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87화 (8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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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나는 엔지 민슨이 대물저격총을 철거하고 경계트랩까지 제거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같이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도중에 엔지 민슨이 짐을 나눠들어달라는 얼토당토않는 부탁을 하기에 대꾸도 하지않았다. 친화력이 좋은것도 정도가 있지 엔지 민슨같은 타입은 받아주기 시작하면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서 서커스를 펼칠 타입이였다.

물론 적당히 받아주면서 혼(魂)이라고 하는 단체에 대해서 캐묻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안그래도 주변 상황이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는데 구태여 새로운 문제를 끌어안고 싶지는 않았다.

소방차가 하나둘씩 철수하기 시작한 호텔을 엔지 민슨과 입장한 나는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펜트하우스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에 오를 수 있었다. 아야사가 정신이 혼미할정도로 아픈 몸으로 내 인상착의에 대한 언질을 줬다기보다는 사전에 내가 찾아오면 펜트하우스로 안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게 맞겠지. 엔지 민슨은 내가 상대해주지 않자 혼자서 팝송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잘불러서 제지할 수 가 없었다.

팬트하우스 직행 엘리베이터가 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개방하자 나는 뛰쳐나가듯 팬트하우스의 대문으로 돌진했다. 아야사는 영원한 노예로서 내게 봉사해야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나갈 인재가 절대 아니라고. 잠겨있지 않은 대문을 박차고 아야사를 부르려는 찰나 누군가가 절도있는 서브미션기술로 내 목을 속박해온다. 나는 WAS(Wearable Archane Shield)가 발동하기직전에 재빨리 목을 감싼 괴한의 팔뚝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뭐하는 놈이야! 죽고싶어?"

"이쪽이 할말이다. 도대체 누군데 펜트하우스를 제집마냥 박차고 들어온거냐? "

"아야사! 아야사!! 이 이마가 개방된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 죽여도 되냐?"

"아야의 지인중에 이렇게 무뢰배같은 녀석이 있을줄은 몰랐군. 아야가 나왔을때 네 녀석을 처음보듯이 대한다면 심문당할 준비나 해라."

"아야사의 최측근에게 다짜고짜 목을 조른 네놈한테 무뢰배라는 말은 듣고 싶지않군. 너야말로 아야사가 나왔을때 별 쓸모없는 놈이라는게 밝혀지면 그 자리에서 토막날줄 알아라. 이제와서 잘못했다고 엉엉울면서 빌어도 소용없다고. 남자가 내 목을 뒤에서 감싼 시점에서 기분 확 나빠졌으니까."

펜트하우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으니 아야사가 못들었을리는 없다. 엔지 민슨은 내 뒤를 따라 펜트하우스에 들어오려다 서로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관절기에 걸린 상태로 힘싸움을 하고 있는 나와 괴한을 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최소한 낄때 안낄때를 구분하는 눈치는 있는 모양이군.

곧이어 일전에 나를 자취방에서 크로스데일 한국지점까지 데려다주었던 운전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아야사가 등장했다.

아야사의 상태는 스마트폰 너머로 들린 목소리로 짐작한 상태보다 훨씬 심각해보였다. 푸른빛을 뿌리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다 못해 부서져 내릴듯했고 얼굴에는 검은꽃이 만발해 있었다. 다른건 둘째치고 죄수들이나 입는 구속복을 입고도 가려움을 참지 못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밀러 그분을 풀어줘. 한국에 있는 내 유일한 천외천 조력자야. 정중한 사과도 겻들인다면 좋겠지. 자존심이 강한분이시거든."

"진짜로 아야와 친분이 있는 분이셨군요. 고스트놈들을 상대하느라 제가 너무 신경이 곤두선 모양입니다. 정식으로 사과드리죠. 저는 밀러 캠밸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미안하다면 저기 콧수염달린 얼치기랑 같이 이 팬트하우스에서 꺼져. 아야사랑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투숙객으로 위장한 고스트놈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은 화제를 틈타 도주했지만 방심할 수 없습니다. 제 무례함 때문에 화가나신건 알겠지만 냉정을 되찾으시죠."

