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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귀갑육합권 제 1초식 군령태산(軍令泰山) 천근무게추 탈(脫)
빠각!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내 배는 북터지듯이 아작나버렸다. 아이고 이 아저씨가 시작부터 살벌하게 구네. 관중석의 안전펜스까지 날라가 처박힌 나는 손상된 장기와 뱃가죽이 재생될때까지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매망량과 쉐도우 브레스를 사용할 수 없다면 남은 수단은 역시 '그것'밖에 없는건가.
"큰소리 치더니 결국 그 정도인가. 숨이 붙어있다는것쯤은 알고있으니까 항복하려면 지금해라. 벌레를 밟아죽여봤자 기분만 더러울뿐이니까. 그리고 다시는 휘르곁에 얼씬거리지 말도록."
"아저씨 어디서 주먹질 좀 배웠나봐? 그런데 말이야 문득 휘르 행수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 수인족은 아무리 노력해도 핏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냐. 설사 내가 은빛늑대일족이 아닌 인간이였다한들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천근무게추를 착용한채로 수만번씩 내질러진 일권을 네놈이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보는거냐?"
"똑같은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토끼가 아무리 수만번씩 수련을 한다해도 늑대를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가지 더 알려주자면, 자기보다 커다란 벌레는 밟아 죽일 수 없다는거."
얼티밋 언데드 폼 제 2형 괴력난신(怪力亂神) 아크토두스(Arctodus)
도데카 마력기관이 정신없이 돌아가며 순수마력에서 변이에너지를 정제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이에너지는 내 몸의 털, 근육, 뼈, 모세혈관를 하나하나 바꿔가며 최악의 포식자를 현세에 재현하고 있었다.
오븐안의 빵이 부풀어 오르는것처럼 커지기 시작한 덩치는 어느새 3m에 달해 은랑철권 퍼시벨을 내려다볼 수 있는 수준이였다. 거기에 이마에 튀어나온 갈색 영혼석에 봉인된 아크토두스의 영혼은 뇌신검 천주랑과 싸울때에 비해 한결 다루기 편해진 느낌이였다.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하므로서 손상된 신체를 수복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강화 손톱을 통해 격투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자의 관의 영향으로 음에너지의 파워가 4배 증폭됩니다.
-괴력의 랭크에 따라 완력이 16배로 증가합니다.(Ex: x64, A: x16, B: x8, C: x4, D: x2)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A(0/512)
괴력: A(0/512)
스텟포인트: 0
"재미있군. 피가 초록색일때부터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계통의 수인족 아니면 드루이드족의 비전술식인가? 뭐 아무래도 좋다. 오래만에 내 피를 끓게 만드는 상대를 만났으니 미련없이 싸워보자."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투기장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대 포식자의 포효는 대행수 그라트록의 위엄어린 목소리와 달리 수인족 관중들에게 원초적인 두려움을 심어줬다. 수십, 수백세대를 거쳐 유전자에 각인된 먹이사슬 지표가 저 괴물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은랑철권 퍼시벨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수식을 펼쳐 아크토두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의 제어권을 갈색 영혼석에게 넘긴 나는 네발로 뛰쳐나가는 괴물곰의 시계가 나이트메어를 탈 때 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것을 보고 승리를 확정했다.
이정도의 스피드와 질량을 지닌 물체의 충돌력이 괴력 스텟에 의해 16배로 보정되면 그것은 이미 걸어다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퍼시벨도 그 흉흉한 기세를 느꼈는지 정면대결이 아닌 원거리 공격을 가해온다.
귀갑육합권 제 2초식 태산북두(泰山北斗) 천근무게추 탈(脫)
퍼시벨이 주먹을 하늘위로 끌어당긴 다음 그대로 땅으로 내려꽂자 투기장바닥이 지진이라도 난것처럼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아크토두스가 달려나가는 길에 난데없이 계단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인해 일어난 지각변동에 의해 턱이 날아갈뻔했던 아크토두스는 짐승 특유의 감각으로 피해낸 뒤, 오히려 솟아난 계단을 타고 공중에서 퍼시벨을 덮쳐들어간다.
