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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나는 무조건 선불주의였다. 나중에 주겠다라는 말은 내 입장에서 '네가 득달같이 달라고 성화를 부리지 않으면 은근슬쩍 때먹겠다.'라는 말로 들렸다. 허나 천주랑에게는 10만 VP라는 거금을 일시불로 지불할만큼 자금사정이 좋지 못했고 염익철 부대주의 3만 VP는 물론 구룡대 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초패랑의 1만 VP까지 긁어모아 내게 바쳐야 했다.
"미안하구나, 초패랑. 네가 고생해서 얻은 기연은 물론 초봉까지 빼앗아서. 백토성으로 돌아가면 VP는 바로 갚아주마. 기연의 경우 사실 똑같은 것을 백신마켓에서 구할 수 는 없고 내가 개인 검술지도 시간을 늘리는쪽으로 보상해주마."
"천대주님의 잘못이 절대 아니니 너무 상심하지 마십쇼. 초패랑 모든것은 부대주인 내가 욕심을 부려 생긴일이니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VP는 두배로 갚고 기연 같은경우 무슨일이 있어도 백신마켓에서 비슷하거나 더 좋은걸로 사주겠다."
"두 분다 너무하십니다. 두분이 디파일러로부터 제 목숨을 구해준게 양손으로 헤아려도 모자란데 어찌 그렇게 손익계산을 칼같이 하시려는겁니까? 저는 대주님은 형처럼 부대주님은 아버지처럼 생각했는데 제가 가장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가족처럼 느껴지지 않으시는겁니까?"
이 분위기는 왠지 나를 나쁜놈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뭐 실제로 나쁜놈 맞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다. 아마 내 심장에 좁쌀만큼의 양심은 남아있는 모양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할려나? 내가 천주랑 일행으로부터 강탈 아니 선물받은 기연은 재료에 해당하는 붉은비단, 장신구에 해당하는 목각안경 그리고 예리한 청동빛을 뿜어내는 비수였다.
무슨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팔구십번대 레벨의 테스트에서 획득한 내 기연에 비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기연을 얻는것 자체는 랜덤이지만 높은 레벨의 테스트 룸에서는 더 높은 가치의 기연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인가? 덕(德) 테스트에서 삽질을 했던것이 전화위복이였다고 말하기엔 팔구십번대의 테스트에서 너무 개고생을 했지만 나름 고생한만큼의 대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그러고보니 천주랑 너는 왜 수호령의 계약자가 되려고 했던거지?"
"일종의 공신력있는 자격증을 획득하려고 했던겁니다. 여검사중에서 으뜸인것은 물론이고 천체에서도 그 이름이 자자한 혈린검 용린은리의 약혼자라는 타이틀을 대체할만한 수호령의 계약자라는 타이틀은 굉장한거니까요. 그 후 노룡전의 정략약혼을 파기하고 어린세랑에게 정식으로 청혼하는것으로 그나마 저를 좋게 봐주시는 장로님과 협의된 상황이였습니다만 실... 패로군요. 이제야 실감이 갑니다."
"그래서 그게 내탓이라고 생각하나?"
"아뇨. 수호령은 그 역량에 걸맞는 계약자를 찾아갈 뿐이지 사연이 딱한 계약자를 찾아가는게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너무나 깔끔하게 패배했기에 미련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려는건 그게 아니야. 노룡전의 늙다리들이 니 운명을 좌지우지하는걸 손놓고 구경한 네 방만함에 대해서 말하려는거라고. 아니 됐다. 괜한 오지랖을 부렸군.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노룡전의 늙다리들이라고 해서 영원히 사는건 아니니까 언젠간 천주랑 네 턴이 오겠지. 물론 그때까지 어린세랑이 기다려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받은게 있으니 은리 사저에게는 정확한 정황을 전달해주지."
"진짜 도움이되는 충고는 항상 쓰게 느껴지는 법이군요. 그러면 31층에서 있었던 이번 불상사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은리에게 말할 생각입니까?"
"아니. 31층에서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으로 하지. 천주랑 너도 그편이 나을거 아니야? 단지 우월한 무위와 빛나는 지모를 지닌 옥사건은 기연을 7개나 획득하는 기염을 토해낸 반면에 구룡대 일행은 헛물만 켰다라는 걸로 입을 맞추자고."
