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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78화 (7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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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그렇습니다. 설사 이런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해도 물러서는 일따윈 없었을 겁니다. 옥사건 준위가 상대를 상처입히는것을 염려하는 타입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죠. 구룡대 전원은 극한의 훈련을 견뎌내며 이 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고도 다시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막내인 초패랑군은 특유의 맷집으로 바로 다음날 훌훌털고 일어난 경력이 있죠. 구룡대를 상대하실때 주저하는것이 눈에 보여 말씀드린겁니다.

하지만 저를 상대로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간 이 신전바닥에 눕는것은 옥사건 준위가 될것입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으면 천주랑 너 죽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내안의 흑염웅이 피를 갈구하고 있다고."

"변신 이후 성격이 조금 바뀌신것 같군요. 검을 들고 살아가는 검사로서 어찌 죽음을 두려워 할거라 생각하십니까? 검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있죠. 찰나의 실수로 검이 어긋나면 그것은 곧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세랑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 검이 가는길에 옥사건 준위를 이기고 수호령에게 선택받는 미래가 있다면, 다시 그 섬섬옥수를 마주잡을 날이 온다면 죽음도 불사해야겠지요."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뇌신강림(雷神降臨)

천주랑으로 부터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피부가 따끔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신전의 돌조각들이 벌벌 떨게 만들 정도 였다. 그리고 천주랑의 검에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을 플레이 하던 당시에도 본적없는 10m가량의 뇌전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뇌전검기가 발산하는 열기에 초패랑의 것이였던 검 손잡이마저 붉게 달아올랐지만 천주랑은 화상을 입은 기색이 아니였다.

저런 어마어마한 리치를 지닌 무기를 상대로는 천주랑에게 접근하는 것 조차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그것이 끝이 아니였던 모양인지 뇌전검기가 분화했다.

실처럼 넘실거리는 뇌전검기가 천주랑의 몸을 감싸더니 마치 풀 플레이트 아머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십자형태로 뚫린 투구를 제외하면 전신을 빈틈없이 감싼 번쩍이는 뇌전갑옷에 10m 가량의 리치를 지닌 뇌전검기를 보고 있노라니 뇌신검(雷神劍)이라는 칭호가 절대 과장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스파크가 튀는 소리를 들었다고 인지하는 순간 쇄골부분이 타들어가며 깊은 상처가 벌어졌다. 그나마 아크토두스의 본능이 살짝 고개를 돌려서 쇄골부분이 베인거지 본래라면 정수리가 쪼개졌을 것이다. 크크큭. 이거 재밌군, 아주 재밌어. 천주랑은 단지 일보 내딛고 검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우월한 리치로 부지불식간에 나를 베어온것이다. 3m 가량의 신장은 오히려 10m 가량 뻗어나간 뇌전검기의 좋은 먹잇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나야 좋지. 망설임 없이 아크토두스의 족쇄를 해방시킬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천주랑. 다시 족쇄를 채울때는 나도 조금 애먹을거 같으니까."

언제 상처가 났었나 싶을 정도로 쇄골의 상처를 수복한 나는 아크토두스의 영혼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최악의 포식자에게 어떤 상처도 수복할 수 있는 재생력이 주어지니 거칠것이 없었다. 간혹 역도선수들이 일반인보다 100m 달리기를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바벨을 들어롤리기 위해 최적화된 근육만을 단련했기 때문이지 완력이 스피드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였다.

그리고 고대포식자 아크토두스는 그야말로 사냥감을 쫓기 위해 최적화된 근육을 지니고 있어 시속 100km를 우습게 주파할 수 있었다.

이런 거대한 동체를 지니고 있어서야 수풀에 몸을 숨기며 사냥감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는것도 불가능하다. 멀리 점처럼 보이는 사냥감 또한 추격할 수 있어야 아크토두스는 배를 채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짐승스러운 질주로 천주랑 앞에 도달한 아크토두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솥뚜껑만한 앞발로 천주랑의 머리카락을 훑는다.

검법뿐만 아니라 보법과 경공 또한 수준급인 천주랑이니 만큼 손쉽게 거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찰나의 간극으로 아크토두스의 앞발후리기를 피한 천주랑이 기회를 잡고 뇌전검기를 아크토두스의 겨드랑이서부터 올려붙인다. 흠잡을데 없는 검격이였지만 언옵터늄(Unobtanum)으로 만들어진 뼈대를 끊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어깨의 단면이 들어나고 뇌전검기가 발하는 고온의 열기에 타들어갔지만 이내 재생되어 버린다.