"그러면 팬트하우스 대문밖에서 개처럼 지키고 있던가."

"아야, 이 사람 정말 믿을만한 조력자가 맞아?"

"실력은 확실한 분이야."

"그러면 엔지씨랑 같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이야기가 끝나면 불러줘.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니까 조금 진정할 시간이 필요할것 같군."

"옥상에서 아침부터 죽치고 있다가 이제야 겨우 안락한 방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문밖으로 쫓겨나는 신세라니 이 얼마나 럭키 데이인가."

"엔지씨 호텔측에서 투숙객 신원확인을 모두 끝내면 술한잔 살테니 화풀어요. 엔지씨가 정말로 고생했다는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알고있으니까."

그렇게 엔지 민슨과 밀러 캠밸이 팬트하우스에서 퇴장하고 나는 아야사를 따라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주사바늘과 알약봉지가 널부러져있는게 상당히 산만한 공간이였지만 아야사는 그런 산만함 속에서 정신적 안정을 찾는듯 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말해주듯 육체와 정신은 서로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아야사의 육체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으니 정신 또한 피폐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알건 알아야 아야사를 도울 수 있었다.

"지금 현재 그 증상이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친족들에게 먹였다는 독의 증상이야?"

"예, 아주 끔찍한 고통의 연속이지요. 지금은 아주 독한 진통제를 먹고 그나마 버티고는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진통제 효과가 지속될지는..."

"해독제는 도대체 언제 도둑맞은거야? 그리고 밀러 캠밸이랑 엔지 민슨 이 두 놈은 해독제가 도둑맞을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었나? 그런 놈들이 이제 와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것을 보고 있자니 베알이 꼴려서 정말."

"SSS 소속 요원들을 지금 적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VOTO의 이능확산에 따른 국제정세의 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명제 아래 설립된 단체니까요. 그 명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행동방식을 보면 그나마 VOTO 관련 단체중 가장 민생안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밀러와 엔지씨는 절대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건 아닙니다.

공항에서부터 본가에서 보내온 해독제 수송을 맡은 시큐리티 맨들이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생긴 전력공백을 메꿔줬으니까요. 결국 해독제는 강탈당했지만 그 둘이 무능했다기 보다는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에서 너무 분비를 철저히 한 탓입니다. 설마하니 투숙객의 반이 고스트 요원일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적진 한복판에서 잠을 청했던 셈이지요.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안일했던 탓입니다. 상속자리그를 대비해서 지하연구실 보안에만 철저했지 정작 제 안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일어났던거죠."

"범인은 누군지 짐작이가?"

"일단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회장님이나 장손인 도엔버 크로스데일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블루아주 회장님이 자신이 만든 해독제를 한국 공항까지 배송한 후에 비싼 돈을 들여 고스트를 고용해 다시 빼았는 번거로운 수고를 할 필요가 있었었을까하는 생각은 듭니다."

나는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일단 시나리오1은 도엔버라는 놈이 아야사 크로스데일을 협박해 어떤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해독제를 훔쳤다. 시나리오2는 도엔버가 블루아주가 해독제를 주지않아도 한 분기를 버티기 위해 아야사의 해독제를 여유분으로 훔쳤다. 마지막 시니리오3은 블루아주가 시나리오1과 마찬가지로 아야사를 협박해 어떤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해독제를 훔쳤다.

시나리오3이라고 가정했을때 굳이 자신이 만든 해독제를 한국 공항까지 보낸 다음에 다시 훔치는 번거로움을 감수한건 심리적 효과로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겠지.

"아야사 나 잠깐 화장실 좀 쓸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는 아야사를 뒤로하고 안방에 달려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지금 고스튼지 나발인지 하는 놈들을 쫓아 해독제를 되찾는건 너무 기약없는 싸움이다. 운좋게 해독제를 되찾는다고 해도 아야사의 몸상태가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면 무용지물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에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조작해 백신마켓 메인페이지를 출력했다.

