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0화 (9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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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하루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제가 제법 쓸만한 방탄복을 만들어 드렸을텐데 아깝군요."

"뭐 이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아."

인천항에 도착한 이후 해질녘이 가까워졌음에도 바쁘게 화물을 나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는 아야사가 전세를 낸 중형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헤어질때 입고있었던 캐주얼 복장을 위에 베스트형태의 방탄복을 걸쳤을뿐인데 아야사는 제법 여전사 느낌이 났다. 방탄복 조차도 옷걸이를 따지는건가?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이유는 백신마켓에서 구매한 전신슈트를 입은 나보다 베스트형태의 방탄복을 입은 밀러의 패션이 더 태가났기 때문이다.

이 모든게 다 키때문이다, 키! 물론 성능으로 따지자면 내 전신슈트쪽이 100배 정도 좋긴하지만 아야사와 나란히 선 밀러를 보자니 영화의 한 장면같아 더 부아가 치민다. 어휴 그냥 눈먼 총알에 고자나 되버려랏! 나야 거의 강박증에 가까운 수준으로 방탄에 신경썼기 때문에 더 이상 눈먼 총알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솔직히 맨몸에 방탄조끼 하나만 걸친 밀러의 방탄력은 취약해 보이는게 사실이였다.

[No.75 패브릭 아케인 슈트]

-아케인족들이 자신들의 연약한 신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근접전투를 벌이기 위해 함선용 쉴드를 소형화하여 만든 나노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이다.

-일반 단말기는 물론 VOT 단말기와 동기화해 옵션을 조절할 수 있다.

-옵션설정에 따라 외부충격 반응성, 태양열충전모드 전환 그리고 쉴드 규모등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지만 그에따른 전력소모또한 크게 변하므로 주의해야한다.

-총 16겹의 쉴드를 지니고 있으며 16겹의 쉴드가 모두 손상되면 자동으로 태양열충전모드로 전환함과 동시에 방호 능력을 잃는다.

-웨어러블 아케인 쉴드에 비해 쉴드 한겹의 내구성이 2배 뛰어나다.

-웨어러블 아케인 쉴드와 동시에 작동될 수 있으며 쉴드 발동 우선순위는 패브릭 아케인 슈트가 더 높다.

-구입시 주어지는 슈트를 착용하면 자동적으로 착용자의 신체에 딱맞는 사이즈로 변환되는것은 물론 헬멧부분의 개폐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력이 공급된다면 물리적 손상을 자체적으로 복구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헬멧부분을 폐쇄할 경우 적외선 카메라와 야시경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100,500 VP

-내구도(19999/19999)[옥사건의 보유자금]

-천주랑님으로 부터 6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염익철님으로 부터 3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초패랑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발두인 실버코인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POS(Point Of Sales) 단말기로부터 5,950 VP가 도착했습니다.

-심마니 커뮤니티로부터 안티도트를 구입하셨습니다.(-11,000 VP)

-심마니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패브릭 아케인 슈트를 구입하셨습니다.(-100,500 VP)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TOTAL: 216500 VP

사실 4중, 5중으로 방호구를 착용하는것보다 기존의 방호구와 호환이 가능하고 단일 품목이라도 기능이 월등한 제품을 구입하는것이 현명한 소비였다. 가격은 10배나 비싼데 성능은 2배밖에 되지 않는다는것이 불만이긴 했지만 이런 경향은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커스텀 아이템에서도 두드러진 현상이였다.

하위 넘버링에 속하는 두 아이템의 성능차가 10%인것과 고위 넘버링에 속하는 두 아이템의 성능차가 10%인것은 전혀다른 가격차를 유도했다. 전자의 경우 거기서 거기였지만 후자의 경우 가격이 2배로 껑충뛰는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예외가 존재하니 성능이 불확실한 네임드 아이템을 두고 중동 부자 유저들이 가격 레이스를 벌리는 경우도 있었다.

