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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두려움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지 동족들의 피냄새를 맡고 오히려 더 광분해서 정면돌진만 강행했던 드레이크 아류 생체병기들도 결국엔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율리시안을 위시한 팬텀 소대는 이렇다할 경상자도 없이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에어리어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나는 솔직히 드레이크의 인공숲에서 율리시안의 팬텀소대가 반정도는 죽어주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온전히 병력을 살려서 다음 에어리어로 향하다니 블루아주가 늙은 생강이 맵다는것을 보여주길 기대해볼 수 밖에.
인공숲을 지나 다음 에어리어로 향하는 철문 앞에선 율리시안은 다시한번 캡틴 슈트의 힘을 빌어 철문을 박살내려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공숲을 빠져나가는 길에 위치한 철문이 저절로 열렸다.
캡틴 슈트의 주먹을 당겼다가 내지르기 직전이였던 율리시안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수식을 풀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철문을 통과했다. 팬텀소대는 말없이 그 뒤를 따랐지만 내 고간에 엉덩이를 비비고 있던 비비앙은 풉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젊고 유능한 공학자이자 이 시대의 지성인인 율리시안 헉스포드를 만나 영광이군. 데미 드래이크를 상대로 보여준 활약은 아주 인상적이였다네. 어줍잖게 익힌 싸움질로 스스로를 천외천의 일원이라 뽐내는 무투계열의 얼간이들과는 비교가 되질 않아. 역시 펜이 칼보다 강한법 아니겠나?
율리시안이 입성한 공간은 마치 콜로세움처럼 뭔가에 둘러쌓인 형태의 지하공동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뭔가는 관중이 아니라 유리시험관에 갖힌 정체불명의 생명체였다. 역시 데미 드래이크인지 뭔지가 전부가 아니였던 모양이군.
하지만 아무리 봐도 성체가 아닌 유체로 보이는 그 생체병기는 유효전투력을 지닌 존재는 아니였다. 아니 이 블루아주 영감탱이가 무슨 자신감으로 철문을 열어준거야!라고 힐난하려던 순간 나는 콜로세움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시험관의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째서 처음 그 거대한 시험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아파트만한 시험관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 안에 드래곤처럼 생긴 생명체가 잠들어 있으리라곤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던 탓이였다.
드래곤. 그것은 온갖 환상종이 범람하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도 압도적인 무력과 마력으로 유저들을 보잘것 없는 존재로 만드는 지고한 존재. 마룡 쉐도우스틸과 직접 싸워봤기에 그 위명이 과장된것이 아니라 과소평가된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나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그냥 껍데기만 재현한것이라면 의미가 없다.드래곤이 그 거대한 동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드래곤 하트의 막대한 마력으로부터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브레스를 뿜을 수 있는것도, 팔구십번대의 술식을 남발할 수 있는것도 어디까지나 드래곤 하트 덕분.
마력입자농도가 제로인 즉 마력원천이 없는 지구에서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그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배터리가 방전되는 고성능 스마트폰일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는 없다는게 내 생각이였다. 하지만 블루아주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지언데 어찌하여 저런 비효율적인 생체병기를 만들 생각을 한것일까?
-흰소리는 작작하고 당장 도엔버 크로스데일을 내놔라.
-도엔버라. 내 손주녀석을 말하는건가? 내 핏줄을 이은 상속자들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녀석이였지만 귀중한 젊음을 명예와 권력같은 쓸데없는곳에 낭비하는 경향이 있더군. 물론 나도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각설하고 어찌됐든 상속자들중에서는 가장 큰 세력을 지니고 있었던지라 아이언 가고일이라는 친구를 꼬리로 붙여놨었는데 어느날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네.
-흰소리는 작작하라고 했을텐데.
-Gone with the Wind. 1939년 빅터 플래밍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지. 자네 세대는 잘모르는 영화일것 같아 주석을 덧붙였네. 내 손주 녀석이 자네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모양이지? 내 분명 천외천 유저는 함부로 건들이지 말라고 거듭 주의를 했었네만. 건방진 자식이 상의원에 한번 당선되고 나더니 하늘 높을줄을 모르고 까불더니 기어코 사고를 친 모양이군. 내가 대신 정중히 사과하겠네.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하는군. 도엔버와 내 사랑이 함께 있는걸 목격했다는 증언이 담긴 이메일은 물론 내 사랑이 보낸 실낱같은 구조신호가 이 연구소에서 나오는걸 수십번이나 확인했는데 발뺌하는건가? 처음부터 시덥잖은 의뢰에 터무늬 없는 거액을 걸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간계를 부리다니! 당장 그녀를 내놓지 않으면 안그래도 얼마안남은 명줄 내가 더 당겨주도록 하지.
