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71화 (17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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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아앙? 지원자 없어? 없으면 아까 찜해놨던 년으로 데려간다."

쿤메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비계덩어리 남자의 제안을 통역해주고 나자 생명공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가 속출했다. 그러나 결국 누군가 한명은 희생해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에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고 처음 지목당했던 여학우는 거의 실성한듯 보였다.

"제가 인질이 되겠습니다. 생명공학과 학생회장으로서 중국이 이런 무법지대인줄도 모르고 MT를 기획한 책임이 있으니 그게 맞겠죠. "

"경찰 아저씰 좋아하는 꼬마야 미안하지만 이것도 나름 선착순이라서 말이야. 외진곳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저 친구가 진즉에 손을 들고 있었더라고. 저기 구석에 있는 놈 당장 끌고와!"

"그게 무슨...?"

여차하면 륭 사부를 내보내서 모조리 쓸어버릴 심산이였던 나는 노선을 바꿔 내가 직접 인질이 되기로 했다. 그래야만 저 비계덩어리 사내와 1:1 면담 아니 고문을 할 수 있을것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터였다.

생명공학과 학생 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계덩어리 사내의 부하들에게 양손을 속방당한채로 홀을 나서는 기분은 묘하기 짝이없었다. 일단 륭 사부에게는 다른 학우들을 지킴과 동시에 쿤메이를 주시하라는 명령을 내려놨으니 더 이상의 위협은 없겠지.

"사건 선배 이건 아닌것 같아요. 따지고보면 모두 제 책임인데 선배가 그런 꼴을 당한다는건..."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뭐라고 자꾸 지껄이는거야! 앙? 너도 그렇게 손가락이 잘리고 싶다면 같이데려가줄까!?"

우레가 우물쭈물 거리다 용기를 내 소리쳤지만 그게 비계덩어리 사내의 심기를 건드려 살기가 담긴 호통만 되돌아올 뿐이였다. 나 또한 저 비계덩어리 사내가 1초만에 눈깔을 뒤집고 달려들만큼 강력한 도발멘트가 혀끝에서 맴돌고 있지만 억지로 참고 있는데 우레 저녀석이?

쉿! 나는 혹여나 일을 그르칠까 검지를 입술에 올리며 우레에게 침묵하라는 제스쳐를 보냈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는 우레를 보고 있자니 이 상황이 여간 재밌는게 아니다. 역시 나는 히어로 보다는 싸이코패스 악당에 어울리는것 같아.

입술을 질끈 물고 고개를 획 돌려버린 쿤메이를 일견하는 것으로 나는 완전하게 홀을 벗어났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것은 아마도 이 비계덩어리 남자가 투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스위트 룸으로 공교롭게도 내 방 바로 위층인 405호였다.

"너희들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어. 고문은 내가 직접 하도록하지."

"존명" x 10

"그러지 말고 다 들어 오라고해 아까보니까 10명이서 축구를 해도 될만큼 넓더만."

"뭐, 뭐라고? 이녀석이 공포심에 정신이 나간거냐? 아니면 이 상황이 몰래카메라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거냐? 인질 주제에 어디서 감놔라 배나라야!"

"거 아까부터 비계낀 성대로 빽빽거리는데 좀 사근사근 이야기할 순 없나?"

"이,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손가락 대신에 머리통 부터 날려줄까!"

"한번 잘 생각해봐. 왜 내가 모두 들어오라고 했는지. 두뇌에 갈 영양분들이 모조리 배때지로 가버린 똥멍청이한테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 녀석을 잡아! 능지처참 시키고 새 인질을 가져온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제 2형 악령천인대(Expedition of the Evil Thousand)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비계덩어리 사내를 포함한 11한명의 어깨에서 서성이던 이매망량들이 살아있는것들에 대한 악의로 가득찬 악령으로 변모하면서 스위트룸에 유전이 터진냥 피분수가 솟아 올랐다.

이걸로 끝이라면 아쉬울것 같다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 정면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둔기가 짓쳐든다 . 엄청난 중량감이 느껴지는 일격이 이매망량 몇기를 박살냈지만 수백기의 령들을 뚫지 못해 내 코앞에서 멈춰섰다.

이매망량을 단 몇기지만 파쇄했다는 건 눈앞의 비계덩어리 사내가 검기나 성속성의 인챈트가 부여된 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흥미로운 시선으로 비계덩어리 사내의 둔기를 살펴보니 화강암으로 만들어진듯한 절구공이가 아지랑이를 뿜어내고 있었다.

