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07화 (107/599)

0107 / 0316 ----------------------------------------------

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이마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다. 도대체 몇대의 딱밤을 맞았는지 이제는 셀 수 조차 없다. 가위바위보, 본래라면 확률상 33.3%의 승패무를 기록해야할 게임에서 나는 전패를 달리고 있었다. 가위바위보가 절대 승부조작따위 가미될 수 없는 순수한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따아아아아아악!!!

"으악!"

"눈을 감지 말고 내 손가락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라. 아직 이 딱밤의 중요성을 모르는것 같은데 아무리 권묘결이 강력한 마샬아츠 더 비타라 한들 1일이라는 재사용 대기 시간은 실전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딱밤은 어깨근육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엄지를 지렛대 삼아 검지, 중지, 약지, 소지를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나서도 일권을 내지를 수 있으니,

양손을 합치면 무려 8회나 추가로 권묘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륭 사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왜 자꾸 제가 가위바위보에서 지고 있는가? 바로 그겁니다. 가위바위보는 원래 확률 게임 아니였습니까? 이래가지고 저는 륭 사부 이마는 건들여보지도 못하고 끝나겠습니다. 백견이 불여일행이라는데 보는것도 좋지만,

저도 륭 사부 이마에 딱밤 한번은 때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부족한 탓이다. 보통의 사람은 1초를 60프레임으로 나누어 보지만 본녀는 오랜 실전과 훈련을 통해 1 프레임을 반으로 쪼개어 보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문에 너는 동시에 주먹을 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게는 너의 손을 확인하고 보를 낼정도의 충분한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뭐 어찌됐든 직접 딱밤을 때려봐야한다는 네 말도 일리가 있으니 한번 지금까지 보았던 내 딱밤을 참고해서 한번 때려보거라."

자신을 최후의 라 일족이라고 소개했던 륭 사부가 눈을 감고 내게 이마를 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흑갈색 대리석 피부를 뚫고 내가 지금까지 겪은 고통을 되돌려 줄 수 있을것 같지가 않았다. 하여 나는 좀더 연약한 부위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라 일족이 체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의류문화는 발달되지 않았는지 륭 사부는 동물가죽으로 중요부위만을 가리고 있었다. 하여 나는 가슴가리개 역할을 하는 동물가죽에서 유달리 도드라진 부위를 조준하고 손가락에 안간힘을 쓴 다음 팅겼다.

"아흣! 연자여 이게 무슨짓이냐! 이마를 때리라고 했거늘 어디서 감히 성유가 나오는 수도꼭지를 건드는 것이냐? 물론 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곳이긴 하지만 라 일족에서 망나니라 불리우는 이들도 이곳만큼은 건들지 않는게 불문율이였다. 연자는 그 부위가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을 키워나갈 젖줄임을 모른단 말인가?"

"륭 사부의 딱밤이라면 피멍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제 조막만한 손가락으로 딱밤을 때려봤자 마사지정도밖에 안되지 않습니까? 그냥 장난좀 쳐본건대 너무 과민반응 하시니까 제가 더 놀랬네요."

"수천년 만에 인연히 닿은 연자만 아니였으면 아기씨주머니를 박살냈을것이야. 본녀는 죽어서도 태양신 라님을 보좌하기 위해 순결한 처녀의 몸을 간직해왔다. 한번만 더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연자고 뭐고 더 이상의 가르침은 없을줄 알아라."

"정중하게 사과할게요, 륭 사부. 그런데 그 태양신 라가 얼마나 잘생겼길래 살아생전에 남녀간의 즐거움을 하나도 모르고 사셨나요?"

"후우... 그래 태양신 라님은 나의 신이지 너의 신이 아니니 그분을 마치 친구처럼 호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으마. 나는 태양신 라님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라 일족의 전설에 따르면 태양의 은혜에 감사하며 태양의 교리에 따라 살다 죽은 처녀는 태양신 라님을 보좌하는 발퀴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내 비록 간악한 짐승들로부터 왕국을 지켜내지는 못했으나 태양아래 한점 부끄러움 없이 살았으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륭 사부는 처음에는 자신있게 호언장담하더니 갈수록 말에 힘이 없어졌다. 자기가 생각해도 모행성이 멸망한 마당에 전설속에 등장하는 신이 자신을 거두어줄거라는 믿음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나는 이때다 싶어 륭 사부의 턱을 감싸쥐었다.

"왜요? 버팀목이될 신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요?"

"헛소리! 애시당초 나는 이미 한번 죽은 몸이다. 내가 건국한 왕국과 함께 잠들었으나 눈을 떠보니 이곳이였지. 나는 누군가에게 전해들은것도 아닌데 이 정신과 영혼의 방이 내 영혼을 붙잡고 연자에게 권묘결을 전수하기 전까지는 놔주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와서 삶에 미련은 없다. 오히려 해방된 기분이랄까.

