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79화 (7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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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염익철 부대주! 이렇게까지 해서 이길필요는 없지않습니까?"

"모든 죄는 제가 지겠습니다. 제 독단으로 옥사건 준위를 비격진천뢰로 암살했다고 용린은리 소저에게 말하겠습니다. 아무리 용린은리 소저라고 해도 암살범이 나온 상황에서 청룡문의 후계자를 추궁하지는 못할겁니다. 천대주님은 수호령에게 최후의 일인이 됬음을 선언하십쇼. 그리고 당당히 그녀를 만나러가세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용린은리 소저와는 파혼이 되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하하하하!!! 이 빌어먹을 것들이 나를 암살하는 꿈이라도 꾼 모양이군. 네까짓 것들이 나를 죽이려면 천년 아니 만년은 이르다, 이 잡것들아!"

"거...거짓말 비격진천뢰는 진도 6.6의 건물철거용 폭탄이거늘...우으윽."

나는 진심으로 대노하고 있었다. 영력으로 목줄을 채워놓지 않은 아크토두스의 영혼도 내 지옥불같은 분노를 느끼고 몸을 사리고 있었다. 아크토두스의 본능을 배제하고 어설픈 걸음으로 염익철 부대주의 코앞까지 걸어가 멱살을 잡아 올리니 내상을 건든모양인지 염익철 부대주가 다시한번 시커먼 피를 토해냈다. 건물철거용 폭탄이라 확실히 위력적이였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재빨리 내장안으로 들어온 비격진천뢰를 녹색 피를 응고시켜 감싼 후 변이에너지를 있는대로 때려박아 응고된 녹색피를 슈퍼 젤라틴화(Super Gelatinization)시켜 버렸다.

도올명의 아바타를 쉐도우 브레스(Shadow Breathe)로 끝장낼때 손과 검을 통채로 고정시켜버린 것도 슈퍼 젤라틴화였다. VOTO(Vacccine Of Things Online)에 존재하는 네임드 변이술식은 아니였고 얼티밋 언데드 폼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분자구조에 따른 세포조직 내구성을 실험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변이술식이였다.

결과적으로 내가 입은 피격데미지는 슈퍼 젤라틴으로 둘러싸인 비격진천뢰가 내부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장기가 짓눌린 정도였다. 당연히 그 정도 데미지는 단숨에 회복해버리는 것이 얼티밋 언데드 폼이다. 만약 슈퍼 젤라틴화가 없었다면 제법 큰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물론 그 큰 데미지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재생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그 오랜 재생기간 동안 다른이의 공격에 무력한 상태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가 네 놈의 심장에 앞발을 박아넣어 씹어먹지 못해서 안한줄 알아? 그래도 은리 사저랑 안면이 있는 놈들이라 손속에 사정을 뒀떠니 이런식으로 뒤통수를쳐?"

"옥사건 준위 모두 내 잘못입니다. 허니 염익철 부대주를 내려놔주세요. 내상이 심해지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사지를 잘라낸 다음 심장을 파먹을 생각인데 내상따위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지? 천주랑 자기 식구 감싸기는 좋지만 그러다가 네녀석도 옥수수가 날라가는 수가 있어. 네가 아무리 잘생겼다고 해도 이가 없으면 은리 사저는 물론 니 내연녀도 너를 거들떠 보지 않을걸?"

"어린세랑은 내연녀같은게 아닙니다!"

"그러면 어디 한번 네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나 떠들어봐. 내가 로맨스인지 불륜인지 판단해주지. 적어도 이야기를 하는 동안은 염부대주를 건들이지 않겠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염부대주의 개짓거리를 용서한다는게 아니야. 단지 얼마나 대단한 사연이 있길래 엄한 사람 뱃속에 폭탄을 쑤셔넣었는지 궁금한것 뿐이니까."

사실 이전부터 궁금했던것이 은리 사저는 왜 그렇게 천주랑을 원수대하듯 했으며 천주랑은 왜 자꾸 어린세랑인지 늙은세랑인지를 자꾸 찾는지. 내가 염익철 부대주를 조심스럽게 신전 바닥에 눕히자 천주랑이 망설이는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운을 때기 시작했다.

"용린검가에 3가지 분가가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금시초문. 나한테 추임새같은거 기대하지말고 그냥 계속해봐. 완전 열받은 상태니까."

