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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아이스 바운드 마을에 여지껏 없었던 소란스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전생유적 특수를 누리며 대규모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까닭이였다. 처음에는 물론 소수정예의 탐사자들이 순수하게 기연을 목적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수왕성의 바다풍경과 어울어진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인어족들의 사진이 우연히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에 찍혀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면서 관광객의 비중이 갑자기 급속도로 높아진것이다.
사실 지구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SNS가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더니 상상을 초월한 마케팅 효과를 보여줬다.
비록 스케일은 달라도 커뮤니티 네트워크라는 것은 상상이상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단적인 예로 별의별 행성에서 사람들이 모였는데 생각보다 범죄나 말썽을 피우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 했다. 괜한 말썽을 피우게 되면 아무리 모행성과 수왕성이 멀리 떨어져 있다해도 커뮤니티를 통해 아무개씨가 이런짓을 했다라는 사실이 퍼져나간다. 물론 술먹고 고성방가를 하는 정도야 벌금을 내고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그것이 범법 행위로 이어진다면 평생 주홍글씨가 새겨진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위 모든 관광객들이 일종의 감시자가 되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백혈구가 세균을 공격하듯 커뮤니티에 만행을 고발한다. 아무리 돋보적인 권력과 부를 지닌 사람이라 해도 통합된 힝성 커뮤니티의 집중 여론 공격은 무시할 수 가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존재하는법. 제법 잘나가는 함선용 무기 제조 커뮤니티 간부가 숙소에서 서빙을 하는 인어족에게 매춘을 시도하는 참사가 있었다.
"아주 피가 흥건했지. 그 간부 얼굴이 새하얗던데 조금만 지혈이 늦어졌으면 죽었을려나?"
그것이 왜 참사인고 하니 아이스 바운드의 임시 치안관을 맡은 은리 사저가 전생유적 탐사자나 관광객들이 수왕성에 하선하면 꼭 당부하는 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인어족을 건들이면 내 용린검이 피를 볼것이다.'라는 멘트였다. 혈린검의 위명을 한번이라도 들어본적이 있는 자라면 그 말을 흘려듣지 아니했을텐데 예의 간부는 그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수왕성을 그런 불순한 목적으로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은리 사저의 그 사실을 전해 듣자마자 폭풍과 같은 경공으로 빙린여관의 홀에 도착. 예의 간부를 보호하려는 에너지 웨폰으로 무장한 일개소대의 경비대를 단숨에 무장해제 시킨 뒤 게틀링건으로 무장한 배틀로이드 샤프슈터를 고철덩어리로 환원시켰다. 그리고 마무리로 예의 간부의 거시기를 육편마냥 저며버렸으니 새하얀 대리석은 붉은 빛으로 더렵혀졌다.
증가하는 관광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빙린여관 중측 공사를 끝내고 해물볶음밥으로 저녁을 때우려고 홀에 들렸따 우연히 그 관경을 목격한 나는 내 거시기도 아닌데 오싹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은리 사저는 피를 본다고 말하면 정말로 피를 보는 사람이였다. 우주 스케일의 기술력이라면 거시기 정도는 재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시기가 육편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고통을 예의 간부는 평생 기억하리라.
"그래도 흔적도 없이 깨끗해졌구나."
아무래도 피자국이 있으면 다른 관광객들이 보기에 좀 불쾌할 것이다. 아니지 오히려 그 핏자국을 그대로 남겨 일종의 경고의 표식으로 삼으면 관광객들이 경거망동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엇저녁에 있었던 참사의 현장을 가볍게 둘러보고 홀의 매점으로 향했다. 유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 아이스 바운드 마을에서 한몫 잡기위해 뛰어든 보따리 상인이 한 명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매점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다름 아닌 지구의 보존식품이였다.
오르시나에게 지구와 수왕성을 잇는 항성간 수원 포탈을 열어달라고 부탁한 나는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에 재봉사 시스트린을 태워 지구로 보내고 지구에서는 대형마트 7군데를 돌아다니며 초코바, 라면, 통조림과같은 보존식품을 싹쓸이하여 수왕성으로 보냈다. 대형마트의 점원과 다른 손님들이 수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봤지만 한달에 한번만 열 수 있는 포탈인 만큼 나는 얼굴에 철면피를 깔았다.
