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12화 (11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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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이제는 팬텀이랑 면담을 할 차례인가."

나는 FAS(Fabric Archane Suit)로 깔끔하게 환복한 다음 함장석에 착석해 의무실로 이동했다. 아직 팬텀 그러니까 비비앙 칼빌레이는 처음 탑승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기야스 함내에서 포로신분이였지만 말썽없이 함내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자의적으로 개인 선실을 제공하려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팬텀은 하루에 한번 거울을 보듯 인바디 스캔으로 자신의 몸에 GPS 추적장치가 없는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하여 팬텀은 식량이나 식수는 물론 심심풀이용 영화나 드라마 파일까지 의무실을 통해 제공받고 있었다.

그렇게 사회와 접점없이 혼자서 지내는 나날이 많아질 수 록 오히려 팬텀의 정신상태는 점점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내가 함장석을 타고 의무실에 도착하자 쳐다보지도 않고 내가 준 파자마의 가슴단추를 풀어헤친 후 다시 드라마에 집중한다. 만져볼테면 만져보라는 기세였다.

평소같았으면 사양않고 떡주무르듯 유방을 주물렀겠지만 최근 유체화 상태로 함내를 제집마냥 배회하는 륭사부때문에 섣불리 그럴 수 가 없었다. 라 일족의 가치관은 성적 문화에 대해서 너무나 보수적이라 처음 내가 팬텀이 전쟁포로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젖꼭지를 희롱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야말로 화산이 폭발하듯 대노했다.과연 륭사부는 살아생전의 정신력이 보통이 아니였는지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며 나를 훈계했다.내가 륭사부에게 이매망량을 할당해준것도 아닌데 주위 물건들이 부들부들 떨며 부유하기 시작해 훈계를 무시할 수 도 없었다. 전쟁포로라고 해서 여성을 희롱하는 일은 짐승만도 못한 야만족이나 하는 짓이고 문명인이라면 오히려 그녀를 잘 보듬어 전쟁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도와야한단다.

나는 그러면 오늘부터 문명인 말고 야만족을 자처하겠다고 말하려다 유체화 상태인 륭사부가 기야스 함선 내부를 돌아다니며 무슨 사고를 칠지 알 수 없어 일단 수긍했다. 지금 함선 어디선가 권각술을 복기하다가도 나와 연결된 영압족쇄를 느꼈을테니 이쪽으로 곧장 달려올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처음보다 상태가 많이 안정된 모양이군."

"덕분에."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율리시안 헉스포드라는 인물의 행동패턴에 대한 조언이 필요해서 말이야. 이제는 최소한 그의 이름만 듣고 오금을 지리는 일은 없잖아?"

"이 곳이 안전한 장소라는걸 알았으니까. 전반적인 생활조건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도 당신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않고 내팽겨 쳐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그래 이번 질문에만 성실하게 대답해주면 더 무관심한 태도로 네가 독거노인처럼 이 함선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일전에 팬텀 네 몸에서 GPS 추적장치 4개를 적출한적이 있었지? 만약 그 GPS 장치들이 뜬금없이 뉴욕 지하철의 폐쇄된 노선에서 신호를 발산한다면 캡틴 고스트 율리시안은 어떻게 반응할것 같아?"

"율리시안은 강박증 수준으로 내게 집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야. 즉 그 GPS 신호가 단순히 내 몸에서 나오는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본래라면 장거리공대지유도탄에 나와 같이 폭사했어야 했을 GPS 추적장치 4개가 고스란히 작동한다는것을 알게되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눈치채겠지.

사실 율리시안은 내 정조대가 파손돼었다는 사실만알뿐 미얀마 지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는 모르니까 정황을 파악해 나를 죽이거나 다시 소유하기 위해서라도 조사단을 파견할거야. 혹시 당신이 격추했던 스텔스 잠수함의 잔해가 어떻게 됬는지 알고 있어?"

스텔스 잠수함의 잔해라면 기야스가 나도 모르게 함선 내부로 인양한 상태였다. 사실 스텔스 잠수함을 격추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다가 화이트탈론(Whitetalon)을 제작하기 위해 공정실에 들렸다가 알게된 사실이다.

