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08화 (10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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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현재 나와 륭사부는 기야스를 타고 태평양의 한 무인도에서 삼일째 권묘결을 수련하고 있었다. 독배의 힘을 빌어 생령으로 재탄생한 륭사부는 시스트린처럼 나랑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보채는것도 아니고 패션쇼를 열고싶다는 욕심이 있는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유달리 권묘결의 수련에 집착해 LPTM(Liquid Physical Training Machine)에서 10개 1세트로 팔굽혀펴기, 용린정권, 용린연환각을 꾸준히 시행해오던 내게 추가적인 실전훈련을 요구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권묘결 일축의 경우 1일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어 훈련시간 자체가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랄까.

물론 그대신 짧고 굵은 수련이 나를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호통과 폭력이라는 채찍질로 나를 몰아부치는 륭사부는 마치 내가 권묘결을 능숙하게 두르는것이 자신의 지상과제인것마냥 굴었다. 아니 내가 기대한 밴쉬 그래플러의 보좌는 이런게 아니였다.

여차하면 내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보디가드처럼 아작내는것은 기본이고 내가 피곤할때면 안마를 해준다거나, 내가 목욕을 할때면 슬쩍들어와 목욕시중을 들어주는것. 그게 바로 내가 륭사부의 영혼석을 독배에 떨구면서 그렸던 그림이였다. 허나...

"제대로 하지 못합니까? 소위 대사신이라는 자칭한 연자가 어찌이리 몸이 굼뜹니까? 동체시력, 반사신경, 스프린터, 유연성 뭐하나 눈에 차는게 없습니다. 이번 공격은 귄묘결을 사용해야만 막을 수 있을테니 연자는 준비하십쇼."

"예, 예."

하루치에 해당하는 비타 즉 잉여 생명력이 내 검지끝으로 모여들었다. 단순히 손가락 근육일지언데 지렛대 역할을 하는 엄지는 쇠줄을 당기는듯한 장력의 반동을 느낀다. 엄지까지 권묘결을 써버리면 중지, 약지, 소지로는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을 사용할 수 없다.

하여 4개의 손가락을 튕기고 나면 엄지손가락은 권묘결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힘줄이 끊어질듯해 사용할 수 없다. 륭사부의 손을 봐도 엄지손가락이 유달리 굳은살과 잔근육이 많은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을 자주 사용한 탓도 있지만 평소에도 엄지손가락만으로 물구나무서서 팔굽혀펴기가 취미라고 한다.

만약 내가 귀갑흑석단과 던클레오의 생명석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진즉에 엄지 손톱이 빠지거나 힘줄이 끊어져 버렸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라 일족의 피지컬은 최소 지구인의 2.5배 이상이였지만 륭 사부는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하긴 내 입으로 륭사부의 새로운 신이 되어주겠다고 해놓곤 이제와서 앓는소리를 늘어놓는것도 꼴사나운 일이다. 마치 검도에서 머리!라고 선창한 후에 머리를 공격하는것처럼 륭사부는 공격할 부위를 친절하게 알려준다음에 일권을 내질렀다. 허나 선창 후 일권을 내질르는 페이스가 점점 빨라지는것은 물론 위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게 권묘결을 사용해 수비할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아니 이 인간 권묘결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강하단 말이야?

"어깨!"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Fingerflick) 검지발수 권묘결 일축(一蓄)

"정강이!"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Fingerflick) 중지발수 권묘결 일축(一蓄)

"옆구리!"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Fingerflick) 약지발수 권묘결 일축(一蓄)

"머리!"

마샬아츠 더 핑거플릭(Fingerflick) 소지발수 권묘결 일축(一蓄)

쾅! 쾅! 쾅! 쾅!

오른손에 있는 4개의 손가락이 모두 용조송에 휩싸여 사용할 수 없게 되버렸다. 마치 손가락 골절상을 석고붕대로 고정 시킨 기분이다. 잉여 생명력을 다루는 비타라고 하는 힘이 마력이나 내공에 못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실감한다.

왜냐하면 륭사부가 아무렇지 않게 휘두르는 저 주먹이 거대한 화강암도 박살낸다는 것을 이 두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권과 맞서는 걸로 모자라 1cm정도 륭사부의 신형을 밀려나게 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마샬아츠 더 비타는 1일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을 감수하고도 평생 안고갈만한 능력이였다.

