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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잠깐만요, 모햄. 이야기 도중에 끊어서 미안한데 설마 디파일러를 만든게 예의 초월 인터페이스 야미도엔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질서를 지키는 초월 인터페잇 엔도미야와 달리 야미도엔은 혼돈을 퍼트리도록 설계되었고 전쟁은 질서를 무너트리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였지요. 엔도미야의 눈을 피해 반신타락자의 지하 연구소에 뿌리를 내린 야미도엔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오직 전투에만 특화된 생체병기 디파일러의 유전자 지도를 만든것이였습니다."
"결국 디파일러도, VOT 시스템을 만든것으로 추정되는 초월적 존재 엔도미야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거군요. 얼티밋 판게아라는 행성은 결국 어떻게 됬습니까?"
"멸망했습니다."
"디파일러와 반신타락자를 앞세운 야미도엔이 엔도미야와 1억명의 판게아 정규군을 상대로 승리한 모양이군요."
"전투에서는 그렇죠. 하지만 전쟁에서는 엔도미야가 승리했습니다. 애시당초 얼티밋 판게아가 정말로 멸망한 이유는 열세에 몰린 엔도미야가 얼티밋 판게아를 행성채로 자폭시켰기 때문입니다."
"질서를 수호하는 여신치고는 과격한 방법이로군요."
"그 질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겁니다. 궁극의 문명을 자랑했던 얼티밋 판게아조차 그 지경이 났으니 비교적 발달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행성의 경우 디파일러 퀸이나 킹 한명에 의해 멸망당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으니까요. 최악의 경우 전 우주의 지적생명체들이 멸종하는 일만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한거죠."
그렇다고 자신의 모행성을 폭파시키다니 역시 이런 점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랄까. 인공지능에게는 욕심도 없지만 인정도 없다. 그저 주위상황을 매개변수로 받고 프로그래밍되어진 방향으로 일처리를 해나갈뿐.
"하지만 VOT 시스템이나 디파일러가 다시 등장한걸보면... 그때의 자폭으로 엔도미야나 야도미엔 그 어느쪽도 소멸하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도 자신들의 본체에 해당하는 워크스테이션속에서 이 우주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건가요?"
"옥사건씨는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모햄덕분에 쇼핑도 쇼핑이지만 재밌는 사실을 알고 가는군요. VOT의 진실을 알고나니 막혀있던 기혈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그런가요.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전해들었을때 숨이 턱하고 막혔는데 사람마다 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로군요."
"왜 숨이 막혔다는거죠?"
"제가 믿고 있던 신앙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였으니까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엔도미야가 예비한 전생유적에서 기연을 얻을때까지만해도 제가 여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었답니다. 요즘 용어로 치면 중2병이랄까요. 그러던것이 죽음의 문턱에 다달아 엔도미야와 계약을 하고나서는 냉혹한 진실을 깨닫았던거죠.
자신이 특별할것 하나 없는 엔도미야가 설계한 시스템의 일부일뿐이라는걸..."
모햄이 자조적인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불의 갈기가 달린 소환마를 쓰다듬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느날 알고보니 자신이 게임속의 NPC라는걸 깨닫는다면 나라도 절망할것이다.
하지만 엔도미야가 만든 전생유적도 VOTO(Vaccine Of Thing Online)도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였다. 내가 전생유적에서 어떤 노인과 체스내기를 할때 나는 아바타 로그아웃을 통해 치팅을 했으나 들키지 않고 폰 글라디우스를 보상으로 받았다.
본래 나는 VOTO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으나 용린혁 가주의 도움으로 VOT 제어망을 끊고 게임 캐릭터의 몸으로 게임 속 세상을 벗어날 수 있었다. 모햄 또한 시스템의 제약을 끊고 여신마켓을 벗어나지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점을 앞세워 모햄을 위로해 주려다 괜한 오지랖인것 같아 평범하게 모햄과 작별인사를 한 뒤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술식원진위에 올라섰다. 처음 VOT 단말기에서 여신마켓 버튼을 클릭했을때처럼 시야가 아득해진ㄷ...
-임시 아바타 커스터머123에서 로그아웃합니다.