율리시안이 부하에게서 레일건을 건네 받아 콜로세움 중앙의 거대 시험관을 겨냥했다. 블루아주는 콜로세움의 전광판에 얼굴만 비치고 있었기 때문에 노릴 수 없지만 딱 봐도 중요 실험체로 보이는 드래곤을 노린다면 블루아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으리라.
-이보게 율리시안, 자네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는것 같군. 이 연구실에는 도엔버도 자네의 여자친구도 없다네. 자네같은 지성인이 다른 누군가의 간계에 놀아나다니 유감이야. 오호 이런이런, 갑자기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군. 내 손자 도엔버가 내게 반기를 들기 위해 자네를 함정에 빠드리는 그림이 말이야. 아마 도엔버 녀석이 자네 여자친구를 납치했다는 이야기 자체는 사실이겠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손주를 시켜 납치나 일삼다니.
-워워 진정하게 율리시안. 사람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것 아니겠나? 도엔버가 자네 여자친구를 납치한것까지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후의 전개는 자네가 생각했던것과는 전혀 다를걸세. 혹 이이제이라는 동양의 사자성어에 대해서 알고 있나? 간단히 설명하자면 도엔버는 율리시안 자네로 하여금 나를 제압하거나 내 세력을 약화 시킬 목적으로 가짜 구조신호를 내보냈다 이 말일세.
-그 구조신호는 내가 직접 암호화했기 때문에 절대 위조할 수 없어! 애시당초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모든걸 물려받을 손자가 다죽어가는 할아버지에게 왜 반기를 들어야하는데? 죽기전에 사회에 전재산을 환원하겠다는 유서라도 쓴 모양이지?
-이건 크로스데일가 내부사정이라 가급적이면 말하고 싶지 않았네만 무의미한 싸움을 하고싶진 않으니 말해주지. 나는 VOTO때문에 제 4의 물결을 맞이할 세상에서 크로스데일가를 이끌어갈 상속자를 뽑기 위해 절벽으로 새끼 사자를 미는 어미 사자의 심정으로 강경책을 하나 펼쳤네. 바로 분기마다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끔찍한 고통을 겪는 독을 상속 후보자들에게 먹이고 서로 경쟁하게 한거지.
-크흐흐흐흐흐.
나는 절대 블루아주가 차기 상속자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독을 먹였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점차 쇠약해지는 자신과 다르게 세를 불려나가는 상속 후보자들에게 목줄을 채울 구실이 필요했던것뿐. 율리시안도 블루아주의 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는지 대놓고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단지 시대를 주도해나갈 상속자가 가업을 이어줬으면했을 뿐인데 도엔버가 내 뜻을 곡해한 모양이야. 이보게 율리시안. 나는 자네와 적이 되고 싶지않네. 굳이 따지자면 동맹을 맺고 싶은 상대랄까. 우리가 힘을 합쳤을때를 상상해보게. 도엔버 녀석 따위는 단숨에 쓰러트리고 자네의 여자친구를 되찾는것은 물론이고 세계의 질서를 재편성할 수 있지.
-그렇게까지 잡아때는것을 보아하니 확실히 내 사랑을 납치한건 도엔버라는 녀석의 독단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오오 이제야 내 진심을 알아주다니 평화롭게 대화로 오해를 풀어나간 보람이 있구만. 아 참! 그리고 자네 최근에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을 허가없이 발사한 일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사실 내가 미국방성 펜타곤에 연줄이 닿아 있어서말이야 우리가 동맹을 맺으면 그 일을 무마시켜줄 수 도 있을것 같군.
-크흐흐. 그 사건은 명백한 내 실수였지. 내 사랑이 위험에 처한것도 모르고 멋대로 이별을 강요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고작 미사일 하나가 엇나간일을 덮기위해서 자기 혈족을 중독시키는 인간이랑 동맹을 맺는건 리스크가 너무 크지. 그럴바에 나는 차라리 도엔버 녀석의 손에 놀아나겠어. 블루아주 회장 당신을 타도하고 도엔버로부터 내 사랑 비비앙을 돌려 받겠다! 일제사격 개시!
-예스, 마이 캡틴!