그러고보니 아직 연자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있었군. 연자의 육체에 용조송 이식이 완료되고 나면 이 정신과 영혼의 방도 끝난다. 현실로 돌아가면 연자는 자연스럽게 귄묘결의 사용법을 알게될것이야. 그 권묘결을 이용해 깨진 항아리 조각에서 나온 영혼석 하나를 박살내주게."

"설마 그 영혼석에 륭 사부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건 아니겠죠?"

"왜 아닐꺼라 생각하나? 나도 이제 쉴때가 되었지."

"발퀴랴는 커녕 처녀귀신이 되고 말텐데요? 차라리 이렇게 하는건 어때요? 제가 륭 사부의 새로운 신이 되는거에요. 태양신을 보좌하는 발퀴랴가 아닌 대사신을 보좌하는 밴쉬 그래플러가 되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거죠."

"당최 연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가 없군. 어찌하여 인간이 생로병사에 관여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대로 라 일족 최후의 생존자 륭 사부를 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에보니 메이든에는 괴랄한 전투력을 지닌 녀석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지구로 데려올라 치면 인간형이 아니라던가, 성격이 너무 반항적이라던가, 아직 A 랭크의 영력으로는 제어할 수 없다던가하는 문제가 가로막는다.

게다가 육체를 하드웨어 영혼을 소프트웨어라고 치면 사실 강령술사에게는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재료였다. 아무리 뛰어난 육체라한들 지능이 있는 영혼이 받쳐주지 않으면 짐꾼밖에 되지 않는 다는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이미 륭 사부를 언데드 수하로 받아들일 것을 결정한바 문제는 지구에 시체에 영혼석을 기반으로 언데드 서킷을 깔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였다. 시체를 되살리는것만이 언데드를 만드는 유일한 길은 아니였으니까.

빈사상태에 이른자를 월영공(月影公) 듀리스같은 오리지널의 피로 흡혈귀화 시키는 방법. 이 것은 시스트린에 해당하는 케이스지만 륜 사부는 이미 죽어 시체조차 없기때문에 기각. 명계의 우버리퍼(Uberreaper)가 지키고 있던 세잔의 독배를 매개체로 혼령을 생령화 시키는 방법. 이 것이 밴쉬 세이지 누시아에 해당하는 케이스로 륭 사부를 생령 즉 밴쉬 그래플러로 만들어줄 해답이였다.밴쉬 세이지 누시아를 만드느라 남은 독배는 이제 두잔.하지만 나는 륭 사부에게 두잔밖에 남지않은 독배를 사용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거기에 독배의 독기를 이겨낼 수 있을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지 못한 영혼이 독배에 빠지면 생령이 아니라 악령이 되어 그 자리에서 퇴치해야만 한다. 독배에서 독기를 버텨낸 누시아 왈, '성녀인 제가 죽어서 지옥을 맛볼지는 몰랐네요.' 혼령을 생령화 시키는 이적을 행할 수 있는 독배지만 사용요건이 까다로워 아끼는것만이 능사는 아닌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지옥의 고통을 견뎌내고 나면 다시 태양의 따사로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겁니다. 그 고통이 만만치 않아 강요할 수 는 없어 륭 사부의 의사를 존중하겠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태양신 라의 발퀴랴가 될것을 염원하며 이대로 삶의 끈을 놓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제 밑에서 밴쉬 그래플러가 되어 다시 한번 그 무용을 펼쳐보시겠습니까?"

"권묘결을 다시 사용해 볼 수 있는건가?"

"그건 힘들겁니다. 비타라고 하는 힘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육신에서만 나오는것 아니겠습니까? 대신에 이매망량이라고 하는 힘을 제게서 이양받아 륭 사부의 심상으로 구체화하는법을 배우게 될것입니다. 일신의 무력을 온전히 되찾는것은 힘들겠지만 영력이라고 하는 힘도 제법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 심심하지는 않을겁니다."

"밑져야 본전이겠지. 게다가 본녀에게 고통을 인내하는 일은 숨쉬는것만큼이나 익숙한 일이니... 수락한다. 용조송의 이식이 곧 끝날것 같군. 정신과 영혼의 방이 붕괴되는것이 내게는 느껴진다. 아직 연자의 말을 완전히 믿는것은 아니지만 만약 정말로 내가 생령이라는 것으로 다시 부활한다면 더 세밀하게 딱밤때리기에 대해서 가르쳐주도록 하지."

"가위바위보는 다신 안할겁니다."

"하하하. 좋을 대로 하거라."

