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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30일간의 휴가같지 않은 휴가를 끝내고 은린선으로 돌아온 나는 휴가복귀신고를 하기 위해 브리핑 룸으로 향했다. 사실 로그아웃한 상태라 한들 아바타 옥사건은 계속해서 선내의 개인선실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통화를 통해 휴가복귀신고를 해도 그만이였다.
발두인 함장은 그런면에서는 융통성이 제법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랜만에 발두인 함장에게 얼굴도장이나 찍을겸 직접 만나 휴가복귀신고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제는 옵티컬로이드 스텔리온의 도움없이도 주요함내시설은 찾아갈 수 있었던지라 나는 잰걸음으로 얼마안가 브리핑 룸에 입장할 수 있었다.
"어라 옥사건 준위군요.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첫 휴가는 잘보내셨나요?"
"뭐 그럭저럭이였습니다. 지구에서 바쁜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발두인 함장, 그 귀랑 꼬리는 이성을 유혹할때 쓰는 코스프레같은겁니까?"
"코스프레요? 아아. 이건 진짜 귀랑 꼬리입니다만. 오늘 아이스바운드에 만월이 떠오른탓에 말이죠. 컨트롤할 수 없게 되버렸달까요."
"진짜 귀랑 꼬리라고요?"
"아하 옥사건 준위는 제가 수인족이라는걸 모르셨나 보군요. 저는 수인족중에서도 그 수가 얼마 남지않은 은빛 늑대의 순혈종이랍니다. 그런데 옥사건 준위가 보시기엔 제 이런 모습이 이성을 유혹할때 더 매력적으로 비춰질것 같나요? 만약 그렇다면 구태여 인간화 상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돼서 저는 편하거든요.
옥사건 준위라면 왠지 이성문제에 대해서 잘 알것같은데 한번 평가해 해주세요."
내가 연애박사처럼 보인다고? 나는 발두인 함장앞이라 겉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25살까지 동정이였던 내게 자문을 구하다니 은린선에도 인재가 정말 없구나. 내가 이성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해봐야 발두인 함장에게는 권할 수 없는 19금 투성이였다.
예를 들어 발두인 함장은 나의 전생유적 사전답사를 도와준 메키라는 인어족 소녀에게 연심이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나였다면 은근슬쩍 메키를 으슥한데로 끌고가서 마음의 정이 아닌 육체의 정부터 쌓았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반발이 심하겠지.
하지만 로맨틱한 멘트 100마디보다 노련하게 스캔해낸 성감대를 노린 정성들인 애무 한번이 여성의 옥문을 여는 지름길인 것이다. 일단 옥문만 열면 그 다음은... 생략한다. 아무튼 발두인 함장은 나름 진지하게 묻는것 같아 나는 고민끝에 해답을 내놓았다.
"메키의 경우 귀여운 스타일 보다는 터프한 남자가 자신을 리드해주길 원하는것 같더군요. 보통이라면 수인화가 어떤 터프함을 강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겠지만 발두인 함장의 늑대귀와 늑대꼬리는 솔직히 말해서 원래의 귀여움을 배가 시키는 느낌이에요. 툭까놓고 말해서 이건 시간이 지나면 찾아올 2차성징에 기댈 수 밖에 없어요.
수염도 좀 나고 거기에 털도 좀 나야 어린티를 벗을 수 있겠죠."
"거기가 어디죠? 아니 그전에 저는 메키양에 대해서 언급한적이 없는데 어떻게 제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는걸 아신가죠? 역시 옥사건 준위는 큐피트의 화살이 어느 방향으로 꽂혀있는지 딱보면 꿰뚫어볼 수 있는 연애고수신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그게 으음... 예, 맞습니다. 저는 연애고수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성관련문제에 대해서 곤란한 일이 있으면 저한테 찾아오십쇼. 특별히 발두인 함장에 한해서 무료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공략하는 비법을 전수해드리죠. 이런말은 자랑같아서 안할려고 했는데 지구에서는 제가 옴므파탈로 통합니다.
