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16화 (11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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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블루아주의 실험가운이 펄럭이기 시작하더니 글자형태의 븕은 문신이 흰옷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루아주의 연구실에서 꽤 거리가 있는 상공에 부유중인 기야스함내에서도 느껴지는 영압의 파동. 이건 절대 내 영압에 밀리지않는 수준 아니 그 이상일지도.

블루아주 영감탱이와 율리시안이 피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양패구상 혹은 어느 한쪽이 가까스로 이겼을때 난입해 어부지리를 노리려 했건만 이건 생각치도 못한 일이다.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존재인 드래곤을 지구상으로 불러냈단 말인가?

그딴 일이 가능할리가... 없다고 단언할 수 는 없겠군. 생각해보면 아바타 옥사건도 VOTO의 존재였다가 수왕성으로 탈출했으니 용린혁 가주처럼 VOT 제어망을 끊을 수 있는 네임드 몬스터 혹은 NPC가 모종의 수단으로 VOTO를 벗어나지 못하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용린혁 가주가 말하길 VOT 제어망은 VOTO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들의 몸속에 존재하는 폭탄의 도화선 역할을 겸한다고 한다. 저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어찌어찌 VOT 제어망을 끊었다고 쳐도 자신의 육신을 그대로 이끌고 VOTO밖으로 나올 수 는 없었을터.나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거대 시험관 속에 잠들어 있는 드래곤을 더 유심히 관찰했다.블루아주의 실험가운에 붉은 글씨가 투영되다 못해 타오르기 시작하자 시험관 속에 있는 드래곤의 몸에도 유사한 붉은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드래곤의 몸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던 나는 내가 알고 있던 그 드래곤이 아님을 눈치챘다. 드래곤의 몸은 그야말로 털끝하나 가벼이 볼 수 없는 최고급 재료의 보고. 허나 시험관 속의 드래곤은 비늘이 윤기가 없고 볼품이 없을뿐더러 유전자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인공숲에 있었던 데미 드래이크의 초거대화 버전이랄까. 그제서야 나는 안심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를 새로만든것처럼 새로운 영혼의 그릇을 만든 모양인데 솔직히 말해 여기저기 금이가고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사기그릇에 아무리 대단한 자의 영혼이 담긴다한들 제 위력을 발휘할 수 가 있을까? 어쩌면 율리시안선에서 끝날지도 모르지.

-그대가 이 땅의 필멸자들 중 첫번째 도전자인가?

-유리병 속에 쳐박혀 숨어있는 주제에 잘도 건방진 소리를 늘어놓는군. 나는 도전자 따위가 아니라 내 사랑 비비앙을 납치한 네놈들에게 벌을 내릴 단죄자다! 모두 다시 사격 개시!

-예스, 마이 캡틴.

-패기가 넘치는 것은 물론 순정파에 속하는 도전자인가. 첫 도전자로서 나를 즐겁게 해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품이로군. VOT 시스템과 접촉하기 이전에 만난 필멸자들은 내 그림자만 보고도 내빼기 바빳거늘. 이 땅의 필멸자들은 과연 용감한것인지 무모한것인지 내 친히 판별해주겠노라! 하지만 그전에 쥐새끼처럼 숨어있는 놈부터 제거할 필요가 있겠어. 도전자와의 유희를 방해받는건 질색이니까.

용언낭독(龍言朗讀) 삼구(三句) 루비아 에시다 살(Lluvia acida Sal)

블루아주의 실험가운에서 타오르던 붉은 글씨가 끝내 재가되어 사라지자 블루아주는 노쇄한 몸을 바닥에 누이고 미동도 하지않았다. 대신에 거대 시험관에 잠들어 있던 드래곤이 시뻘건 안광을 번뜩이며 눈을 떴다.

개안 후 율리시안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아하니 데미 드래이크들처럼 본능에만 충실한 존재가 아닌 이성이 있는 존재였다. 그뿐만 아니라 클로킹 모드로 숨어 있는 익스플로이드 스네이크를 간파해내는 혜안까지 지녀 브리핑 홀로그램을 주시하던 내 심장을 덜컥 내려 앉게 말들었다.

절대 우연이 아니라 익스플로이드 스네이크의 존재를 인지하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이질적인 단어를 읊조린다. 그러자 전설에 나오는 용이 비를 부리는것처럼 난데없이 스네이크 기체 위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스네이크 기체는 회피기동을 해보려 했지만 비사이를 피해 도망간다는건 아무리 오버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인 기야스의 산물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였다. 겉표면이 녹아내리더니 결국 메인기능이 정지되었고 브리핑 홀로그램은 암전되었다.

-함장님 익스플로이드 스네이크로부터 신호가 완전히 끊겼습니다. 추가로 정찰기를 파견할까요?

"아니. 더이상 엉덩이 붙이고 가만히 있다간 때를 놓치겠어. 시스트린과 합류해서 끝장을 봐야지."