"그... 그렇군요. 10:1로 싸웠지만..., 최후에는 비격진천뢰까지 사용했지만 졌다라고 알려지는 것보단 그게 낫겠군요. 아직 기절해 있는 구룡대에게도 그리 전해두겠습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 천주랑을 뒤로하고 오르시나가 등장했던 분수로 향했다. 이제 수호령에게 함부로 사람을 비웃고 테스트에 장난질을 치면 어떤 대가를 치루는지 똑똑히 알려줄 차례다. '당장 나와 이년아 궁뎅이에 몽둥이 찜질을 해주마!'라고 소리치면 오르시나가 도망갈지도 몰라 일단 점잖게 최후의 일인이 됬음을 분수에 대고 말했다. 어찌 잘 전달됬는지 분수에서 물이 흘러나오더니 신전을따라 물길을 만든다.
그리고 물길의 끝에 테스트 룸에서 질리게 보았던 살짝 공중에뜬 문이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둘만 있는 장소에서 보자 이건가? 아주 잘된 일이야."
나는 입맛을 다시며 문고리를 돌렸다. 문안에는 그동안 30번이나 보았던 대기실의 풍경과 판박이였다. 원목탁자 위에는 여전히 음료수와 쿠키가 놓여있었고 다른점이 있다면 오피스레이디 차림을한 오르시나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랄까. 쵸코 브라운 숏컷에 이지적인 눈동자는 전생유적과 같은 신화적 건물보다는 도심한복판에 자리한 회사건물에 어울리는 것이였다.
"다른 10명이 한 소속으로 보였는데 최후의 1인이 되다니 제법 한 수가 있었던 모양이군. 덕 테스트에서 말도안되는 헛지거리를 하길래 그저 고집불통인줄로만 알았더니."
"호오 이제 계약자가 될 사람에게 너무 막말하는거 아닌가? 그리고 분명 77Lv 테스트에서 내가 팔구십번대 테스트를 통과해 31층에 도달하면 진정한 주군으로 따르겠다고 말했던걸 똑똑히 들었는데 말이지. 수호령이라는 존재는 원래 그렇게 말을 쉽게 바꾸는건가?"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너를 주군으로 삼고 따르겠다는 말은 사실이야. 단지 내게 있어 진정한 주군의 의미는 막말도 서슴없이 주고받을 수 있을정도로 마음을 터놓은 상대라는거지. 만약 내 성에 차지 않는 계약자였다면 그저 사무적으로 말하고 지시사항을 이행할뿐 그 어떤 사담도 하지 않았을거야."
"호오 막말도 서슴없이 주고받을 정도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것이 진정한 주군이라... 그 말 기억해두지. 좋아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계약자가 되면 도대체 뭘할 수 있는거지? 매일 아침 색다른 음료수와 쿠키를 대접받기 위해서 그 고생을 한게 아닌데 말이지."
"일단 여기 있는 음료수부터 먹어."
"나 별로 목 안마른데? 그리고 이거 그냥 물이잖아. 좀더 달콤한건 없어?"
"일종의 정식계약자가 되기전 수행하는 연례의식같은거니까 불평하지 말고 마셔. 몸에 나쁜거 아니니까."
31층까지 내려오면서 여러가지 음료를 맛보았지만 맹물은 단 한번도 대접받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맹물맛이 그립다거나 한것은 아니였지만 오르시나가 보채는통에 나는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혀에 닿은 그 맛은 영락없이 맹물이였다. 물론 보통의 물도 수돗물 맛, 정수기 물맛, 계곡물 맛, 약수터 물맛이 다르고 내가 마신 물도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맛이긴 했지만 결국 물은 물이다.
도대체 왜 이걸 마시라고... 으어아우으으으으아악. 뭐야 이거! 머리가 핑 돌면서 나를 감싸고 있는 이매망량들이 날뛰는 모습이 사령안에 잡힌다.
이 떠돌이 망령들아 그렇게 날뛰면 안그래도 머리가 핑그르르거리는데 더 어지럽잖아. 좀 가많이좀 있으란 말이야! 그러나 평소라면 내 명령에 꿈벅죽는 녀석들이 내가 가만있으라고 하자 청개구리 심보인지 오히려 더 날뛰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이매망량의 원한과 증오가 피부를 난도질 하듯 찔러온다.
감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것들이... 내가 바로 모든 죽은 이들의 주인이자, 왕이자, 어버이인 아크리퍼(Arcreaper) 옥사건이란 말이다. 물론 게임에서 그랬던거고 수왕성에 처음 워프되었을때는 죽은자들의 반상회장정도?의 느낌이였다만 그래도 너희들한테 괄시당할정도는 아니라 이거야. 그러니 지금 당장 내 앞으로 일렬종대로 엎드려 뼏쳐!!!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허나 이매망량 천인대가 내 의지를 받들어 정말로 내 앞에 고개를 수그린다. 이건 내가 아직 A 랭크의 영력을 소유하고 있을때의...