사실 아야사가 블루아주가 제조한 독의 증상을 말해줬을때 부터 나는 백신마켓에서 관련 내용을 종종 검색하곤 했다.

사실 독이라는게 한두종류도 아니고 특정 독의 해독제를 따로 구한다는건 아무리 백신마켓이라고 해도 쉬운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독을 중화하는 해독제가 존재하긴 했다. 소위 일컫는 만병통치약에 해당하는 해독제의 이름은 안티도트(Antidote). 당연히 온갖 독을 중화시켜주는 만큼 가격이 만만치 않는 녀석이였다.

[No.61 안티도트]

-백가지 이상의 약초를 연금술식으로 배합하여 만든 신묘한 해독제.

-그 어떤 독도 중화시키는 것은 물론 복용자의 면역력을 상승시켜 잔병치례를 막아준다.

-11000 VP

[옥사건의 보유자금]

-천주랑님으로 부터 6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염익철님으로 부터 3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초패랑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발두인 실버코인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POS(Point Of Sales) 단말기로부터 5950 VP가 도착했습니다.

-TOTAL: 318000 VP

물론 보유자금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아무리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의 선내에 공방을 건설할 예정이라 들어갈 돈이 많다고 해도 11000 VP가 부족해서 곤란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아야사에게 11000 VP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하는 것이였다. 괜히 여자한테 이것저것 퍼주다가 거덜나는 호구가 되지않을까 지례 겁먹고 있는 것이다. 막상 아야사한테는 초코바하나 사준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되려 항상 통닭을 얻어먹기 일수였지만 아야사는 재벌 3세니까 이 정도는 껌값이겠지라는 인식때문에 빚을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걸로 고민하는건 정말 비생산적이군. 그냥 안티도트를 사준다음에 11000 VP만큼의 가치 이상으로 부려먹으면 그만 아닌가? 나는 복잡하게 꼬인 실을 칼로 두동간낸 신화 속 인물처럼 단순한 논리로 고뇌를 끝내고 구입버튼을 눌렀다. 전이술식 서비스 비용 포함 12000 VP가 빠져나갔다.

내 손바닥에 알약모양의 홀로그램이 투사됐다가 이내 실체화된다. 나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안티도트를 건넬 요량으로 알약을 입안으로 삼키고 화장실 밖으로 나섰다.

"아야사 나 고백할게 하나 있어. 사실 나는 동화나라에서 온 왕자님이야. 그래서 내 키스는 그 어떤 저주도 해제할 수 있는 힘이있지. 고통스러운 저주에서 해방될 준비는 됬어?"

"그렇군요."

"믿지않는 눈치인걸."

"아뇨, 믿습니다. 정확히는 믿을 수 밖에 없지요. 블루아주 회장이 만든 독은 이적의 힘으로 완성된 것. 당연히 그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존재도 이적의 힘을 지닌 존재겠지요. 그리고 제가 아는 지인중에서 이적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천외천 유저는 사건님이 유일합니다. 살아남을 수 있는 동앗줄이 하나라면 고민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동앗줄이 진짜라고 믿고 잡아당길 뿐이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뭘 주저하고 있는거야. 어서 내게 안겨서 먼저 키스해. 키스는 남자가 먼저해야된다는 생각은 너무 구시대적이지 않아?"

내 말에 아야사는 구속복때문에 운신이 불편할텐데도 힘겹게 일어나 내게 반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가 한두걸음만 앞서 걸어도 바로 키스각이 나왔지만 나는 아야사가 힘겹게 반걸음씩 움직이는걸 지켜만 볼 뿐이였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결국 내 코앞까지 도달한 아야사는 고개를 15도 정도 돌려 내 입술을 덮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야사도 내 키가 작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뒷꿈치를 드는 행위자체도 쇠약해진 아야사에게는 고역이였으니까. 아야사의 튼 입술의 까칠까칠함이 느껴지자 나는 곧바로 안티도트 알약을 아야사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아야사가 갑작스럽게 들어온 이물질에 당황했지만 나는 내 타액까지 밀어넣으며 안티도트 알약을 아야사의 목구멍으로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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