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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용언낭독(龍言朗讀) 사구(四句) 루비아 에시다 컨시그 마스(Lluvia acida Consigue mas)
콜로세움에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이것이 율리시안을 위시한 팬텀소대를 전멸시킨 기술일터. 마력원천이 없는 지구에서 마력을 기반으로한 술식이 펼쳐졌을리는 없고 용언의 일종인가? 이래서 드래곤이 다이아몬드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소리를 듣는거다.
그저 밥잘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만 하면 왠만한 전사들보다 우월한 피지컬을 갖게되고, 그저 손가락으로 산수만 할줄알면 원체 타고난 정신망 다발과 마력원천인 드래곤하트덕분에 위력적인 파괴술식을 펑펑 쓸 수 있다. 이정도만 되도 전설의 마검사는 따논 당상인것을,
이 드래곤들은 타고난 영성도 엄청나서 용언이라고 하는 언령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본디 용이라는 존재는 비와 구름을 몰고다니는 신성한 존재로서 여겨져왔고 팔타로스 그 자신이 독룡 즉 베놈 드래곤이였기 때문에 이처럼 치명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아무리 A랭크의 영력을 지니고 있다한들 태생이 한낱 인간이다. 영성이라고 불리울만한 건덕지조차 없는지라 이매망량으로 검과 방패라는 너무나 단순한 객체밖에 실체화할 수 없는 것이다. 너무나 억울한 일이지만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설정이 그러했고 실제로도 그런 모양이다.물론 인간들중에서야 나도 속칭 무당이라 불리울만큼 재능있는 영매였다.실제로 VOTO에서 강령술사가 그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유저수가 많지 않았던 이유중에 하나가 영력이라는 능력치 때문이였다. D랭크는 커녕 영력이라는 스텟자체를 받지 못한 유저가 허다했으니 캐릭터를 만들자마자 C랭크의 영력을 받은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를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각설하고 영력으로 기후를 바꿀 수 는 없어도 이매망량의 방패를 촘촘히 모아 비를 피할 우산을 만드는것 정도는 어려울것도 없는 일.
"고운 피부 상하고 싶지 않으면 둘다 내 주위로 모여!"
"어머 혹시 이거 그건가요? 엄마의 보챔에 어쩔 수 없이 화창한 날씨에 우산을 들고나온 남학생과 미처 우산을 챙겨오지 못한 여학생. 그리고 하교시간에 내리기 시작한 비, 둘사이의 미묘한 기류. 그 여학생이 저 혼자가 아니라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시답잖은 소리는 그만두고 전력보존이나 해. 저건 흡혈귀의 재생력을 믿고 싸울 수 있는 성질의 공격이 아니니까."
"시답잖은 소리를 제일 많이하는게 누군데요?"
"나는 어디까지나 적을 도발하기 위해서 그러는것 뿐이고."
"그러면 어디 그 잘난 도발로 저 파충류 좀 유리병에서 나오게 해봐요."
"기다려봐 지금 10년지기 불알친구도 눈뒤집히게 만들 멘트를 생각중이니까."
시스트린과 륭사부를 근처로 모이게 한 후 이매망량의 우산을 펼쳐 죽음의 비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주변을 살피며 그 위력을 두눈으로 확인했다. 쉽게말해 소위 산성비가 +9만큼 강화되어 황산원액이 하늘에서 내리는 꼴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이미 목숨을 잃은 팬텀 소대위로 가차없이 죽음의 비가 퍼부어져 안그래도 형태가 온전치 않았던 그들이 한줌의 핏물이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저항하는것 조차 무의미한 자연재해와 같은 공격이라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팬텀소대가 속절없이 전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연자여 저자가 지금 자의적으로 비를 뿌린건가? 그렇가면 설마 저자는 비를 관장하는 신인것인가?"
"그렇게 거창한건 아니고요. 엄연히 칼로 찌르면 피가나는 생명체입니다. 물론 보통 예리한 칼이 아니면 비늘을 뚫을 수 조차 없지만 보시다시피 저녀석의 육체는 하자가 많아보이는군요. 그런 주제에 인간들을 필멸자라고 부르면서 우월한척 하다니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줘야겠죠."
"세상이 정말로 넓다는걸 새삼 깨닫는군. 과연 권묘결을 사용할 수 없는 본녀가 이 전투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직접 륭사부의 주먹을 맞아본 장본인으로서 도움이 될거라고 200% 확신합니다. 어디 다시한번 주둥이질로 살살 건들여볼까.
