼티밋 언데드 폼을 소유한 예전 아바타라면 보는 족족 다쓸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지금의 더미 아바타는 툭까놓고 말해 천외천 유저중 한명에 포함될 수 있는지 조차 의문이였다. 뭐 여차하면 천외천 유저인 비비앙, 왕루옌, 쿤메이, 샤오밍과 5인 파티를 맺으면 되겠지.

"좋아. 이걸로 우리 앞으로는 더 이상 퀼레뮤츠의 지구침공건으로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하지."

"좋습니다. 과연 퀼레뮤츠 본인이 거기에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당분간 그녀가 부활할 일은 없으니까요. 그러면 다음으로 여신칼날대 입단건입니다만 이건 당신의 자유의지에 맡기겠습니다. 아크리퍼 당신이 지구멸망만 시키지 않는다면 저도 더 이상 당신이 지구정복을 하든 뭘하든 신경쓰지 않을테니까요."

"솔직히 말해 여신칼날대의 복리후생은 아주 마음에 들었어. 다만 앞서 말했듯이 여신칼날대가 지니는 의무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알고싶군. 지금까지 살면서 구경조차 못해본 반신타락자들을 막는다라는 목표는 너무 모호하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간단히 말씀드리죠. 여신칼날대의 대원들은 각자 은하계 하나씩을 담당구역으로 삼게됩니다. 즉 복수의 행성을 수호하는 여신칼날대원도 있다는 말이죠. 그러나 당신의 경우 지구를 포함한 은하계에 다른 지성체가 존재하지 않기때문에 지구 하나만 보호하면 됩니다. 굳이 반신타락자가 아니더라도 운석충돌이나 빙하기와 같은 자연재해에서 부터 국가간 핵전쟁과 같은 인위적 재해를 사전에 막는거죠."

"만약 임무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지구 최악이자 최강의 빌런을 자처한 내게 갑자기 지구의 수호신이 되라니 거북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나는 솔직히 말해 만약 지구에 거대한 운석같은게 떨어진다면 방주에 한쌍의 동물을 태운 노아처럼 기야스에 어여쁜 처자 1000명을 태워 도망가고 말지 운석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용쓰고싶지는 않았다.

"연봉이 삭감됩니다."

"그래 일을 못하면 감봉하는것이 맞지...가 아니라 고작 그걸로 끝?"

"예. 아크리퍼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우주에는 저조차 다 세아릴 수 없을정도로 많은 별이 존재합니다. 물론 행성 하나가 멸망한다면 질서 엔토로피의 손실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천년 동안 인류가 지속될 동안 한명 나올까 말까한 여신칼날대의 신입단원이라는 카드를 버릴정도는 아니지요."

"잠깐만 설마 엔도미야 네녀석이 내게 더 이상 히트맨을 보내지 않는 이유에는 지구라는 인질뿐만 아니라 나를 영입하기 위함도 있는건가?"

"예. 이렇게 직접 대화를 나누고서 더더욱 당신이라는 인재에 욕심이 나더군요. 여신칼날대의 일원이라기엔 아직 힘이 모자라지만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고 무엇보다 성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성향이 마음에 들었다고? 미안하지만 나는 내가 봐도 완전 개새끼인데."

"아크리퍼 옥사건씨 이 우주에는 당신이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비틀린 광기와 살의로 무장한 들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유구한 세월 동안 그런 들개들과 싸워왔지요. 그러니 당신이라는 개새끼가 제게는 귀엽게 보일 수 밖에요."

엔도미야는 정말로 귀여운 강아지를 보듯 내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내왔다. 세상 참 오래살고 볼일이군. 나보고 착하다고 칭찬하는 존재가 나타날 줄이야. 물론 상대적인 의미로 그렇게 말한거겠지만 참으로 묘한 기분이다.

"뭐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내게 손해는 없을것 같군. 엔도미야 나는 너의 여신칼날대에 입단하겠다. 뭐 사인이라도 해야하나?"

"아뇨. 그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1000만 VP의 연봉은 지금 당장 입금해드리지요. 서열은 꼴찌인 27위이고 이명은 지금의 아크리퍼를 그대로 부여해 드리면 되겠지요."

"꼴찌라 앞으로 열심히 분발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글쌔요. 저로서는 당분간 아크리퍼씨가 수련에만 전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랜만에 들어온 여신칼날대의 새끼개가 반신타락자의 들개에게 물려죽는건 제게도 달가운 일이 아니거든요. 부디 진정한 광기의 화신을 목도했을때 주저앉지도 맞서려고 하지도 마시고 도망치세요. 제가 여신칼날대의 신입단원에게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충고입니다."