"자... 잠깐, 저 터무늬없는 생체병기는 도대체 뭐야? 설마 VOTO의 몬스터가 그대로 튀어나온건 아니겠지. 일단 후퇴했다가 미국방성의 힘을 빌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리 펜타곤 장군님들의 엉덩이가 무거워도 이 영상을 보면 가만히 있지 않을걸. 아니면 뉴욕 지하철 밑에 저런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기만 해도 미당국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나도 자세한건 몰라. 하지만 한가지 일반인들에게 맡겨둘만한 놈이 아니라는건 알겠군. 율리시안과 싸우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빠졌을때 싸우는 편이 차라리 나아. 화근은 발견했을때 꺼줘야지 방치했다가 산불이 되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 골치아파질걸? 그러면 전장에 나서기 전에 마누라랑 진하게 뽀뽀나 하고 출발할까?"

"아니 누가 당신 마누라라는거... 으으 징그러우니까 이런거 좀 그만둬줄 수 없어?"

나는 비비앙을 끌어당긴 다음 솜털이 보송보송한 볼에 진하게 입맞춤했다. 키스마크로 도장을 남길 기세로 밀어부치다 보니 비비앙이 질색해한다. 나는 입술을 때고 비비앙을 일으켜 세운다음 탱탱한 궁뎅이를 팡팡 때려주는것으로 출전의식을 마쳤다.

"이번 일 끝내고 돌아오면 함선에서 제대로 한판 떡칠 생각이니까 서방님 돌아오실떄까지 가랑이 간수 잘하고 있어라. 정조대같은걸 다시 차고 싶지는 않겠지?"

"도대체 이 함선에 당신같은 변태가 또 누가 있다고 조심하라는거야?"

"예를 들면 기야스가 식수 보급용으로 나눠준 보온병이라던지."

"미쳤어, 미쳤어, 당신 정말 미쳤어. 도대체 당신이 율리시안과 다른게 뭐야?"

"아주 중요한 차이가 하나있지. 율리시안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일편단심이였다면 나는 이 여자, 저 여자 껄떡거리는 난봉꾼이라는거? 최소한 내가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을때에는 비비앙 너도 편히 쉴 수 있겠지. 아니면 의외로 내 품을 그리워한다던가?"

"꼴도 보기싫으니까 당장 꺼져. 싸우다가 좋지않은 곳을 맞아서 고자나 되버려라!"

"내가 고자가 되면 정말로 고통받는건 내가 아닐텐데? 이런 잡담하느라 시간을 너무 써버렸군. 네 전남자친구 율리시안이 최대한 버텨주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그럼 진짜로 출발한다."

나는 함장석에 안착한 다음 레일을 타고 기야스 함 밖으로 향했다. 상공 100m 위에서 내려다본 뉴욕 시민들은 정말 쉴틈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하니 뉴욕 지하철 밑에 고질라도 찜쪄먹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겠지.

영압이라는 것은 본래 영력을 다루는 재능이 있는 영매가 아니면 감지가 불가능 하니 말이다. 나는 FAS(Fabric Archane Suit)의 클로킹 모드를 발동시키고 지상으로 낙하했다. 이매망량을 이용해 하강속도를 적절히 조율하며 깃털처럼 아스팔트 위에 내려선다.

지상에 착지한 순간 지하철을 향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덴클레오의 생명석을 흡수한 이후 나는 전력질주로 내달려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몸이 되버렸다. 하지만 육상선수 뺨치는 지구력을 손에 넣었다해도 용린은리 사저의 경공에 비할바는 아니였다.

역시 사람이란게 아쉬운순간이 와야 배울 의지가 생기는 모양. 이번 일이 끝나고 수왕성으로 돌아가면 용린춘 장로에게 단순한 경공도 하나 가르쳐달라 해야겠군.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미로처럼 얽혀 있는 뉴욕 지하철을 가로질러 마침내 시스트린과 륭사부의 영압 족쇄가 팽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안에서 내가 뭘봤는지 들으면 정말 깜짝 놀랄걸."

"왜요? 연구소 안에 드래곤이라도 잠들어 있던가요?"

"......"

"어머 제가 맞춘거에요? 제가 주인님의 대사를 뺏은 꼴이네요. 오 신이시여! 시스트린 이 감좋은 여자를 어찌하면 좋을지."

"드래곤이라는게 무엇이지?"

"뱀같은 몸에 독수리의 날개와 호랑이같은 발톱을 지닌 짐승들 중에서도 끝판왕쯤 되는 녀석이죠. 아마 륭사부는 처음보는 생명체일려나."

"그렇다면 이번 사냥은 제법 힘들어지겠군."