이솔다 공주에게 공짜에 가까운 권리금을 주고 홀에 자리를 받아 팔기 시작한 보존식품들은 생각 이상으로 잘 팔려나갔다. 사실 전생유적안에서 탐사자들을 예상 소비자로 생각했지만 그들은 따로 칼로리 캡슐을 준비해온 모양이다. 오히려 관광객들이 별미라고 참치통조림과 라면을 싹쓸어 담았는데 유독 라면의 인기가 대단해 홀의 정식메뉴로 해물라면이 등록될 정도였다.
"푸스카 장사는 잘되고 있냐?"
"사일런트워커 푸스카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오늘도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라면쪽은 이솔다 공주님이 일괄구입하여 홀의 주방쪽으로 물량이 빠졌고 주 품목인 초코바나 참치통조림을 제외한 다른 부식들도 관광객들이 신기하다며 박스채로 구입해갑니다. 슬슬 창고에 있는 물량이 바닥나갑니다만 역시 재공급은 힘들겠지요?"
"하하 잠깐 사이에 암살자가 완전히 장사꾼이 다됐군. 창고에 있는 물량이 바닥나면 이제 장사 접어야지 뭐. 그냥 용돈벌이나 하려고 시작한건데 오르시나를 너무 혹사시키는것도 그렇잖아?"
"그렇군요. 제가 길드에 있을때 다른 암살자들의 경우 잠입을 위해 장사꾼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생각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노타우르스 족인지라 그게 불가능했지요. 판매대앞에 선지 열흘 남짓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장사꾼이라는 직업은 꽤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아 참 그리고 일전에 선물로 주신 비수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척자에게 저절로 귀환하는 전이술식이 새겨진 비수라면 암살길드장이나 가지고 있을법한 아티팩트인데 그걸 제가 손에 넣게 되다니 오래살고 볼 일이군요."
나는 전생유적에서 획든한 7개의 기연중 비수를 푸스카에게 선물했다. 사실상 이매망량 제 2형 천인대가 완성되면서 비수의 존재는 내게 계륵이였다. 비수에 검기를 실을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또 모를까? 그리고 재료에 해당하는 기연인 붉은 비단과 옥단예 캐릭터를 프린트한 A4용지를 시스트린에게 주고 은리 사저에게 입힐 차파오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시스트린이 말하길 붉은 비단이 한두번 정도라면 도검을 비껴가게 만들만큼 극상의 부드러움을 지닌 최고급 재료란다.
"나야 이매망량이 있으니까 사실 그 비수가 있어도 의미가 없잖아? 그럴바에 수왕성에 온 이후로 가장 고생한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인 너한테 선물로 주는게 좋을것 같아서 말이야. 어차피 구룡대한테 강탈 아니 선물받은 기연품목이기도 하고."
"빙린여관 증축 공사는 모두 끝난 것입니까?"
"그래 방금 끝났다. 진짜 어찌 그렇게 사람을 부려먹는지. 그래도 발두인 함장이 미안했던 모양인지 1만 VP의 보너스랑 한달짜리 유급휴가 주더라. 당분간은 나도 해안으로 가서 일광욕도 하면서 좀 쉬어야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최근 숨쉴틈없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셨으니 휴식으로 몸과 마음을 정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냐. 나는 그러면 먼저 가본다. 많이 팔아라. 외상 손님은 절대 받지 말고."
나는 매점을 벗어나 발걸음을 재촉해 해안으로 향했다. 많은 관광객들중에서 사실 인간이 아닌 아인에 가까운 타행성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솔다 공주의 지느러미가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듯 쭉쭉빵방한 몸매에 꼬리, 날개, 귀, 보석, 문신같은 특징적 신체부위로 버라이어티한 매력을 뽐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당당하게 그 언니들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
휴가때는 사고친게 아니라면 대대장도 건들지 않는 것이 불문율. 군복을 인벤토리 안에 쑤셔넣고 다른 행성에서 온 보따리 상인에게서 구입한 산수화 무늬 반팔 난방과 반바지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이솔다 공주가 공식으로 지정한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매점에서 마우즈라는 바나나 비슷한 과일을 갈아만든 주스를 하나를 1VP로 결제하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뼈조각 벤치를 변이술식으로 만들었다. 비싸게 돈주고 대여할 필요가 없으니 이 얼마나 경제적인가? 아이스 바운드 근처에 지천으로 열린 과일인 마우즈로 만든 주스를 1VP나 주고 산건 조금 아깝긴 했지만 나도 푸스카가 운영하는 빙린여관의 매점에서 적잖게 비싸게 팔아먹고 있었으니 쌤쌤이다.
