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23화 (12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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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좋아 시작한다. 네녀석이 자꾸 귓등으로도 쳐듣지 않으니까 거듭말하지만 오늘밤이 지나면 너와 나는 세상에 다시없을 우애좋은 사제지간으로 돌아가는거야. 방금처럼 사저의 방을 나설때 쿵쿵거리는 일따윈 다신 있어선 안.돼.겠.지?"

"물론이죠. 그때는 제가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봐요."

은리사저가 침을 꼴깍삼키고 커맨드상으로 조이스틱 C버튼에 해당하는 약발차기를 선보였다. 치마속이 보이는 동작도 아니거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마침내 커맨드상르로 조이스틱 D버튼에 해당하는 강발차기가 공중을 갈랐다.

눈에 핏발이 서도록 눈여겨본 결과 확실히 내가 선물한 삼각형 끈팬티를 입고 있었다. 은리사저가 평소에 방초림 손질을 잘하지 않은 탓에 삼각형 천쪼가리가 간신히 도끼자국만 가리는 형국이였다. 은리사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차라리 노팬티인게 덜 야하게 느껴질정도로 야릇한 풍경이 망막에 투영된다. 나는 기이한 행복감에 몸이 나른해져 쇼파에 주저않았다. 계속해서 잡기, 대공기, 약주먹, 강주먹에 해당하는 커맨드 동작이 이어졌지만 내 머리속에는 삼각형 천막이 세워진 은리사저의 무성한 부쉬만이 떠오를 뿐이였다.

"이걸로 마지막 동작이다. 정말이지 내게 이런 치욕을 겪게 하는 놈은 용린검가 역사상 옥사건 네가 최초일거다. 아오 내가 정말 열불이 터져서 제명에 목죽지."

"은리 사저도 몸이 뜨거워요? 사실 저도 아까부터 이유없이 몸이 달아오르던데."

"흐흐흐... 그래 설검만으로 따지면 옥사건 네녀석은 팔륜일황도 넘볼 수 있을것이다. 팔륜오객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나, 혈린검 용린은리가 보장하지."

아니 그런 과분한 칭찬을 그저 진심을 담아 말했을뿐인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주니어가 활화산처럼 터질것만 같았다. 은리사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다리를 꼬아 숨기곤 있었지만 어디 내 주니어가 숨긴다고 숨겨질 수 있는 물건이던가.

들키는건 시간 문제였지만 옥단예의 필살기 회축칠연각을 놓칠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커맨드 상으로는 아래, 옆, 아래, 옆, 조이스틱 버튼 D의 회축칠연각은 가드를 풀고 풀콤보로 들어가면 상대방을 빈사상태로 만들 수 있는 괴랄한 기술이였다.

그리고 7 히트를 넣는 과정에서 치맛속이 훤히 들어나니 나 또한 다른의미로 빈사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격투게임기술만큼은 은리사저도 재현하는게 쉽진 않았는지 심호흡을 한번 내쉰다. 이후 나비처럼 폴짝 뛰어올라 다리를 쩍벌리니 흐뭇한 풍광이 펼쳐진다.

은리사저의 성격을 대변하듯 들판의 잡초처럼 거칠게 자라난 방초림을 보고있노라니 한 마리의 야생마가 되어 그 위에 뛰어놀고싶어졌다. 물론 그랬다간 뎅강하고 목이 잘리겠지만. 회축칠연각은 감속해서 보여줄 수 있는 동작이 아니였으므로 나는 집중해서 삼각형 천을 관찰해야만 했다.혹시 모르지 내 잠재력을 모두 눈에 집중하면 도끼자국이 보일지도 몰라.그렇게 마지막 권무의 한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감각을 팽팽하게 세우고 있는 그때 은리사저의 치마속에서 뭔가 머리카락같은것이 내 얼굴에 날라들었다. 간지러운 느낌에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때서 살펴보니 꼬불꼬불한데다 질감이 예사롭지가 않다. 설마 이거 은리사저의 보... 보지털인가? 나는 땡잡았다는 생각에 급히 방초를 주머니에 숨기려했으나 그 관경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야 옥사건 너 방금 뭐한거야."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머리카락이 빠져가지고 방에 돌아가서 버릴려고 챙긴거에요. 사저방에 버리기는 좀 그렇잖아요."

"나한테 보여봐."

"아니 왜그러세요, 사저. 제 머리카락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렇게 궁금하셨어요? 그러면 몇 가닥 빼서 드릴게요. 제가 탈모도 아니고 머리카락을 아까워할리가."

"너 내 안력이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사저정도의 무인이러면 매의 그것에 버금가겠죠. 시력 5.0은 가뿐히 넘기지 않을까 싶네요."

"얼추 맞았어. 그런 내가 지금 네가 주머니에 숨긴 털이 어디서 나온건지 못봤을것 같아?"

