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1화 (9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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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도엔버는 해독제를 먹지않고 버텨본 경험이 있다더니 아야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해독제를 얌전히 넘겨준다고한들 첫단추가 엉킬대로 엉켜 곱게 볼 수 가 없다. 쌈짓돈까지 탈탈 털어먹은 후에는 능지처참이 있을뿐이다.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서류철 가방이 열리자 새하얀 연기가 도엔버를 덮어버린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도엔버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매망량 십인대를 이용해 도엔버를 낚아 올렸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못한채 내 발밑으로 딸려들어온 도엔버를 적진을 향해 고기방패마냥 세워두고 발가벗기기 시작했다. 혹시나 호신용 권총이라도 숨겨져 있으면 산채로 데리고 있기가 번거롭다. 얄짤없이 팬티까지 벗겨내고 도중에 나온 시계, 지갑, 차키같은 전리품들은 아야사가 있는 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도엔버를 나체 상태로 차가운 땅바닥에 쳐박고 뒤통수를 발로 내리찍었다. 서류철 가방안 쪽에는 드라이 아이스와 뜨거운 물을 이용한 원시적 형태의 트랩이 숨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쪽의 경험이 풍부한 밀러와 엔지가 합심해서 고안한 장치로 한 순간이나마 적의 빈틈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쓸모를 인정하기로 했다.

"흐흐흐흐... 역시 세상은 오래살고 볼일이군. 내가 알몸으로 땅바닥에 쳐박히는 날이 올줄이야. 마이 스위티 시스터한테 정말 실망이야. 나는 단지 공항 쓰레기통에서 주운 해독제를 정당한 거래로 넘기려 했을뿐인데 이런 개수작을 부리다니. 이 섬은 이미 엘리트 고스트들이 장악하고 있다. 나를 인질로 삼아 탈출하려는 모양인데 고스트놈들이 의뢰주를 소중히 여기는 상식있는 놈들이 아니라서 말이야.

오히려 의뢰실패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같이 살인멸구나 안당하면 다행일까? 이 버러지 같은 녀석,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마음껏 고양감을 느끼는게 좋을거야. 곧 네 놈도 이 차가운 땅바닥에 쳐박혀 영원히 잠들게 될테니까. 이 섬에서는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미 너희들이 타고온 크루즈도 선착장을 떠난지 오래다."

"시끄러워 강냉이 다 털어버리기전에 입다물고 있어. 누가 도망친대? 이 섬에서 뼈를 묻는게 누군지 그 자리에서 흙이나 파먹으면서 지켜봐. 아주 흥미진진할테니까."

내 전신에는 이미 푸른빛의 조준점이 수십개씩 겨눠지고 있었다. 아이언 가고일(Iron Gargoyle)도 등에 지게처럼 뭔가를 메고 거기에 연결된 투박한 기계식건틀릿을 착용중이다. 안그래도 메론만한 주먹이 수박처럼 커지며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전투태세를 갖추는 충정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링위 오르는 이종격투기 선수의 투지가 피부를 찌른다.

처음부터 도엔버를 인질삼아 이득을 취할 생각따위는 없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적대적으로 나오니 도엔버가 가엾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내 적외선 카메라에 엘리트 고스트들이 우회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뭐 뻔한 수작이다. 뒤를 돌아서 아야사 일행을 덮치겠다는 생각이겠지. 바로 내게 사격을 퍼붇지 않는것을 보아하니 의뢰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겠다는 생각인가?

나는 이매망량 천인대중 백인대를 따로 추려 나는 물론 도엔버까지 상정하고 수비라인을 펼친 뒤 나머지 이매망량 천인대로는 난도질을 할 준비를 했다. 족히 수십은 될 엘리트 고스트들의 슈트 결합부위만을 노려 이매망량 천인대를 찔러넣을만큼 내가 멀티태스킹에 능하진 못하다. 그저 이매망량 천인대를 두 무리로 나뉘어 공격과 수비를 병행할 수 있는것만으로 감사해야할 것이다. 옛날에는 불가능했던 일이였으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듯이 대충 얻어 걸려라!"

구체화된 이매망량의 검을 엘리트 고스트들이 자리하고 있는 두터운 나뭇가지 위에 무작위로 휘두르기 시작하자. 과연 눈먼 칼에 부상을 입는 엘리트 고스트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FAS(Fabric Archane Suit)의 적외선 카메라로 살펴봐도 엘리트 고스트들이 눈에 띄게 당황하는것이 보인다.

