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78화 (17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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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십이신장류 진(辰)시의 청천벽력(靑天霹靂)

파지직. 파지지지직. 익숙하다면 익숙하다고 볼 수 있는 뇌전의 힘이 바로 등뒤에서 집약되고 있었다. 뇌신검(雷神劍) 천주랑의 주특기였던 뇌전의 검기를 다른 행성도 아닌 바로 이 지구에서 재현한다라.

비록 강신술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나 박수를 쳐주고 싶을만큼 대단한 기량이다. 아마 이매망량으로 이루어진 망력의 벽도 저 뇌전의 힘이 담긴 일권 앞에선 백마리쯤은 우습게 진토로 돌아가리라.

그러나 매드독스 왕루옌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이 영빈관이란 무대는 현재 이매망량을 보충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5000명에 이르는 십이지천회 교도들이 죽음이 헛되인 것을 넘어서 적인 나에게 무한한 망령자원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

하여 나는 견소룡과 왕루옌의 양동 공격이 임박했음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견소룡을 카운터칠 준비에만 매진했다. 왕루옌의 뇌전일권에 이매망량 백여기 그리고 견소룡이 내려친 쌍절곤 앞에 이매망량 열몇기가 진토로 돌아가건 말건 내 목표는 오로지 견소룡 한놈일뿐.용린연환각 갑(甲) 다리후리기

마치 샌드백에게 초식을 연습하듯 정직하기 그지없는 움직임. 당연히 그런 다리후리기가 견소룡에게 통할리 없었고 그는 절제된 움직임으로 딱 필요한만큼 도약해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내가 노린 것이 바로 그 찰나의 틈.

유체화 상태에서 돌연 실체화해 견소룡의 3방위를 점한 이애망량 백인장이 도깨미 방망이를 휘두른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콤비네이션이였으니 나는 저 도깨비 방망이들이 견소룡을 곤죽으로 만들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견소룡은 자신의 몸통만한 몽둥이가 짓쳐드는데도 당황하지않고 쌍절곤을 휘둘렀다. 정면충돌이 아닌 쌍절곤의 쇠사슬을 몽둥이에 휘감아 방향을 뒤트는 교묘한 수법이였다. 매드독스 왕루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으니 어느새 나를 뛰어넘어 이매망량 백인장곁에 내려서더니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도깨비 방망이를 밀어냈다.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사량발천근의 묘리를 발휘해 정규병사 100인의 힘을 낼 수 있는 이매망량 백인장 둘의 공격을 무위로 돌린 견소룡과 왕루옌이였지만 아직 하나가 남아 있었다. 매섭게 뒤통수를 노리고 들어가는 도깨비 방망이를 견소룡이 팔로 막아섰지만 이쑤시게로 대포를 막을 수 는 없는 법. 빠직!

"견소룡 괜찮은 것이냐?"

"이런 팔이 부러졌네요. 아크리퍼 녀석 생각보다 강하군요. 괜히 왕두목과 같은 북두십성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게 아니다란 느낌이랄까."

"흥! 네 녀석의 팔이 부러질 정도라면 정면에서 맞붙을 생각은 아예 버려야겠군."

"다른 놈들은 방금거 한방이면 다 뒤져 나가던데 넌 좀 다른가봐?"

"글쌔요. 아크리퍼씨. 아마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서 그런거 아닐까요?"

견소룡이 실눈을 아치형으로 휘어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임과 동시에 멀쩡한 주먹으로 일권을 내질렀다. 정적인 용린정권과 달리 그야말로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으로 전진과 동시에 주먹을 내질러 가속도까지 싣는 공격이였다.

실실 웃으면서 존댓말까지 곁드리며 공격을 퍼붓다니 이 견소룡이란 놈도 한 사악함하는 부류인듯 했다. 물론 나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만. 나는 마치 견소룡의 일권에 나가떨어진냥 테라스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물론 견소룡의 일권은 이매망량 열몇기를 진토로 되돌려보내는 것으로 데미지를 상쇄시킨지 오래였으니, 내가 로비로 내려선건 다름아닌 진즉에 교전상대를 무력화한 기갑교룡 골리앗과 아쳐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견소룡과 왕루옌이 2층 테라스로 올라선 순간 기갑교룡 두기와 1:1 매치를 벌이게 된 십이지천의 형제 둘이 잠깐사이에 전투불능이 된건 새삼 놀랄것도 없는 일이였다. 그들에게는 기갑교룡을 공격할 수단도 막아낼 수단도 없었으니 고작 하는 거라곤 벼룩마냥 뛰어다니며 시간을 끄는 것뿐.