-여신마켓에서 즐거운 쇼핑 되셨길 바랍니다.[옥사건의 보유자금]
-구루님으로부터 마신의 세번째 눈, 요수아를 구입하셨습니다.(-10,000,000 VP)
-구루님으로부터 영령환 4개를 구입하셨습니다.(-5,000,000 VP)
-TOTAL: 5,753,000 VP
임시 아바타 로그인 당시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내 무릎에는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자 하나와 기분나쁜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낡은 상자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이거 왠지 산타할아버지한테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기분인데.
딱봐도 고급스럽게 포장된 쪽이 영령환이 분명했으므로 나는 그쪽을 먼저 뜯어보기로 했다. 적지않은 돈이 한순간에 빠져나가긴 했지만 지름신의 가호아래 포장을 뜯는 지금 이 순간은 정말이지 은혜롭기 그지없었다.
새색시 옷고름 풀듯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제거하고 나니 고체인지, 기체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형질의 환약이 나타났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타오르고 있었지만 만져도 뜨겁지 않았고 그렇다고 뭔가를 태우고 있는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4개 모두 손바닥으로 긁어 모은 다음 망설임없이 한입에 털어넣으니 바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천년정화수를 먹었을때처럼 주위의 이매망량들이 날뛰기 시작하는걸 보니 생긴게 어찌됐든 성능은 확실했던 모양이다.
"크윽! 이 갈곳없는 망령들이 거두어주었더니 쳐 까불고있어! 아가리 닥치고 잘들어, 이 잡령놈들아. 내가 갑이고 니들은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닌 정찌끄레기란 말이다. 그렇게 꼬우면 꺼지라고!!!!! 후욱후욱..."
그리고 영력이 B랭크에서 A랭크로 상승했을때의 반동도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으니, 한술 더 떠 이번에는 망령들이 지멋대로 악령화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얌전히 당해주는건 한번으로 충분했으니 나는 영압족쇄를 칼국수처럼 뽑아내 이매망량들을 강제로 꿇어 앉혔다.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하므로서 손상된 신체를 수복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강화 손톱을 통해 격투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자의 관의 영향으로 음에너지의 파워가 4배 증폭됩니다.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A+(128/512)
스텟포인트: 0
"후욱후욱. 성장통 치고는 조금 터프하군."
나는 피로 그려진듯한 부적으로 봉인된 상자를 열기전에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휴식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사실 A+ 랭크의 영력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Ex 랭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힘을 되찾은것은 아니였다.
굳이 따지자면 16분의 1정도를 회복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만큼 A랭크와 Ex랭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있었고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를 손에 넣는다 해도 그 벽을 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게의 강령술사가 그러하듯 내게도 영력은 전력증강에 핵심인 스텟이였으므로 이전보다 강해졌다는건 의심할나위없는 사실이였다. 나는 심신은 물론 이매망량들까지 안정된걸 확인하고 낡은 상자에 달라붙은 부적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부적이 하나씩 제거될때마다 사이한 기운이 낡은 상자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내게는 어미니의 음식냄새만큼이나 익숙할뿐. 마침내 부적을 모두 제거하고 낡은 상자를 조심스럽게 개방하자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할 새도 없이 무언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내 왼손에 달라붙었다.
-나는 너와 하나가 되겠다.
"뭐 이 시발새끼야?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는건 쌔끈한 암컷뿐이거든."
-나를 받아들여라. 그러면 더 우월한 존재로 거듭나리라.
"아니 이 좆같은 눈깔놈이 1000만 VP를 주고 사왔더니 아까부터 헛소리만 찍찍뱉고 지랄이야."
-나는 마신의 장기중 심장, 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장육부의 감시자. 모체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지어다. 계속해서 나를 거부한다면 강제로 융화하는 수 밖에...
내 왼손에 뿌리내린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가 갑자기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왼팔이 시커멓게 변색되는것은 물론 뿌리가 피부를 뚫고 나오자 눈이 뒤집힌 나는 오른손에서 블랙탈론을 뽑아 요슈아의 본체인 눈깔에 쑤셔넣었다.
-으어어억! 너와 나의 동화율은 이미 상처를 공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를 헤치면 너 또한 무사치 못하... 크어어억!
"1000만 VP짜리 귀하신 몸이라 가만히 뒀둬니 이거 안되겠네. 지금부터 속으로 1부터 1000까지 세도록. 그게 네 몽둥어리이자 눈깔에 꼬챙이를 쑤셔넣을 횟수니까!"