이매망량의 검이 휘둘러지는 아주 짧은 순간 시각적으로 실체화되긴 하지만 이 야밤에 그 짧은 간극을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금도 수왕성에서 민생안전에 힘쓰고 계신 은리 사저정도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라면 모를까. 결국 도엔버를 의식해 언제까지 사격을 주저할 순 없었는지 엘리트 고스트쪽에서 총성이 들려온다. 타앙!

소음기를 장착했는지 집중해서 듣지않으면 못들을 정도의 소리다. 제법 정밀도 높은 사격으로 내 미간을 노렸지만 당연히 일반적으로 치명적인 급소로 알려진 부위는 이매망량의 방패를 구체화해 수비하고 있었다. 예의 총성이 도화선에 불을 부쳤는지 곧이어 소나기가 퍼붓듯이 총알이 내려꽂기 시작했다.

나한테 총구가 집중된다는 것은 아주 좋은 현상이다. 내가 어그로를 끌 수 록 아야사 일행은 덜 위험에 노출된다는 소리니까. 아까 적외선 카메라로 포착한 우회중인 엘리트 고스트들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나는 시스트린을 믿었다. 아야사 한명 정도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게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엔지와 밀러 이 두 놈의 명줄은 순전히 자신들의 역량에 달려 있었지만.

"도련님을 풀어줘라."

"완전 영혼없는 목소리로 말하는군. 그렇게 말하면 퍽도 도엔버가 네 충정심을 알아주겠다. 출세하긴 틀린 놈이로군. 하긴 너처럼 탈 영장류급 덩치를 지닌 놈이 살갑게 샤바샤바하는것도 부담스럽긴해. 결론만 말하자면 어서 동물원으로 돌아가 이 고릴라 자식아."

"쓸데없이 말만 많은 녀석이로군."

"네 도련님만 할까?"

"문답무용 주먹으로만 말하겠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무섭지도 않은지 아이언 가고일이 내게 돌진해 온다. 솔직히 말해 아무리 신장이 2m에 수박만한 기계식건틀릿을 장착한 괴한이 다가온다한들 눈먼 총알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하여 나는 엘리트 고스트들이 나무에 기대 사격중인 숲을 이매망량의 검으로 난도질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어디 한번 최선을 다해서 주먹질 해봐라. 괜히 전봇대에 주먹으로 화풀이를 하는 얼간이처럼 골절상으로 나가떨어질것이다. 이매망량의 방패를 한겹이 아니라 마치 꽃다발처럼 반구형태로 겹겹히 수비라인을 갖춰났기 때문에 뚫릴리가 없다. 설사 뚫린다 해도 다음은 FAS와 WAS의 각각 16겹 쉴드가 준비되어 있다.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FAS와 WAS마저 뚫린다면 그때는 귀갑흑석단으로 도검불침을 이룬 몸으로 때워야겠지. 아이언 가고일의 등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달려오는 힘이 그대로 실린 펀치가 이매망량의 방패를 가격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이매망량 한 기가 허물어진다. 본래 이매망량은 물리력에 피격당할 수 없는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이지만 방패로 실체화 한 순간만큼은 물리력에 데미지를 입을 수 있었다.

그와중에 눈먼총알이 대놓고 나를 가로막은 아이언 가고일을 스쳤지만 피가 튀는 일은 없었다. 카앙! 무슨 총알과 살이 부딪혔는데 금속과 금속의 충돌음이 난단말인가. 물론 귀갑흑석단을 복용한 내가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적의 힘을 사용하는 천외천 유저를 목격하니 뭔가 나만의 특권이 박탈당했다는 기분이 든다.

"분명 느낌이 왔는데 상대가 멀쩡한적은 처음이다. 꽤 하는 놈이군. 혹시 혼에 소속된 천외천 유저냐?"

"그쪽은 동물원에 소속된 고릴라세요? 총알이 빗발치는데 나를 가로막게?"

"소총탄 정도로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 위명이 자자한 민간군사기업 고스트도 돈앞에서는 별 수 없는 모양이군. 천외천 유저를 상대하는데 몇 달러 짜리 나토탄으로 때우려하다니. 크윽."

이매망량 한 기를 순수물리력만으로 허문것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결국 내 옷깃도 스치지 못했으면서 허세란 허세는 다떨던 아이언 가고일의 귀가 퍽하며 터져나갔다. 팀킬인가 싶어 엘리트 고스트쪽을 쳐다봤지만 소총탄이 통하지 않는것은 물론 계속해서 보이지 않는 이매망량의 검에 사상자가 속출하다 보니 그치들도 질겁하고 후퇴하고 있었다.

