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79화 (17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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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이 놈은 행성의 기술력으로 만들 수 있는 피조물이 아니로군. 나비효과란것이 이런것인가? GM으로서 네녀석의 버그사용을 사전에 막지못한것이 통탄스럽구나. 더더욱 살려줄 수 가 없게 되었어."

살려주니 마니 하는 말들은 최소한 공격을 쉬는 타이밍에 해야되는거 아니냐? 미확인 비행물체 2기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던 나는 최대한 좌우로 움직이며 정타로 레이저빔이 명중하는 것을 피해보려했다.

그러나 미확인 비행물체는 마치 나와 일자로 연결된 듯 그 어떤 움직임에도 정조준을 유지했다. 결국 미확인 비행물체가 두기가 붉게 타오르며 살인광선을 쏘아냈다. 위이잉! 이매망량 백인장의 두터운 갑옷을 뚫고도 기세를 잃지않은 살인광선은 이매망량 이백여기를 진토로 되돌려보냈다.

주변에 5000명에 달하는 십이지천 교도들의 망령이 있으니 생각을 하고있는 지금 이 순간조차 그 손실이 벌충되고 있다지만 문제는 항상 이매망량 백인장을 조준선 방향에 내세워야 한다는 점이였다. 그 과정에서 이매망량 백인장이 멀쩡한것도 아니였으니 시간은 내편이 아니였다.

거기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을 포함해 VOT 시스템의 창조주로 추정되는 엔도미야를 알고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투. VOT의 이적의 극히 일부를 빌려쓰는 타 천외천 유저와는 비교도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임이 틀림 없었다. 내 머리속에서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고 결단은 빨랐다.

"네 말대로 버그를 못막은 GM잘못이지 그게 유저 잘못이냐?"

"버그 사태가 벌어진 시점에서 잘잘못을 가리는것은 무의미하다. 최대한 질서의 엔트로피를 유지하기 위한 집행을 해나갈뿐. 이 경우 너라는 위험분자가 제거되면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겠지."

"좆까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 빌어먹을 깡통로봇새끼가! 다필요없고 초전력으로 죽여주마!"

이매망량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드로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에게 접근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기갑교룡 골리앗의 입을 벌릴 순 있어도 아예 젖혀버리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즉 두손이 묶인 퀼레뮤츠는 지금 무방비나 다른 없는 상태.

나는 내가 가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가하기 위해 기갑교룡 골리앗의 혓바닥에 안착하자 마자 왼손을 당김과 동시에 허리를 돌렸다. 적이 코앞에 도달했음에도 동공조차 움직이지 않는 건방진 깡통로봇에게 인간의 우월함을 보려주리라!

마샬아츠 더 레프트훅(Lefthook) 용린정권 권묘결 연축(年蓄)

어디가서 무공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 초식에 1년치 생명력이 모여들었다. 독룡 팔타로스를 상대하면서 그 위력은 이미 검증된 바가 있었으니 기초무공이 태산도 허무는 최상승 무공으로 변모해 퀼레뮤츠를 강타했다.

아케인 슈트의 에너지 쉴드가 퀼레뮤츠에게는 자체적으로 존재하는듯 주먹끝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으나 이내 유리창처럼 연쇄적으로 깨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퀼레뮤츠의 명치에 꽂아넣어진 주먹이 용조송에 휩싸임과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퀼레뮤츠의 몸둥어리를 분쇄해버렸다.

꼴랑 남은거라곤 퀼레뮤츠의 머리통과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뿐. 꼴좋다, 깡통로봇년! 그런데 망토를 두르고 있었을때는 몰랐지만 이제와서 보니 퀼레뮤츠의 얼굴은 비비앙 칼빌레이와 똑 닮아 있었다. 우연이라기 보다는 퀼레뮤츠에게 인간의 모습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야겠지.

"율리시안의 취향이 반영된건가.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그놈의 이성관은 그냥 변태도 아니고 초변태로구만."

"이 행성의 종족들에게 위화감을 주지않는 외양이 필요했을뿐이다. 미천한 필멸자의 애정사에 이 몸을 끌어당기지 않았으면 좋겠군, 아크리퍼."

"무슨 바보같은!"

