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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아야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엉금엉금 테이블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내가 아무리 발정난 망나니라 해도, 설마하니 이런 공적인 장소에서 검은 욕망을 드러낼줄은 몰랐겠지. 사실 나도 왠만하면 점잖게 식사만 하고 갈려했지만 난데없이 예비군에 동원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배출구가 절실했다.
내가 아직 반이나 남은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입안에 털어넣은 때, 아야사는 블루베리소스가 발린 좆을 앙칼지게 물어왔다. 자지를 촉촉하고 따듯게 감싸주는 구강성교야 말로 수컷이 암컷에게 받을 수 있는 가장 지고한 봉사이리라.
"쭈웁쭈웁. 쭙쭙쭙."
"흐읏! 거기 좋아. 아야사 안심 스테이크가 맛있어? 아니면 내 좆이 맛있어?"
"예? 그, 그건... 당연히 사건님의 좆이지요."
"아아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지. 그러면 슬슬 아야사의 윗입뿐만 아니라 아랫입한테도 내 좆맛을 보여주고 싶은데 정장 치마벗고 테이블위에 엎드려."
"예, 알겠습니다."
테이블 식탁보 안에서 펠라치오에 열중이던 아야사가 개처럼 밖으로 기어나왔다. 이 후 그녀가 정장 치마의 후크를 풀어 벗어던지고 뒷치기 자세를 취하자 검정 하이힐과 순백의 팬티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뤘으니,
내 좆이 하늘로 승천하듯 솟아오른건 말할것도 없는 일이였다. 아야사가 예약한 장소는 정재계의 유명인사들도 회담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VVIP룸이였기에 나는 거리낄것도 없이 아야사의 팬티를 찢어 발겼다.
그 결과 수컷이라면 누구나 정신줄을 놓을 수 밖에 없는 비밀의 화원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나는 푸른빛 방초를 가르며 우악스럽게 좆대가리를 밀어넣었다. 쩌걱쩌걱. 아아~ 한창때인 백마년의 보지조임이란!
"오늘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으흣! 아앙!"
* * * *
아야사와 질릴때가지 떡을 치고난 뒤 귀가길에 오른 나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있었던 사건 따위는 훨훨 털어버릴 수 있었다. VOTO(Vaccin Of Things Online)의 이적을 남용한 천외천 유저때문에 애먼 예비군들이 죽어나갔고, 그 이적을 탐낸 엄마는 나를 간보려 했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결과적으로 나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고 엄마 치마폭에 빠져사는 유년시절은 진즉에 지났거늘. 하여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지나 자취방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적어도 달빛 아래에서 돋보이는 은빛 새치의 여성과 조우하기 전까지는.
"귀가가 꽤 늦었네? 예비군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한잔 걸쳤나보지?"
"아니 여자친구랑 섹스하느라 늦은건데."
"으음 여전히 꽤나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구나. 전에도 조별과제 모임에 나오라고 했더니 게임하느라 바쁘다고 거절한적이 있었지? 그땐 정말 어찌나 황당하던지. 시덥잖은 변명을 늘어놓는 것 보다야 낫지만."
"너 하희빈 맞지? 내가 군복무하고 있을때 졸업한걸로 알고 있는데 이 동네는 무슨 일로 찾아 온거야? 설마 이제와서 조별과제의 복수를 하겠다는건 아니겠지?"
"우리 조가 A+를 받긴 했지만 넌 어차피 출석일수 부족으로 F였잖아. 부당이득을 취한것도 아닌데 굳이 복수를 할것까지야. 오늘 내가 찾아온건 다름이 아니라 포교활동을 위해서랄까?"
"포교활동?"
"그래. 날도 늦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대한민국 천외천 유저들의 모임인 백월교로 들어 오도록해. 네가 VOT의 이적을 어느정도 각성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최소 주교의 직위를 보장해주지."
마치 내가 천외천 유저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말을 걸어오는 하희빈때문에 나는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천외천 유저라는 사실을 극비사항인양 꽁꽁 숨기고 다닌건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떠벌리고 다닌적도 없지 않았던가?
단신으로 B플랫 엔터에이먼트의 경호팀을 박살낸 일이 외부로 알려진걸까 아니면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고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그 영감탱이에게 내 정체를 까발린 일이 돌고돌아 하희빈의 귀까지 들어갔다... 는 설마 아니겠지.