그에 맞서 처음 나를 안전펜스로 날려버렸던 정권찌르기의 기수식을 취한 퍼시벨은 솔직히 말해 너무 무모해 보였다. 꽈아아아아앙! 아크토두스의 앞발 후리기와 퍼시벨의 정권이 맞닿은 그 순간, 순수한 육체끼리의 충돌의 여파라고 생각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이 일격으로 퍼시벨을 끝장내거나 최소한 한쪽팔을 아작낼 수 있을거라고 낙관한 나는 이어지는 소나기같은 권격에 헛바람을 집어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아크토두스의 관절부위만을 노리고 들어간 주먹질이 1초에 6번가해졌으니 뒤늦게 골절부위를 살펴본 뒤 깨달은 사실이였다.
"나도 싸움은 덩치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 귀갑권가의 노사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악!"
"변신 후에는 대화를 나눌 수 없을정도로 지적능력이 퇴화하는건가. 확실히 사나이의 싸움에 말이 많아서 좋을게 없지. 더 나를 즐겁게 만들어 보아라!"
아크토두스 대 늑대권사, 괴물 대 괴물의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관절부위를 재생시킨 아크토두스가 퍼시벨을 안아서 으깨버리려 했지만 그가 턱을 차올리는 동시에 백덤블링으로 물러나 무위로 돌아갔다.
가벼운 견제인줄 알았으나 살펴보니 어느새 턱뼈가 으스러져 있었다. 만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이 없었다면 고대 포식자 아크토두스라고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리라. 재생력을 믿고 대담하게 돌진해오는 아크토두스과의 전면전을 계속피할 수 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퍼시벨이 기존과 다른 기수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귀갑육합권 제 3초식 적진성산(積塵成山) 천근무게추 탈(脫)
1초에 6번씩 공격을 퍼부어 아크토두스의 관절을 박살낸 바로 그 초식이였으니,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초식이 단발이 아닌 지속적으로 펼쳐졌다는 것이다. 괴물곰의 두터운 가죽 이곳저곳이 찢겨져 나갔으나 아크토두스는 6대 맞더라도 1대는 복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침착하게 앞발을 휘둘렀다.
비록 단기적으로 더 큰 데미지를 입어도 퍼시벨에게 차근차근 데미지를 누적시킨다면 불리할것이 없었다. 상체가죽이 녹색피를 튀기며 걸레짝이 되면 하체가죽은 어느새 말끔히 새것처럼 재생되어 있었다.
그리고 퍼시벨은 아무렇지 않게 초식을 이어나갔지만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소모전이 자신에게 유리할것이 없다는걸 깨달았는지 퍼시벨이 급히 뒤로 물러나 자신이 버린 천근무게추를 집어들었다.
아크토두스를 상대로 근접전은 답이 없으니 원거리 공격을 선택하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고보니 천주랑의 섬천낙뢰도 제법 매서운 구석이 있었다. 물론 추후에 비격진천뢰급 이상의 유효타를 먹이지 않으면 무의미한 일이지만서도.
"질릴정도로 재생해내는군. 그러면 이건 어떠냐!"
퍼시벨이 마치 직구 하나로 먹고사는 투수처럼 천근무게추를 집어던지자 반사적으로 그걸 막아선 아크토두스의 팔에 사정없이 박혀버린다. 벼락처럼 그 기회를 노리고 달려든 퍼시벨이 두손으로 상처를 비집고 근육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크토두스가 싸우는걸 구경하던 나는 급히 마력기관의 제어권을 돌려받아 변이술식 슈퍼젤라틴을 발동시켰다. 으적으적 아크토두스의 힘줄을 씹어먹던 퍼시벨의 송곳니가 녹색피와 함께 찐득찐득 굳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빨은 너만 있냐?'라는 느낌으로 아크토두스가 퍼시벨의 오른쪽 어깨를 깨물었고 서로 달라붙은 상황에서, 툭툭! 파운딩으로 주거니 받거니하기 시작했으니 제 3자가 보면 우스워보일진 모르겠지만 퍼시벨의 피부는 시커멓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종격투기 시합처럼 둘을 때놓을 심판이 있는것도 아니였으니 체급차이의 진수를 보여주며 아크토두스가 퍼시벨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었다. 퍼시벨 또한 날카롭게 손톱을 세워 아크토두스의 옆구리를 쑤셨지만 밑뚫린 항아리에 물붇기나 다름없는 일이였다.
"이대로 질성 싶으냐!!!"
귀갑육합권 제 1초식 군령태산(軍令泰山) 은색권기 발(發)
은랑철권 퍼시벨의 왼손이 은빛권기로 번쩍이며 아크토두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수인족은 타고난 신체능력에 비해 마력입자 친화도가 형편없어 마력기관이나 단전은 형성하는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한다. 그래서 라라펠도 에너지웨폰 계열인 빔샤벨을 애용하는 것이고.