"아크리퍼 도망치는 것이냐!"

"아니 너희들이랑 1:2로 싸우는것도 재밌긴 한데 내 안에 흐르고 있는 강령술사의 피가 일 대 다수로 싸우는걸 허락하질 않네."

시체의 산을 건너며 잠깐 사이에 이백여기 가까이 손실된 이매망량을 철가루를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흡수한 나는 기갑교룡 두기 사이에 당당히 섰다. 뒤따라온 왕루옌이 기갑교룡을 상대하다 죽은 십이지천의 형제들을 확인하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기수식을 펼친건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빌어먹을년 싸가지 하고는. 부하가 죽었는데 신경도 안쓰냐? 응? 내가 애도할 시간이라도 주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거늘 나는 이미 충분히 통탄스러워 하고 있다."

"하하하핳. 거기 견소룡이란 이름의 친구야. 니 두목이 입에 침도 안바르고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뭐 할말 없냐?"

"글쌔요. 아크리퍼씨. 저는 의리같은건 잘 몰라서요. 그저 싸움이 좋아서 왕루옌 두목을 쫓고 있는것 뿐이라. 결국 최고의 싸움상대를 만났으니 보람찬 인생이였다고 말하고 싶네요. 설마하니 그게 강철의 거대괴수가 될지는 몰랐지만."

"흐흐흨. 혹시나 그럴일은 없겠지만 네가 기갑교룡을 쓰러트린다면 기대해도 좋아. 바로 옆에 최악의 싸움상대가 대기중이니까 말이야. 너희들은 애초에 싸움걸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나는 방어에 치중하고 있던 이매망량 중 반절을 악령천인대로 탈바꿈한 후 전장에 투입했다. 왕루옌과 견소룡 수준의 무인이 발휘하는 호신강기 앞에서는 유효타를 먹일 순 없겠지만 최소한 성가시게 만들 수 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갑교룡 골리앗과 아쳐를 상대로한 싸움에서 그 성가심은 곧 빈틈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빈틈은 얄짤없이 죽음으로 이어지리라. 악령천인대라는 거센 물결을 맞이하고 있는 왕루옌과 견소룡을 득의양양한 미소로 지켜보며 나는 시체의 산에 걸터앉았다.

과연 왕루옌과 견소룡은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무위를 보여줬다. 극한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기갑교룡의 꼬리공격을 피해내며 주먹을 휘두를때면 칼날같은 검기가 뿜어져나와 악령천인대를 방패채로 베어버렸다.

그러나 악령천인대가 죽는 족족 십이지천회 교도들의 갈곳 잃은 망령들을 흡수한 내가 병력을 충원했으니 그들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붇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내가 이매망량 백인장을 이끌고 직접 출격한다면 상황은 더 빨리 종료되겠지만 왕루옌과 견소룡은 마지막 남은 적이였기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난징성에 천라지망을 펼쳤다는 쭉정이들이야 굳이 정리할 필요도 없는 조무래기들... 크흐흐흩!"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5/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4/16)

갑작스런 충격에 의해 시체의 산 정상에서 바닥으로 나뒹굴은 나는 VOT 단말기를 확인하고 나서야 정체불명의 공격이 이매망량의 방패를 뚫고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쉴드를 깍아내렸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간의 전투로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무너지지 않는 것이 용한 영빈관의 또 다른 외벽을 뚫고 등장한 제 3자. 한창 싸움에 열중이던 왕루옌과 견소룡도 그 존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누더기에 가까운 망토를 둘러쓴 무표정한 소녀와 그 소녀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 2기.

설마 천외천 유저끼리의 싸움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기 위해 참전한 다른 세력의 천외천 유저인가? 상황이 엿같아 졌음을 직감한 내가 왕루옌을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제거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하려 할때 그녀가 망토소녀의 정체를 눈치챘는지 소리쳤다.

"너, 너는 율리시안의 경호원? 어째서 지금 이곳에...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다. 아크리퍼의 죽음은 율리시안 또한 바라마지 않던 결과. 같이 협공해서 아크리퍼를 쓰러트리지 않겠는가? 이름이 아마... 비비라고 했던가?"

"미천한 필멸자여 그 남자가 떠나간 애인의 잔재를 담아 만든 애칭으로 나를 부르지 마라. 기계로 이루어진 몸이나 기분이 나쁘구나."

"그게 무슨 소리지? 설마 너는 율리시안이 만든 사이보그 같은것인가?"