"딱 보아하니 내가 천외천 유저인걸 어떻게 알았지하는 표정이군."
"나는 너처럼 동네방네 천외천 유저라고 소문을 내고 다닌적이 없어서 말이야."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한국에 있는 천외천 유저는 물론 재능있는 VOT 유저들을 포섭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고. 거기다 한국 정부로부터 백월교를 합법적 단체로 인정받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물밑작업을 했어야 했는지 김사건 넌 상상도 못할걸."
"그래서 나한테 우쭈쭈 참 잘했어요라는 말이라도 듣고싶은건가?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내가 천외천 유저라는걸 어떻게 알았는지만 말해."
"말본새하고는. 그동안 별의별 놈을 다만나서 이 정도 반응은 익숙하니까 그냥 넘어가는줄 알아. 천외천 유저들에게는 말이야 숨기려고 해야 숨길 수 없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거든. 첫째 VOT 온라인에 최소 8시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한다. VOT 게임은 여타 게임과 다르게 소위 일컬어지는 쩔이나 현질과 같은 행위로 단시간에 강해지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지.
둘째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드러낸다. 그게 뒷골목 개싸움이 됐든 양궁이 됐든 생명공학이 됐든간에 현실의 재능은 VOT 온라인에서 큰 무기가 된다는걸 너도 모르지 않잖아? 재능이 없다면 밥만 먹고 게임만하는 폐인이라 한들 천외천 유저가 될 순 없는법이지. 이 두번째 조건 덕분에 나도 천외천 유저를 일일히 수소문하는 수고를 덜었어. 뭐 개중에는 꽝도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하희빈이 해준 말을 두세번씩 곱씹어본 나는 천외천 유저를 가려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낭중지추라 했던가 이미 게임의 영역을 넘어선 VOT 온라인에서 가장 잘난 놈 1000명에 안에 들었다라는건 현실에서도 한끗발 하는 놈일 가능성이 높았으니,
초국적 의료기업의 회장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그러했고 천재 공학도 율리시안 헉스포드 또한 만만치 않은 인재였다. 거기에 지난 여름방학동안 기야스함 내부에서 사격훈련을 시작한 팬텀 즉 비비앙 칼빌레이를 관찰한 결과 그녀 역시 사격 금메달리스트 뺨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눈앞의 하희빈은 무려 전종목 석권에 빛나는 실제 양궁 금메달리스트.
"확실히 하희빈 네 말대로라면 천외천 유저를 찾는일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은 아니야. 하지만 네 어투는 너무나 확신에 차있었어. 내가 그 꽝일 가능성은 아예 배제한건가?"
"아 그거 말이지. 일종의 상성덕분이랄까."
"상성?"
"응. 아무래도 신성속성의 능력자는 언데드속성의 능력자를 감지하기 쉬운법 아니겠어? 즉 나한테는 느껴진다 이거지. 네 주위에서 나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고 있는 망령들이."
내가 천외천 유저라는것을 들켰을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충격이 뒷통수를 강타했다. 요새 신문을 펼쳐 살펴보면 스스로 무당을 칭하는자가 한 지면을 꽉채우고 있지만 단언컨대 그들은 모두 가짜였다.
그만큼 영매능력이라는건 단순히 신체 능력이 뛰어나거나 머리가 똑똑한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희귀한 재능이였던 것이다. 그때문에 지구에서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도 내 영적능력을 꿰뚫어본자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독룡 팔타로스 정도나 내 이매망량의 기술을 간파하지 않았을까싶지만 그 놈은 드래곤이였고 눈앞의 년은 한낱 인간이였다. 으득! 조금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하희빈을 죽여버릴까 고민하던 나는 정체모를 감정이 살의를 억누르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 감정은 다름 아닌 하희빈 그녀에 대한 호감?
"야 하희빈 무슨 개수작질을 부린거지?"
"어머나 고작 능력의 계통을 간판당한것 가지고 흥분할 필요는 없지 않나? 세상천지에 망령을 부릴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자기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이미 백월교에 2명이나 대기중이거든."
"그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내가 왜 뜬금없이 너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보라고!"
"글쌔. 남자가 매력적인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는게 별일인가?"
