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89화 (8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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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아야사... 크로스데일입니다."

-오 마이 스위티 시스터 목소리에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설마 어디 아픈거 아니지?"

"지금 몰라서 묻는겁니까? 이런 말도안되는 타이밍에 한국에 입국하고 저한테 전화를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척 하디니 정말 당신은 빌어먹을 너구리야. 당신이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에게 사주를 해서 내 해독제를 훔쳐갔잖아! 으으윽... 쿨럭쿨럭."

-이런이런 몸도 안좋은데 너무 성대에 힘을 준거 아니야? 그리고 정확한 증거도 없이 오라버니를 여동생의 물건이나 훔치는 파렴치한으로 몰고가면 안되지. 아무튼 이번에 전화를 건건 다름이 아니라 내가 한국에 관광차왔다가 우연히 공항 쓰레기통에서 엄청난걸 주워서 말이야. 그게 뭘까? 3초 후에 공개합니다. 두그두그두그~

펜타하우스 안으로 돌아온 밀러, 엔지와 숨을 죽이고 아야사와 도엔버의 통화를 엿듣고 있노라니 이 도엔버라는 자식이 장난스런 말투로 아야사를 농락하고 있었다. 뭐랄까 이런 스타일 왠지 낯설지가 않다.

-바로 할아버님의 해독제야. 완전 어메이징하지? 그냥 공항을 나가다 씹던 껌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봤는데 익숙한 플라스크가 보이는거야. 할아버님이 손주들을 위해서 깜짝 보물찾기 이벤트라도 준비해뒀던걸까? 마이 스위티 시스터는 어쩜 이렇게 주의력이 부족한지 할아버님이 주신 소중한 해독제를 잃어버리기나 하고 나처럼 길가다 있는 쓰레기통에 숨겨진 해독제를 발견해내지도 못하지.

한국에 있는 보물은 네가 먼저 찾아냈어야 하는거 아니야?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냥 도엔버 당신이 원하는걸 말해. 우으욱. 너랑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나도 알지, 알고 있다고. 시험삼아 할아버님의 해독제를 먹지않고 1시간동안 버티다가 1주일 동안 앓아누웠다는거 아니야.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게 있어. 나는 네 해독제를 훔쳐서 너를 협박한게 아니야. 어디까지나 정말로 우연히 해독제를 주워서 너와 거래를 하는거지.

"어련하실까. 후우, 후우, 후우."

-정말 상태가 안좋은 모양이군. 좋아, 나도 장난은 여기까지하고 용건을 말하지. 네가 지하 축사에서 기르고 있는 멧돼지들 관련 자료, 분뇨 성분 하나 빼놓지말고 전부 가져와. 접선장소는 인천항 기준으로 남서쪽에 있는 자월도다. 경고하는데 한국 군당국에 신고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면 해독제는 그 자리에서 파기다. 그리고 쓸데없이 천외천 유저 수만 많은 혼이라는 근본없는 단체를 끌어드려도 마찬가지로 해독제는 즉시 파기다.

애시당초 그 치들을 네가 끌고온다고 해도 총알받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겠지만 귀찮은건 질색이거든. 가급적이면 내가 한손으로 셀 수 있을정도의 인원만 데려왔으면 좋겠군. 이것도 네 몸을 부축할 사람이 필요하다는걸 아니까 나름 선심쓴거야. 부디 이런 착한 오라버니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 참고로 나한테 다지증같은거 없다는거 알고있지? 어디보자 내 손가락은 원, 투, 쓰리....

콰앙!

더 이상 도엔버의 수준낮은 장난질에 대꾸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야사가 수화기를 부서질듯 내려놨다. 이제야 도엔버의 장난질이 낯설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저급한 농담으로 상대를 화나게 하는 저 수법은 내가 즐겨쓰는 방식이였던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듣고있어도 속에서 열불이 뻗치니 아야사가 얼마나 부글부글하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내가 안티도트 알약을 이미 먹여 블루아주의 독을 중화시켰기 때문에 쫓기는 기분으로 도엔버를 상대하지 않아도 됬다라는 점일까.

"도엔버라 쫓아가서 명치를 백번정도 후려갈겨주고 싶은 놈이군."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아깐 첫만남부터 어긋나서 제대로 통성명을 못했죠? 다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SSS의 밀러 캠밸입니다. 다짜고짜 목을 조른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앞뒤 정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습니다."

"김사건. 이 이름 세자 이상 알려하지마. 다칠 수 있으니까."