알고보니 기야스는 함장의 명령이 없어도 수리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잔해를 발견하면 익스플로이드를 통해 자동으로 수집한 뒤 메카로이드를 통해 정해진 규격대로 자르고 녹여서 보관한다고 한다.

물론 해저 수백미터속에서도 수압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된 스텔스 잠수함의 재질이 보통 금속은 아니겠지만 우주의 극한 환경속에서도 기스하나 나지않는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의 외벽재질을 대신할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단지 외부 탐사 및 수집에 나선 익스플로이드가 외부환경에서 손상을 입었을경우 수리하는 용도로는 충분하다고 기야스가 판단했기에 바리바리 잔해를 싸들고 왔던 것이다. 즉 율리시안이나 미국방성에서 미얀마 지부 근해를 샅샅이 뒤진다 한들 잠수함의 흔적을 찾을 수 는 없을 것이다.

"이쪽에서 인양했기 때문에 그 누가됐던 포크하나 찾아내지 못할걸? 미얀마 지부야 말할것도 없고."

"그렇다면 율리시안을 엿먹일 괜찮은 시나리오가 하나 있어. 당신이 원한것도 그런거 아닌가?"

"눈치가 빨라서 좋군.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 의뢰주였던 도엔버랑 너랑 스캔들 사진이라도 연출해서 인터넷에 뿌릴까?"

"누차 말하지만 그렇게 노골적인 단서를 뿌리면 율리시안은 곧바로 함정이라는걸 눈치챌거야. 물론 함정이라는걸 알아도 나를 잡기위한 수단을 강구하겠지만 함정이 있다는것을 알고 있는 사냥감과 모르고 있는 사냥감을 잡는것은 천지차이지. 하지만 도엔버 크로스데일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아.

어느날 갑자기 의뢰주와 함께 통채로 사라진 스텔스 잠수함.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의 소재 아니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엔버를 직접적으로 노출시키는것도 별로야. 도엔버의 지인중 한명의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서 정말 실낱같은 단서 하나만 뿌리는거지. 통상적으로 절대 엿볼 수 없는 정보일 수 록 율리시안은 그 정보를 신뢰하게 될거야.

똑똑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같은거지."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그렇게 시간이 많지않아.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적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지않은것 뿐이지만. 어느새월에 율리시안이 도엔버도 아니고 지인의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해킹할때까지 기다려야한다는거야?"

"최측근의 경우 미얀마 지부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지금까지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을거야. 율리시안의 스타일을 알기때문에 나는 확신해. 그는 인내심 싸움을 즐기는 사냥꾼이니까."

최측근이라는 표현에 나는 불현듯 아야사의 팬트하우스에 방분했던 카멜리아가 떠올랐다. 비록 별거중이라고는 하지만 유명 여배우 아내의 존재는 분명 율리시안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일터. 마침 그녀가 한국에 있으니 접근하기도 쉽겠지.

"예를 들면 도엔버의 부인인 카멜리아 로 다로같은?"

"나도 그녀의 이름은 들어본적 있어. 아직 완전히 갈라선것도 아니고 새애인이 생겼다는 소문도 없으니까 괜찮지않을까?"

"그런데 그런 유명인의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해킹하는 일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건가? 나야 직접 자택에 잠입해서 메시지를 꾸며낼 생각이지만."

"율리시안은 기계공학뿐만 아니라 컴퓨터공학분야에서도 거의 박사수준의 지식을 습득한 괴물이야. 실제로 고스트 슈트의 경우 단순히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사격보정같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그래서 카멜리아가 어떤 메시지를 도엔버에게 보냈을때 율리시안의 눈이 뒤집힐까? 생각해둔거 있나?"

"우린 이제 완전히 끝이야. 너의 새로운 핑크 피앙새와 잘해보는게 좋을거야. 아무리 너라도 이혼을 2번이나 거치면 거덜나 있을테니까. 하고싶은말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내 전담변호사 켈빈과 연락해정도면 좋을것 같군."

"오케이, 받아 적었어. 기야스 한국으로 돌아가자."

-함장령 수리했습니다. 0.5 시간정도가 소모될것으로 보입니다.