-왼팔을 잃는것이 두렵지 않단 말이... 컼. 안돼엣!
왼팔을 잃는것이 두렵긴 개뿔 두려워! 허리가 두쪽났을때도, 내장속에서 폭탄이 터졌을때도 그리고 뇌에 포크가 박혔을때도 재생해낸 나다. 왼팔에 바람구멍 정도야 하품 한번 하고나면 말끔히 복원되어 있을터.
요수아의 눈깔을 쑤시고, 또 쑤시고, 계속해서 쑤시다보니 왼팔을 잠식해 나가던 뿌리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슈아는 아직 나와의 융화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내 혈관속으로 어마어마한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아크엔젤도 기절할 정도의 마기인데 네놈은 왜 아무렇지도 않은것... 으와아아아악!
"뒤져! 뒤져! 뒤져! 그냥 닥치고 뒤져! 이 병.신.아 그냥 뒤져, 뒤지라고! 1000만 VP짜리 개새끼도 주인한테 개기면 존나 쳐맞아야돼!"
이쯤되면 나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였다. 물론 평소처럼 성욕때문에 맛이 간게 아니라 분노때문에 이성을 잃은거지만. 덕분에 마신의 세번째 눈, 요슈아는 터진 계란 노른자처럼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 지경이 되고도 움찔거리는걸 보아하니 입으로 나불된것 만큼의 저력은 있는 모양이다. 블랙탈론 꼬치구이로는 모자라다고 판단한 내가 요슈아를 이매망량으로 압사시켜 계란찜을 해먹으려던 그 순간, 요슈아의 충혈된 눈이 번쩍 뜨이면서 나와 아이컨택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뭔 개수작.. 이야라고 생각한 순간 내 주위의 공간이 실버사이드의 개인선실에서 유황불이 피어오르는 지옥온천으로 바꼈다. 환영술식의 종류인가? 하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닌 내게 일반적인 정신오염이 통할리가 없거늘.
-나의 내면세계에 초대된것을 영광으로 알거라, 나의 모체 후보자여. 이곳에선 네놈의 육체적 능력은 무쓸모해지지. 얌전히 나를 받아들였으면 좋았을것을... 여기서 천천히 정신상태를 교정해주마!
"육체적 능력은 쓸모없다라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어디한번 누구 정신상태가 교정될지 두고보자고!"
누가 마신의 세번째 눈의 내면세계 아니랄까봐 주위에서 별의별 악마들이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 실체가 없는 허상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기세만큼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거기에 쫄 내가 아니였으니 육체적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면 영적 능력을 사용하면 그만 아니겠는가?이매망량(魑魅魍魎) 제 3형 백인대장(Centurion)영력 랭크가 A+로 상승하면서 새로이 개방된 이매망량의 세번째 형태 백인대장은 이매망량 백인대가 합쳐져 탄생한 존재였지만 로봇합체물이 으례그렇듯이 이매망량 백인대가 개개인으로써 존재할때보다 훨씬 강한 유령기수였다.
유령마에 검과 전신갑옷으로 완전무장한 백인장이 내게 악마들이 다가오는 족족 썰어버리기 시작했다. 능숙한 셰프가 양파를 썰듯 악마들이 찢겨져 나갔으나 나는 거기에 만족못하고 데모닉 그리모어의 칠십번대 강령술식인 악령군세를 발동시켰다.이매망량(魑魅魍魎) 제 3형 악령백인장(Evil Centurion)이매망량 백인대장의 백골에 힘겹게 달라붙어 있는 머리카락들이 스산하게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낡은 철검이 거대한 도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악마라는 가축을 상대로 푸줏간 도살자의 학살이 자행되기 시작했다.
곁에서 나를 지키기만 하던 백인대장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유령마를 채찍질해 지옥온천을 내달리자 악마들의 목이 추수철 볏짚마냥 날아오른다. 최후의 목표는 내면세계에서 눈깔사탕이 아닌 비홀더 몬스터로 자신의 모습을 투상한 요슈아를 두쪽내는것!
-내가 졌다! 내가 졌어. 모체여 내가 졌으니 이쯤에서 그만... 쿠웨에에엑!
"아직도 모체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는걸 보아하니 정신을 못차렸구만. 지옥온천이 마르고 닳을 때까지 정신상태를 교정해주마! 3번 올빼미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PT 체조 8번 1000번 반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