"그... 그렇군요. 좀 전까지 밖에서 엔지랑 대화를 나눴는데 혼 소속분은 아니지만 실력이 굉장하신 분이라더군요. 아야사도 그렇게 말했고. 혹시 제가 모르는 비밀조직에 일원이시라던가 그런건가요? 아 물론 대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SSS를 무슨 잉크충전업체처럼 소개하긴 했지만 일단 저도 특수요원이라서 보안엄수를 위한 규정이 얼마나 자기소개를 궁색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저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밝힐 수 밖에 없긴 했지만요."

"조직이란건 약해빠진 인간놈들이나 신봉하는거고. 나는 항상 혼자... 아니 너처럼 파트너가 한명 있는데 지금 다른 작전을 수행중이다."

현재까지 작전이 어떤 페이즈에 접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가 보호색 모드로 대기중인 산까지의 왕복거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작전이 속전속결로 진행됬다고 해도 아직 도로위일 것이다. 농당이 아니라 정말로 밀러 캠밸인지 뭐시기는 내 목을 조른것도 아야사의 고등학교 동창이란것도 마음에 안들어 손을 봐주려 했지만 도엔버라는 적대적 변수가 등장한 지금 섣불리 망나니처럼 굴 수 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도엔버 크로스데일이라면 재작년에 최연소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친구잖아. 완전 거물이랑 엮였네. 기자시절에는 밤을 새워가며 만나려해도 만날 수 없었던 인간이 제발로 찾아오다니 특수요원이 좋은 점도 있구만."

"아야사 이제 슬슬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해독제라던지, 독이라던지. 일단 고스트놈들이 훔쳐간게 어떤 독의 해독제라는것, 그리고 아야사가 그 독때문에 아팠다는 사실은 알겠지만 도대체 왜 아야사가 중독됬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질않아. 역시 VOTO에 관련된 일이야?

아니 그것보다 지금은 상태가 괜찮은거야?"

"이제와서 숨기는것도 우스운 일이겠지. 크로스데일사의 회장이자 내 친 할아버지이기도 한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재작년 가족파티에 초대된 모든 친지들에게 특정 해독제를 먹지않으면 미칠듯한 가려움을 느끼는 독을 선물했어. 그리고 그 해독제를 인질로 도엔버나 나를 포함한 친지들을 쥐락펴락하기 시작했지. 내가 말해줄 수 있는건 여기까지야.

대신에 SSS의 상부에는 그대로 보고해도 좋아. 너희들도 뭔가 건수가 있어야 비허가된 교전을 펼친것에 대해서 변명할 수 있을거 아니야? 그리고 몸상태에 대해 묻는다면 아까보다는 살만하다고 말해줄 수 밖에 없군.."

"얼굴도 예쁜아가씨가 마음씨까지 곱군. 사실 이 친구가 너무 마음이 여려서 고등학교 동창을 배려한답시고 관련내용을 보고서에 누락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고."

밀러가 엔지에게 정곡을 찔렸는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내가 조직에 소속되는걸 질색하는 이유가 바로 저런 이유다. 무슨 초등학생 일기숙제도 아니고 내가 오늘 했던 일에 관해서 보고서를 써야한단 말인가? 본격적으로 도엔버를 어떻게 엿먹일것인가에 관한 안건을 제시하려던 나는 호주머니에서 우웅하며 진동하는 스마트폰때문에 잠시 뒤돌아서서 알림을 확인했다.

-쥐새끼들 박멸완료. 쥐구멍에서는 3,534,000이 나옴. 자취방으로 귀환중. 재봉사 올림.

모르는 번호였지만 직감적으로 시스트린이 보낸 메시지라는걸 눈치챘다. 나는 이제 시스트린이 스마트폰까지 다룰 수 있다는 사실정도로는 놀라지 않기로했다. 시스트린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응력을 생각하면 오히려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아마 시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하나를 빼돌려 사용했을 것이다. 언제 내 번호를 기억해뒀는지는 좀 궁금하긴 하군.

"사건님 다른 볼일이라도 생기셨습니까?"

"아니, 아니. 내 파트너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던 작전을 끝내고 돌아가는중이래. 도엔버랑 접선할때 합류할 유효멤버라고 생각해도 좋을거야."

"그러고보니 B플랫 엔터테이먼트 경호팀에서 사건님의 자취방을 습격했다고 하셨죠?"