기껏 한국에서 항공기를 타고 10시간이나 걸려 뉴욕까지 와놓고 기야스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꼴이라니. 애시당초 기야스가 아닌 공항을 이용한 이유가 서류상 내 위치를 한국에서 뉴욕으로 옮기기 위함이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좋아 다음으로 율리시안의 전력분석을 해볼까? 율리시안의 천외천 이명은 뭐였지?"

"건 스미스."

"너는?"

"건 슬링거."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였겠군."

"적어도 VOTO에서만 인연을 맺고 있었을때까지는 그랬지. 그 이야기를 하기전에 내 몸에서 적출한 GPS 추적장치에 관해서 말해둘게 있어."

"뭔데?"

"네가 원하는 장소에 GPS 추적장치 4개가 고스란히 신호를 발산하게 두지마. 차라리 1개만 가져간 다음에 1분정도만 작동하게 둔다음 박살내버려."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지? 율리시안이 신호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율리시안은 아주 치밀한 과대망상증을 앓고 있거든. 뜬금없이 4개의 GPS 장치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의심하겠지만 1개의 GPS 장치가 1분정도 작동하다 끊어지면 마치 내가 납치를 당한 이후에 몰래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착각할거야. 터무늬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율리시안의 뇌구조는 우리들과 달라.

역의 역을 생각하지 않으면 율리시안을 사냥할 수 없을거야."

나는 단순히 GPS 추적장치 4개를 전부 지하철 폐쇄 노선 근처에 뿌려둘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학사생 신분으로 케루빔에 논문을 실은 천재지만 상대는 젊은 나이에 민간군사기업 고스트를 새운 천재였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일단 지금은 상대의 지적수준이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참고하지. 다음으로 율리시안이 젊은 나이에 민간군사기업을 새운 저변에는 VOTO의 지식이 있었을 거라는게 내 생각이다만 뭐 짐작가는거 있어?"

"율리시안이 종종 그런 말을 하곤했지. 왠지 VOTO의 기술을 현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것 같다는. 그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VOTO의 지식이 범상치않다는 것을 율리시안은 일찍이 알고 있었던것 같아."

"너는?"

"나는 아버지가 총기 백화점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총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지. 소위 나는 새도 총으로 명중시킬 수 있는 명사수지만 당신이나 율리시안에 비하면 천외천이라는 이름을 내새우는게 민망할정도지. 생각해보면 순전히 율리시안이 만든 칠십번대 마총 이브닝스타가 있었기 때문에 천외천에 오른걸지도 몰라."

"칠십번대 무기를 직접 만들었다고? 과연 장인계열의 천외천 유저라는건가. 그러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게 거대 산탄총이나 팬텀 슈트라는건가? 고스트 슈트는 양산도 가능한것처럼 보였는데 팬텀 슈트는 몇 개나 있지?"

"일개소대를 무장시킬 정도는 될거야. 다만 율리시안의 신뢰를 받은 고스트들만 입을 수 있기에 대외적으로 노출된 케이스는 적지. 하지만 당신이 정말로 경계해야되는건 팬텀 슈트가 아니라 캡틴 슈트야."

"캡틴 슈트? 율리시안 그 공돌이가 직접 입을려고 만든건가보지?"

"자신이 사장이니까 최고의 슈트를 입어야한다고 생각했던거겠지. 내 생일날 자랑하듯 소개한 캡틴 슈트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전차를 장난감처럼 박살낼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어. 일반소총이 통하지 않는 내구성은 말할것도 없겠지. 당신이 강하다는건 알지만 가급적이면 정면승부는 하지마."

전차를 장난감처럼 박살낸다라. 물론 전차도 전차 나름이다. 알고보니 전차중에 가장 내구성이 낮은 모델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이다. 최근 권묘결을 익힌 나지만 굳이 근접전투를 고집해야할만큼 전투수단이 궁색한것도 아니였으니 호승심을 앞세우는 일은 자제해야겠군.

어느새 기야스는 한국 영해에 접어들고 있었다. 나는 아야사에게 카멜리아의 거처를 묻는 메시지를 보낸뒤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뉴욕에 있는 SSS의 안전가옥으로 돌아가지않으면 시스트린이 어떤 투정을 부릴지 알 수 없었다.

시스트린은 팬텀과 달리 혼자있는걸 달가워하지 않았으니 리볼버 권총 사격이라는 새로운 장난감이 그녀를 최대한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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