"정말 형편없는 딱밤때리기 였지만 위력자체는 준수했습니다. 아직도 주먹이 찌르르 울리는게 오랜만에 몸이 달아오르더군요. 아무래도 연자는 라일족보다 육체본연의 생명력이 훨씬더 강맹한것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질 않죠."

"내가 최근에 영험한 보약한채를 지어먹어서 좀 건강해져서 그래. 보통 지구인들은 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진 않을거야."

"공전절후한 보약이였던 모양이군요. 제가 연자와 비슷한 수준의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13살때의 딱밤때리기와 비교하면 족히 4배의 위력은 나오는것 같습니다."

"그... 그래? 나는 13살때도 세발자전거 타고 다녔는데 륭사부는 막 멧돼지같은거 잡고다니고 그랬나봐?"

"멧돼지는 그렇게 어려운 사냥감이 아닙니다. 처음 돌진 한번만 피하고 그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면 가죽이 상하지 않게 제압할 수 있지요. 진짜 무서운 사냥감은 곰입니다. 녀석의 앞발 후리기 앞에서는 저도 진심전력을 다한 일권에 귄묘결을 담아 응수할 수 밖에 없지요.

허나 웅피로 만든 피복은 라 일족의 남녀노소 모두가 환장하는 복장인지라 가벼운 골절상정도는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냥감입니다."

"복장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륭사부 지금 복장말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것 같은데."

륭사부는 현재 곰의 머리가죽으로 만든 두건에 표범가죽으로 된 가슴가리개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사실 내 취향에 상당히 근접한 복장이긴 했지만 앞으로 나와 함께하기엔 너무나 튀는 복장이였다. 안그래도 2m 장신에 흑갈색 대리석같은 피부때문에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복장까지 저러면 답이없다.

최소한 복장정도는 캐쥬얼하게 입어줘야 사람들이 풍기문란죄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라 일족의 장정 수십을 해친 흉악한 곰과 표범을 직접 때려잡아 왕국 최고의 푸줏간에 맡겨 만든 옷이다만 어디 문제라도 있는가? 연자여."

"륭사부가 지금입고 있는 옷은 지구의 의류문화하고는 조금 괴리된 복장이랄까? 물론 과거에는 그 비슷한 복장을 인류가 입은적도 있지만서도. 아 맞다! TV라고 하는 물건을 내가 륭사부한테 보여준적 있지? 거기서 혹시 마음에 드는 복장같은거 없었어? 한번 그걸 떠올리면서 의념을 실체화해봐. 생령은 그런식으로 자신의 복장을 바꿀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복장이라. 한번 해보지."

륭사부는 눈을 지긋이 감고 명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과연 어떤 복장이 실체화될지 기대하며 륭사부의 조각같은 몸매를 대놓고 감상했다. 보면 볼 수록 2m의 신장에서 이런 비율이 나온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다.

본래 륭사부가 입고 있던 동물가죽옷들이 하얀입자가 되어 사라짐과 동시에 유명브랜드의 트레이닝복 세트가 등장했다. 아 이거 광고에서 질리도록 나왔던거구나.

"활동성이 좋아보여 선택했다만 연자여 이정도면 괜찮겠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에요. 저는 솔직히 륭사부가 표범무늬 비키니를 실체화하면 어떻게 하나 기대반 걱정반이였는데 말이죠."

"라 일족이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는건 어디까지나 태양의 은혜를 최대한 많은 면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도 한때는 일국의 건국자로서 지구의 의류문화에서 노출도가 높은 옷은 선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것을 모를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러면 연자가 익혔다는 용린정권이라는 기술에 권묘결을 담는것으로 오늘 수련은 마치는것으로 하지."

"용린연환각에는 권묘결을 담지 않는건가요?"

"다리를 쓰는 기술에 권묘결을 담는 그 순간 기동력이 급락한다. 아무리 이 지구라는 행성에 간안한 짐승들이 없다고 해도 평화롭기만 한 곳은 아닌것 같더군. 그렇기에 연자도 본녀를 생령이라는 존재로 다시 부활시킨것 아닌가?"

"자기 친족들에게 독주를 돌리는 할아버지랑 여자친구 정조대가 벗겨졌다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공돌이같은 인간들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확실히 지구도 평화로운곳은 아니죠. 이매망량을 이용하면 다리가 용조송에 잠식되도 부유상태로 이동할 수 있긴한데 주의해서 나쁠건 없으니 륭사부 말대로 하겠습니다."