적과의 싸움에서 선입견을 갖는건 좋은 습관이 아니였지만 나보다 큰 저 무식한 절구공이가 성검계열의 무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비계덩어리 사내가 일순간이지만 이매망량을 파쇄할 수 있는 수준의 검기를 발현했다는 것인데...

"나도 별의별 마력축적법을 사용했지만 쥐똥 소용도 없었는데 너같은 돼지새끼가 검기발현이 가능한 수준의 내력을 쌓았다고? 이거 좀 열받네."

"네 이놈! 너도 천외천 유저렸다? 감히 중화인민공화국 당원인 룽타우님을 건들다니 제명에 죽지 못할것이야. 내 전화 한통이면 네 놈이 지명수배자로 전락하는것도 한순간이야! 출국도 금지 당한채로 평생 공안들에게 쫓겨 살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무릎을 끓고 빌어라!"

"아 정말이지 내가 누차 말하자않아. 그 비계낀 성대로 빽빽거리지 말라고!"

룽타우란 자가 사용하는 무공이 흥미론긴 했지만 내가 초식의 형을 지켜보는것만으로 무공의 정수를 이해할 수 있는 경지의 초고수도 아니였기 때문에 싸움을 길게 끌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빨리 제압한 후 고문해서 할말 못할말 다 벹어내게 만드는게 빠르겠지.

나는 십여명씩 공격에 돌리고 나머지는 모두 수비에 사용했던 악령천인대 중 백명을 차출해 륭타우를 마구잡이로 공격하게 만들었다. 칼과 방패로 무장한 끔찍한 망령 약탈자들이 자신을 노려오자 룽타우는 절구공이를 전방위로 회전시키며 악착같이 수비에 임했다.

허나 아무리 절구공이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려도 무기 자체가 리치가 긴만큼 자잘한 공격을 수비하기가 용이 하지않아 번번히 유효타를 허용하고 있었다. 물론 쌍수단검을 들고 있다 한들 저 백인의 약탈자들이 가하는 끈질긴 공격을 막아낼 순 없었겠지만.

1분도채 지나지않아 백여개의 자상을 허용한탓에 룽타우의 배때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더불어 복스럽게 생긴 돼지 문신까지 공개됐으나 두터운 지방층과 근육때문인지 룽타우는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뭐 일종의 외공을 익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

"비겁한 녀석 어째서 직접 싸우지않고 이런 요망한 것들만 보내는 것이냐!"

"그 요망한 것들한테 죽기 일부직전인 사람한테는 듣고싶지 않은 발언이군."

"제기랄! 문신의 힘까지 쓰게만들다니."

십이신장류 해(亥)시의 천근만근(千斤萬斤)

룽타우가 마침내 생을 포기 했는지 절구공이를 집어던지고 똥싸는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굳이 저런 지저분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할때 룽타우의 비계껍대기가 악령천인대의 칼날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위트 룸의 바닥재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무너져 내리려 하는것이 아닌가? 악령천인대의 칼날이 통하지 않는건 절구공이에 주입하던 내력을 호신강기로 돌렸다고 하면 설명이 되지만 도대체 저 현상은 뭐지.

룽타우의 배때지에 있던 돼지 문신이 광채를 발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마침내 스위트 룸의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형편없이 밑으로 꼬꾸라져 내려가는 룽타우를 본 순간 나는 정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룽타우는 본인의 몸무게를 곱절로 무겁게 만들어 바닥재를 무너져 내리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력가속도까지 붙은 룽타우의 거체가 이대로 내 방의 바닥과 충돌하게 둔다면 이 호텔의 지반까지 도달하는것은 순식간이였다. 그 꼴을 두고볼 수 없었던 나는 이매망량 백인장을 급히 파견해 룽타우의 목덜미를 잡아채게 했다. 얼마나 무거운지 100기의 이매망량을 합한것보다 강한 물리력을 발현할 수 있는 백인장이 손끝을 부들거리고 있었다."큰 소리 친거치곤 도망치는 방법이 조금 치졸하지 않아?"

"이, 이제야 알겠군. 네녀석이 설마 아크리퍼였던 것이냐?"

"아니 나는 키메라 워리어라는 이명을 지닌 일반 천외천 유저다. 보시다시피 북두십성처럼 거창한 위치에 있진 않지만 건방진 돼지 한놈을 요리하기엔 충분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

"거짓말 하지 말거라! 이 몸이 일반 천외천 유저 따위에게 당할리가..."