과연 퍼시벨이 저 한줌의 내공을 쌓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횅하게 뚫려버린 아크토두스의 가슴. 그러나 퍼시벨의 오른쪽 어깨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아크토두스의 치악력은 좀처럼 약해지지 않았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에는 엄밀한 의미의 심장따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였다. 혈액순환을 담당하고 있는것은 어디까지나 마력기관이였으니 퍼시벨이 최후의 발악을 끝내고 결국 축 늘어져 버렸다. 나는 슈퍼젤라틴화와 아크토두스 모드를 둘다 해제하고 퍼시벨을 조심스럽게 땅에 눕혔다.
"휘르는... 싸움밖에 모르던 내게 주어진 축복이였다. 메마른 땅에 내린 단비였고, 곡식이 무르익은 땅을 내리쬐는 태양이였다. 왜, 왜 빼았으려고 하는거냐. 쿨럭쿨럭."
"이제와서 동정심에 호소하다니 꼴사납다고 아저씨. 하지만 나는 관대하니까 그 이유를 알려주지. 사실 아저씨가 한 말에 정답이 있어. 자기 눈에 좋아보이는 암컷은 말이지 결국 다른 수컷 눈에도 좋아보이기 마련이거든. 고귀한 은빛늑대꼬리를 살랑거리는 귀부인의 농익은 보지에 수컹수컹할 수 있다니 생각만해도 끝내주지 않아?"
"으르르르르릉!! 쿨럭쿨럭."
"열받아? 아아, 그래 열받겠지. 하지만 이미 승부는 끝났어. 자기 몸을 한번 보라고 아저씨. 온몸이 피멍투성이에 어깨뼈는 자갈처럼 갈려버렸지. 수인족의 회복력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정도면 전치8주급 아니겠어?"
"......"
대답이 없는 퍼시벨을 이상하게 여겨 그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보니 동공의 움직임이 멈춰 있었다. 핏발을 잔뜩 새운채 나를 노려보는 자세 그대로 기절한 것이다. 정말이지 이 늑대권사의 정신력에는 두손두발 다들었다.
싸우는 도중에도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다는걸 알았을텐데 내색한번 하지 않은건가? 나는 퍼시벨을 뒤로하고 이매망량을 이용해 MC너구리 펑키가 있는 단상까지 도약해 올라갔다. 최강의 사나이, 은랑철권 퍼시벨이 인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지 관중들은 물론 펑키까지 입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뭘 멍때리고 있지? 누가 이겼는지 결정하기 애매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데. 비디오 판독이라도 하고 싶다면 빨리 하라고."
"아... 아닙니다. 흠흠. 이건 예상외의 결과로군요. 한때 대행수 후보에 올랐다가 수련을 위해 지위 포기한 최강의 사나이가 무릎을 꿇다니. 뭐 그래도 인정할건 인정해야죠. 왜냐! 비스트코인 커뮤니티의 슬로건 중 하나가 돈계산과 결투에 더러움이 있어서는 안된다니까요. 모두 마음에 안드는 결과라고 해서 난동을 피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겟습니다. 퍼시벨님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그러면 오늘 암컷 쟁탈전의 결과를 요약해드리겠습니다. 놀랍게도 라라펠양도 휘르 행수님도 옥사건군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부러워요, 부러워."
수인족 관중들은 진행자에 의해 결과과 확정됐음에도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크게 게의치않고 이번에는 단상에서 VVIP석까지 이애망량을 지지대삼아 활강해 내려갔다.
4행수들이 탐탐치않은 눈빛으로 나를쳐다보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무시하고 휘르 행수를 안고 입맞춤했다. 쭙쭙쭙. 내 키가 휘르 행수에 비해 작다보니 안았다기 보다는 안겼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림이였지만 그녀의 포근함 품과 달콤한 입술은 너무나 활홀한 조합이라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휘르 행수 전에 내가 말했죠. 당신 내가 갖는다고."
"후우우. 솔직히 옥사건 준위가 남편을 이길거라곤 생각못했습니다. 만약을 위해 공격형 술식까지 제한했거늘..."
"왜요? 내가 싫어요?"
"그게아니라 이 나이에 새시집을 가는것도 우스운 일이지않습니까?"
"그런 말하지 말아요. 휘르 당신 충분히 매력적이니까. 그리고 오늘밤은 안재울거니까 각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