이보세요! 덩치만 큰 파충류씨. 큰 소리 뻥뻥치시더니 이게 무슨 변변찮은 짓거리입니까? 누구 말마따나 유리병속에 쥐새끼처럼 숨어계시면서 라스트보스 행새하는거 솔직히 꼴사나납거든요. 그리고 안그래도 생태계 교란종이신데 산성비까지 내리시면 어떻해요? 토지가 산성화되면 작물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다는거 모르세요? 지렁이도 토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진짜 지렁이만도 못한 버러지 지망생이세요?"
"그래 필멸자들중에는 화려한 언변으로 타인을 깍아내려 보잘것없는 자신을 치켜세우려하는 자들이 종종 있곤했지. 그런 자들을 지탄하고자 할때면 어리석다라는 말로는 부족할정도다. 하여 내 친히 네놈을 단죄하도록하겠다."
용언낭독(龍言朗讀) 사구(四句) 마르카 데 라 무에르테(Marca de la Muerte)
유리시험관 안쪽에서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독룡 팔타로스의 몸에서 기묘하게 생긴 연녹색줄기같은것들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매망량으로 황산비를 물샐틈없이 막고 있었던지라 속수무책으로 그것을 지켜볼 수 박에 없었다.
시스트린과 륭사부가 내앞을 가로막으며 녹색줄기의 접근을 막아보았지만 애시당초 물리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공격이 아니였다. 마치 내 영압족쇄처럼 두 사람을 지나쳐 내 몸을 꿰뚫은 연녹색줄기가 내 영혼을 움켜쥐는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그와 동시에 죽음의 비는 그쳤고 나는 재빨리 이매망량 천인대를 재집결해 연녹색줄기를 잡아당겨보려 했지만 이미 내 영혼에 뿌리를 내린 이 잡초같은 놈은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 열받네 이거.
"앞으로 10분이면 네놈은 살아있는 지옥을 맛보게 될것이다. 그 독령제절초는 내가 살아있는한 무슨일이 있어도 시들지않고 계속해서 뿌리내린자의 영혼을 좀먹는다. 종국에는 존재하는 모든것들을 저주하며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헤메이겠지."
"10분이라고 했냐?"
"이제야 그 빌어먹을 세치혀가 좀 얌전해졌군. 왜 그러느냐 필멸자여. 이제와서 함부로 입을 놀린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내게 머리를 조아린다한들 필멸자로서의 운명은 이미 네놈의 코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최악의 형태로 말이지."
"5분으로 하지."
"5분?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게냐? 네놈이 영매로서의 자질을 지니고 있다는것을 감안하고 독령제절초가 뿌리내리는 시간을 10분으로 상정했음이다. 죽음이 다가오는 시간조차 내 손아귀에 있음이니 네놈은 그 무엇도 단정하지 말지어다!"
"생태계 교란종 파충류가 지구에서 사라지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말이야."
나는 더이상 반쪽짜리 드래곤과 입씨름을 할 때가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하여 불필요한 움직임은 일체 배제하고 이매망량을 도움닫기 삼아 콜로세움의 중앙으로 내달렸다. 륭사부와 시스트린이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유리시험관의 지척에 도달한 나는 달려가는 힘을 그대로 주먹에 실기 위해 다리를 세로로 벌리고 발은 안쪽으로 굽힌 다음 용린정권의 기수식을 펼쳤다. 륭사부와 태평양의 무인도에서 삼일간 수련을 하며 배운 동작으로 여기에 권묘결을 더하면,
마샬아츠 더 풋프린트(Footprint) 용린정권 권묘결 일축(一蓄)
이미 율리시안을 위시한 팬텀소대가 퍼부은 화력으로 겉표면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있던 유리시험관이 굉음과 함께 박살나버렸다. 안에 가득차 있었던 정체모를 수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수압때문에 처음에는 내 주먹만 했던 구멍이 점점 겁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독룡 팔타로스를 비호하던 견고한 유리성도 그 역할을 다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나는 틈을 주지않고 추가타를 넣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팔타로스는 수액에 휩쓸리지않고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콜로세움의 천장으로 비상했다.
"내 사역마들이여 깨어나거라!"