이매망량(魑魅魍魎) 제 2형 천인대(Expedition of the Thousand)
"후우욱 뭐야 이거 도대체 나한테 뭘 마시게 한거야? 이 빌어먹을년아!"
"글쌔? 나는 무한의 쿠키주머니와 물을 그 어떤 음료수로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닌지라 빌어먹을 일은 없을것 같은데. 어쨌든 네가 마신건 천년정화수라는 음료수 아니 기적 그 자체지. 마시는자의 염원을 정해진량 만큼의 창세 에너지를 기반으로 실체화시키는거지. 이름 그대로 그 한컵분량의 창세 에너지가 깃든 물을 모으기 위해 천년이 걸렸어.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면 너희들이 마신 음료수도 천년정화수의 힘을 빌려 만든거야. 물론 한 방울을 백만분의 일로 희석해서 만든거긴 하지만.
내가 31층에서 계약자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계약자를 보좌하기 위함도 있지만 천년정화수를 계약자에게 마시게 하기 위함도 있지. 보아하니 영적 능력이 상승한 모양인데 말이야. 싸우는 모습이 하도 터프해서 육체파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매 계열이였군. 영매 계열의 계약자는 수호령과 교감하기에 괜찮은 편이지. 가끔 순수육체파 계약자는 내 존재 자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아니 왜 그 중요한 사실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던거야? 그런 엄청난 영약인줄 알았다면 정력을 좋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걸 그랬잖아!"
"그거야 미리 말하면 계약자의 에고가 진정으로 원하는 순수한 염원을 읽어들일 수 없으니까 그런거지. 잡념이 많아지면 염원이 오염되고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 귀한 창세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이지."
[옥사건의 상태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월등한 재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그 어떤 독에 대해서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시체를 섭취하므로서 손상된 신체를 수복할 수 있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정신오염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어둠속성의 데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얼티밋 언데드 폼의 영향으로 강화 손톱을 통해 격투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무력: A(0/512)
마력: A(0/512)
영력: A(0/512)
스텟포인트: 0
사실 정력 이야기는 농담이고, 물론 정력이 한 랭크 상승한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영력이 한 랭크 상승한것만으로 나는 비약적인 전력 상승을 이루었다. 일단 C 랭크때는 초등학생 한 학급의 물리력밖에 발휘못했던 이매망량이 B 랭크에서 고등학생 한 학년 전체인 300명 가량의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A 랭크의 이매망량은 정규병사 천인대급의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물리력의 상승을 떠나서 물리력의 발현 형태가 바뀐다.
B 랭크까지는 영화속에서 유령들이 종종하는 짓거리인 침대에 누워있는 엄한 사람 바짓가랑이 잡아당기기 정도의 발현 형태밖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A 랭크에서 부터 이매망량은 정말로 검과 창을 휘두르는 정규병사가 되어 실제로 검을 휘두르는듯한 물리력 발현형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보이지 않는 검 천개나 보이지 않는 방패 천개를 마력소모없이 사용할 수 있는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에게 영압족쇄를 채울 수 있게 되었으니 염익철 부대주 사건때처럼 뒤통수를 맞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오히려 내가 시선을 끌고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이 뒤통수를 치는 일이 많아지겠지. 생각해보니까 염익철 이 아저씨 열받네. 돌아가서 10만 VP 정도 더 뜯어낼가? 아니지 그보다 더 중요한 볼일이 남아 있었구나. 바로 못된 수호령의 버릇을 고쳐주는 일이였다.
"오르시나야 주군으로서 첫번째 명령이다. 정장치마 벗고 내 쪽으로 엉덩이 대."
"그것참 기념적인 첫번쨰 명령이로군. 거절하겠어. 내가 생각하는 주군은 마음을 터놓는 상대지 속살까지 터놓는 상대는 아니거든. 애시당초 인간 수컷에게 번식본능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수호령을 상대로 욕정하는건 무슨 추태야?"
"더러운 욕정이 아니라 신성한 마음가짐으로 벌을 내려 수호령의 잘못된 바를 바로잡으려는것 뿐이야. 오래걸리진 않을테니까 어서 정장치마 벗고 엉덩이 치켜올려. 내가 강제로 하기를 바라는건가?"
"어디한번 잡아볼 수 있으면 잡아보라지. 내가 물을 관장하는 수호령이라는걸 잊으셨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