"저는 제 머리카락인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였던 모양이죠? 사저입으로 그 털의 출처가 어딘지 말씀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모르는척 하지마! 그건 내 봊ㅇ... 아이씨! 다 집어치우고 그거 빨리 내놔!"

"싫은데요. 주운 사람이 임자 아닙니까? 코팅해서 책갈피로 쓸거에요."

"옥사건 너 이자식 진짜로 죽여버리겠어!!!!!"

과연 은리사저는 죽인다고 말로만 부르짖는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기를 풀풀 풍기며 달려든다.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은리사저의 보짓털을 꺼내 입안으로 삼켰다. 언젠가 데모닉 그리모어를 제본해서 책으로 만들면 이 털을 코팅해서 책갈피로 쓰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은리사저의 보짓털을 식도로 삼킨 후 소화해서 내 피와 살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사실 털을 이루고 있는 케리탄이라는 단백질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티밋 언데드 폼은 유사시를 대비해 돌을 씹어먹어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설계되었단 말씀.

어찌어찌 삼키는것 까지는 성공했지만 은리사저가 없이 내 목을 베어버렸다. 설마 식도로 넘어가기 직전에 꺼내려는 심산인가? 은리사저다운 발상이였지만 언옥타늄(Unobtanum)으로 이루어진 내 목뼈는 검기가 실린 검으로도 베는게 불가능하다.

물론 녹색피가 은리사저의 집무실을 분수처럼 수놓는걸 막을 순 없지만. 은리사저는 나의 내장을 들어내서라도 자신의 보짓털을 회수하고 싶었는지 이어서 내 배를 가르는 검격을 시도했다. 아니 그깟 털하나대문에 하나뿐인 사제를 이리 핍박하다니.어차피 수백개도 넘는 방초중 하나가 수명이 다해 떨어져 나온것을 은리사저는 자연의 섭리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때아닌 사제간의 생사결이 펼쳐진 집무실에 녹색피를 물감으로한 그래피티가 그려진다. 나는 기껏 시스트린을 닥달해 만든 옥단예 차파오를 상하게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수비로만 일관했다. 이매망량 천인대를 뚫기위해 은리사저가 검기발현을 넘어서 발산을 했을때는 나도 심장이 철렁했지만 어찌어찌 아침해가 뜰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고 발두인 함장의 아침조회 집합 명령이 떨어졌을때는 은리사저도 용린검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    *    *    *

"용린은리 소령 상당히 피곤해 보이시네요. 최근 관광객들이 줄었다고 해도 역시 치안을 살피는 일이 쉽지가 않죠. 옥사건 준위가 복귀했으니까 용린은리 소령도 1박2일정도 휴가를 다녀오는게 어떤가요? 물론 멀리나가지는 못하겠지만서도 아이스바운드 자체가 이제는 어엿한 관광도시니까 즐길여지는 있다고봅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잠이 잘 오질않아서 했던 무예수련이 조금 과했나봅니다. 업무수행에는 지장이 없으니 염려하지 마십쇼."

"은리소령님 저희 제 2 보병중대에서 순찰인력을 증원할테니 오침이라도 주무세요. 고운 피부에 다크써클이 생긴 모습을 보니 이 키샤 마음이 다 아프네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키샤.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니까 괜시리 비번인 병사들한테 폐끼치고 싶지 않아."

"은리소령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안부인사는 이 정도로 해두고 본격적인 안건에 대해서 설명해드리죠. 최근 관광객 감소의 원인과 그 대착마련게 관해서입니다만..."

발두인 함장이 논리정연하게 그래프와 사진을 예시로 들며 현상황의 맥을 짚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그 내용에 집중할 수 가 없었다. 은리사저처럼 눈에 다크서클이 생길정도는 아니였지만 은리사저를 상대로 수비에 임하는 과정에서 신체부위 이곳저곳이 썰려나간 까닭에 컨디션이 저조하달까.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는 절개를 지켰지만 내 정신력은 점점 수마의 유혹에 굴복하려 하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의견을 타진하지 않아도 발두인 함장이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해야할 일은 지시해줄것이다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자연풍광이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호평을 받았지만 마땅한 오락시설이 없다는 점을 지적받았습니다. 치안을 위해서라지만 현지인인 인어족과의 접촉이 너무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관광객들도 있었고요. 순수하게 인어족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겠죠.

최소한 VOT 단말기 어드레스라도 교환해서 펜팔이라도 주고받게 해야한다고 봅니다만 이솔다 공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나쁘지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행성의 관광객들과 소통하면서 간접적으로 나마 인어족들이 견문을 넓혀나가다 보면 지금이야 생존에 급급한 아이스바운드의 주민들이지만 훗날에는 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용린은리 소령처럼 무기를 귀신처럼 부리는 무인이 되고 싶어하거나 옥사건 준위처럼 외눈박이거인을 부리는 술사가 되고 싶어하는 인어족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인어족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옥사건 준위와 용린은리 소령은 왜 아까부터 꾸벅꾸벅 예의바른 인사를 반복하는걸까요? 안부인사는 아까 충분히 했는데 말이죠."