절대 네임드 아이템의 진가를 알아보고 가격을 올리는게 아니라 자신이 지닌 부를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일단 부르고 보는것이다. 물론 나도 남말할 처지가 아닌게 단순히 구십번대의 넘버링만 보고 중동 부자 유저들의 가격 레이스에 참가해 사용방법도 모르는 괴상한 무늬를 지닌 항아리를 루팅을 통해 번 전재산을 털어 구입한적이 있었다.

가격과 성능이 항상 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교훈을 아주 비싼 값을 치루고 배운셈이다. 현재 백록담에서 권능 회복중인 오르시나의 본령이 수왕성으로 돌아온다면 옥사건의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항아리를 꺼내 명경지수의 권능으로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혹시나 항아리 안에 음식을 넣어두면 맛이 좋아지는 기능이라도 발견한다면 수왕성을 찾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식당장사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건님도 준비를 단단히 하셨군요."

"왜? 내가 트레이닝 복만 딸랑입고 올줄 알았어?"

"사건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 천외천 출신이라는 파트너분은 방탄복을 입지 않아도 되나요? 밀러가 여유분을 준비해왔는데..."

"디자인이 구려서 안입는데. 원체 폼생폼사인 친구라서 말이지."

"그러고보니 처음 봤을때는 무슨 패션 모델인지 알았어요. 평소에 패션잡지를 즐겨보는 편이라 기억을 되짚어봤지만 이리봐도 저리봐도 완전 뉴페이스에요."

"팜므파탈과긴 하지만 재야에 묻혀있는걸 좋아하는 친구라서 말이야. 사람들 앞에 나서는걸 별로 안좋아해. 하지만 의상제작 자체에는 관심이 있어서 나중에 자기만의 패션쇼를 열어서 의상브랜드 하나를 만드는게 꿈이래. 주변일이 좀 정리되면 아야사 네가 발벗고 나서서 도와줘. 그 뭐야 옥단예 차파오도 미국에 있는 유명 의상스쿨에서 주문제작한거라며?"

"그렇게 되면 브랜드 네임은 레드위도우가 되는건가요?"

"뭐 그거야 그 녀석 마음이지."

나는 괜시리 찔려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레드위도우는 내가 검은과부거미와 시스트린의 머리색을 조합해서 순간의 기지로만든 거짓 이명이였다. 일단 시스트린에게 앞으로 사람들에게 네 본명말고 레드위도우라는 이명으로 소개하겠다고 언질을 해두긴했지만 실수로 레드위도우라는 호칭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라도 하면 지금까지 해온 거짓말이 도미노처럼 들통날것이다.

해가 완전히 지고 중형 크루저에 조명이 드러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총알이 비오듯 쏟아질 전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니 정취를 즐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패브릭 아케인 슈트(Fabric Archane Suit)까지 구입해놓고서 이런 불안함에 씨달리다니 나는 현실과 넷에서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다는 소위 키보드 워리어과였나? 찹! 찹! 정신차리고 최소한 아야사 앞에서만큼은 키메라 워리어가 되야만 한다.

중형 크루즈를 운항하기 위해 동원된 최소한의 선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월도에 거의다 도착한 모양이다. 나름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결국 도엔버와의 결전은 달빛에 의지해 치뤄져야할것 같다. 그나마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야시경 기능이 있어 사령안을 대신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나는 헬멧을 폐쇄시킨 후 이매망량 천인대를 반으로 나뉘어 방패와 검을 들고 가상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자월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몸을 풀기로 했다.

*    *    *    *

"의뢰주인 도엔버가 저쪽 숲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섯명만 따라와. 그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의뢰주가 변덕을 부릴때마다 나같은 놈 월급 10달치가 왔다갔다하니까."

자월도의 아담한 선착장에 도착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는 자가 있었다. 새하얀색의 슈트에 푸른 안광을 뿌리는 미래적인 병사는 시골정취가 느껴지는 자월도와는 지독할정도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인터넷에서 현실성이 있다 없다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단골주제인 전투용 슈트가 이렇게 버젓이 상용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확실히 세상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중형 크루즈에서 하선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새던 고스트는 내 차례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이 월급쟁이가 내 프리미엄 슈트를 보고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오우 완전 죽이는 검정 슈트잖아. 어디서 구한거야?"