최근에는 또 유부녀 한명이 제 매력에 빠져서 참 곤란한 일입니다."
"굉장하네요! 그러면 앞으로 연애상담을 할때는 옥사부라고 불러도 될까요?"
"뭐... 그러던지요."
"아참 내 정신좀 봐. 옥사건 준위 휴가복귀신고 하러 오신거 맞죠? 쓸데없는 허례허식은 건너뛰고 서류상으로 복귀처리 해드릴테니 돌아가서 편히 쉬세요. 최근 관광객이 많이 줄었고 딱히 옥사건준위가 해야할 업무가 있는것도 아닌지라 내일도 한가할겁니다. 치안이야 용린은리 소령이 꽉 잡고 있고요."
"그렇군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는 브리핑 룸에서 빠져나와 다시 내 개인선실로 향했다. 사실 늑대는 짙은 남성적 이미지를 지닌 동물중에 하나였지만 늑대귀와 늑대꼬리를 한 발두인 함장은 마초보다는 쇼타계열의 취향을 지니고 있는 여성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였다.
그래서 사실 좀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메키가 쇼타 콤플렉스였다면 궁합을 볼것도 없이 천생연분인것을 발두인 함장같은 귀여운 새끼늑대보다 천주랑처럼 남자다운 어른늑대가 더 좋다는것을 어찌하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개인선실에 도착한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당분간 할일도 없고하니 VOT(Vaccine Of Thing) 단말기에 복사해둔 데모닉 그리모어의 해석에 집중할 생각이였다. 블루아주가 3대 악룡으로 쉐도우스킬, 팔타로스, 아크네메시스를 일컫었듯이 나 또한 네임드 스킬이 복수개 담긴 강령술 마도서들 중에서 3대 괴서로 네크로노미콘, 데모닉 그리모어, 귀혼강신법을 꼽는다.
사실 이 마도서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해당 술식에 정통한 천외천 유저뿐이였다. 그저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기만 하면 강해지는 커스텀 스킬과 달리 박사과정 수준의 공부를 해야하는 네임드 스킬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개가 담긴 마도서를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허나 자격을 갖춘 천외천 유저에게 마도서가 돌아간다면 경천동지할 위력을 낼 수 있음을 나는 안다.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의 주인이 바로 다름아닌 나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얼티밋 언데드 폼의 전신인 리치 폼도 네크로노미콘에 수록된 강령술식이였으니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다만 칠팔구십번대의 고위 넘버링 네임드 스킬이 담긴 마도서는 나로서도 습득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는 불가해의 영역이였다.
그나마 리치폼이 칠십번대 강령술식으로 네크로노미콘에서는 그나마 쉬운편에 속하는 네임드 스킬이였다. 네크로노미콘같은 귀보를 인벤토리에 처박아두고 꺼내지 않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였다. 분한 일이지만 네크로노미콘의 첫페이지, 두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지성적 역량의 한계를 체감한다.
"악령군 이 술식은 이매망량과도 접목할 수 있을것 같은데."
과연 데모닉 그리모어도 네크로노미콘 못지않게 난해한 마도서다. 그나마 악령군세(惡靈軍勢)라는 칠십번대 강령술식이 이매망량을 배울때 접했던 개념을 기반으로 해서 익숙하게 느껴진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니 네크로노미콘이 형이 있는 언데드 즉 육체라는 그릇에 집중했다면 데모닉 그리모어는 그 반대였다.
형이 없는 언데드 즉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저자에 해당하는 강령술사의 성향이 반영된것이겠지. 도대체 뭐하는 인간들이였을까? 그것은 마치 두꺼운 전공도서와 씨름하며 이 어려운 책을 집필한 교수님이 나와 같은 눈코입달린 사람인가를 의심하는 감정이였다.
