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0 / 0316 ----------------------------------------------
vol.5 Oxogan The Twelve Sky
"륭 사부 조금만 버텨줘요. 망할 깡통로봇년은 저 비행접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사실 지상에 보이고 있는 모습만으로는 누가 이기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퀼레뮤츠의 실력은 용린은리 사저와의 첫만남을 떠올리게 할정도로 나를 긴장시켰기에 괜시리 불안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다행히도 미확인 비행물체 2기는 자신의 회피궤도분석 능력을 과신해서 인지 내가 추적을 멈추자 미동도하지 않았고, 유체화 상태의 이매망량 천인대를 반씩 나누어 슬그머니 그 두기를 둘러싸는건 그동안 좆빠지게 쫓아다녔던 내가 우스워질 정도로 쉬운 일이였다.
영력이 A랭크 일때나 A++랭크 일때나 이매망량 백인장을 제외하면 운용할 수 있는 망령은 모두 천기. 그러나 그 응용력은 비할데가 아니였으니 눈깜빡할 사이에 실체화와 형상화를 끝낸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UFO놈들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끼리리리릭!거리며 아둥바둥 거리는 놈들을 보고 파괴본능이 끓어오른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모루삼아 이매망량 백인장들과 함께 망치질을 시작했다. 화이트 탈론이 고장날세라 오버출력을 건 다음 있는 힘껏 찍어누르자 실낱같은 금이 생겼고 그 위로 도깨미 방망이질이 이어지자 균열은 점점 넓어져갔다.
"죽여! 죽여! 죽여!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버리란 말이야!"
내가 고앙된 감정이 이매망량 백인장들에게도 영향을 줬는지 방망이 질에는 지독한 살의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외부장갑이 부서지자 미확인 비행물체의 파쇄작업 속도는 한차쳬 가속되었고 이어서 동력장치가 고장나자 이매망량의 손아귀가 더 이상 UFO를 붙들고 있지않아도 되었기에 2차로 가속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두개의 미확인 비행물체가 초전박살이나 고철도 아닌 고철가루가 되기까지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파괴본능이 가루를 넘어서 분자단위로 쪼개버리지 못해 안달나있었지만 나는 륭 사부를 돕기위해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퀼레뮤츠와 륭 사부가 있는 전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그때 옆구리에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이 쇄도했다. 나는 신음소리조차 내지못해 억억거리며 영빈관의 대리석바닥을 뚫고 지반까지 내려가 쳐박혔다.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1/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8/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5/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2/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0/16)
-패브릭 아케인 슈트가 한도초과된 데미지를 입어 파손되었습니다.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0/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4/16)
-WAV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0/16)
-웨어러블 아케인 베스트가 한도초과된 데미지를 입어 파손되었습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일분일초라도 빨리 미확인 비행물체를 파쇄하기 위해서 이매망량 천인대와 백인장 전부를 투입했던것이 독이 되고 말았다. 언제 왔는지 짐작도 안가는 퀼레뮤츠가 수십만 VP(Vaccine Point)를 주고산 아케인제 방어구를 모두 작살내고 말았다.
물론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저렴한 수준이였지만 비싼 VP를 들여만든 기갑교룡 골리앗까지 날려먹은 지금 디파일러도 아닌 퀼레뮤츠를 쓰러트린다 한들 VP를 주는것도 아니였으니 적자도 이런 적자가 없었다.
"감히 내 소중한 새틀라이트 알파와 베타를 박살내다니 재롱치곤 조금 과하지 않은가? 필멸자여 어디 뚫린 입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네녀석의 목숨값으로 충당할 사안이 아니란 말이다!"
"그건 내가 할말이다 이 깡통로봇년아! 너때문에 내가 입은 손해가 얼만줄 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나발이야. 목소리만 크면 이기는줄 아는 진상손님같은 새끼가!"
나는 이매망량 천인대의 반절을 내 몸에 두르고 이매망량 백인장 둘로 하여금 내 전방과 후방을 엄호하도록 했다. 패브릭 아케인 슈트와 웨어러블 아케인 베스트가 모조리 박살난 지금 최후의 방어선이 된건 내 몸둥어리 자체였다.