"이봐 아무리 잘난 1000명의 인간을 모아나도 높고 낮음을 비교하면 또다시 못난놈 잘난놈으로 나뉘는 법이야. 1등부터 10등은 북두십성이 먹는다고 쳤을때 네녀석이 11등은 아니잖아? 내가 볼땐 100등 안에도 못들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뭐 어쨌든 지금부터는 쇼타임의 시작이야.

경고하는데 너야말로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고작 손가락 몇 개 짤리는것 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통을 맛보고 싶지않다면."

나는 이매망량 백인장에게 룽타우를 침대로 옮길것을 지시했다. 내 방을 더럽히고 싶진 않았지만 어차피 앞으로 남은 4박 5일간의 MT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것 같지 않았기에 모든걸 내려놓기로 했다.

"일단 소속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게 좋겠군."

"그, 그거라면 이미 말했을텐데 중화인민공화국의 당원이라고... 어어억!!"

나는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연인처럼 룽타우의 귓가로 다가간 다음 사정없이 귀를 물어뜯어 버렸다. 으적으적. 상대는 선량한 학생들을 인질삼아 돈놀이를 하려고 했던 악당. 고문의 수위를 아무리 높인다 한들 내 양심은 끄떡도 하지 않으리라. 아참 근데 나한테 양심이라는게 있기는 했던가?

"퉤엣!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잖아 룽타우. 네 표면적인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이번 납치사건의 배후에 있는 숨겨진 세력에 대해서 말하라고. 네가 정말 중화인민공화국의 당원이라면 공안을 이틀정도 묶어두는거야 못할것도 없겠지. 하지만 아무리 당원이라고 해도 타국의 학생들을 납치해서 정부를 상대로 몸값을 요구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이지.

뭔가 국가관계를 초월해서 믿는 뒷배가 있으니까 그딴 짓을 저질렀을거 아냐. 내 말이 틀려?"

"아아아악! 내 귀가, 내귀가..."

"이런이런 뜯겨진 귀가 많이 아픈 모양이구나 우리 룽타우. 내가 지혈 해줄게."

나는 이번엔 이매망량 백인장을 시켜 룽타우를 키친으로 끌고왔다. 최신 시설을 갖춘 스위트 룸 답게 가스레인지가 아닌 전기레인지가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전기레인지의 온도를 최고로 높인 뒤 연기가 날 정도로 달궈지길 기다린 다음 룽타우의 옆통수를 쳐박았다."끄아아아아아앆!!!"

"조금만 참아 피를 너무많이 흘려서 빈혈이 생기는것 보다는 낫잖아? 아니 잠깐만 미안해 룽타우. 실수로 멀쩡한 귀를 지혈해 버렸네? 반대쪽으로 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

"크아아아아아앆!!!"

"아참 그래서 룽타우 네 소속이 어디라고?"

"십이지천회, 십이지천회다. 이제 불고문은 제발 그만!"

"그래 달랑 십이지천회라고 말하면 내가 잘도 알아먹겠다? 그치. 그리고 룽타우 내가 하는건 불고문이 아니라 지혈이라니까 왜 룽타우 네가 피흘리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거야!"

"으으으으윽! 십이지천은 VOT에선 북두십성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광견 왕루옌 두목이 결성한 범죄 조직이야. 왕루옌 두목의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워서 최근 삼합회를 몰아내고 중국의 뒷골목 상권을 전부 장악하기 직전인 그런 곳이라고... 흐으윽."

"좋아 룽타우. 잘하고 있어. 지금부터 다시 침대로 갈게. 네가 잘만해준다면 다시 키친으로 돌아오는 일따윈 없을거야."

흉물스럽게 귀부분이 익어버린 룽타우는 닭똥같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역시나 아무리 VOT의 이적을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는 천외천 유저라고 해도 근본은 한낱 게이머에 불과했으니 조금만 건드려도 이렇게 술술 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 그러면 두번쨰 질문이야. 사실 나도 VOT의 이적을 각성한 이후로 지구에서 마력을 축적하려고 했던적이 많았거든? 결국 다 실패했지만. 그런데 아까보니까 룽타우 너 검기는 물론 호신강기도 좀 사용할줄 아는것 같던데... 이정도면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겠지?"

"으으으윽. 풍수지, 풍수지라는 곳에가면 내력을 쌓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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