"어린분가, 마린분가, 사린분가 이렇게 세가지 분가가 존재합니다. 세 분가는 용린검가에 비하면 무위가 한수 밀리지만 각자 행정, 우주항공, 참모 분야에서 중임을 맡아 용린검가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혈족중심의 인재등용정책을 피고 있는 용린검가가 인재를 가리지 않는 청룡문과 버금가는 세를 지니고 있는것은 그 세 분가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세랑은 눈치 채셨겠지만 어린분가의 혈족입니다. 그것도 가주의 딸로 어렸을때부터 출중한 용모와 지모로 어린분가의 촉망받는 후계자였습니다.

어린분가가 무가의 길에서 완전히 벗어난것은 아니지만 대대로 가주는 무공보다는 행정능력의 자질을 높이 샀으니까요. 그런 어린세랑을 만난것은 사령성에 있는팔륜학관에서였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집고 넘어가야할것은 팔륜학관을 다니던 당시 저는 청룡문의 소문주가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청룡문 외전에서 일주일에 한번 무인들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푸줏간의 아들이였습니다.

팔륜학관의 팔륜은 본래 청룡문, 주작문, 현무문, 백호문, 용린검가, 귀갑권가, 봉황도가, 기린창가를 상징합니다. 물론 외부인이 입관할 수 없는것은 아니나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것마냥 어려운 일이지요. 청룡문 소속이긴 했으나 결국 식솔에 가까웠던 아버지가 평생 모으신 VP로 영약을 고기밑에 숨겨 장로들이 기거하는 노룡전에 올리지 않았다면 제가 청룡문의 1대 제자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전수받는 일도 팔륜학관에 입학하는 일도 없었을겁니다."

천주랑은 거기까지 말하고 회한에 젖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청룡문의 장로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먹은만큼 벹은걸 보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물론 1Lv 덕(德) 테스트도 통과못한 내가 양심 운운할 처지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은듯한 천주랑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아버지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팔륜학관에 입관했습니다. 그리고 입관식에서 처음 어린세랑을 보았을때 처음의 각오가 무색하게 심장이 녹아내렸습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겁니다. 입학식에 참여한 남자 학관생 태반이 그날 어린세랑에게 마음을 뺐겼으니까요. 입관식 다음날 팔륜학관의 선배들까지 동참한 고백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만 단 한명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은리가 세랑의 곁에서 나보다 약한 남자에게 세랑을 넘겨줄 수 없다고 선언해버렸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때의 은리는 굉장했습니다. 난다긴다 하는 선배들을 단 일검만에 쓰러트렸으니까요. 저 또한 차례가 되어 은리와 맞붙게 되었지만 될 턱이 없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막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뜨내기였고 은리는 돌잔치에도 검을 집어든 천생검사였으니까요. 헌데 은리가 저한테 검을 든지 얼마나 됬냐고 묻더군요. 아버지를 도와 고기칼을 든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진검을 든지는 1년이 채 안됬다고 했습니다.

은리가 놀라며 제게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더군요. 그게 인연의 시작이였습니다. 그때는 아직 어렸던 은리가 치기로 저를 가르치기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정식으로 검을 사사받은적이 없는 제게는 정말 가뭄의 단비같은 공부였습니다.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을때 세랑을 좋아한다고 은리에게 말했더니 쿨하게 앞으로 내가 없을때는 세랑을 네가 지켜라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염원하던 어린세랑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나는 하품이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무슨 대단한 사연이 있는줄 알았더니 너무 많이 우려져서 하이틴 소설 소재로도 써먹을 수 없는 지루한 첫사랑 이야기다. 아니 누구는 학창시절때 첫사랑도 없었는줄 아나?  물론 자기 딴에는 자기 사랑이야기가 제일 애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겠지. 나는 한마디 해주려다가 너무 감정에 몰입해 있는 천주랑의 표정이 부담스러워 그만두었다.

"아무리 분가라고 해도 차기 후계자의 직함은 가벼운것이 아닙니다. 청룡문으로 따지면 장로에 해당하는것이 분가의 가주니까요. 반면에 저는 아무리 좋게 봐줄려해도 어린세랑에게 걸맞는 남자는 아니였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푸줏간을 운영하시는 아버님을 원망해본적은 없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중 한명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입관직전의 마음가짐을 되살려 하루에 1시진씩 자며 노력했습니다.