적외선 카메라에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집결하고 있는 열원이 감지되는것을 보면 완전히 후퇴하는게 아니라 전열을 정비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아군쪽에서 사격을 가한건가? 뒤를 돌아보니 밀러의 기관단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피부를 강철처럼 단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모든 신체부위의 내구성이 똑같을 수 는 없는 법이다.

상대적으로 연약한 피부를 지닌 귀를 정확하게 노리다니 밀러의 센스와 사격솜씨가 제법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언 가고일에게 유효타격을 입혔다기 보다는 성질을 돋군 꼴이였지만 이쪽에 지원사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것 만으로 아이언 가고일의 움직임을 위축시킬 수 있었다.

아이언 가고일도 아예 바보는 아니였는지 그렇게 끈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일단 아군에 가까운 고스트가 후퇴해 전열을 정비하려하자 따라서 후퇴하려했다. 귀를 움켜쥐며 잡아먹을듯이 나를 노려보긴 했지만 두 다리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것이다. 고스트를 노리던 이매망량이 갈길을 잃은 지금 아이언 가고일을 곱게 놓아줄 생각이 없던 나는 토끼 몰이를 하듯 아이언 가고일을 이애망량을 둘러싸다가 압사시키기로 했다.

"겁쟁이 고스트놈들 적과 의뢰주를 눈앞에 두고 도망치다니."

"네가 할말은 아닌것 같지 않아? 왜 네 주먹이 도망치라고 권유하든?"

"다음에 다시 만나면 네놈의 주둥아리부터 쳐부시라고 이야기하는군."

"누구 마음대로 다음을 기약해?"

아이언 가고일은 다시한번 등쪽에서 증기를 방출하고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뭔가 반발력을 이용해서 도주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이미 물셀틈없이 이매망량으로 포위한 상태였다. 아이언 가고일 본인이 그 사실을 지각하고 있지 못할뿐이지. 뒤로 솟구치려다 이매망량의 방패에 부딪혀 아이언 가고일이 볼썽사납게 땅바닥에 꼬꾸라진다.

나는 쉴틈을 주지않고 이매망량 천인대를 압축시켜 아이언 가고일을 압사시키기로 했다. 아무리 단단한 몸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천기의 병사들이 짓누르기 시작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내 폐가 찌그러지고 피를 한웅큼 토해낸 아이언 가고일은 기계식건틀릿과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 아이언 가고일이 절명한 이후에도 압축을 멈추지 않아 완전히 고깃덩어리를 만들어버렸다.

나는 자외선 카메라로 보이는 열원을 추적해 확인사살을 하기 시작했다. 필요이상으로 잔인하게 고스트의 시체를 헤집는 내 모습이 아야사 일행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시스트린이야 보는눈만 없었다면 시체를 잡아먹었을 위인이니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나머지는 약간 컬쳐쇼크를 받은 모양이다. 나부터가 괴물같은 재생력을 지닌 아바타로 무수히 많은 전투를 펼친 경험이 있다보니 확인사살에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사건씨 그렇게까지 확인사살을 공들여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물론 저도 고스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때문에 지탄하는것은 아니고 궁금해서 여쭤보는겁니다."

"확실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확인사살을 하는거지 대충할거면 뭐하러 확인사살해?"

"그... 그렇군요. 사실 천외천 유저 세 명을 한 자리에서 보는건 처음이라 그런데 원래 천외천 유저끼리도 전력차이가 심합니까?"

"어떤 집단이든 1000명의 구성원이 있으면 1등에서 1000등까지 줄을 세울 수 가 있어. 전력차이가 나는게 당연한거 아니겠어? 그래서 레벨 1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우리 밀러씨는 별활약이 없었던것 같은데, 언제쯤이면 볼 수 있는거지?"

"미스터 김, 밀러가 그 덩치큰 친구의 귀를 맞쳤잖아. 어시스트 1개로 쳐주자고. 축구에서도 보면 단지 골이 들어가기 전에 공이 엉덩이에 스쳤을뿐인데도 어시스트를 카운트한다고... 분위기 좀 바꿔볼려고 농담한번 한건데 다들 너무 야박하게 구는군. 그래서 미스터 김, 고스트들을 계속해서 추격할 셈이야? 도엔버를 확보했으니 일단 우리도 물러나는게 좋아보이는데 말이지.

이번에는 밀러가 활약할 기회 자체가 없었지만 이 친구가 심문 하나는 기가막히게 한다고. 일단 해독제의 행방에 대해서 알아내는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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