팔타로스가 5.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것처럼 웅장한 소리로 외치자 콜로세움의 관중석에 박혀있던 유리시험관들이 와장창 박살났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데미 드레이크의 유체라고 짐작했던 생명체가 꼼지락 거리며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유체가 아니라 본래 덩치가 뉴트리아만한 생체병기였다. 생김새도 뉴트리아처럼 생겨서 날카롭게 버려진 앞니가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말하는듯했다. 엉금엉금 시험관 밖으로 기어나오듯 하다가 입안에서 점액성물질을 토해내고 난 이후에는 마치 공포영화의 좀비때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시커먼 쥐새끼 무리들을 보고 있노라니 팔타로스가 제법 똥줄이 타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드래곤씩이나 되면서 저런 최하급 사역마를 부려 시간을 끌려하다니 물론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고양이정도는 씹어먹을듯한 비쥬얼을 갖추었지만 그래봐야 데미 드래이크에 비하면 코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놈들이다.
"륭사부가 저 쥐때들 좀 막아줘요. 그리고 시스트린은 천장에 올라가서 저 파충류 자식을 1초라도 좋으니까 묶어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본체로 변신해도 상관없는거죠?"
"당연하지. 여기 보는눈이 누가 있다고 변신을 망설여?"
"혹시나 새로온 신입이 변신한 저를 보고 놀랄까봐 그랬죠."
"그것참 배려심 두둑한 선배님 나셨네."
륭사부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데미 뉴트리아 군단에게 달려들어 현란한 박투술을 펼쳐보였다. 드문드문 내가 할당해준 이매망량 백인대로 거대한 주먹을 실체화 시켜 데미 뉴트리아를 뭉터기로 압사시키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역시 륭사부에게 주먹이란건 단순한 신체부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기 때문에 밴쉬 그래플러가 된지 얼마안되서 실체화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지상은 륭사부에게 맡기고 시스트린은 거미줄을 타고, 나는 이매망량을 도움닫기 삼아 천장으로 곧장 올라갔다.
권묘결을 사용했던 왼손은 용조송으로 둘러쌓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아직 팔과 두다리가 남아 있긴 했지만 신중하게 100% 확실한 찬스만을 노려야 했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천장에 부유중인 팔타로스는 그것만으로도 벅찬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역시 처음 생각했던대로 팔타로스의 육체에는 하자가 있는게 분명했다. 게다가 연속적으로 고위용언을 남발한 덕분에 당분간은 마땅한 공격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지 빠르게 천장으로 접근 중인 나와 시스트린을 보고 이렇다할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시스트린도 직감적으로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는걸 알았는지 거미줄을 타고 팔타로스의 등뒤를 점했다.팔타로스가 허둥지둥 시스트린을 팔로 쳐내려 했지만 너무나 둔한 움직임이라 모기새끼 한마리 잡을 수 없어 보였다. 몸을 뒤흔들며 시스트린을 때내려 했지만 이미 시스트린은 본체로 현신해서 우악스러운 8개의 다리로 팔타로스의 몸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거대한 절지류 동물이 팔타로스를 감쌈과 동시에 입에서 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끈적끈적하면서도 놀라운 강도를 지닌 거미줄이 팔타로스의 한쪽 날개를 덮쳤다.
"감히 아라크네족 따위가 어디서 덤비느냐!"
"그말 그대로 돌려줄까? 감히 베놈 드래곤 따위가 어디서 죽음의 신에게 덤벼.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고른거야. 그리고 말은 바로해야지 나는 엄연히 아라크네족이였던 흡혈귀라고."
팔타로스가 떨어질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목덜미를 감싼 시스트린의 다리를 잡아 뜯었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갑각류의 그것처럼 생긴 다리가 허망하게 분리됬지만 시스트린은 비명한번 지르지않고 팔타로스의 날개를 휘감는 거미줄을 토해내는데 열중했다.
덕분에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팔타로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미 지상은 륭사부가 있는 힘껏 날뛴 덕분에 데미 뉴트리아의 시체로 가득한 상태였다. 팔타로스가 지상으로 낙하하기 직전 시스트린이 미리 천장과 연결해둔 거미줄을 타고 빠져나갔다.
결국 재생되긴 하겠지만 시스트린이 한쪽 다리를 희생하면서 만들어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나는 팔타로스를 따라 낙하하며 최후의 일격을 가할 준비를 했다. 독령제절초라는 성가신 기술때문이라도 이번 일격에 팔타로스를 죽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