"맞아요. 아마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죠. 그래서 우리는 사냥감이 다른 사냥꾼과 싸우다가 지친 순간을 노릴거에요. 지금 곧장 달려가야 그 타이밍이 나올것 같으니 어서 출발하죠."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시스트린과 륭사부가 경쟁하듯 허물어진 벽안으로 입장했다. 그 날랜 속도를 보아하니 정말로 분발해야할것은 저 둘이 아니라 나인듯 싶다. 그 뒤를 따라 복도에 입성하니 륭사부와 시스트린이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과 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아니 잠깐 팬텀 소대가 지나가면서 전부 파쇄된거 아니였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사이에 수리 및 청소가 완료되었다고 볼 수 는 없으니 복도자체가 교체되었다고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델타포스 소대가 지나간 흔적이 처음부터 없었던것처럼 보였던것도 다 설명이된다.

사실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이 있다한들 큰 위협은 없었다. 오히려 시스트린과 륭사부가 몸을 풀기 딱좋은 기회를 제공받은 기분이다. 나는 하릴없이 그 둘의 뒤를 따라 복도를 통과해 단숨에 인공숲에 도달했다.

복도는 새걸로 교체된다 한들 인공숲은 무리였는지 드문드문 데미 드레이크의 시체가 보일뿐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어보였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귀찮음을 감수하고 민간군사기업 고스트를 끌어들인 성과였기 때문에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인공숲을 지나쳤다.

마침내 활짝열린 콜로세움의 입구에 도달한 나는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시스트린과 륭사부 사이를 지나쳐 드래곤과 조우할 준비를 했다.

"벌써 두번째 도전자가 찾아온건가? 이 행성의 필멸자들은 참으로 부지런하군. 처음에는 나도 경황이 없어 도전자들과 통성명조차 하지 못했다만 유구한 세월속에서 나를 즐겁게 해준 몇 안돼는 필멸자들의 이름은 기억해두는것이 도리겠지. 나는 대지를 독기로 병들게할 운명을 타고난 독룡 팔타로스다. 필멸자여 그대의 이름을 밝혀라."

"아 그러니까 뭐더라? 아 맞아! 저는 민간군사기업 레이쓰의 사장인 키메라 워리어 되겠습니다. 이쪽은 부하 A와 B고요. 오늘 이렇게 찾아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생태계 교란종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들어서 말이죠. 먹이사슬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시급히 박멸할 필요가 있을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민간군사기업 레이쓰? 나의 종인 블루아주로 부터 그런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거늘 감히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아니 자기가 들어본적없는 단체명이면 세상에 없는줄 아십니까? 완전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네. 댁이야 말로 생태계를 우롱하지 마십쇼. 무슨 백악기에서 빙하타고 오셨나? 요즘처럼 포유류가 짱먹는 시기에 그 덩치를 유지할려면 소 100마리는 먹어야할텐데 소 100마리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사료면 아프리카에 있는 어린이 1만명은 구할 수 있다 이거 아닙니까?"

나는 입으로는 얼토당토 않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눈으로는 주변에 널부러진 팬텀 소대를 살폈다. 드래곤 자칭 독룡 팔타로스는 아직 유리시험관에서 나오지도 않았거늘 모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죽어 있었다.

사인은 아마도 산성물질로 인해 주요장기가 녹아내린 까닭인가. 소총탄 앞에서도 멀쩡했던 팬텀슈트는 속절없이 녹아내려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덕분에 방호기능을 상실한것으로 보였다. 잠깐 캡틴 슈트에 탑승한 율리시안은 어떻게 된거지?

나는 입은 쉬지 않은채로 데굴데굴 눈알을 굴리며 그의 신변을 찾았다. 원체 눈에 띄는 슈트였으므로 팬텀 소대에게 둘러쌓인채로 보호받고 있었음에도 금새 찾아낼 수 있었다. 비비앙이 그렇게 정면승부를 피하라고 거듭 경고했던 캡틴 슈트도 여기저기 녹아내린채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 자식들 잠깐 사이에 정말 속절없이 당했구나. 좀 근성을 보여서 팔타로스의 날개죽지라도 끊어보지. 그래야 내가 이이제이의 전략을 수립한 보람이 있을것 아닌가? 아니 잠깐만 캡틴 슈트가 살짝 꼼지락 거렸던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가까이에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 나라의 역사와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독룡 팔타로스도 슬슬 내 개소리에 인내심이 바닥난 모양이다.

"필멸자여 잡소리가 길다! 그냥 나에게 도전하고 싶다는 한마디가 어찌하면 그렇게 길어질 수 있는것이냐. 더 이상 입을 놀리는것은 그만두고 덤비거라!"

"적이 싫어하는 행동은 더 적극적으로 하는것이 병법이죠. 그러니까 지구의 생태계에 녹아들고 싶으시다면 덩치를 줄이시던지 채식을 하시던지 음식쓰레기를 드시던지 셋중 하나는 결정하셔야 한다고요. 개인적으로는 눈 딱감고, 코 막고 음식쓰레기를 드시는걸 추천합니다. 매년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느라 수십업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이제는 못참는다! 그냥 죽어라 필멸자여! 네 놈의 이름은 민간군사기업 레이쓰가 아닌 수다스러운 얼간이와 함께 기억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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