그덕분에 학년 차석이라는 영예를 거뭐쥐었을때 저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어린세랑에게 고백했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제가 좀더 휼륭한 사람이 되면 저와 결혼해줄 수 없겠냐고. 우리는 끝이름도 똑같이 랑자니까 궁합도 좋을거라는 지금도 가끔씩 이불을 뒤척이게 만드는 부끄러운 고백이였지요. 하지만 세랑은 그런 어설픈 고백을 받아줬습니다. 10년간 어린분가에서 기다릴테니 데리러 와달라고 했지요. 세상 모든걸 손에넣은듯 기쁜 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팔륜학관을 졸업한 후 저는 세랑에게 약속했던대로 휼륭한 사람이 되었지요. 바로 청룡문의 소문주가 된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였습니다. 청룡문의 소문주는 저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문주가 아니였습니다. 단지 장로회인 노룡전의 경주마에 불과했던거죠. 타문파와는 달리 청룡문은 환갑에 접어든 문원이 일선에서 물러나는것이 아니라 노령전에 들어 젊을때보다 더 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타인의 경주마가 된다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였다. 자신의 앞날은 자신이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의 책임도 자신이 진다. 만약 내가 천주랑이였다면 노룡전이고 나발이고 다 뒤짚어 엎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이득과 연계되지 않은 타인의 일에는 간섭하지않는것 또한 내 철칙이다. 만약 노룡전이란 곳이 내 앞길을 막는다면 기둥뿌리 하나남기지 않고 뽑아다가 장작으로 삼은뒤 노룡들을 삶아먹겠지만.

"즉 노룡전에게 저라는 경주마는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부속품에 불과했던 것이지요. 어쩌면 외전 식솔의 자제인 저를 소문주 자리에 올리므로써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했던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허울뿐인 직책이라 한들 부모님을 내전에 들이고 어린세랑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만족했습니다.

노룡전에서 이해타산이라는 명목하에 저를 은리와 약혼시키려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때서야 모든걸 내려놓고 싶었지만 이미 저라는 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내전의 장원에서 살게되신 부모님, 제 이름으로 청룡문 외전에서 일할 수 있게된 동네친구들 그리고 제 명령이라면 죽음도 불사할 구룡대원들까지. 은리가 저를 싫어하는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은리의 눈에는 부귀영화를 위해 10년이나 기다려준다고 했던 첫사랑을 버린 남자로 보였을테니까요.

여기까지가 청룡문의 소문주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얼간이의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만 별로 흥미 없으신 모양이군요. 어찌됐든 수호령의 테스트는 제 완패입니다. 그리고 부하의 죄는 곧 상관의 죄. 염익철 부대주가 암수를 펼친 죄는 제가 모두 감당하겠습니다. 어떤 요구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있으니 염익철 부대주의 목숨만큼은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단순히 부하를 떠나서 외전에서 부터 저를 이끌어주신 친삼촌이십니다."

나는 문득 3m의 신장을 지닌 곰이 턱을 괴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까가 궁금해졌다.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분노의 감성은 가라앉고 수지타산의 이성이 떠오른 것이다. 단순히 실제사람과 달리 아바타는 죽어도 다시 부할할 수 있다는 도의적 관점을 떠나서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 유저가 죽으면 가치가 높은 아이템 순으로 떨구기 때문에 PK(Player Kill)은 돈이 됬다.

하지만 염익철 부대주를 죽이면 천주랑과 원수만 질뿐 이득이 없다. 그렇다면 목숨이 아닌 목숨값을 받는 실질적으로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게 정답이다.

"그래서 염익철 부대주의 목숨값과 은리 사저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가로 천주랑 너는 뭘 내놓을 수 있지?"

"은리의 오해를 푼다는게 무슨... 뜻입니까?"

"말그대로 니 딱한 사정을 은리 사저에게 가감없이 고스란히 전달해주는거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누가 전하느냐에 따라 신뢰도는 천차만별이지. 내가 은리 사저한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너도 알고 있지? 디파일러 로열 나이트랑 싸움이 벌어졌을때를 생각해봐. 혹여나 내가 다칠까 은리 사저가 득달같이 달려온거 너라면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봤을텐데?"

"그건 잘모르겠지만 옥사건 준위가 대화의 장을 연다면 은리도 어느정도 수긍할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고맙습니다. 잘못한건 저희측인데 그런 배려를 해주시다니. 이제야 옥사건 준위의 진면목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겉은 무뢰배처럼 굴지만 속마음만큼은 군자를 닮아있는..."

"구룡대가 이번 탐사에서 얻은 기연 1개 더하기 5만 VP."

"예?"

"구룡대가 이번 탐사에서 얻은 기연 2개 더하기 7만 VP."

"잠시만요, 옥사건 준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려주셔야 제가 대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구룡대가 이번 탐사에서 얻은 기연 3개 더하기 10만 VP."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염익철 부대주의 목숨값과 은리 사저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가를 말하시는 거군요. 지불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만 인상해주시겠습니까? 청룡문의 공금과 별개로 제 사비로 융통할 수 있는건 굉장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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