"크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도저히 사람의 성대로는 흉내낼 수 없는 짐승울음소리에는 흉성이 담겨 있어 수련이 얕은 자들은 울음소리만으로 혼비백산할 정도였다. 천주랑이 계속해서 간발의 차로 앞발 후리기를 피해내자 성이 난 아크토두스는 아예 천주랑을 허그하기 위해 우악스럽게 달려 들었다. 절대 서로의 온기를 나눠보자는 뜻으로 프리 허그 운동을 하는게 아니였다.

설사 뇌전검기에 도륙이 나는 한이 있어도 일단 끌어안기만 하면 우월한 피지컬로 상대를 우그러뜨릴 수 있다는 최악의 포식자다운 발상이였던 것이다.

천주랑도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달려드는 시속 100km의 네발짐승을 상대하는 것은 익숙치 않은지 뇌전검기를 연거푸 휘두르며 아크토두스의 관절을 무력화 시켰다. 그러나 아크토두스가 단면까지 타들어간 자상에 주춤하는 것도 잠시 이내 회복하고 달려드니 천주랑 입장에서도 죽을 맛일 것이다. 사실 호신강기의 일종인 뇌전갑옷은 몸과 몸을 맞대고 서브미션 기술을 걸어오는 상대에게 즉효인 기술이다.

마치 온몸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울타리를 친 셈이라 보통이라면 상대가 쉬이 접근할 수 없어야 했지만 아크토두스도 얼티밋 언데드 폼의 재생력에는 이골이난 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내가 이 녀석을 연구용으로 사로잡기 위해 난투극을 벌이다 이 놈의 앞발후리기에 내장이 긁혀나간 상처도 수복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녀석의 눈에는 내가 여지껐 한번도 본적없는 최악의 사냥감처럼 보였겠지.

"흐흐흐. 아크토두스, 그때 그 최악의 사냥감의 몸으로 다른 사냥감을 사냥하는 기분이 어때? 끝내주지? 내 말만 잘들으면 앞으로 종종 사냥에 나설 기회를 주마. 하지만 멋대로 날뛰었다간 영원히 장기속에 봉인해 버린다."

"싸움중에 누구랑 대화를 하시는겁니까?"

"닥쳐! 내가 혼잣말을 하던말던 천주랑 니 놈이 뭔 상관이야? 이 틈에 숨이나 돌리지 그래?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야."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성격이 변하셨군요. 소위 일컫는 강력한 기술의 반동같은겁니까? 제 뇌신강림에 비하면 싼 대가군요. 뇌신강림 상태에서는 평소 이상의 출력으로 뇌전검기를 뿜어낸탓에 검의 내구성이 눈에 보일정도로 약화되버린답니다."

"전황이 자신한테 유리한것도 아닌데 자신의 기술이 지닌 약점을 떠벌리는 얼간이는 도대체 어디의 소문주 녀석이냐?"

"확실히 그건 얼간이나 할짓이지요. 하여 저는 어차피 망가질 검이라면 재활용을 해볼까 합니다. 어차피 재생해버리시겠지만 얼간이의 재롱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봐주시죠."

본래 초팽랑의 것이였던 천주랑의 검은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녹아내리기 직전이였다. 확실히 보통검으로는 최대출력의 뇌전검기를 버텨낼 수 가 없는 모양이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재생할 자신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대놓고 필살기를 쓰려는데 무방비 상태로 맞아주는건 바보같은 짓거리다. 나는 아이언 메이든에서 뼈조각들을 꺼내들었다.

영력을 저당잡혔다고 해서 마력까지 사용할 수 없는게 아니였다.

아크토두스의 거구를 유지하는데는 싱글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이면 충분하다. 내게는 운데카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이 남아 있었으니 뼈조각들을 조립해 간이 방벽을 만드는것 정도는 숨쉬는것 만큼 쉬운 일이였다. 뼈조각이 그닥 내구성이 뛰어난 변이술식 재료는 아니였지만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둘러싼다면 없는것 보다는 낳을 것이다. 사실 무영창으로 발할 수 있는 술식중에 이렇게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술식도 흔치않다.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섬천낙뢰(剡薦落雷)

이제 막 세번째 뼈조각 방벽을 둘러싸려는데 천주랑이 지니고 있던 검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내던졌다. 널빤지마냥 쪼개진 뼈조각 방벽을 가로질러 낙뢰가 아크토두스를 강타 했다. 뱃가죽이 뒤집히면서 다른의미의 속살이 훤히 드러나 버렸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검이 살을 태워버려 출혈이 멎을 정도였다.