머리통만 남은 퀼레뮤츠가 너무나 태연하게 말을 걸어와 심장이 떨어질뻔한 나는 급히 뒤로물러나 이매망량으로 촘촘한 방패벽을 세웠다. 스스로 얼티밋 언데드 폼이라는 궁극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존재가 이정도로 명줄이 긴걸 목격한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수비태세를 취할때가 아니라 이럴때일 수 록 악착같이 공격을 퍼부어 그 질건 명줄을 끊어줘야만 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이죽거리고 있는 퀼레뮤츠의 머리를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쥐어 으깨버린 나는 한시름 놓고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샬아츠 더 비타 권묘결 연축을 정타로 먹였는데도 부서지지 않는 걸 어떻게 파괴할 수 있을까? 어디 활화산이라도 찾아가서 담궈야 하나. 혹시나 싶어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우그러뜨리려 해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결국 도망친 왕루옌이나 마저 족칠 심산으로 발걸음을 돌린 나는 눈앞의 광경에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미확인 비행물체 2기가 퀼레뮤츠년이 산산조각난 지금에도 버젓이 살아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당장 뭔짓을 저지를것 같은 기세로...

새틀라이트 알파(Alpha) X 베타(Beta) 차원차폐막 형성

미확인 비행물체에서 뿜어져 나온 광선은 어떤 공격적 의사를 지닌것 같지는 않았다. 대신 이매망량의 손아귀가 쥐고 있던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를 홀로그램 박스로 덧씌우더니 그 덩치를 늘려나갔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해도 없는 행위였지만 문제는 홀로그램 박스가 급격하게 크기를 늘려나갈때마다 나와 기갑교룡 골리앗도 뒤로 밀려났다는 점이였다. 졸지에 영빈관 로비의 대리석 바닥에 쳐박힌 나는 재빨리 기갑교룡 아처에게 포격명령을 하달했다.

에너지 웨폰계열 게틀링건이 쉼없이 불을 뿜으며 사격을 가했지만 정체불명의 홀로그램 박스에는 흠집조차 나지않았다. 이매망량 백인장 3인을 총집합시켜 도깨비 방망이로 매타작도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홀로그램 박스 내에서는 미확인 비행물체 2기가 심장모양의 기계장치를 중심으로 복원 작접을 진행중이였다. 못해도 4개월은 사용할 수 없게 되버린 왼팔을 늘어트린채 허망하게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나는 이를 악물었다. 륭 사부를 불러야 해! 그녀에게 퀼레뮤츠의 상대를 맡기고 나는 저 UFO를 요격해야 승산이 있었다.

"이건 놀랍군. 아바타가 아닌 본체가 이 정도의 화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미천한 필멸자의 재롱이나 구경해볼까하는 심정으로 방관했던것이 실수였군."

"하! 깡통로봇도 실수를 할 때가 있는 모양이지?"

"이 몸은 평범한 로봇과는 다르니까 말이야.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행동하지 않는 불확실성이 지금같은 경우처럼 실수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진화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나를 이 파충류 로봇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주기에 이 불확실성을 포기할 수 가 없지."

"깡통철학은 집어치우고 어서 그 빌어먹을 상자에서 튀어나오기나 해!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고철로 만들어 줄테니까."

"미천한 필멸자여 안그래도 짧은 수명을 지녔으면서 어찌 그리 죽음을 재촉하는가. 이 몸이 진심을 다하면 재미없어진단 말이다. 이 전투가."

새틀라이트 알파(Alpha) X 베타(Beta) 초진동 엑스블레이드 장착

복원이라 함은 원상태로 다시 복귀함을 의미하는 것. 그러나 새롭게 태어난 퀼레뮤츠의 두 팔에는 정체불명의 빔샤벨이 추가되어 있었다. 퀼레뮤츠와 대화를 하는척 하면서 영력통신을 통해 륭 사부에게 [쿤메이][기야스함][포로][참전]의 명령어를 전달했던 나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채로 퀼레뮤츠의 향방을 주목했다.

퀼레뮤츠는 모든 복원이 끝나자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며 몸을 푼 후 여유롭게 홀로그램 박스에서 걸어나왔다. 넘실거리는 쌍수 빔샤벨을 들고 당장이라도 달려들것 같았던 퀼레뮤츠는 내가 아닌 기갑교룡 골리앗을 타겟으로 잡았다.

퀼레뮤츠는 그녀가 홀로그램 박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교전모드에 들어간 기갑교룡 골리앗을 괴랄한 스피드로 지나쳤다. 그리고 거대한 동체의 방향을 전환하려던 기갑교룡 골리앗이 당근이 썰려나가듯 이등분, 사등분, 아니 팔등분... 그냥 지나친것이 아니라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복수의 검격을 가했다고!?

어쩔줄 몰라하는 나를 대신해 기갑교룡 아쳐가 퀼레뮤츠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남은 재래식 미사일을 모두 퍼붇는 것은 물론 게틀링건의 포신이 다시 불을 뿜었다. 그러나 퀼레뮤츠가 빔샤벨을 X자로 교차한채로 앞을 막아서자 모든 공격이 믹서기에 갈려나가듯 증발해버린다.