울창했던 원시림에 갑자기 가을이 찾아온다. 낙엽이 지기 시작한 나무들이 급속도로 말라죽기 시작했다. 륭 사부가 말했던대로 정신과 영혼의 방이 제역할을 다하고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암흑으로 물들기 시작한 시야속에서 나는 초연한 미소를 짓고 있는 륭 사부에게 마지막까지 해맑은 미소로 일관했다.

*    *    *    *

시야가 회복되자 마자 보이는 것은 중천에 떠오른 태양. 분명 항아리를 두손으로 들어올렸을때는 이제 막 동이터오르는 시간이였는데 어느새 6시간 가량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나는 일단 내 몸 상태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전에는 없던 나무 문신이 전신에 그려져 있었다. 이거야 원 안그래도 귀갑흑석단때문에 새카매진 피부에 나무 문신이 더해지다니 앞으로 공중목욕탕 갈일은 없을것 같다. 간혹 문신을 한채로 목욕탕에 들어와 목에 힘주는 형님들이 종종 있는데 나의 경우 무슨 이유로든 알몸인 상태로 타인의 주목을 받는것은 질색이였다.

"아! 륭 사부의 영혼석을 챙겨야지."

엄한 생각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칠뻔했다. 산산조각이 난 항아리 파편속에서 흑갈색의 유리구슬이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유리구슬을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최상급중에서도 윗줄에 있는 영혼석이였다. 나는 영압족쇄를 실처럼 뽑아내 예의 영혼석에 연결시켰다. 착한 사자라한들 사자는 사자가 아닌가?

영혼의 표식을 새기는 일은 이정도로 하고 나는 이매망량을 이용해 내 영혼속에 잠식된 독배를 꺼내기로 했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강타하길 수백번. 색깔만으로 나 위험한 액체요라고 말하는듯한 어두운 보라색 액체가 담긴 목제잔이 내 몸안에서 튀어나왔다.

던클레오의 생명석이 만지자마자 내 육체로 흡수됐듯이 우버리퍼를 물리치고 손에 넣은 독배는 손에 닿자마자 내 영혼속으로 잠식해버렸다. 독배 자체가 영혼과 육체의 경게사이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미루어 짐작할뿐 아직도 그 원리는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었다.

륭 사부의 허락을 구하기는 했지만 독기를 견뎌내는 고통이 보통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흑갈색 유리구슬을 목제잔속으로 퐁당 담궈버렸다. 이내 어두운 보라색 액체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며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누시아가 생령 즉 밴쉬 세이지가 될때도 이런식이였지.100%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나는 이매망량 천인대를 총 집합시켰다. 여차하면 악령화된 륭 사부를 퇴치하기 위해서였다. 매정한 이야기이긴 했지만 현실은 현실이였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륭 사부가 무사히 독기를 이겨내고 생령화되기를 기원하는 정도다. 그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전해질 수 없다. 독배의 넘칠듯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한번 피크를찍자 서서히 거품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건가?

"흐으흐으... 이 빌어먹을 연자여!!! 이 정도로 고통스럽다는것을 왜 미리 사전에 알리지 않았던것이냐? 까딱하면 지옥불의 고통에 정신을 놓아버릴뻔 하지 않았느냐? 내가 고통에는 익숙하다고 말했다한들 연자 네가 두번, 세번, 열번 차원이 다른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야지!"

"지금 백인대에 해당하는 이매망량에 의해 점유되는 영력을 영압족쇄를 통해서 룽 사부에게 공급할거에요. 그 순간 몸이 실체화될텐데 어떤 느낌인지 감상을 말해주세요. 저를 책망하는건 그 이후에도 늦지 않을것 같군요."

"지금 말을 돌리는건 아니겠... 햇살이, 햇살이 정말로 피부로 느껴지는군. 거짓말이 아니였던 건가. 다시 태양신 라의 은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건가?"

생령이 되어서도 2m신장에 흑갈색 대리석 몸매를 뽐내는 륭 사부의 몸이 실체화되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쬐는 햇살의 감촉에 룽 사부는 자신이 화를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태양아래에서 번쩍이는 자신의 피부를 감상하기 바빴다.

"아직도 태양신 라를 믿는건가요? 이쯤되면 저를 신봉해야할 타이밍 아닌가."

"태양신 라가 정말로 존재하는 신이라는 보장은 없어. 하지만 내가 살아있었을때 대지를 뜨겁게 달궈 밤에도 추워죽지 않게 해주고 곡식을 무르익게 해 배를 불리게 해준것이 태양이라는 존재였다는건 틀림없는 사실이지. 어쩌면 태양신 라는 단순히 태양의 상징적인 존재를 선조들이 전설로 꾸며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제 대사신을 보좌할 준비는 되셨나요?"

"물론 연자에게도 받은 은혜가 있으니 갚는다. 그것이 라 일족의 여자로서는 최초로 족장이되어 왕국을 건설한 륭의 신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