"동네할인마트에서 세일하길래 샀지. 덕분에 1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빌어먹을 자본주의 같으니라고. 돈만 되면 뭐든지 대량생산 해내는구만. 그런데 다좋은데 말이야 이렇게 달빛이 약할때 화장실을 쓰게되면 동료가 아무도 없는지 알고 그 위에 싸지를 위험이 있겠어.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걱정되서 말하는거야."

"이러면 괜찮겠지?"

나는 VOT 단말기를 조작해 적외선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패브릭 아케인 슈트는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그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예의 고스트는 쇳소리가 섞인 웃음을 토해내더니 말없이 우리를 숲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순순히 그 뒤를 따르고 있노라니 밀러가 내 뒤에 은근슬쩍 따라붙어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방심하지 마십쇼. 고스트 슈트를 입었다는 소리는 그가 엘리트 고스트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특수부대원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혹독한 훈련을 마친 자들입니다."

밀러는 말을 길게 잇지 않고 용건만 간단히 말한 뒤 다시 뒤로 물러났다. 나는 플랜 A가 시작되면 자기 목숨이나 잘 챙기라고 대꾸하려다 혹시나 고스트 슈트에 집음기능이 있을까 걱정되 가볍게 손가락으로 밀러를 툭치는것으로 알아들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10분 쯤 따라 걸었을까 어떤 공터에 도착한 나는 무대 스포트라이트처럼 번쩍이는 푸른 안광들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측 인원은 5명으로 제한한 주제에 도대체 몇명이나 끌고온거야? 적외선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살펴보니 절대 허장성세는 아니였다. 한 놈이 푸른안광을 두세개씩 켜 인원을 많아보이게 트릭을 쓴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푸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중앙으로 나선이가 한명 있었으니 아마 그가 도엔버 크로스데일일것이다. 거참 튀기 좋아하는 녀석이군. 저러다 총맞고 뒈지기 십상이지.

"마이 스위티 시스터,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많았어. 지금쯤 생사의 경계를 오가고 있을텐데 괜히 허튼짓거리를 해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우리 아주 깔금하게 거래를 하자고. 일단 본 보어 마스크의 자료들부터 넘겨주실까?"

"아야사는 지금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어. 그러니 거래는 내가 대신한다."

"오케이, 인정하지. 내가 그 정도 배려심도 없는 오라버니는 아니니까."

나는 플랜 A의 각본대로 묵직한 서류철 가방을 들고 도엔버에게 향했다. 아야사는 숨을 헐떡이며 시스트린에게 업혀 있었다. 연기라는 것을 알고있는 내 입장에서도 아야사가 어디 아픈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정도니 도엔버가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양손을 들고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내비친 나는 도엔버 앞에 서류철 가방을 두고 뒤로 물러났다.

"제법 탐나는 슈트잖아? 아야사 곁에 너같은 조력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 없는데."

"네가 돈주고 고스트를 고용했듯이 나도 돈을 받고 아야사에게 고용된 용병이다. 너무 많은걸 알려하지마. 다치고 싶지 않으면."

"완전 건방진 용병이구만. 고스트 녀석들은 네녀석에 비하면 양반이였군. 가고일, 폭발물 탐지기좀 가져와바. 이 녀석들이 무슨 개수작을 부려놨을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도련님."

도엔버의 옆에는 키가 족히 2m는 될법한 거한이 지키고 있었는데 달빛에 의지해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가 낮이 익었다. 가고일, 가고일이라. 분명 힘깨나 쓴다는 유명 천외천 전사유저들중에서 아이언 가고일(Iron Gargoyle)이라는 이명을 지닌 녀셕이 있었다. 이벤트성 무투대회에서 그 얼굴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녀석의 손에 폭발물 탐지기가 들리자 마치 장난감같다는 생각이 든다.

면적이 그리 크지도않은 서류철 가방을 새심하게 검사하지만 아무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괜시리 마음을 졸이게 된다.

"내가 조금 과민반응한 모양이군. 마이 스위티 시스터를 의심하다니 나도 참 못난 오라버니로군. 조금만 기다려. 내용물만 확인하고 바로 해독제를 건네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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