"내가 저걸 만든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본을 들였는데 아오!"

"둘만의 무대를 위해 이 몸이 친히 고철덩이 청소를 도맡았다. 미천한 필멸자는 기뻐하도록."

"그렇게 둘쏘냐!"

이매망량 천인대 전원을 집합시켜 거인의 손을 형상화한 나는 퀼레뮤츠의 뒤를 잡아 내팽겨쳤다. 이걸로 퀼레뮤츠를 어찌할 수 있을거란 생각지는 않았지만 기갑교룡 아처를 살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더 이상 전투에 도움이 될것 같지도 않았기에 차라리 기야스함에 복귀시킬 생각이였다.

"재밌는 힘을 다루는구나 필멸자여. 그 희귀성을 인정해 앞으로는 미천한이라는 수식어는 빼도록하지."

"그것 참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지경이군."

"대신 죽은 필멸자란 수식어는 어떤가?"

대리석에 박혀있던 퀼레뮤츠가 무서운 기세로 내게 돌진해왔다. 이매망량 백인장까지 선두에 세우며 방어태세에 돌입한 나는 앞으로 있을 충격에 대비했다. 그만큼 기갑교룡 골리앗을 일도양단도 아닌 일도팔단해버린 퀼레뮤츠의 쌍수 빔샤벨은 두려운 무기였다.

그러나 눈으로 미처 쫓지도 못했던 퀼레뮤츠의 검격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어느새 도착한 륭 사부가 맨손으로 쌍수 빔샤벨을 막아내 주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맨손이 아니라 영력으로 강화한 맨손이겠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륭 사부가 만들어준 틈을 살리기 위해 나는 다짜고짜 공중으로 부유해 미확인 비행물체 2기를 쫓았다. 굳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륭 사부가 퀼레뮤츠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주리라. 이매망량 백인장만 수비에 임하게 하고 이매망량 천인대 전부를 산개시킨다면 UFO도 사로잡을 천라지망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건 또 누구신가? 보통 필멸자같지는 않아보이는데 말이지."

"이미 한번 죽은 이에게 필멸자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륭이라 불러주게."

"이 몸은 퀼레뮤츠라고 한다만 바톤 터치를 하기엔 아직 아크리퍼와 제대로 손속을 겨뤄보지도 못해서 말이야.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게 어떤가?"

"서로 이름 석자 알았으면 충분하지. 문답무용. 덤벼라!"

"이런이런 이쪽은 또 다른 의미에서 말이 안통하는군."

륭 사부와 퀼레뮤츠의 싸움은 내 동체시력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영역에 놓여있었다. 그저 섬광이 여기저기 번쩍이는 걸 보아하니 저기서 싸움을 하고 있구나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뿐.

하늘 위를 새까맣게 수놓은 이매망량 천인대의 포위망을 좁히고 있던 나는 지금부터 지상의 일은 완전히 신경을 끄고 UFO 납치에 전심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나 처음 계획했던 바와는 다르게 UFO 납치는 난항을 겪었다.

마치 회피궤도를 미리 계산한것처럼 움직이는 미확인 비행물체 2기가 요리조리 이매망량의 손길을 벗어났던 것이다. 정말로 비행접시만한 크기를 지닌 UFO라 이매망량 천인대라는 그물조차 헐거웠던 것일까?

나는 초조함에 이매망량 천인대를 다시 유체화 상태로 돌린 뒤 복귀시켰다. 차라리 륭 사부와 협공을 펼쳐 다시금 퀼레뮤츠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든 뒤 복원을 위해 접근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노리는 것이 나을지도... 아니 잠깐만!

"이 녀석들 유체화한 이매망량의 존재는 못느끼는건가?"

유체화 상태의 이매망량 천인대를 복귀시키는 과정에서 너무 대놓고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이매망량을 방치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한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퀼레뮤츠가 자기 입으로 밝혔듯이 그녀는 기계장치였고 저 미확인 비행물체도 마찬가지였다.

슈퍼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기계장치라도 영적 존재를 감지하는 것은 불가능? 충분히 당위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마치 인간의 눈이 지닌 맹정처럼 기계장치라는 한계때문에 유체화 상태의 이매망량을 감지할 수 없는거라면 승부의 키는 이미 내 손안에 있는 셈이지.

물론 이매망량이 현실세계에 물리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실체화해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초근접한 상태에서 이매망량을 한꺼번에 실체화 한다면 제 아무리 UFO라고 해도 꼼짝없이 잡힐 수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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