그렇게 한동안 악령군세를 체득하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공부에 임하던 나는 번쩍이는 VOT 단말기때문에 데모닉 그리모어의 원서를 비추는 홀로그램 영상을 끄고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보낸사람은 은리사저였고 내용은 '잠깐 내 방으로 와바.'였다. 왠일이래?
사실 그 메시지 보다 놀라운것은 VOT 단말기에 표시된 현재시각이였다. 새벽 2시라... 내가 발두인 함장과 만난 시각이 저녁 7시였으니까 무려 7시간동안 데모닉 그리모어 삼매경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례적인 일은 아니였다.
나는 원래 어떤 무언가에 빠지면 도끼자루 썩는지모르고 집중하는 타입이였다.
"은리사저가 무슨일로 오밤중에 날 불렀을까."
은리사저의 성정을 알기에 어떤 야릇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리는 없다는것을 알고 있던 나는 너털너털 걸음을 옮겨 은리사저의 집무실로 향했다. 내 방 바로 코앞에 있었던지라 몇 걸음 안되서 은리사저의 방문을 열어재낀다.
"은리사저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저 없다고 이불을 눈물로 적시고 그런거 아니... 헉! 그 옷 입어주셨군요."
"네가 주고 가놓곤 뭔 호들갑이야."
"정말 흠잡을데없이 아름다우십니다. 마치 한폭의 미인도를 보는것 같군요."
"또 시작됐군. 저놈의 주둥이질."
방문너머 나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오르시나의 항성간 수원포탈을 통해 운반한 옥단예 차파오 코스프레를 한 용린은리 사저였다. 동양미인에 키가 늘씬하고 허벅지 근육이 탄탄한 은리 사저라면 어울릴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소위 원작을 초월한 싱크로율을 선보이며 내게 눈호강을 시켜주었다. 어디 그뿐이랴. 초등학교 시절 거리싸움꾼2 오락기 앞에서 패배를 하면 옷이찢어졌던 옥단예를 보고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나만의 100원짜리 스트립쇼걸이였던 옥단예가 눈앞에 현신하다니 꿈만같은 일이다. 순수했던 초등학교 시절과 달리 은리사저의 허벅지 옆트임을 보고 텐트를 치는 주니어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혹시 제가 부탁했던 격투동작들도 전부 익히신겁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 너를 부른거 아니야. 아무리 내가 검사라고 해도 권법술에 소양이 아예 없는건 아니라고. 오히려 왠만한 권사 이상임을 팔륜학원에서 증명해냈지. 내기의 흐름이 아니라 단순히 초식의 형을 익히는것만이라면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그러면 저는 여기 전망좋은 쇼파에서 은라사저의 권무를 견식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지만 그전에 다시한번 짚고 넘어가야겠군. 네가 부탁했던 의상을 입고 가르쳐준 초식을 전개하고 나면 그간 폭력적이였던 사저의 이미지는 전부 잊는거야. 알아들었어? 못알아들은 표정인데. 앞으로 나는 사제에게 상냥한 사저가 될거고 너도 그럴 수 있게 도우란 말이야. 세상천지에 사제에게 사과한답시고 권무를 연습해서 보여주는 사저가 어디 있을것 같아?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서로 잘하자."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부탁드렸던 동작을 0.5배 느린속도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튀어나올것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은리사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내가 부탁했던것은 옥단예의 커맨드 기술들을 모조리 재현하는것. 단순히 그 뿐이라면 무슨 즐거움이 있겠냐만은 이 권무의 묘미는 바로 다리를 쭉뻗는 발차기에 있었다.
옥단예는 방초림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삼격형 모양의 천이 달린 끈팬티를 입고 발레리나 뺨치는 발차기를 남발해 뭇 격투게이머들의 애간장을 태운 전례가 있었다. 그 동작을 은리사저의 몸을 통해 볼 수 있다니 나는 행운아였다.