-함장님, 임시 중간기지국으로 설정해둔 익스플로이드를 통해 맡겨두신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4 손가락이 용조송으로 둘러쌓인 오른손의 어깨를 풀며 용린정권을 내지를 준비를 하던 나는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통해 뜻밖의 전언을 받았다. 혹시나 아야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태평양의 이름모를 무인도에서도 연락을 받을 수 있게 기야스에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정말로 메시지가 올줄이야.

시스트린에게 아야사의 호위를 맡겼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리는 없겠지만 잠시 외진곳으로 수련을 떠난다고 분명 아야사에게 언질을 해뒀음에도 날라온 메시지를 마냥 무시할 수 도 없었다.

"륭사부 죄송하지만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하에게서 연락이 왔네요."

"멀리떨어져 있는 상대와 이렇게 즉발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니 지구의 기술력은 놀랍군. 불을 피워 신호를 주고받는 봉화라는 방식을 개발하고 뿌듯해했던 본녀가 부끄러워질 정도야. 오늘만 날이 아니니 연자는 어서 일을 보게."

"기야스 메시지 전문좀 읽어봐. 스팸문자정도는 네가 걸러냈을거라고 믿는다."

-사건님께, 아야사입니다. 밀러와 엔지를 위시해 SSS쪽에서 정식으로 협조요청을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뉴욕 지하철에 숨겨져 있다는 블루아주의 연구실 위치를 찾아낸 눈치입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이상이 메시지의 끝입니다.

"흐흐흐 그 음흉한 매드알케미스트 영감탱이의 코뼈를 주저앉게만들 시간이 온 모양이군. 기야스 탑승준비해. 한국으로 돌아간다."

나는 륭사부에게 공급하고 있던 이매망량 백인대분량의 영력공급을 끊어 륭사부를 유체화상태로 만들었다. 복장까지 바꿨겠다 행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도 상관은 없었지만 본래 비장의 카드라는건 오픈되어 있을때보다 뒤집혀있을때 더 큰 위력을 발하는법이다.

시스트린과 아야사정도야 내가 새로운 천외천 동료를 받아들였다는 정도로 언질을 해두었지만 다른 그 누구도 내게 유체화상태로 달라붙어 있는 륭사부의 존재를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륭사부와 함께 기야스에 올랐다.

살아생전에 태산을 쪼갤정도의 무위를 지녔던 륭사부도 하늘을 나는 배의 존재에 처음에는 기겁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모양이다. 애시당초 유체화 상태에서 낙하한다 한들 다칠일도 없다. 나는 함장석에서 브리핑 홀로그램을 통해 의무실에 있는 팬텀의 상태를 스쳐가듯 일견한뒤 한국으로 향하는 기야스의 항로도에 집중했다.

15분만 지나면 기야스는 자취방 상공에서 우리를 내려줄 수 있을것이다.

*    *    *    *

"사건님 이렇게까지 빨리 도착하실줄은 몰랐습니다. 혹여 수련에 방해가 된것은 아닌지요?"

"상관없어. 어차피 블루아주 영감탱이에 관한 일은 미룰 수 있는게 아니잖아."

륭을 기야스에 잔류시키고 자취방 상공에서 이매망량을 계단삼아 내려온 나는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아야사가 거주하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덕분에 아야사의 메시지가 도착한지 30분만에 펜트하우스 엘리베이터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배인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아야사와 시스트린이 먼저 마중나와 있었다.

아야사가 수련중에 도착한 메시지가 내 심기를 거슬리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것을 달래주고 응접실쪽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려니 시스트린이 착 달라붙어 귓속말을 해온다.

"주인님 새로운 천외천 동료를 얻었다는 말 거짓말이죠?"

"어떻게 알았어?"

"그 륭이라는 여자한테서 누시아님과 비슷한 기세가 느껴졌거든요. 지구인은 아닌것 같던데 독배를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인가요? 혹시나 싶어 말하는거지만 설마 몸매만 보고 되살리신건 아니죠?"

"나를 뭘로 보는거야? 당연히 믿을만한 실력을 지닌 상대다."

"아직 주인님을 공경하는법을 모르는것 같던데 제가 교육시킬까요?"

"아서라. 변신하기 전에는 너도 상대하기 쉽지 않을걸? 내가 천천히 조교할테니까 일단 거리를 두고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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