"그것뿐이 아니라 언론과 경찰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호텔 근처에서 과격시위까지 벌렸다고.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신경쓸 필요는 없어. 나중에 내가 확실하게 조질테니까 지금은 도엔버를 엿먹일 방법이나 강구해보자구. 그전에 SSS의 특수요원분들한테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지금이라도 발 빼고 돌아가서 술이나 한잔하면 안되나?"

"내가 하고싶은 말을 대신해줘서 고맙군, 미스터 김."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되겠습니다. 크로스데일가의 내부사정과는 별개로 민간군사기업 고스트는 저희 SSS가 가는 곳마다 툭하면 트러블을 일으키는 말썽장이 놈들이거든요.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줘야죠."

"이럴까봐 내가 말을 안했던거지. 혈기왕성한 내 파트너는 폭풍이 오면 지하실로 들어가 숨을줄을 몰라. 오히려 폭풍의 눈으로 들어갈려고 한다고."

나는 솔직히 말해 강제로라도 이 SSS 요원 엔지와 밀러를 때놓고 싶었다. 왜냐하면 도엔버와 마주쳤을때 이매망량 천인대로 학살을 자행하는 모습을 아야사를 제외한 다른 개인이나 단체에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사건이라는 인물의 잔혹함을 숨기고 싶은게 아니다. 천외천 유저로서의 역량을 숨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강제로 때어내려 하면 할 수 록 오히려 나는 주목받을 것이다.

엄마가 보지말라고 하는 심야영화를 오히려 더 보고싶어하는 것처럼 인간들은 모두 판도라의 상자 증후군을 앓고 있으니까.

"만약 짐이 돼서 버려도 날 원망하지 않겠지? 나는 아야사를 지키기도 바쁠것 같아서 말이야."

"제가 할말입니다, 사건씨. 천외천 유저들은 종종 VOT의 유산이 오롯이 그들의 것이라는 착각을 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레벨 1의 힘을 보여들겠습니다."

"거기까지야 밀러. 호승심이 이는건 좋지만 조금 위험한 발언이였어. 내가 파트너의 보안규정위반을 신고하기 위해 국장실로 들어가게 만들지 말아줘. 그 인간은 그조차도 내탓이라고 덮어쒸울 양반이니까. 그리고 미스터 김에게 할 말이 있어. 내가 VOTO에서 천외천 유저들을 취재하면서 느낀바로는 천외천표 목숨보험은 꽤 신뢰할만해.

그래서 말인데 한달에 29 달러정도로 나는 좀 지켜줄 수 없을가?"

"택도없는 금액이로군. 뭐 몇만달러를 준다고 한들 콧수염 아저씨를 지키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겠지만."

"이렇게 괄시받으면서 사느니 큐트한 여대생으로 태어날때까지 환생을 반복하는게 낫겠군."

"모두 시덥잖은 농담멘트 생각할 머리로 작전에 도움이 될만한 의견 좀 제시해줄래요? 그냥 다짜고짜 쳐들어가서 치고박고 싸울생각밖에 없는거에요? 일단 제 목숨이 걸린 사안이라는걸 자각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아야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어수선한 장내를 정리하자 그제서야 건설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천항까지의 교통수단에서 방탄복 및 총화기의 분배까지. 자월도에 민간구사기업 고스트가 대기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해도 모자랐다. 아바타인 옥사건과는 달리 본체인 김사건에게는 총화기가 유효데미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탁상공론을 끝내고 우리는 각자 흩어졌다가 인천항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준비를 하다보면 뱃길이 끊길 가능성도 있었다.

아야사는 실제로 도엔버에게 건넬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에서 본 마스크 보어에 관련된 자료를 가지러 향했고 엔지와 밀러는 근거지에서 장비를 충원하러 떠났다. 나는 VOT 단말기를 조작해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가 클로킹 상태로 자월도 근처 바닷가에 숨을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콜택시를 잡아타고 자취방에 도착한 다음 시스트린을 픽업해 예의 콜택시 기사와 인천항까지 30만원으로 합의를 봤다.

시스트린에게 경호팀의 지갑에서 갈취한 돈을 개인활동자금으로 쓰라고 했던 말을 번복해야했지만 시스트린은 게의치 않았다. WAS(Wearable Archane Shield), 귀갑흑석단 그리고 이매망량 천인대까지 삼중보호장치가 있었지만 총격이 난무하는 싸움이 될거라 생각하니 안심이 되지 않았다. 하여 나는 인천항으로 향하는 콜택시 안에서 시스트린의 무릎을 배게삼아 누운채로 백신마켓을 검색하기로 했다. 3중으로 불안하다면 4중, 4중으로 불안하다면 5중 보호장치를 구비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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