율리시안을 위시한 팬텀 소대가 드래곤의 형상을한 생체병기가 담긴 시험관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붓기 시작했다. 당연히 얼마안가 시험관이 터져나갈것이라 생각했지만 시험관은 괴랄한 내구성을 보이며 금이 가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었다.
이미 율리시안에게 한톨의 정도 남아있지않은 비비앙이였지만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맹목적인 싸움을 벌이는 율리시안을 보는것이 거북했는지 고개를 돌리며 내 손을 꼭 잡아온다. 나는 그런 비비앙의 턱을 잡고 앙증맞은 핑크빛 입술에 강제로 키스를 했다.
브리핑 홀로그램 너머로 귀가 아플정도의 총격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나는 비비앙의 찰쌀떡같은 몸을 부서질세라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이어나갔다. 혀까지 밀어넣어 비비앙의 치아 하나하나를 맛보다가 설왕설래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비비앙의 설육을 휘감았다.
추웁, 쭙쭙쭙, 쭈웁. 비비앙은 적극적으로 응해오지 않고 내품에서 버둥거리기만 할뿐이였지만 나는 혼자 신나서 비비앙이 호흡곤란을 일으킬때까지 몰아부쳤다. 비비앙이 버둥거리다 못해 내 등을 때리기 시작하고 나서야 나는 입술을 땠다.
질펀한 타액이 나와 비비앙의 입술을 잇고 있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비앙 너는 이제 내꺼야. 나는 율리시안처럼 내 여자를 흘리고 다니지않아. 그러니까 너도 혹여나 미련따위가 남았다면 훌훌털어버리고 내게 이쁨받을 생각이나해."
"미련이 남은게 아니라 저 멍청한 인간이 너무 꼴사나울정도로 불쌍해서... 아니 율리시안 저 인간에게 당한걸 생각하면 내가 동정을 한다는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군. 미련같은건 없으니까 당신이나 영상에 집중해. 전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야 중간에 난입할 타이밍을 잡을거 아니야?"
비비앙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브리핑 홀로그램을 주시했다. 계속된 집중포화에도 금이갈뿐 깨지지 않는 유리시험관은 그 재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율리시안도 이대로는 탄환낭비밖에 되질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사격을 중지시키고 사태를 살핀다.
-율리시안 자네가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다니 정말로 유감일세. 도엔버 녀석이 무슨 장난질을 쳐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분기에는 해독제 대신에 안락사 주사를 보내줘야겠구만. 해독제가 없으면 죽는것보다 괴로운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일세.
-로켓 런쳐 준비해!
-예스, 마이 캡틴.
-내가 VOTO의 바드들 사이에서 떠도는 전설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세상을 어지럽힐 3마리의 악룡이 있으니 하늘을 암운으로 뒤덮을 마룡 쉐도우스틸, 대지를 독기로 병들게할 독룡 팔타로스 그리고 필멸자들을 괴이로 잠식할 사룡 아크네메시스가 한자리에 모이는것을 경계할지어다. 다행히도 마룡 쉐도우스틸이 VOTO에서 그 자취를 감추면서 전설이 염려했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사라졌네만 사실 악룡중 1마리만 강림해도 그 세상에게는 대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지.
-다시한번 일제사격 개시!
아무래도 거대 산탄총이 원거리에서는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율리시안은 팬텀 소대로 하여금 다른 무기를 사용하게끔했다. 삼삼오오 모여 로켓 런쳐를 지지하기 시작한 팬텀 소대와 함께 캡틴 슈트의 레일건이 다시 불을 뿜었다.
이번에야 말로 유리시험관이 박살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는 거미줄처럼 실금이 확장됐지만 끝내 무너지지않은 유리시험관을 보고 질겁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지구에 존재하는 강화유리가 아니라 VOTO의 지식으로 탄생한 슈퍼유리일지도.
결국 유리시험관은 멀쩡했지만 율리시안의 행동이 아무 성과도 없었던것은 아니였다. 이대로 지켜볼 수 만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블루아주가 콜로세움의 바닥에서 솟아오른것이다. 물론 맨몸이 아닌 사람 크기만한 유리시험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분을 도와 지구를 정복할 첨병이될 기회를 줬더니 멍청한지고. 젊기 때문에 어리석은것인가 어리석기 때문에 젊은것인가. 어디 한번 항거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해 있는 힘껏 발악해보거라, 캡틴 고스트 율리시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