은리사저 방초림 손질은 잘하셨으려나. 삼각형 모양의 천 면적이 워낙 좁은지라 여차하면 튀어나온 털로인해 얼굴을 붉힐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대환영이였지만. 은리사저가 약발차기에 이어 강발차기로 다리를 쭉뻗는다.
나는 은리사저의 치마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안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튼실한 허벅지 사이에 드러난것은 삼각형 끈팬티가 아니라 검정색 속바지였다. 그것도 속이 전혀 들여다 보이지않는 재질의. 나는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쇼파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절규했다.
"이건 약속과 다르지않습니까!!! 제가 드린 팬티는 그게 아니지말입니다."
"뭐? 네가 무슨 팬티를 줬다는거야. 이 한벌옷하고 안대밖에 없더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안대도 했잖아."
"그 안대가 바로 팬티란말입니다!"
"뭐? 아니 이 개자식이! 나보고 이딴걸 팬티로 입으라고 준거야? 이 천쪼가리가 무슨 팬티라는 거야. 이걸 입고 발차기를 했다간 가랑이 사이가 훤히 드러나겠구만. 사제앞에서 나를 그런 민망한 꼴로 권무를 추게 만들려 했단 말이야?"
"몰라요 이제. 제 기대는 이미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산산조각 났다구요. 용린검에 한 맹세는 어기지 않는다고 하셨으면서 이런식으로 배신을 하다니. 제 방으로 돌아갈래요. 약속이고 뭐고 필요없어요."
"아니 잠깐만 이건 애초에 네가 먼저 무리를 한게 문제였던거잖아. 팬티가 문제라면 다른 부탁으로 바꾸던가."
"진짜 무리한 부탁이 뭔지 제가 보여줄까요? 알몸으로 봉춤춰보실래요? 이것도 엄연히 신체접촉은 전무한 부탁입니다만."
"너 진짜 한번 죽어볼래?"
"앞으로 상냥한 사저가 되겠다고 하셨으면서 또 그런다. 아니 됐고요. 서로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니까 그냥 없던일로 하자고요."
나는 정말 화가나서 은리사저를 뒤로하고 집무실문을 개방하는 버튼을 쾅소리가 날정도로 때렸다. 너무 버릇없는 행동이라 당장에 은리사저의 용린검이 날아들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였지만 나도 뿔이 단단히 난 상태라 눈에 뵈는게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왜요?"
"10분만 있다가 다시 들어와."
"그러니까 왜요?"
"아니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정도라는게 있어야지... 가 아니라, 후우후우 진정하자 용린은리. 난폭한 성격 죽이기로 했잖아. 하지만 저녀석이 하는 행동이 화를 돋구는... 알고있어. 알고있으니까 마음가라앉히자. 후웁! 얄밉고 맹랑하지만 일하나는 기똥차게 잘하는 내 사제야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테니까 10분만 있다고 다시 내 방에 들어오렴. 알.았.지?"
"헤헤헤. 네! 사저 그렇게 이 악물지마세요. 그러다 이상하겠어요."
나는 암기처럼 날라드는 서류철을 피해 재빨리 문밖을 나섰다. 매서운 파공음을 들어보건데 그대로 피격당했으면 살을 파고들었을지도. 인기척이라고는 쥐새끼 한마리도 없는 은린선 함내의 복도에 쭈구려 앉아 있노라니 이내 은리 사저가 부끄러워하는듯한 목소리로 '이제 들어와.'라고 말해온다.
방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보니 이전과 똑같은 차림을 한 은리사저가 보였지만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저 차파오 치마속에 내가 상상하는 그 끈팬티가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하반신에 피가 몰리다 못해 터져버릴것 같다.
허나 그 모습을 들켰다가는 인어족에게 매춘을 시도한 함포 커뮤니티의 간부처럼 아기씨 주머니가 썰려나갈것 같아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쇼파에 착석했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은리사저의 에로틱 권무를 감상할 시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