"어찌 미천한 필멸자가 이 몸을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더 이상 스스로의 무지를 떠벌리지 말고 집행에 방해되니 잠시 다른 곳이나 가있도록."

"잠깐 아까부터 미천한 필멸자니 어쩌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큰 희생을 치뤘는데. 나야말로 아크리퍼의 죽음을 집행할 권리가 있는..."

새틀라이트 알파(Alpha) X 베타(Beta) 워프게이트 개방

망토소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미확인 비행물체 둘이 왕루옌과 견소룡이 바닥을 딛고 있는 장소에 레이저로 거울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지구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오버테크놀로지의 향연에 놀라는 것도 잠시 왕루옌과 견소룡을 놓쳤다가 다시 그들이 십이지천회의 잔여세력을 이끌고 돌아왔을때의 성가심을 감수할 수 없었던 나는 집중했다.

공격에 나선 악령천인대 전부를 다시 일반 이매망량으로 환원한 뒤 지금까지 형상화 했던 부처님 손바닥은 아기손이라고 치부해도 좋을만큼 커다란 거인의 손을 집약시켜 거울속으로 잠겨 사라지려 하는 왕루옌을 낚아채려 했다.

그러나 왕루옌보다 한발 앞서 내 공작을 눈치챈 견소룡이 왕루옌을 밀쳐내고 대신 손아귀에 잡혔다. 꿩 대신 닭이라고 일단 이매망량의 손아귀에 쥐어진 견소령을 으깨버린 나는 거울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가는 왕루옌을 입술을 깨물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 개뼉다귀같은 새끼야! 너때문에 다잡은 매드독스를 놓쳤잖아! 무슨 UN평화유지군도 아니고 싸우고 있던 상대를 피난시키는건 무슨 개수작이야! 그리고 애시당초 저 녀석이 먼저 날 공격했다는건 알고 이 지랄이냐?"

"감히 이 몸이 피난시키려는 상대를 죽여놓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다니 역시 버그사용자는 제제를 당해야 마땅한 거겠지. 엔도미야님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라고 하셨지만 너같은 녀석이 이 행성에 남아있어봤자 득될게 없어보이는군."

"뭐, 뭐? 엔도미야? 네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나는 VOT 온라인의 GM이자 여신칼날대 서열 19위 슈퍼로이드 퀼레뮤츠님이시다. 괘씸하게도 일개 유저 주제에 VOT 온라인 시스템의 취약점을 악용한 아크리퍼 네녀석을 단죄하기 위해 1억광년도 넘는 거리를 도약해 왔지."

"지랄도 풍년이군.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거냐?"

"믿지않아도 좋다. 그러나 아크리퍼 네녀석의 선택지는 단 두가지다. 얌전히 아바타를 반납하고 죽던지 아니면 그냥 죽던지!"

새틀라이트 알파(Alpha) X 베타(Beta) 데스레이저 조준

스스로를 슈퍼로이드 퀼레뮤츠라고 밝힌 망토소녀가 다시금 미확인 비행물체를 움직였다. 어쩌면 처음 나를 기습한 그 원거리 공격을 펼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매망량의 방패를 뚫어내고는 심지어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쉴드를 2칸이나 긁어낸 공격을 대비해 나는 이매망량을 총동원하는 것은 물론 이매망량 백인장까지 불러들였다.

신경이 온통 곤두선 그때 망토소녀 퀼레뮤츠를 덮치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상대를 적이라고 식별한 기갑교룡 골리앗이 그녀를 집어삼켰던 것이다. 오구오구 잘했다 내 새끼! 초진동 빔샤벨로 임플란트를 한 기갑교룡 골리앗이라면 저 망토소녀를 끝장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벅찬 기대는 잠시 나는 내 눈을 의심케하는 관경을 목격했다. 자칭 슈퍼로이드 퀼레뮤츠가 두 손으로 기갑교룡 골리앗의 입천장을 받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로봇이라지만 저 체구에서 기갑교룡의 치악력과 동등한 동력을 뿜어내다니 무슨 물리법칙 엿바꿔 먹는 소리란 말인가!

앗차! 내가 이렇게 놀라고 있을때가 아니였다. 아직도 미확인 비행물체 2기는 나를 조준한채로 에너지를 집약시키고 있는 중이였다. 이 이상 아케인 슈트의 쉴드가 깍이는건 사양이였기에 나는 이매망량 백인장을 고기방패로 내세웠다. 굳이 방패따위 들지않아도 이매망량 백인장의 견고한 갑옷은 그 자체로 휼륭한 방어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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