"헛소리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이 좆같은 주술을 풀어버리지 않으면 험한 꼴 볼거야. 백월교고 나발이고 왠 떨거지들 모아다가 골목대장 놀이나 하다보니까 현실감이 떨어진 모양인데 세상천지에 자기보다 월등한 힘을 지닌 천외천 유저가 있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나?"
"호오 꽤 쌔게 나오는데. 미안하지만 이 주술은 내 마음대로 풀 수 있는게 아니야. 사실 주술따위도 아니지만. 일종의 신의 은총이랄까? 게임으로 따지면 패시브 스킬이 유저의 매력 스탯을 올려준다고 보면 될거야."
"지금까지 백월교 신자들을 그런식으로 모은건가? 강제로 호감을 심어서?"
"뭐 큰도움이 됐던건 사실이지만 김사건 너같은 애들한테는 오히려 역효과더라고. 그래서 그 경우 어쩔 수 없이 힘의 격차를 직접 각인시켜줄 수 밖에 없더군. 북두십성이라고 들어봤을라나?"
아야사랑 신나게 꿍짝꿍짝할때만 하더라도 가볍기 그지없던 머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신성속성 그리고 북두십성. 이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 이미 결론은 나와있었다. 하희빈의 정체가 아크엔젤이였단 말인가?
몇 억에 달하는 유저들 중에서도 돋보적인 실력을 뽐내는 천외천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10인의 랭커들을 일컬어 세간에선 북두십성이라 칭하고 있었다. 안하무인이 특기인 나라도 이 북두십성 유저들중에는 상대하기 꺼림직한 인물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매드독스와 아크엔젤 이 둘이였는데 매드독스가 너무 끈질겨서 상대하기 꺼림직했다면 아크엔젤은 이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전투상성 자체가 나빠 꺼림직한년이였다. 혹자는 아크엔젤을 추종하는 팬클럽 유저들과 NPC 교단세력때문에 아크리퍼가 아크엔젤만큼은 건드리지 못하는거라 말했지만...
실제로 그녀와 싸워본 전적이 있는 나는 알고 있다. 아크엔젤 단신의 전투력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수준인지. 물론 북두십성이라 한들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는 VOT의 이적은 극히 제한적이고 하희빈의 말이 진짜인가도 미지수였지만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려던 내 행동에 제동이 걸린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VOT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어떻게 북두십성을 모를 수 있을까? 그래서 하희빈 네가 그 북두십성중 한 명이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물론이지. 이제야 좀 대화를 할 생각이 들어?"
"글쌔. 북두십성이 VOT 온라인 내에서 강한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어느정도의 힘을 각성했을지는... 한번 싸워봐야 알겠는데?"
"후후. 김사건 혹시 서유기의 부처님 손바닥 이야기 읽어봤어?"
"빙빙 돌려말하는건 이제 좀 작작하지 그래! 안그래도 예비군 훈련하랴 여자친구랑 섹스하랴 지친 사람이 자기 방을 코앞에 두고 몇십분째 들어가질 못하고 있는데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드나?"
"진정해. 나도 이것만 보여주고 곧 갈참이였으니까."
하희빈이 은빛 새치가 반짝이는 자신의 장발을 마치 활시위처럼 잡아 당기더니 학교쪽을 겨냥했다. 도대체 모발이 화살을 쏘아보낼 수 있을만큼 탄력이 있는 물체인가는 둘째치고 화살이 없는데 뭘 어쩌자는건지?
그녀의 어이없는 행동을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아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순간.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는 학교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은빛 화살이 쏘아져나갔다. 그 어떤 마술의 트릭도 아닌 VOT의 이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힘의 발현이였다.
"내일 학교 정문에 있는 김유신 동상 확인해봐. 그럼 이만."
하희빈이 달빛을 무대조명 삼은 무용수처럼 우아하게 지붕에 올라타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굳이 저렇게 똥폼을 잡으며 퇴장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그 움직임만 놓고보면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무림고수의 그것이였다.
내가 여름방학 동안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에 쳐박혀 기갑교룡의 제작에 몰두할동안 지구에는 한층 더 많은 VOT의 이적이 녹아든 모양이다. 이래서야 맘놓고 쉬지도 못하겠네. 빌어먹을! 내일은 용린춘 장로한테 신법이라도 가르쳐달라고 졸라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