아크토두스의 솥뚜껑만한 손에 비하면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검을 뽑아낸 나는 완전히 고철이 되어버린 초패랑의 검을 내동댕이 쳤다.

재롱이라고 하기엔 적지않게 매서운 일격이였지만 결국 얼마안가 갈색털이 올라오며 뱃가죽의 상처수복이 완료되었다. 슬슬 아크토두스도 나도 이 싸움을 지루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천주랑 그는 분명 초일류검사라는 칭호를 붙여도 될만큼 굉장한 무인이였지만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아크토두스에 비하면 디파일러는 상식안의 괴물이리라.

쓸데없는 대화로 아크토두스의 영혼을 다독이는것도 이제는 귀찮다. 여차하면 천주랑의 팔 하나 정도는 못쓰게 만들 작정으로 나는 아크토두스를 채찍질했다. 고작 저정도 사냥감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냐고 자존심을 건들자 아크토두스가 침을 질질흘리며 대노한다. 아크토두스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천주랑을 산채로 잡아먹을듯이 날아올랐다. 이 덩치에 날아오른다는 표현을 써도되나 싶지만 3초간 공중에 붕뜬느낌이 든것은 사실이였다.

"크와르르르우우욱!!!!"

천주랑은 어느새 본래 자신의 것이였던 장검을 집어들고 아크토두스와 맞서려 했지만 그 검에는 이미 내가 장난질을 해둔 상태였다. 그어느떄보다 선명하게 뇌전검기가 피어오른 장검을 아크토두스가 물어뜯자 마치 사탕처럼 장검이 쪼개져버린다. 천주랑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는 봐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적당히 하면 근성이라는 명목하에 천주랑이 다시 일어서서 나를 귀찮게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우우우우우웅

마지막 일격을 가할려는 찰나 나와 천주랑이 싸우는 도중에 무너진 신전기둥이 아크토두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아랑곳않고 천주랑을 끝장내려는데 이미 뒤로 한참이나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뇌전검기도 뇌전검기지만 번개만큼 재빠른 경공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각혈의 흔적이 있는 염익철 부대주가 신전기둥을 휘둘러 천주랑을 구원한 것이였다. 내가 이럴줄 알았어. 서로 일대일로 싸우자고 합의를 봐도 막상 천주랑이 위험에 처하면 구룡대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후우후우, 천대주님 한번 더 섬천낙뢰를 부탁드립니다."

"염익철 삼촌 무리 하지마세요. 자칫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기라도 하면..."

"하대를 하십쇼. 쿨럭쿨럭. 우두머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위엄을 잃지 말아야합니다. 한번 더 섬천낙뢰를... 우어어."

염익철 부대주가 자신의 검을 천주랑에게 건네며 섬천낙뢰의 재새용을 요청했다. 물론 섬천낙뢰가 매서운 기술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황을 뒤집을만큼의 위력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뼈조각을 긁어모아 간이방벽을 만들었다.

뇌격만다라(Torpedo Mandala) 천기누설의 장(張) 섬천낙뢰(剡薦落雷)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려 사중으로 뼈조각 방벽을 설치했지만 역시나 4개나 2개나 큰 차이없이 박살나며 천주랑의 섬천낙뢰가 아크토무스의 뱃가죽에 내려 꽂혔다. 열받는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공격해들어올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땅히 펼칠만한 방어술식이 없었다. 결국 재생해 내긴 하겠지만 멋들어지게 천주랑의 섬천낙뢰를 막아낸뒤 '똑같은 기술에 두번 당할것 같으냐!'라는 멘트를 칠 수 없다는게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초상을 치를듯했던 염익철 부대주가 번개처럼 움직여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검은색 수박처럼 생긴 그 물건을 쇠사슬에 엮어 이미 재생에 들어간 아크토두스의 뱃가죽에 골인 시킨다. 아크토두스가 반응할 수 없을정도로 민첩한 돌팔매 솜씨였다. 그 관경을 목격한 천주랑의 두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며 내게 '안돼!'라고 소리친다. 염익철 부대주가 절대 좋은 의미로 검은 수박을 준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은 나는 급히 유휴상태인 운데카 코어의 인공마력기관을 총동원해 검은수박 주위를 응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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