귀갑흑석단과 던클레오의 생명석 그리고 트롤왕 리쿤다룬의 골수세포때문에 일반인에 비하면 더없이 질겨진 명줄이였지만 심장과 뇌가 꿰뚫리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얼티밋 언데드 폼이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이매망량을 밸런스있게 분배해 퀼레뮤츠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뿐.
"감히 본녀를 무시하고 전장에서 이탈하다니 퀼레뮤츠 네녀석이야말로 대가를 치루리라!"
"이이익! 이 하찮은 필멸자 놈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새틀라이트 알판지 베탄지 하는 녀석들이 없으면 좆도 아닌 주제에 입만 나불거리기는. 륭 사부 지금부터 저도 참전합니다. 제가 이녀석의 손발을 묶을 테니 유효타를 부탁드려요."
"연자여 이자를 묶어두지 못한 점 미안하게 생각하네."
"사과는 나중에!"
나는 크레이터에서 올라와 영빈관의 대리석 바닥에 내려섰다. 영빈관은 처음의 화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왠 폐허가 되어있었다. 뒤따라서 올라온 퀼레뮤츠와 륭 사부의 합작품이겠지. 뭐 나도 한 몫 거들긴 했지만서도.
퀼레뮤츠와 륭 사부의 제 2차전 거기에 끼어든 나라는 변수는 전투양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매망량 천인대중 반절을 또 반으로 나누어 이매망량의 손아귀 두 개를 만든 나는 퀼레뮤츠의 두팔을 집요하게 노렸고 이매망량 백인장 한기로는 두다리를 끌어안게 만들었다.
아무리 기갑교룡 골리앗의 치악력을 넘어선 괴력을 지닌 퀼레뮤츠였지만 그런 핸디캡을 안고 륭 사부와 제대로 싸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륭 사부에게 쳐맞기만 할뿐 반격을 해도 빔샤벨이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이매망량의 공수 밸런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욕심을 부려 이매망량이라는 무게추를 더 달려고 했다가 퀼레뮤츠의 공격에 어이없이 죽을 수 도 있었다. 수왕성의 아바타가 99개의 코인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치면 지구의 본체는 원코인 플레이를 하고있는거나 다름없다는걸 명심해라 김사건!
"퀼레뮤츠 네녀석 제법 몸의 단련에 힘썼나보군. 피부가 마치 강철과 같은걸 보아하니 말이야. 적이지만 그 고됬을 수련과정에 경의를 표한다."
"이 빌어먹을 필멸자가 지금 놀리는거냐!? 내 몸은 날때부터 강철이였다."
"륭 사부 초조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차분하게 데미지를 누적시키세요. 저 깡통로봇년 입만 번지르르 했지 절대 무적이 아닙니다. 권묘결 연축으로 직접 박살을 낸적이 있는 제가 보증하죠."
"연자의 왼손이 용조송에 휩싸인 이유가 그거였군. 그렇다면 아직 조금 불안정하지만 그걸 시험해볼까."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Fingerflick) 륭 사부표 연속 꿀밤때리기
일전에 륭 사부가 밴시 그래플러로 다시 태어났을 때 마샬아츠 더 비타를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물어본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밴시 즉 생령이라는 존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기묘한 존재긴 하지만 결국 태생이 언데드였기에 생명력을 기반으로 하는 무예를 사용할 수 는 없을 거라고 대답했지만...
륭 사부는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버젓이 마샬아츠 더 비타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위력적이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이것이 바로 마샬아츠 더 비타라고 무언의 외침을 토해내는듯 했다.
안그래도 열세였던 퀼레뮤츠의 몸 여기저기서 균열이 일어나 기계회로라는 속살을 드러냈다. 새틀라이트 알파와 베타를 파쇄할때도 그랬지만 외부장갑이 벗겨진 순간부터 퀼레뮤츠는 눈에 띄는 속도로 고철덩이로 변모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처음 권묘결 연축을 사용했을때처럼 머리통과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만 남았을때 나는 안도했다. 새틀라이트 알파와 베타도 없으니 이제 퀼레뮤츠가 복원될 가능성은 없었다. 남은 일은 저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를 녹일 활화산이나 제철소를 찾는정도랄까. 최악의 경우 기야스함의 주포 피스메이커Ⅰ를 사용해야할지도.