나는 내 이름이 거론되자 강의시간에 졸다가 교수님의 호명을 받은것마냥 허겁지겁 멀쩡한 척을 했다. 하지만 이미 브리핑 룸의 책상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던지라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게다가 허겁지겁 입을 닦고 있던 은리사저와 눈까지 마주쳤으니 한순간에 은린선 전 간부는 물론 이솔다공주의 눈총세례까지 받게됐다.

"방이 가까운 사제지간의 두 사람이 똑같은 타이밍에 졸다니. 이것참 우연이라기엔 기묘한 일이로구만.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혹시 사제지간에 금단의 사랑을 나누었다던가. 뭐 사제지간이면 금단도 아닌가."

"아니 이 티베르타 늙은이가 어디서 시나리오를 쓰고있어. 우리 은리소령님은 그런 사람 아니거든! 어디 한번 수염 뭉터기로 뽑혀볼래?"

"그냥 딱딱한 분위기좀 바꿔볼려고 농담한번 해본거야. 그리고 키샤 대위 수염을 뽑을라거등 그냥 내 목을 쳐버려. 이건 절대 양보못하니까."

"누가 목을 치라고 하면 못칠줄알아?"

"키샤 그 정도 해둬. 엄연히 내 잘못이니까. 죄송합니다, 발두인 함장님. 피곤하지 않다고 말한지 얼마안돼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괜찮습니다. 용린은리 소령이나 옥사건 준위나 실버스케일의 혁혁한 일꾼들이니까요. 잠깐 조는것 정도는 인간적인 실수니까 봐드릴 수 있습니다. 용린은리소령이야 실제로 치안확립을 위해 밤낮 근무를 불사했던것이 사실이고 옥사건 준위야 휴가복귀한지 얼마안돼서 본체와 시차적응이 잘 안됐던거겠지요. 아 물론 그렇다고해서 용린은리 소령과 옥사건 준위의 교제에 관해서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건 아닙니다.

두분이 더 끈끈한 정으로 묶인다면 저로서도 환영할 일이지요."

발두인 함장의 중재에 브리핑 룸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은리사저도 분위기 휩쓸려 억지 웃음을 지으며 호응했다. 물론 개중에는 키샤 대위나 이솔다 공주처럼 정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라 나와 은리사저의 실수는 덮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인어족들과 관광객들의 소통은 그정도로 해두고 오락시설에 관한 부분입니다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도박시설을 들이는것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배팅액에 제한을 둬서 아무리 많이 잃거나 많이 딴다한들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게 하는거죠. 전자오락시설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산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도박시설이라면 천막에 카드한팩만 있어도 가능하니까요.

룰을 숙지한 딜러도 있어야겠지만 카드한팩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수십가지는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도해볼만 합니다."

"아무리 배팅액이 낮아도 딜러는 숙련된 사람인편이 좋겠지요. 저희 보병 2중대에서 인원을 차출하겠습니다. 이년들이 최근에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니까 밤마다 도박판을 벌이고 있더라고요. 실제 VP가 오가는건 엄금하고 치약과 휴지같은 보급품을 걸고 하는 친선게임이지만 눈돌아가는 솜씨들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보병 2중대에서 나서준다면 도박시설에서 난동을 부리는 관광객들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으니 괜찮겠네요. 수리하겠습니다. 일단 당장 최소비용으로 단시간에 마련할 수 있는 오락시설은 천막형 카드게임장뿐이군요. 그 밖에 의견제시할뿐 계십니까?"

회의시간에 졸았던것이 미안했던지라 나는 형식상으로나마 의견을 타진하기 위해 조심히 손을 들었다. 일순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평소에 딱히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내가 손을 드니 신기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미끄럼틀같은건 어떻습니까? 물론 티베르타 원사님의 도움이 필요할것 같습니다만 바다위에 10m높이 정도 되는 미끄럼틀을 지어서 관광객들이 타고 내려올 수 있게 하는겁니다. 물론 인어족 자경대에서 인원을 차출해서 안전요원을 배치해야겠지요. 미끄럼틀 자체도 안전하게 설계할 필요도 있겠죠."

"그건 나쁘지 않을것 같군요. 티베르타 원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니 내가 빙린장성이랑 빙린여관 세운사람이야. 고작 미끄럼틀 하나 건설하지 못할까봐? 옥사건 준위가 힘을 더해준다면 하루만에 지을 수 도 있소."

"그러면 오락시설건에 관한 큰줄기는 그정도로 해두고 세부적인 사안은 제가 좀더 검토해서 저녁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만해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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