"어이쿠야 죽이려 들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걱정하기는.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테니까 어서 이 빌어먹을 신전에서 내보내 주기나해. 가급적이면 진시황릉 던전과 가까운 마을이 좋겠... 아니 잠깐 그런데 용린혁 어르신은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여신칼날대에 입단한 기념으로 풀어주는건 어때?"

"VOT 시스템에 간섭한 죗값을 치러야겠죠. 당신은 그 간섭에 휘말린 유저일 뿐이고요. 그러니 그의 신변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신경을 끄는게 좋을겁니다. 만약 제가 신이였다면 절대 생김새처럼 자애로운 여신은 아닐거라는걸 당신도 잠깐의 대화로 느끼지 않았습니까? 저는 신으로 따지자면 법을 관장하는 정의의 여신. 용린혁 NPC는 절대불변의 유죄입니다."

단호하게 용린혁 가주의 유죄를 선고한 엔도미야를 보고 있자니 새삼 그녀가 만만치 않은 존재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우연히 상황이 잘 맞닥들여져 엔도미야와 유리한 협상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곧 내가 갑을관계상 엔도미야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건 아니였다.

나는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을 지키다 이내 등장한 슈퍼로이드 세비앙이 열어준 문을 통해 방을 나섰다. 엔도미야가 내 부탁을 들어줬는지 과연 내가 소환된 곳은 진시황릉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진시촌이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VOT 온라인의 마을풍경은 아이템 값을 흥정하고 파티를 모으려는 유저들로 인해 여전히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VOT 온라인이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게임머니의 취급은 더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으니, 내가 알기론 게임머니의 시세가 하도 치고올라가서 달러대비 환률인 VOT 지수까지 생겼다고.

적잖은 고급장비들과 게임머니를 창고에 보관중이던 나였으니 마음만 먹으면 한몫 단단히 잡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당장 현금이 부족한것도 아니였고 이 더미 아바타의 개인전력으로는 진시황릉의 지하 10층도 못가서 객사할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다음 숙제를 하기위해 일단 로그아웃을 하기로 했다.

*    *    *    *

-쇼핑용 임시 아바타 커스터머123에 로그인하셨습니다.

-여신마켓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쇼핑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신마켓의 길잡이인 블래이징스론 모햄이라고..."

"모햄 오랜만입니다."

"이런 옥사건씨였습니까? 이렇게나 빨리 재회할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옥사건씨는 공공의 이익에 힘쓰시는분같지는 않았는데 또 백신메달을 보상으로 내건 의뢰에 성공하신겁니까?"

"아 그게 말이죠. 제가 이번에 엔도미야의 제안으로 여신칼날대에 입단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백신 메달없이도 여신 마켓에 입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모햄을 더 자주 보게될지도 모르겠군요."

엔도미야와 담판을 짓자마자 하희빈과 만날 약속을 잡으려고 했던 나는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심장으로 계획을 우회에 여신마켓에 먼저 입장했다. 여신칼날대 서열 19위 퀼레뮤츠까지 격파한 나였지만 일전에 모햄이 말했듯이 목숨이라는 코인은 1개뿐이였기에 보험은 많으면 많을 수 록 좋았다.

"그것참 반가운 소식이로군요. 그런데 다소 유감스러운 소식입니다만 이 여신마켓에서는 더 이상 영력향상을 꽤할 수 있는 물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영력과 관련된 물건을 담당하는 셀러는 소울리퍼 구루 한명이였으니까요. 영력을 기반으로 간단한 술식을 펼칠 수 있는 아티팩트들이 있긴 합니다만 거의 장난감 수준의 것들인지라..."

"아 이번에는 영력계열이 아니라 아주아주 튼튼한 갑옷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그 먹고 자고 씻을때도 입을 거라 가급적이면 활동성이 월등한 물건이였으면 합니다. 모햄이 입은 풀플레이트 메일같은 계열은 조금 곤란하고요. 아무래도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죠?"

"활동성과 방어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조건 둘을 만족해야한다라. 확실히 까다롭군요. 후후. 하지만 그런 까다로운 물건을 구하기 위해 여신마켓이 존재하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물건을 갖고있을법한 셀러를 한명 알고 있으니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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