"연자여 본녀가 미숙하여 이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괜찮습니다. 원래 권묘결 연축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멀쩡했던 물건이라. 뭐 천천히 파괴할 방법을 찾아봐야죠. 이봐 퀼레뮤츠 어디 뚫린 입이 있으면 말해보지 그래. 미천한 필멸자들한테 패배한 기분이 어때?"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방심을 했다거나 운이 나빴다거나하는 문제가 아닌 정말 깔끔하게 실력적으로 패배한 것 뿐이니까."
"2:1로 싸웠다고 찡찡될줄 알았더니 의외로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몸 또한 혼자는 아니였으니까."
"그 알판지 베탄지 하는 날파리들을 말하는건가? 뭐 그렇게 따지면 그렇긴 하지. 자 그럼 쉽게 엔도미야에 관련된 정보를 토해낼 것 같지도 않고 고문이 통하는 몸둥어리도 아닌듯 하니 이만 작별이다."
"그래 작별이다, 아크리퍼. 잠깐이지만 즐거웠다."
나는 이번 싸움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륭 사부에게 마무리할 권한을 주기로 했다. 눈짓으로 퀼레뮤츠의 머리통을 지목하자 륭 사부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진각을 밟았다. 그러나 륭 사부의 발이 퀼레뮤츠의 머리통에 닫기 직전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닌 마른 하늘에 홀로그램 박스가 떨어져 그녀를 영빈관의 얼마남지 않은 외벽에 쳐박아버렸다.
"이 빌어먹을 깡통로봇년이 어쩐지 너무 순순히 패배를 시인하더니 마지막에 이런 개수작을. 당장 박살내주겠어!"
"내 머리를 부순다 한들 의미가 없다는건 앞선 전투에서 이미 학습하지 않았던가? 나는 아크리퍼 그대가 첫 복원 이후 바로 새틀라이트 알파와 베타를 노리는 것을 보고 학습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했거늘 그것도 아닌 모양이군. 내가 박살난다한들 집행은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될터이니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조용히 종말을 맞이하게나.
아참 그리고 내가 패배를 인정한건 진심이였다고. 다만 엔도미야님이 주신 임무를 실패할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야."
"그게 무슨 개소리..."
새틀라이트 오메가(Omega) 신의 지팡이(The Rod From God) 투하
튕겨나간 륭 사부와 달리 퀼레뮤츠의 머리통과 같은 홀로그램 박스안에 놓인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그녀의 주둥아리를 찢어버리려 했지만 갑자기 기야스함에서 도착한 통신 요청때문에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긴급상황입니다. 함장님이 계신 좌표로 현재 추정질량 1톤의 금속막대 12개가 차례대로 낙하중입니다. 안전 프로토콜에 따라 본 기야스함의 아케인 쉴드로 대신 맞으려 했지만 현재 정체불명의 차원왜곡 현상때문에 함장님이 계신 좌표로 이동할 수 가 없는 상태입니다. 혹 함장님께서 해당 좌표에 발생한 차원왜곡 현상을 파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시겠습니까?
"그 금속막대 라는게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건데?"
-상대적으로 피격범위는 적지만 금속막대 12개의 충돌위력을 합한다면 위력자체는 피스메이커Ⅱ에 준할것으로 분석됩니다.
"퀼레뮤츠 이 씨발년이! 후우후우. 기야스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사원 리스트중에 륭이라고 명명된 사람있지? 그 사람이 지금 이 주변에 있으니까 태워가지고 대기권 밖으로 가서 그 금속막대를 떨군 위성을 격추해버려."
-함장령 수리했습니다. 그런데 함장님은 살아 돌아오실 수 있는겁니까?
"당연하지 임마! 아직 못따먹은 여자가 이 지구에 몇명인데. 내 꿈이 지구에 있는 새끈한 여자란 여자는 다모아서 달기지에 하렘왕국을 차리는거야. 그전엔 절대 못죽어!"
-달에 전초기지를 건설할 예정이십니까? 그렇다면 예의 위성 격추 후 달이라 명명된 위성을 탐색해서 지정학적 데이터를 뽑아둘까요?
"뭐 딱히 할게 없으면 그러던가. 이만 끊는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했던 이야기를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함의 인공지능이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나는 괜시리 멋쩍어 급히 통신을 끊었다. VOT 시스템을 각성한 이래 본체와 아바타를 통틀어 단연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내게는 이 상황을 타개할 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