파라솔도 없이 뼈조각 벤치에 누워 마우즈 주스를 들이키니 제법 휴가 분위기가 산다. 그리고 꺼내드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전생유적에서 강탈 아니 선물받은 목각안경이였다. 이 목각안경은 소위 안면인식장애를 일으키는 환영술식이 걸린 아티팩트였다. 즉 이걸 쓰면 다른 행성에서 놀러온 쭉쭉빵빵한 언니들의 둔부나 가슴골을 대놓고 쳐다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아 이곳이 바로 천국이로구나!
"어머 저 언니 저렇게 대담한 비키니를 입고 꼬리를 살랑거리면 헌팅해달라는 우회적 표현아니야? 헛 저 귀에 천사깃털달린 언니는 태양아래에서 어쩜 저렇게 피부가 뽀얗대. 어머어머 저 이마에 보석이 박힌 언니는 오일광 장난아니다. 헐 그리고 저 언니는 온몸이 물로 이루어진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야 변태 계약자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흠흠 잠시 해수욕장 시찰을 하고 있었지. 혹여나 불한당 같은 놈들이 아이스 바운드의 치안을 어지럽히면 정의의 철퇴를 내리기 위해서 말이지. 오르시나는 무슨 일이야?"
"헛소리 그만하고 지구에 있는 네 근거지에 일단의 무리가 침입했어. 시스트린이라는 네 부하가 모두 묶어두긴 했는데 향후 처리를 위해서 네 지시가 필요하대. 나는 할말 다 전했어. 권능회복에 전념하기 위해서 백록담으로 갈꺼니까 앞으로는 필요해도 나 부르지마."
"백록담이라면 제주도 한라산에 있는 그거?"
"그래! 도대체 지구는 어떻게된게 멀쩡한 수원보다 오염된 수원을 찾는게 더 빠르니? 정말 행성을 한바퀴 돌뻔하다가 그나마 쓸만한 수원을 찾았어. 권능을 회복한 뒤에 수왕성으로 복귀하면 절때 다시는 지구를 목표로 항성간 수원 포탈을 열지 않거야."
"오케이, 알았어. 지구의 오염된 수원에 관해서는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가끔 라면국물을 먹지 않고 그대로 싱크대에 버리거든.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당장 돌아가서 시스트린이랑 무슨 일인지 상의해볼께."
"흥!"
오르시나의 본령은 아케론강에서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를 지구의 수원으로 인도하느라 현재 지구에 있는 상황이였다. 그럼에도 오르시나가 수왕성에 있는 나와 대화할 수 있었던건 오르시나가 수왕성에 연락용 분령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학기말고사 준비도 도외시 한채 수왕성의 해수욕장에 휴가를 즐기러 나왔던 나는 씁쓸함을 마우주 주스 원샷으로 중화시키며 은린선의 개인선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른 문제라면 모를까 본체의 신변위협에 관한 문제는 절대 좌시할 수 없었다. 시스트린이 문제없이 침입자들을 제압했다해도 한시라도 빨리 진상을 파해쳐야한다.
물론 진상 파혜치기같은 일따윈 필요없는 좀도둑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 무리를 지어 남자 자취방에 침입했다는 사건 자체가 냄새가 난다. 아무리 한국 최고의 대학교인 화랑대학교 근처에 있는 자취방이라 한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단 말인가? 자취방에 등록금을 꼼쳐둘것도 아니고.
이번 일의 주동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본체의 신변을 위협했으니 당연히 그에 준하는 응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쭉쭉빵빵 언니들을 감상할 계획이였던 내 휴가를 망친 놈들에게는 더 악랄한 단죄가 추가될 것이다. 사실 이 전생유적 특수도 한철이라는 이야기를 발두인 함장에게 들은적이 있다. 왜냐하면 엄연히 수왕성은 디파일러 출몰 지역인지라 아이스바운드 근처에서 디파일러와 소규모 교전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하루아침에 모든 관광객들이 짐싸서 떠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흐으, 쭉쭉빵빵한 언니들아 내가 돌아올때까지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